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른 마음'의 정치는 무엇일까?
지금의 대한민국은 극심한 정치적 혼란기를 겪고 있다. 자유민주적인 사회를 그토록 갈망하는 우리 사회는 진영과 이념 대립으로 양극단으로 갈라져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덕과 사법적 공방을 무기 삼은 정치공세는 날로 심해저 상대 진영을 절멸시켜야만 한쪽이 살수 있다는 듯이 끝도 없는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화나 타협을 통한 정치 운영은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실정이고 진영 대립이 심해질수록 옳고 그름의 문제는 더 이상 중요시되지 않게되고 집단적 목적에 메달리는 맹목화만 더 커지게 된다.
이것이 우리 사회만 겪고 있는 특수한 상황인가? 아니면 민주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중에 하나인가? 라는 의문을 가져 본다.
바른 마음 저자 조너선 하이트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매 2014 04 21. (부제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이 왜 다른가?)
이 책은 그러한 의문을 푸는데 도움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인간의 뿌리 깊은 본성으로부터 시작해서 집단성에 대한 본질까지 파헤쳐 보고 도덕적 판단이 어디서부터 왔는지를 자세히 분석해 놓았다.
그리고 진화 심리학, 도덕 심리학, 미국의 정치적 사례들을 토대로 '도덕성은 어디서 생겨나는가? '정치와 도덕은 어떤 상관관계를 만들어내는가?' '좀 더 건설적으로 싸울 수는 없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새로운 시각들을 제시하였다.
'하이트'의 핵심적인 주장은 '도덕적 판단이 논리적 사고보다 직관에 의해 결정되며, 이성은 이를 정당화하는 역할만을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이성 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직관 중심적' 시각을 제시하였다.
하이트는 '코끼리(직관)와 기수(이성)'라는 비유를 통해 우리는 대부분의 경우 직관적(코끼리)으로 결정을 내린 후 그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해 논리적 이성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수보다 코끼리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이트는 이성을 더 중시하는 것에 대하여 합리주의자의 망상이라고 부르기까지 하였다.
이성적 추론 능력은 논쟁의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진실을 찾는 것이라기보다는 확증편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믿고 싶지 않은 때는 반대 증거 1개만이라도 발견하면 더 이상 믿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자신의 견해를 더 강화시키는 논리를 스스로 만들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은 애초부터 도덕을 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에 근본을 이루는 것은 도덕, 즉 '바른 마음'이다. 충성심, 존경심, 의무감, 애국심이라는 덕목보다는 타인에게 해를 가하지 않고 공평성을 지키는 것이 도덕성에 핵심이다.
그러나 '도덕성은 단순히 피해와 공평성 차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이트는 다양한 문화와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지니고 있는 도덕적 가치를 탐구하고 6가지로 분류했다.
그것은 배려, 공평성, 자유, 충성심, 권위, 고귀함이다.
1. '배려/피해'는 타인의 고통을 줄이고 공감하는 성향이다. 진보주의 자들이 중시한다.
2. '공평성/부정'은 정의와 정직성을 추구하며, 속임수를 배척한다. 좌파는 공정한 분배를, 우파는 기회의 평등을 강조한다.
3. '자유/압제'는 억압에 저항이고 자유를 보호하는 본능이다.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은 인권을 강조하고, 보수주의자들은 국가 권력의 간섭을 경계한다.
4. '충성/배신'은 집단에 대한 충성심을 중시한다. 보수주의자들이 더 강하게 느끼는 가치다.
5. '권위/전복'은 전통과 질서를 유지하는 데 가치를 둔다. 보수적 문화에서 강조된다.
6. '고귀함/추함'은 종교적 신념이나 전통적 가치, 금기를 존중하는 태도 다. 보수주의자들이 중시한다.
진보주의자들은 배려, 공평성, 자유 3가지를 중시하는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여섯 가지 요소를 모두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정치적 입장이 도덕적 가치관의 차이에서 갈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항을 간과하면 정치적 이념이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하이트는 바른마음이 개인보다 집단의 차원에서 더 강해지는 이유, 그리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더 극단적인 입장을 가지게 되는 이유를 진화 심리학적 분석을 통해 설명하였다.
인간의 도덕성이 개인의 생존과 번식뿐만 아니라 집단 간 경쟁 속에서 발전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즉 집단 간 경쟁에서 생존과 번식이 결정되고 협력적이고 도덕적인 집단이 비 협력적 집단보다 생존율이 높았다 라는 '집단 선택이론'이다. 이기적인 개체들로만 구성된 사회는 내부적으로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인 영장류이기도 하지만 자신보다 크고 고결한 무엇의 일부가 되려는 열망도 갖고 있다. "우리의 본성은 90%는 침팬지이고, 나머지 10%는 꿀벌과 같다"라는 비유처럼 조건만 들어맞으면 군집 스위치를 언제라도 켠다.
이렇듯 두 차원을 오가며 인간은 신, 영혼, 천국의 개념을 만들어 내게 되었고 객관적인 도덕 질서의 개념도 바로 여기서 생겨났다.
그러나 도덕성은 이타적인 협력뿐만 아니라 외부 집단에 대한 배타성과 갈등도 강화한다.
이것이 정치적 대립이나 민족주의적 갈등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다.
강한 집단성은 정치적 양극화를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 체계를 가진 집단이 극단적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나 SNS에서는 더욱더 심화되며 확증편향을 가속화 시킨다.
결과적으로 도덕성이 개인의 이기심을 억제하고 협력을 촉진하지만 동시에 집단 간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몇 가지 해결책을 제안한다.
우선 상대방의 도덕적 프레임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속한 집단의 도덕적 기준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할 기회를 늘여야 하고, 나와 다른 도덕 매트릭스를 지닌 사람이나 집단에 곧장 뛰어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거나 약간의 신뢰가 생기기 전까지 도덕성의 문제를 꺼내 들어서도 안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왜 정치와 종교 때문에 서로 이편저편으로 나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어떤 사람은 선하고 어떤 사람은 악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마음이 집단적 바름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는 것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발판이며 첫걸음이다.
두루뭉술한 도덕 심리에 대해 깊이 있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던 방대한 내용의 책이다. 특히 이성의 논리보다는 직관이 우리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강조한 내용들은 머릿속에 깊이 남는다.
그리고 도덕 매트릭스 표를 통해 설명된 진보주의자와 보수주의자의 성향 분석은 매우 직관적이고 설득력 있어 보였다. 진보와 보수의 차이, 집단적 성향에 대한 진화적 설명, 도덕과 정치 성향에 대한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명쾌하게 설명해 놓았다.
다만 미국 정치 성향이나 서구권 문화의 시각으로 도덕적 범주를 구성된 것이어서 우리와는 문화적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름에 대한 강박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증상이다. 그것이 정치적 대립까지 가는 과정을 저자는 탄탄한 논리로 설명해 두었다.
왜 서로가 맞다고 하면서 끝도 없이 대립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나와 다름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다름을 배척하지 않고 먼저 이해해 보려면 그것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 책은 그것에 다가서기 위한 안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