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무천의 페터 한트케 작 김원익 번역 김아라 연출의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공연명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공연단체 극단 무천
작가 페터 한트케
번역 김원익
연출 김아라
공연기간 2019년 2월 20일~24일
공연장소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관람일시 2월 21일 오후 8시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에서 극단 무천의 페터 한트케 작, 김원익 번역, 김아라 연출의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을 관람했다.
페터 한트케(Peter Handke)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오스트리아 그리펜의 소시민 가정에서 태어났다.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문화적으로 척박한 벽촌에서 보내며 일찍부터 전쟁과 궁핍을 경험했다.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건강 악화와 불행한 결혼생활을 비관하여 자살했다.
페터 한트케는 그라츠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다 1966년 첫 소설 『말벌들』이 출간되자 학업을 중단했다. 그해 전후 독일 문학계를 주도하던 ‘47 그룹’ 모임에서 파격적인 문학관으로 거침없는 독설을 내뱉으며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전통극 형식에 대항하는 첫 희곡 『관객 모독』을 발표하여 연극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고정관념에 도전하며 매번 새로운 형식을 고안해내는 그의 독창성은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숱한 화제를 뿌렸다.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소망 없는 불행』『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희곡 『카스파』, 예술 에세이 『어느 작가의 오후』 등 현재까지 80여 편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대본을 썼다. 그의 작품들은 유명한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되었으며 자신이 직접 연출을 하기도 했다. 게르하르트 하웁트만 상, 실러 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프란츠 카프카 상 등 독일의 저명한 문학상을 휩쓸며 오늘날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번역을 한 김원익은 문학박사, 신화 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연세대에서 '릴케의 <말테의 수기>와 대도시 문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KBS 2 TV에서 ‘신화, 인간의 거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TV 특강'을 했으며, SBS 라디오 <책하고 놀자> 프로그램에서 2년여 동안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 읽기’ 코너를 담당했으며, 매년 여름 그리스로 신화기행을 떠난다.
현재 홍익대, 서울 과기대, 추계대에서 독문학, 독일어, 신화를 강의하고 있으며 기업체, 지역 도서관 등 전국 각지에서 신화를 소재로 활발하게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호의 모험』,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영웅들』, 평역서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 저서로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공저), 『신화, 세상에 답하다』, 『신화, 인간을 말하다』, 『신들의 전쟁』, 『그림으로 보는 신들의 사랑』, 감수한 책으로는 『후who,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인물들』이 있다.
연출가 김아라는 1956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이대부고 재학시 연극 한 편을 보고 연출가가 되기로 결심, 중앙대 예술대 연극영화과를 거쳐 미국 위스컨신 주립대학, 뉴욕 시립대학 헌터 컬리지에서 수학했다. 1986년 테네시 윌리암스의 <장미문신>으로 연출 입문한 뒤 <숨은 물><에쿠우스><사로잡힌 영혼><이디푸스와의 여행><오이디푸스 삼부작><셰익스피어 사대비극><봄날>등 40여 작품을 연출하였다.
1992년 ‘극단 무천’을 창단 <베를린 한국 페스티발 폐막공연><덴마크 아루스 국제 무대예술제 개막공연><MBC 창사30주년 전 연극인 합동공연><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공연><광주 5.18민주항쟁 20주년 기념공연><한국문학나눔축제><경주-앙코르 세계문화축제 폐막공연><무천캠프 사계절 축제>등 대형 축제 및 주제공연을 제작, 총감독, 연출하였다.
1997년 안성시 죽산면 야외극장을 설립, 10년 동안 그리이스 비극, 셰익스피어 사대비극 등 이른바 복합장르음악극을 완성하였으며 일본, 유럽 등지의 해외활동에 주력하였다.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대상, 작품상, 연출상, 안성시 문화상, 문화부 장관 표창 등을 받은 바 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극원 및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출강하였고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의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현재 ‘극단 무천’ ‘김아라 창작레지던스’ 대표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김아라 배우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김아라는 국립극단 최초의 여성 및 최연소 초청 연출, 독일 세계여성연극인회의 한국대표 참가, 일본 아시아 여성연극인회의 한국대표 참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과 강사 및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 역임, 서울시립극단 상임연출 역임, 연극실험실 혜화동 1번지 창립 동인, 국제극예술협회, 서울 연출가 협회, 정동극장 이사 역임, 월간중앙 <한국을 이끄는 100인> 선정, 신동아 <한국연극을 이끄는 5인> 선정, 現 ‘극단 무천’, ‘창작팩토리 스튜디오 09’ 대표, 現 서강대학교 김아라배우아카데미 교수 (게임 & 평생교육원)
연극은 객석을 원래 메리홀 대극장의 객석과 무대 배경 가까이에도 객석을 만들고 무대의 등퇴장 로와 객석의 등퇴장 로를 모두 광장과 연결된 통로로 사용한다. 벤치 한 개를 이동 배치하고, 무대에 원형의 구멍을 뚫어 출연자가 그 안에 들어가 몸을 밀착시킨다. 극장 발코니에 계단을 걸쳐놓고 출연자가 기어오르거나 내려오고, 주인공인 노숙자 이외의 출연자는 1인 다 역을 한다. 20명의 출연자가 250명이 넘는 인물군상을 다채로운 의상을 착용하고 연기한다. 대사는 없고 일종의 넌 버벌 퍼포먼스(non-verval performance)로 연출된다. 그리스식 원형기둥토막, 절단한 굵은 나무둥치, 모세의 십계명 판, 인체 석고상, 얼굴을 감는 붕대, 쓰레기를 잔뜩 담은 자루, 쇼핑 카트, 소방관 헬멧, 롤러 스케이트, 스케이트 보드, 자전거, 낚시대, 승마기수 채찍, 병사들과 장총, 권총형태의 물총, 환자이동 당가, 휠체어, 플라스틱 쓰레기통과 대빗자루, 얼굴감은 붕대, 촛불, 천사의 날개 등이 장면변화에 따라 사용된다.
예수나 석가도 본래 노숙자였다. 이 연극에서도 주인공은 본래 날개가 달린 천사지만 날개를 감추고 노숙자 행세를 하는 것으로 설정된다. 광장에서 행동하고 헤매고 벤치에서 누워 자고,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새벽부터 가로등이 켜지는 밤까지 그의 일상이 펼쳐진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노숙자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소녀, 젊은 처녀, 중년부인, 남성노인, 청소부, 조깅을 하거나 롤러 스케이트 또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청년,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청년과 무장한 병사들이 광장을 지나가고, 배낭을 진 단체 여행객이 도착해 두 줄로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기도 한다. 그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지만, 청소부가 등장해 말끔히 치운다. 재를 뿌리고 다니는 인물도 있고, 그 재도 청소부가 깨끗이 만든다. 까마귀 울음소리, 원격장비로 작난감 자동차가 움직이고, 젊은 여인이 입에 못을 물고, 자를 들고 지나가는가 하면, 종과 생선형태의 조형물을 두드려 맑은 소리를 울리며 지나가는 행인도 있다. 발레의상을 착용한 발레리나가 등장해 음악에 맞춰 율동을 보인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부상을 당한 부위에 붕대를 감고 부상자가 지나가고, 축구공을 차며 지나가는 젊은이도 보인다. 사과바구니를 들고 가다가 사과 한 알을 길바닥에 놓고 가는 여인...그 사과는 연극이 끝날 때까지 그 자리에 놓여있다. 사랑하는 남녀가 무대 웅덩이에 들어가 키스를 하는가 하면, 모세가 등장해 십계명이 새겨진 조형물을 이동시키고, 아틀라스처럼 지구본을 어깨에 메고 지나가는 노인, 우산과 양산을 들고 지나가는 행인, 관을 이동시키는 사람들, 나무그루터기를 지고 들어와 마치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한 팔을 턱에 괴고 나무그루터기에 앉은 남성, 휠체어를 탄 장애인 여성과 어린 소녀, 그 외에도 수많은 남녀가 광장을 지나가고 그들이 어지럽힌 광장을 청소부는 깨끗이 치운다. 촛불 행렬이 보이면서 늦은 밤이 되면 조명이 드리워진 공간에 노숙자가 검은 의상에 백색 날개를 달고 서있다. 노숙자가 아닌 천사의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이 되기를 원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다시 새벽이 밝아오고 천사가 노숙자의 모습으로 변모하면, 아무도 노숙자를 의식하지 않고 행인들이 그의 주변을 지나가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정동환이 노숙자로 출연해 혼신의 열정으로 연극을 이끌어 간다. 권성덕, 정혜승, 김선화, 박상종, 박호빈, 손경숙, 장재승, 최흥준, 최우성, 허연정, 김기민, 문혜주, 김은미, 이현주, 김미르, 박상은, 신혜진, 박미용, 차서윤, 박재현이 출연해 출연자 전원의 열정과 기량을 다한 1인 다 역 넌 버벌 퍼포먼스(non-verval performance)는 관객을 연극의 도입부터 몰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낸다.
작 편곡 및 음향 신나라, 무대 도나정, 조명 김영빈, 의상 류진희, 오브제 이경래, 안무 박호빈, 영상 김태은, 시진 임종진, 사운드마스터링 음향오퍼 이구삼, 무대감독 김원익, 연출아카데미 김은미 이현주 박상은 박재현, 진행 장하늬, 포스터디자인 조경훈, 리플렛디자인 고서빈, 팜플렛디자인 김 솔, 마케팅 박재현, 홍보 한가을, 기획 박정영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무천의 페터 한트케(Peter Handke) 작, 김원익 번역, 김아라 연출의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을 원작을 능가하는 관객의 기억에 길이 남을 넌 버벌 퍼포먼스(non-verval performance)연극으로 창출시켰다.
2월 21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