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술꾼이 아니고, 당뇨 때문에 술도 잘 안 먹습니다만, 맥주 이야기 좀 해 보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민들의 술 막걸리는 어릴 적 명절 때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술도가에서 바껫스에 담아 오다가 시큼달콤한 걸 한바가지 마시고, 연을 날리다가 밭에서 자꾸만 넘어져 “내가 왜 이러지?” 했고, 소주는 고등학교 때 소풍가서 우리 친구들이 갖고 온 소주와 담배를 으슥한 숲속에서 먹어 본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 후 대학 졸업 후 OB맥주를 마시면서 그 씁쓸한 호프의 맛을 제대로 음미해 보지는 못 했습니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의 식당에서는 물보다 맥주를 먼저 내 놓고, 값도 물보다 싼 경우도 많죠. 독일인들은 병에 든 맥주를 선호하더군요, 알미늄 캔과의 화학반응으로 맛이 달라질 수 있다나? 그래서 다 마신 공병을 우리나라 소주병 같이 걷어 갑니다. 뮌헨의 올림픽촌의 기념탑에서 그들과 마셨던 수출용 맥주는 아쉽게도 이름을 잊었지만 마셔 본 맥주 중 가장 훌륭했습니다.
|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맥주는 Erdinger라는 백 맥주(Weiss Bier)인데, 내가 잔이 예쁘다고 하니 그 잔을 싸 주어 훌륭한 기념품이 되었고, 또 다른 모양의 잔도 독일 친구가 갖고 왔는데 0.5리터의 눈금이 있어 “과연 독일인답다”고 생각 됩니다.
설계 사무실 할 때 직원이 결혼하고, 태국 신혼여행하며 갖고 온 주석 잔은 손잡이가 너무 야해서 민망하지만, 마시기 전에 냉동실에 넣어 차게 하면 그 냉기가 오래도록 유지 됩니다. |
필리핀에서 마셔 본 San Miguel이라는 맥주도 세계 4대 맥주 중 하나라는 명성에 걸맞게 상큼했고, 태국에는 Chang(코끼리), Leo, Sing Ha라는 맥주가 있는데, 태국 사람들은 맥주에 얼음을 넣어 먹더군요. (얼음이 다 녹으면 맥주가 싱거워 질텐데?) 두툼한 유리로 만든 Sing Ha맥주 컵이 역시 냉동고에서 식히면 좋겠다 싶어 갖고 와서 여름철에 애용하고 있죠. 태국 바로 옆의 세계적인 빈국 Laos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맛본 Beerlao (Laos는 서양식 이름, 즉 “라오족들”이라고 함) 거품이 부드럽고 우리나라 맥주보다 훨씬 맛있더군요. 역시 태국 체류 중에 동구라파를 여행하다 체코에서 돼지 무릎요리 꼴레뇨와 함께 마누라와 마셔 본 Urkell도 세계적인 명성에 걸 맞는 맛이었습니다. 또 지금 생각하니 그 꼴레뇨 둘이서 반도 못 먹고 남긴 거 엄청 후회되네요...
우리나라에서 나오는 맥주는 외국인들의 평이 좋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떠 있는 그들의 평을 좀 소개하면...
1. 싱겁다. 성분표시가 없다.
2. 말 오줌 맛 같다. (말 오줌 먹어 본 놈인지?)
3. 북한에서 대동강 맥주도 먹어 봤는데, 그 만 못하다. 등등입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진입했는데, 북한 꺼 보다 못하다면 좀 자존심 상하지 않나요? 저는 그 이유를 뒤져 본 적이 있는데 주세법 상 허점이 있다느니, 원액에 물을 탄다느니 설이 몇 가지 있더군요. 저의 개인적 생각엔 술꾼들이 맥주에 소주를 타 먹는 소맥을 즐기는 통에 맥주 고유의 맛을 음미할 기회가 없는 게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Hite, Cass 만이 판을 치다가 Kloud, Terra, Max 그리고 각종 수제맥주 등등... 다양해 졌습니다. 저는 카스 마셔 본지 오래고 먹어 본 중엔 Kloud가 낫더군요. 독일하면 맥주의 본고장이니 말할 것도 없고, 네델란드는 Heinecken, 미국에선 Budweiser, 중국도 칭따오 등등... 그 나라를 대표하는 맥주가 있는데요, 아무쪼록 우리도 한국을 대표할 만한 맥주가 탄생하여 더 이상 수입맥주만 기웃거리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또 참고로 홈플러스에서는 언제 부터인가 수입맥주를 파는데, 만 원에 500cc 짜리 4캔을 주더군요. 요 근래 환율 때문인지 10,500을 받는데 며칠 전 하이네켄 710cc 짜리 4캔을 만원에 세일하기에 8캔을 냉큼 샀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