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김옥춘 술은 사람을 수다쟁이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도 있다. 술은 그래서 아름다운 음식이다 술은 사람에게서 세상살이를 분리시키는 재주가 있다. 술은 사람에게서 두려움을 없애버리는 재주도 있다. 술은 그래서 때때로 해로운 음식이 되기도 한다. 술은 건강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랑을 위해 아름다운 음식이 되어야 한다. 2005.4.11 | 소외 김옥춘 노란 개나리 밖에 피었어요. 하얀 목련 밖에 피었어요. 분홍 진달래 밖에 피었어요. 환한 벚꽃 밖에 피었어요. 밖엔 고운 햇살 가득해요 나는 안에 있어요. 고운 햇살 가득한 세상 밖 이 안에 2005.4.13 |
내 임 기다리는 봄날에 김옥춘 저 산 붉거든 봄 온 줄 아시오. 저 들 아른거리거든 봄 온 줄 아시오. 그대 볼 붉거든 나 온 줄 아시오. 그대 가슴 떨리거든 나 온 줄 아시오. 저 산도 낯붉히어 사랑을 하고 저 들도 멍들도록 손 흔들어 나비와 벌을 불러 세우건만 낯도 붉힘 없이 손도 떨림 없이 내 곁에 있는 그대여! 저 산 붉구려. 저 들 아른거리는구려. 그 붉음이 그 푸름이 그대 가슴 같아 자꾸만 산을 보오 자꾸만 들을 보오. 2005.4.14 | 봄꽃 김옥춘 꽃잎에 햇살 들었나 보다. 노랗다. 개나리 꿈꾸는 노란색이다. 꽃잎에 내 맘 들었나 보다. 분홍색이다. 진달래 설레는 분홍색이다 꽃잎에 네 맘 들었나 보다 하얗다. 목련 포근한 하얀색이다. 꽃잎에 달빛 들었나 보다 환하다 벚꽃 내 가슴 부서지는 달빛 색이다. 2005.4.14 |
비가 내리는 이유 김옥춘 물 위에 내리는 비는 동그라미 그리고 싶어 내리는 비다 나뭇가지에 내리는 비는 매달리고 싶어 내리는 비다. 꽃잎 위에 내리는 비는 함께 내리고 싶어 내리는 비다 나뭇잎에 내리는 비는 적시고 싶어 내리는 비다 흙 위에 내리는 비는 스며들고 싶어 내리는 비다 아스팔트 위에 내리는 비는 튀어 오르고 싶어 내리는 비다 우산 위에 내리는 비는 소리 내고 싶어 내리는 비다 차창에 내리는 비는 흘러내리고 싶어 내리는 비다 내 마음에 내리는 비는 당부하고 싶어 내리는 비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살라고 2005.4.20 | 술 김옥춘 당장 목구멍 쓰디쓴 걸 알면서 술을 마신다. 당장 자고 나면 힘들 걸 알면서 술을 마신다. 당장 가슴 아플 걸 알면서 사랑을 한다. 당장 인내해야 하는 걸 알면서 사랑을 한다 2005.4.21 |
그래도 김옥춘 산새 노래하는 산에는 키 작은 꽃까지 인사하는 산에는 산을 사랑한다는 사람들 다녀갔답니다. 땀방울 흘리며 고백을 하고 갔답니다. 산을 사랑한다고 산새 노래하는 산에는 키 작은 꽃까지 인사하는 산에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녀간 산에는 쓰레기 마당을 이루고 쓰레기 살을 파고들었답니다. 산을 사랑한다고 그래도 산새 노래하고 꽃이 인사합니다. 그래도 산은 푸르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2005.5.5. | 구기지 말고 펴라 김옥춘 종이 구기면 의도한 대로 예술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얼굴 구기면 의도한 대로 위엄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음이 구겨지고 맙니다. 말을 구기면 의도한 대로 채찍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미래의 생활이 구겨지고 맙니다. 얼굴을 밝히어 웃으면 마음이 환해집니다. 세상까지 환해집니다. 말이 고우면 말이 바르면 곱고 바른 행동을 하게 됩니다. 세상까지 아름다워집니다. 2005.5.11 |
오늘 하루가 기도입니다. 김옥춘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날마다 하는 우리의 고백은 우리가 이루어낸 기도입니다. 안녕하세요? 축하합니다.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날마다 하는 우리의 당부는 우리가 이루어내야 할 기도입니다. 우리는 날마다 고백 같은 기도를 하고 우리는 날마다 당부 같은 기도를 합니다. 오늘 하루가 기도입니다. 지금 한마디가 기도입니다. 2005.5.15 | 5월의 비 김옥춘 모내기하라고 내리는 비가 하도 고마워 허리 펴고 주름 펴고 비를 맞는다. 목마르게 기다린 비가 하도 달아서 뿌리도 쭉 가지도 쭉 기지개 켠다. 2005.5.18 |
착취하지 마라 김옥춘 나이는 노동을 착취하기 위해 늘려가는 숫자가 아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착취를 하지 말아야 한다. 돈은 사람을 무시하기 위해 쌓아가는 산이 아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무시를 하지 말아야 한다 힘은 약하고 힘없는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 휘두르는 몽둥이가 아니다 힘없고 약하다는 이유로 두려움에 떨게 하지 말아야 한다 어른이 노인이 되는 날 멀지 않은 것처럼 어리고 힘없는 사람도 금방 어른이 된다 어리고 힘없다는 이유로 무시하고 착취하지 말아야 한다 2005.6.9 | 인생 김옥춘 고단하여 하루는 길기만 하다 덧없어 한평생은 짧기만 하다 긴 하루를 살고 나면 어느새 짧기만 한 인생은 흰머리 성성하고 눈꼬리 땅으로 흘러내린다. 하루는 길다 하루는 고단하다 하루는 숨 가쁘다 한평생은 짧다 한평생은 한가하다 한평생은 아름답기만 하다 한평생은 행복해야만 한다. 2005.6.16 |
하늘이 울었다 김옥춘 후두둑 창문을 열었다 하늘의 눈물일까? 내가 울고 싶은 만큼 하늘이 울었다. 쭈루룩 쭉 쭈루룩 쭉 한숨이 나온다. 하늘의 곡소리일까? 내가 소리치고 싶은 만큼 하늘이 흐느꼈다. 하늘은 울어 열 받은 세상의 먼지를 다스렸다. 나는 울어 상처받은 가슴의 가시를 다스렸다. 후두둑 하늘이 울었다 쭈루룩 쭉 빗물 내 가슴으로 흘렀다. 2005.7.13 | 비가 김옥춘 창을 열었어 비가 창문을 두드렸거든 창을 열고 소리 내어 내리는 비를 자꾸만 바라보았어. 자꾸만 자꾸만 바라보았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누군가 올 것만 같아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슴에 차오를 것만 같아서 비가 마음을 두드린 거야 사랑하고 싶게 한 거야 비가 내 마음에 창을 낸 거야 2005.7.28 |
사랑하면 김옥춘 사랑하면 다 보고 싶어 하지 말아야 한다. 다 보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궁금해하지 말아야 한다. 다 알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다 느끼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 다 말하고도 사랑한다면 그 사랑 평생을 갈 것이다. 사랑하면 다 주지 말아야 한다. 다 주고도 줄 게 생긴다면 그 사랑 평생 기쁨을 창조해 낼 가족 사랑일 것이다. 2005.8.2 | 진정 나를 위한 기도 김옥춘 제발 내 이웃이 괴롭힘당하지 않는 마음 평안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돈 때문에 시달림받지 않는 풍요로운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서로 미워하지 않는 단란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비굴하지 않아도 되는 당당한 사회인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인격이 무시당하지 않는 존대 받는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소외당하지 않은 사랑 주고받는 사랑 가득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불행하다고 믿지 않는 행복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우울하고 가슴 아프지 않은 기쁨 가득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내 이웃이 병마로부터 지치지 않는 건강한 사람들이게 하소서 제발 제발 내 이웃의 하루하루에 건강의 축복과 재물의 축복과 사랑과 감사의 축복이 넘치게 채워주소서 이웃이 행복한 사람들이어야 진정으로 내가 평안하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나를 위해 행복해야 할 나를 위해 지켜져야 할 나의 행복과 평안을 위해 내 이웃의 행복과 평안을 기도하겠습니다. 2005.8.4 |
가난한 날 홀로서기 김옥춘 선풍기를 사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내게 내가 내리는 벌입니다. 냉장고를 사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내게 내가 내리는 벌입니다. 한여름 가난의 서러움은 온몸의 땀구멍으로 흘러넘칩니다. 마치 눈물처럼 그래도 휴대용 가스버너 하나 샀습니다. 가난한 내게 내가 내리는 상입니다. 끼니마다 김치도 없는 라면 그래도 가난한 날은 상입니다. 2005.8.14 | 중년의 가을맞이 김옥춘 벌써 가을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여름입니다. 아직은 아직은 벌써 이별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사랑입니다. 아직은 아직은 벌써 젊음이고 싶습니다. 벌써 중년입니다. 아직은 사랑이고 싶습니다. 아직은 중년입니다. 벌써 중년인데 아직은 중년입니다. 아직은 8월의 태양처럼 이글거리고 싶습니다. 아직은 젊은 날의 가슴으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2005.8.16 |
인생은 김옥춘 인생은 소꿉놀이야 부자가 부자 되는 시장놀이 착해도 죽어야 하는 병원놀이 사랑해도 헤어지는 엄마아빠놀이 인생은 연극이야 가슴 아파도 웃어야 하고 없어도 기죽지 말아야 하고 자존심 상해도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세상살이 무대 위의 연극 인생은 섭리야 꽃 피고 열매 맺는 식물 짝짓고 새끼 키우는 동물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고 태어나면 죽어야 하는 운명 같은 우주의 기운 음과 양이 함께하는 섭리 인생은 가족이야 엄마 아빠라 부르다 엄마 아빠라 불리고 아가라 불리다 아가라 부르는 탄생과 죽음을 함께하고 기쁨과 고통을 함께하고 죽어서도 나의 피와 사랑을 살아 숨 쉬게 하는 누가 뭐래도 인생은 가족이야 2005.8.18 | 그러니까 너를 사랑해 김옥춘 사랑하는 사람은 땅에 묻지 않는데 사랑하는 사람은 가슴에 묻는 거래 사랑하면 죽어도 살아 있는 동안 함께 사는 거래 사랑하는 사람은 별이 된대 그리움으로 떠올라 저 하늘에서 밤새 반짝이다가 가슴으로 진대 사랑하는 사람 가슴으로 진대 사랑하는 사람은 땅에 묻지 않는대 저 하늘의 별은 하늘에 묻히지 않는대 사랑하는 사람은 저 하늘의 별은 사랑하는 사람 가슴에 돌아와 묻힌대 그러니까 내 가슴은 너의 무덤이래. 사는 동안 가슴에 품어 사랑하고 죽어도 너를 가슴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내 가슴은 너의 무덤이래. 그러니까 너는 나의 별이래 가슴에 품고 있어도 늘 그립고 저 하늘에 떠 있어도 늘 그리운 너는 단 하루도 지지 않는 나의 별이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거래 2005.8.19 |
선보지 맙시다. 김옥춘 선보지 맙시다. 사람의 됨됨이를 가려 보는 일이 그리 쉬운가요? 선보지 맙시다. 인연을 알아보는 일이 그리 쉬운가요? 선보지 맙시다. 사람 됨됨이 가려 사랑하나요? 선보지 맙시다. 그냥 술이나 한잔 합시다. 세상사 모두 가슴앓이이거늘 위로나 술잔에 나눕시다. 2005.8.22 | 습관 김옥춘 혼자 살면 혼자 살며 불편하지 않을 그런 습관들이 생긴다. 둘이 살면 둘이 살며 불편하지 않을 그런 습관들이 생긴다. 가족과 살면 가족과 행복하기 위한 그런 습관들을 배운다. 이웃들과 더불어 살면 가족과 이웃에게 멸시당하지 않고 존경받으며 살기 위한 그런 습관들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 습관은 내 가슴에 상처를 입기 전에 남들의 생활에 피해를 주기 전에 나와 가족이 길들여주는 사랑의 선물이다. 2005.8.22 |
가을바람 김옥춘 바람아 비누로 세수했니? 매끌매끌 매끄러운 바람 사랑의 속삭임만큼 떨리는구나. 바람아 몸무게 줄였니? 산들산들 산들바람 내 가슴 파란 하늘로 띄워 올리는구나. 바람아 사랑에 빠졌니? 살랑살랑 살랑한 바람 그리워 눈 감게 하는구나. 사랑하고 싶게 하는구나. 2005.8.23 | 들꽃처럼 오소서 김옥춘 가을이 아름다운 것은 당신을 사랑해야만 하는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가을이 외로운 것은 사랑해야 하는 당신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이 가을 들꽃처럼 내게 오소서 그대여 바람 찬 이 가을 꽃피워 열매 맺어야 하는 가을들꽃의 애타는 사랑 늦었지만 고개 숙이지 않고 당당히 꽃피워 씨를 익히는 정성 그대여 이 가을 들꽃처럼 내게 오소서 이제 우리는 만나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사랑해야 합니다. 가을이니까 내 인생 소중하니까 2005.8.23 |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 김옥춘 소리 없이 내리는 눈보다 통곡이라도 하듯 내리는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있다 사랑할 나이다. 사랑하고 싶은 이에게 사랑받고 싶은 이에게 빗소리는 간절히 기다리는 임의 심장 소리다. 설레고 싶은 자신의 심장 소리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보다 재잘거리듯 내리는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있다. 외로움의 나이다. 외로운 이에게 이 세상에 홀로인 듯한 이에게 빗소리는 다정히 다가오는 가족이다. 친구이다. 이웃이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보다 노래하듯 내리는 비가 더 좋아지는 나이가 있다. 삶이 무거운 나이다. 삶이 무거운 이에게 세상이 버거운 이에게 빗소리는 타령이다 자장가다 응원가다 2005.8.25 | 비는 사랑이다. 김옥춘 눈은 하얀 눈은 춤추듯 내린다. 나비처럼 내린다. 꽃가루처럼 내린다. 그래서 소리 없이 내리는 하얀 눈은 축제다. 기쁨이다. 희망이다. 비는 맑은 비는 통곡하듯 내린다. 노래하듯 내린다. 속삭이듯 내린다. 재잘거리듯 내린다. 그래서 소리 내어 내리는 맑은 비는 위로다. 친구다. 사랑이다. 2005.8.25 |
이제는 노래할 거야 김옥춘 매일 울 수 없잖아 매일 울 수 없어서 이젠 노래하기로 했어. 울고 싶은 만큼 노래하기로 했어. 매일 찡그릴 수 없잖아 매일 찡그릴 수 없어서 이젠 웃기로 했어 화내고 싶은 만큼 웃기로 했어 아버지도 그랬을까? 그래서 아버지의 노래가 슬프게 기억되는 걸까? 어머니도 그랬을까? 그래서 어머니의 미소가 쓸쓸하게 기억되는 걸까? 2005.8.27 | 가을이 온다 김옥춘 바람이 분다 가을바람이다 기분 좋다 햇살 따갑다 가을 햇살이다 기분 좋다 하늘 파랗다 가을 하늘이다 기분 좋다 꽃들이 피었다 가을 들꽃이다 기분 좋다 열매들이 익어간다 가을 열매다 기분 좋다 가을은 기분 좋게 온다. 이별이 두렵지 않은 사랑스러운 만남처럼 2005.8.31 |
들꽃을 사랑하게 되는 중년에 김옥춘 이제는 이제는 작은 풀꽃도 사랑하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작은 풀꽃 같은 내 삶도 사랑하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작고 작음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향기롭지 않다는 것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세상의 중심에 있지 않음에 노여워하지 않겠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밟히고 꺾인 세월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하찮아 보이던 들꽃을 이제는 중년인 이제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찮아 보이던 내 삶을 이제는 중년인 이제는 자랑스러워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제는 저 들에 핀 작은 풀꽃도 풀꽃 같은 인생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향기로울 수 있다는 것을 소중하다는 것을 압니다. 이제는 이제는 들에 핀 작은 풀꽃을 사랑합니다. 이제는 이제는 풀꽃 같은 나의 삶에 날마다 감사의 기도를 합니다. 2005.8.31 | 사랑하고 싶다 김옥춘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고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귀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존경받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기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함께이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편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보고 싶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고마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아름다움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고운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삶의 의미였으면 좋겠다. 너도 나에게 나도 너에게 바라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 해주고 싶은 것만 있었으면 좋겠다. 2005.9.1 |
삶이란 김옥춘 삶이란 축복일까? 벌일까? 사랑이란 행복일까? 아픔일까? 삶이란 축복받은 벌이고 사랑이란 행복한 아픔이다. 벌일지라도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아픔까지도 사랑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한다. 삶이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축복의 시간이다. 2005.9.7 | 성큼 오세요 김옥춘 봄비 오면 봄이 온다죠? 가을비 오면 가을이 온다죠? 비가 오면 봄이 성큼 온다죠? 비가 오면 가을이 성큼 온다죠? 봄비가 오면 가을비가 오면 성큼 다가설 계절이 당신일까 봐 지키고 서서 창밖을 바라봅니다. 성큼 오세요 봄처럼 성큼 오세요 가을처럼 오늘은 내 마음에도 비가 내립니다. 2005.9.20 |
식당은 김옥춘 식당은 진정으로 사람을 섬길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식당은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식당은 진정으로 인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식당은 세상의 모든 것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식당은 노동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식당은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식당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창조의 기쁨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식당은 자존심과 자부심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2005.9.22 | 가을이란 김옥춘 만남 중에 이별 같아서 인생 중에 황혼 같아서 가을엔 아프다 인연 중에 끝 같아서 사랑 중에 등 돌림 같아서 가을엔 외롭다 일 중에 정리 같아서 행사 중에 평가 같아서 가을엔 신중해진다 가을이란 반성의 계절이다 가을이란 나의 계절이다 가을엔 내 안이 더 잘 보인다. 2005.9.24 |
억새의 기도 김옥춘 나 하얗게 분 바르거든 나 허리 휘게 손짓하거든 그대여 나그네 그대여 한 번만 바라보고 가주오. 단 한 번만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만 보고 가주오. 나 하얗게 날거든 나 함박눈처럼 하늘에서 춤추거든 그대여 나그네 그대여 한 번만 웃어주고 가주오. 단 한 번만 사랑스럽다 칭찬해 주고 가오. 나 빈집처럼 바람 소리만 내거든 나 쓸쓸하게 울음소리만 내거든 그대여 나그네 그대여 한 번만 안아주고 가오 그래도 아름다운 삶이었다고 축복해주고 가오 2005.9.25 | 은행잎 노랗게 가을 깊어 가면 김옥춘 나도 물들고 싶다오 노랗게 나도 춤추고 싶다오 바람결 따라 그대여 바람이 되어 주오 나 그대가 되리다 노란 바람이 되리다. 나도 구르고 싶다오 피아노 선율처럼 나도 따라가고 싶다오 그대 가는 곳까지 그대여 바람이 되어 주오 나 그대가 되리다 노란 피아노 선율이 되리다. 2005.9.30 |
행복한 삶이란? 김옥춘 저벅저벅 걸어온 길 돌아보니 흔들리는 것 하나 없구나 날리는 것 하나 없구나 바람 소리만 가득하구나 저벅저벅 걸으며 세상을 보니 바람 이는 무성한 나무가 아름답구나. 애물단지 끌어안고 있는 이가 행복하구나 지워지더라도 발자국처럼 내 안의 피 이 세상에 조금만 남기고 간다면 그게 행복일 거야 썩어질지라도 씨앗 안의 잎사귀처럼 내 안의 생각 이 세상에 조금만 숨겨놓고 간다면 그게 아름다운 삶일 거야 2005.9.30 | 동네 공원의 도토리나무 김옥춘 쳐다만 보더니 흔들어 보더라. 흔들어 보더니 발로 차보더라 발로 차보더니 커다란 돌로 마구 친다. 사랑스러운 눈빛 고마워 도토리 한 알 주었더니 더 달래 조르는 맘 그래도 사랑인 것 같아 도토리 서너 알 주었더니 많이 달래 아파서 견딜 수 없어서 익은 도토리 다 주었더니 다 달래 죽을 것만 같아서 다 주었는데 다 가져가고 도토리 더 내놓으라고 커다란 돌로 마구 친다 무서운 어른들 가고 예쁜 꼬마들이 왔기에 도토리 주고 싶어 정신없이 찾고 있는데 꼬마들은 처음부터 돌로 치더라 약해서 덜 아픈데 가슴은 더 아프더라. 사람 맞을까 겁나더라. 이젠 바라만 보아도 무서워 떤다 다가오기 전에 단풍 만들어 털어버리련다. 2005.10.5 |
내 마음도 가을입니다. 김옥춘 가을 느낌으로 비가 내립니다. 낙엽 느낌으로 비를 맞습니다. 가을 느낌으로 바람이 붑니다. 억새 느낌으로 바람을 맞습니다. 가을 느낌으로 햇살이 따갑습니다. 곡식 느낌으로 햇살을 받습니다. 가을입니다. 내 마음도 가을입니다. 가을입니다. 가을도 나인 듯합니다. 사랑 기다리는 맘 붉기만 합니다. 2005.10.7 | 드라마란? 김옥춘 인생이란 적당히 꼬였다 풀리는 것이 아니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나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내 가족이다 꼬일 대로 꼬이고도 더 꼬여가는 내 주변이다. 드라마란 꼬일 대로 꼬인 내 인생과 막힘없이 살아온 네 인생의 대비다 인생이 나라면 드라마는 너와 나이다. 2005.10.10 |
세상의 끝에 서 있을지라도 김옥춘 외로운 날은 나 있는 곳이 세상의 끝이 된다. 행복한 날은 나 있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 된다 가난한 오늘이 외로운 오늘이 세상의 끝이라면 가난하지만 감사할 줄 아는 오늘은 세상의 중심이다. 외롭지만 자연과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오늘은 세상의 중심이다. 날마다 외로워서 날마다 가난해서 날마다 나 있는 곳이 세상의 끝 같지만 날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날마다 행복을 만들어야 한다. 날마다 사랑의 가슴으로 날마다 세상의 중심에 나를 세워야 한다. 2005.10.10 | 술을 마시면 김옥춘 취한다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은 늘 사랑스러운 너다 때때로 실망스러운 나다 취한다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은 사랑스럽기만 한 네게 빠져들어 헤어나기 싫은 나 자신이다 나를 취하게 하는 것은 때때로 실망스럽기만 한 내게서 도망치고 싶은 나 자신이다. 술을 마시면 취한다. 때로는 너 때문에 때로는 나 때문에 너를 사랑해도 취한다 때로는 너 때문에 때로는 나 때문에 취한다 2005.10.12 |
세상은 신은 김옥춘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맞을 것이다. 신은 편애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상은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맞을 것이다. 인생은 나의 것이 아닌 것이 맞을 것이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무엇 하나 맘대로 되는 것이 없다. 세상은 불공평한 것이 맞다 나 가난한 만큼 불공평한 것이다. 신은 편애하는 것이 맞다. 나 불행한 만큼 편애를 한다. 세상은 가진 것 많은 너의 무대가 맞다 인생은 사랑받는 너의 보람이 맞다. 세상을 공평하게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닌 나와 우리 모두다 신의 사랑이 공평하게 만드는 것은 신이 아닌 나와 우리 모두다. 가난하지 않은 이의 세상은 언제나 공평하다 사랑받는 이의 신은 언제나 공평하다 2005.10.13 | 중년의 가을 가슴앓이 김옥춘 여린 잎으로 저 산을 오르더니 붉은 단풍으로 저 산을 내려오는구나. 부풀어 가는 꿈처럼 그렇게 저 산을 오르더니 꿈꾸던 빛깔이 되어 그렇게 저 산을 내려오는구나. 꽃향기 실은 봄바람과 함께 저 산을 오르더니 바스락거리는 가을바람과 함께 저 산을 내려오는구나. 산을 올라간 봄은 가을이 되어 내려오는구나. 그리고 그리고는 춤을 추는구나. 춤을 추는 너는 새싹이었으며 봄이었으며 푸르름이었으며 여름이었으며 열매를 남긴 꽃이었으며 섭리에 충실한 아름다운 자연이었구나. 춤을 추며 떨어지는 너는 으스러져 흙이 된다 해도 아름답기만 한 삶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이구나. 춤을 추어야 하는 나도 아기였으며 걸음마였으며 청춘이었으며 열정이었으며 사랑이었으며 섭리에 충실한 아름다워야 할 자연이었구나. 춤을 추어야 하는 나도 열정의 빛깔 두려움의 빛깔까지 얼굴에 그대로 물들어가는구나 돌아가 흙이 된다 해도 아름다운 삶 간직해야 춤출 수 있겠구나 오늘 하루를 아름다운 마음으로 살아야겠구나. 오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구나. 단풍들고 낙엽 지는 오늘 아름답지만 두렵고 외롭구나. 2005.10.18 |
커피 한잔 하세요 김옥춘 향기를 드리고 싶어요 온기를 드리고 싶어요 내 마음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그래서 커피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향기로운 삶이길 바라요 따스한 가슴이길 바라요 사랑 가득한 하루하루이길 바라요 그래서 그래서 커피를 드립니다. 사랑합니다. 2005.10.20 | 가을날의 빗소리 김옥춘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빗소리가 들립니다.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가을 빗소리가 평화롭습니다. 자연의 소리라서일까요? 재앙이 아닐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요?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빗소리 따라 마음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가을 빗소리가 외롭습니다. 낙엽 지는 날 앞두고 있어서일까요? 사랑은 비껴가도 이별은 비껴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인생이기 때문일까요?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빗소리가 단풍의 볼을 타고 흘러 떨어집니다. 그리워 그리움에 사무쳐 빗소리 볼 위로 흐릅니다. 사랑의 가슴이 그립습니다. 이별도 아픔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랑으로 그대 걸어오소서. 다닥 다닥 다닥 또독 또독 또독 2005.10.21 |
잠깐이면 된다 김옥춘 사람 멋있어지는 거 잠깐이면 된다. 내가 급할 때 양보하는 사람을 보라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가? 사람 존경받는 거 잠깐이면 된다. 내가 초라할 때 나를 존중해주는 사람을 보라 얼마나 존경심이 생기는가? 사람 아름다워지는 거 잠깐이면 된다. 자연과 사회가 자꾸 어지러워지고 있는 지금 앉았던 자리 깔끔히 정리하고 일어서는 이웃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가? 멋있는 사람이고 싶다면 걸음과 마음을 느리게 하고 양보해 보라 존경받는 사람이고 싶다면 마음과 자세를 낮추고 사람들을 존경해 보라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면 자연을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사회를 내 가정이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아껴 보라 잠깐이면 당신도 멋진 사람이 된다 잠깐이면 당신도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 잠깐이면 당신도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2005.10.26 | 그러나 김옥춘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감사한 순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귀한 순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아름다운 순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사랑해야 할 순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행복한 순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살아있는 순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도 축복받은 순간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2005.11.2 |
모순 같은 조화 김옥춘 마음은 몸보다 빨리 크고 마음은 몸보다 더디 늙는다. 상처받기 쉬운 마음은 몸보다 빨리 크고 치료가 잘 안 되는 마음은 몸보다 더디 늙는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몸보다 빨리 크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은 몸보다 더디 늙는다 어려서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늙어서는 젊어지고 싶어 한다. 어려서 크기 싫고 늙어서 죽고만 싶다면 인생을 아름답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2005.11.2 | 우리 동네에 가을이 왔대요 김옥춘 사람들이 그랬어요. 가을이 왔다고 창밖을 바라보며 동네를 다 돌아다녔지만 가을이는 만나지 못했어요. 그런데 우리 동네가 달라졌어요. 나뭇잎에 누가 색칠을 해놓았어요 사람들이 그랬어요. 가을이 왔다고 나뭇잎을 바라보며 가을이는 색칠하는 사람인가 봐요 가을이는 키가 큰가 봐요 나무 끝까지 색칠을 했어요. 2005.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