그대 모습은 보랏빛처럼 살며시 다가왔지--
왜 하필 보랏빛에 빗대었을까?고성 라벤더팜으로 향하던 중 문득 "보랏빛향기"가사를 떠올렸다.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생각이 이 길위에서 스친 건,곧 만나게 될 보랏빛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성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서울에서 출발하면 인제와 진부령을 통과해 약 3시간을 꼬박 달려야 한다.
인제는"인제가면 언제 오나"를 탄생시킨 38선 접경지역이고 진부령은 인제와 고성을 잇는 태백산맥을 줄기다.
꼬부라지는 산길이 많아 초보운전자들은 더욱 꺼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으로 향하는 이유가 있다.하늬라벤더팜의 라벤더들이 일제히 보라색 꽃망을을 터뜨려 장관을 연출하근 시기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라벤더는 단풍이 들기전가지 초록밖에 보여줄 것이 없는 이 가난한 게절에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는 고마운 존재다.
그 특별함을 알기에 사람들은 비가 내리는 날에도 일부러 고성을 찾는다.





매표소와 허브샵을 지나야 라벤더 밭으로 들어갈 수 있다,
호기롭게 발걸음을 옮기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구에서 멈춰서 짧게 탄성을 지른다.
에고 없이 불쑥 눈에 담긴 풍경이 꽤 놀라운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고 조금은 다른 리액션을 해보리라 다짐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짐작하고 마주하는 풍경에도 "우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보라색 카펫을 깔아놓은 듯한 라벤더 밭이 주인공이라면 한편에 군락을 이룬 호밀과 양귀비곷은 라벤더를 빛내주는
훌륭한 조연이다.
페인트봇이 지나간 흔적이 외벽에 그대로 남은 건물을 역시 이 꽃밭에 가장 잘 맞는 배경이다.
산 밑까지 내려온 안개는 오늘따라 더 반갑다.
보랏빛의 몽환적인 느낌을 귿대화시키는 부대장치라고 할까.
어쨌든 그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울린다.
가본 적은 없지만 늘 꿈에 그리던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과도 닮았다.
그 묘한 기시삼에 미소가 떠날 새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