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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벽산(紅塵碧山)
마음이 고요하면 티끌 세상이(紅塵) 바로 푸른 산속(碧山)이라는 뜻으로, 느림의 여유는 깊은 산 속에 있지 않고 내 마음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紅 : 붉을 홍(糹/3)
塵 : 티글 진(土/11)
碧 : 푸를 벽(石/9)
山 : 뫼 산(山/0)
출전 : 흠영(欽英)
유만주(兪晩周)가 자신의 일기 '흠영(欽英)'에서 이렇게 썼다.
無事則一日如一年.
일이 없으면 하루가 마치 1년 같다.
以此知有事則百年猶一年也.
이로써 일이 있게 되면 백 년이 1년 같을 줄을 알겠다.
心靜則紅塵是碧山.
마음이 고요하면 티끌세상(紅塵)이 바로 푸른 산 속(碧山)이다.
以此知心不靜則碧山亦紅塵也.
이로써 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푸른 산 속에 살아도 티끌세상과 한가지일 줄을 알겠다.
一日一年, 紅塵碧山,
則便是長生久視之仙矣.
하루를 1년처럼 살고, 티끌세상에 살면서 푸른 산 속처럼 지낸다면, 이것이야말로 장생불사의 신선일 것이다.
조선 시대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삼전도(三田渡)를 건너며 지었다는 시다. 이덕무의 '이목구심서(耳目口心書)'에 나온다.
方爲沙上人, 恐後船上人.
바야흐로 백사장에 있을 적에는, 배 위 사람 뒤처질까 염려하다가,
及爲船上人, 不待沙上人.
배 위에 올라타 앉고 나서는, 백사장의 사람을 안 기다리네.
백사장에서는 나룻배가 자기만 떼어놓고 갈까 봐 애가 탔다. 겨우 배에 올라타 앉고 나자, 저만치 달려오는 사람은 눈에 안 보이고 왜 빨리 출발하지 않느냐며 사공을 닦달한다는 것이다.
발을 동동 구르며 쫓기듯 하루가 간다. 아무 일 없이 가만있으면 불안하다. 금세 뭔 일이 날 것 같고, 나만 뒤처질 것 같다. 조급증은 버릇이 된 지 오래다.
조금만 마음 같지 않아도 울화가 치밀어, 분노로 폭발한다. 몇 분을 못 기다려 50대는 햄버거를 종업원의 얼굴에 집어 던지고, 담배 안 판다고 10대가 60대를 폭행한다.
순간의 욕망을 못 참아 인명을 해치고, 울컥하는 칼부림으로 인생을 그르친다. 술만 먹으면 고삐 풀린 이글거림이 멀쩡하던 사람을 짐승으로 바꿔버린다.
배운 사람이나 안 배운 사람이나 같다. 지위의 높고 낮음도 별 차이를 모르겠다. 지나고 나면 왜 그랬나 싶은데, 돌이켜봐도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미래의 경쟁력은 속도에 있지 않다. 속도를 제어하는 능력에 달렸다. 느림의 여유는 내 마음에 있다. 깊은 산 속에 있지 않다. 쫓아오는 것 없이 빨라진 시간에 강제로라도 경고 카드를 내밀어 속도를 늦춰야 한다. 허둥대는 것을 빠른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 홍진벽산(紅塵碧山)
정새난슬이 만든 첫 번째 앨범 '다 큰 여자', 두 번째 트랙 '클랩함 졍선역으로 간다'에 나오는 가사 일부이다. “마음이 무얼까. 마음이 무얼까. 난 네게 대답했지. 마음이 무얼까. 모르겠어.”
가사가 서정적이고 선율이 맑아 마음을 흠뻑 적셨다. 특히 “마음이 무얼까”를 반복하여 묻고 나서 “모르겠어.”라고 갈무리한 부분은 시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세상살이를 하면서 마음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 마치 경마장을 달리는 말처럼 누군가를 추월하려고 속력을 붙이며 산다.
이러다보니 사람을 만날 시간이 없고, 길섶에 핀 풀꽃을 내려다 보거나 하늘에 뜬 달을 바라볼 겨를이 없다. 그래서 가슴이 메마르고 생각이 딱딱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누구로 살지 못하고 각자가 등을 돌리고 섬처럼 떠다닌다.
새밑이 다가오고 있다. 이럴 때 대부분 사람은 마음이 바빠지기 마련이다. 한 해 동안 할 일 없이 나이만 먹는 것 같아 조급해지고, 다른 사람보다 뒤쳐진 것 같아 쓸쓸해진다.
이럴 때 마음을 잘 붙잡으려고 조심하지만, 손우물에 있는 물처럼 쏙쏙 빠져나가기 일쑤이다. 옆은 커녕 뒤를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우리는 길을 가다 몇 번쯤 뒤돌아봐야 한다. 발자국은 잘 따라 오는지, 멀쩡하다고 믿는 것 속에 솎아내 버릴 것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속 깊이 간직해야 할 사연을 혹시 잡동사니로 버리지 않았는지 멈춰 서서 생각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는 것은 보행이 아니라 이기이다. 눈 맑게 뜨고 오던 길 다시 돌아봐야 한다. 혹 애절하게 이름 부르며 함께 가자고 부르는 사람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여유는 먼 곳에서 온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온다. 우리 삶은 얼마나 속력을 내며 사느냐보다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속력의 노예가 되어 가속페달을 밟고 오로지 질주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서로 경쟁을 부추기는 구조이다. 그래서 아무 일을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 것 같아 괜히 불안해 한다. 그래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지 못하고 달린다.
꽃밭에서는 꽃냄새가 나야하고 바다에서는 갯냄새가 나야한다. 그래야 꽃이 꽃답고 바다가 바다답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사람 냄새가 훈훈하게 나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상대를 짓밟아야 할 경쟁자로 여기기 때문에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 냄새가 나지 않고 피 냄새가 난다.
운전하면서 길바닥에 쓰러져 죽은 들짐승이나 산짐승을 가끔 본다. 이들은 속력에 희생된 것이다. 속력에 희생된 것은 이들뿐이 아니다. 우리 인간도 우리가 만든 속력에 죽어가고 있다.
산중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든 고요하게 마음을 가라앉혀 평화스러우면 그곳이 곧 산중이다.
사람 사는 세상이 조용할 수는 없다. 깊은 도량으로 출가한 수도승이 아니고서는 세상이 들려주는 소음을 어차피 듣고 살아야 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음악도 마음이 고요하지 않으면 소음에 불과하다. 천국도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했다.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먹고 다스리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
아직도 쌀 한 톨, 밥 한 공기 되지 않는 글을 쓰는데 목을 매달고 있다. 그래서 끼니는 허기와 함께 찾아왔고 허기는 끼니와 함께 굴러왔다.
글과 새 살림을 차린 지 오래 되었는데도, 아내는 도둑질이나 배워오라며 잔소리 한 번 하지 않았다. 이런 아내 때문에 쫄쫄 굶어도 아침이 내 맘속으로 고요하게 찾아왔다. 농협에서 상환금 독촉장이 몇 번 날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부자이다.
올 한 해가 아직도 보름 이상 남았다. 내가 쓴 글이 추잡스럽지 않게 마음을 깨끗하게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집을 낼 때마다 빚이 늘지만, 내가 쓴 시가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넓게 먹으려고 한다.
가진 것이 너무 없다고 생각하면 가난뱅이가 된다. 그러나 가진 것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 부자가 된다. 자신이 가난하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고 인색해진다.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면 너그럽고 후해진다.
홍진벽산(紅塵碧山), 시끄럽고 추한 속세인 인간 세상도 어떻게 마음먹고 마음 쓰느냐에 따라 푸른 산중이 된다. 이 고요한 산중에 앉아 시심에 깊이 빠지니 천하에 나보다 더한 부자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푸른 기와집에서 모 재단을 설립한다며 기금을 내라고 연락 한 번 한 적 없었고, 국회 청문회장에 한 번도 불러나간 일이 없다. 이래저래 나는 참 행복한 갑부이다.
▶️ 紅(붉을 홍, 상복 공)은 ❶형성문자로 红(홍)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 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工(공)으로 이루어졌다. 옷감, 천의 赤白色(적백색)인 것, 연한 적색(赤色) 등이 전(轉)하여, 그 색을 물들이는 풀의 이름 또는 단순히 적색(赤色)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紅자는 ‘붉다’나 ‘번창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紅자는 糸(가는 실 사)자와 工(장인 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工자는 ‘장인’이나 ‘만들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紅자는 붉은색으로 염색한 실을 뜻하는 글자이다. 고대에는 실을 염색해 다양한 무늬와 색을 입힌 옷을 입었다. 紅자는 그중에서도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붉은색’을 입힌 실을 뜻한다. 紅자에 쓰인 工자는 ‘공, 홍’으로의 발음 역할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공(加工)’이라는 의미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왜냐하면, 실에 색을 입히기 위해서는 장인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紅(홍, 공)은 홍색(紅色)의 뜻으로 ①붉다 ②빨개지다, 붉히다 ③번창하다 ④운이 좋다 ⑤순조롭다 ⑥성공적이다 ⑦잘 익다, 여물다 ⑧붉은빛 ⑨주홍, 다홍 ⑩연지(臙脂: 입술이나 뺨에 찍는 붉은 빛깔의 염료) ⑪이윤(利潤) ⑫털여뀌(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 그리고 ⓐ상복(上服: 윗옷. 위에 입는 옷)(공) ⓑ일, 베짜는 일(공)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붉을 단(丹), 붉을 주(朱), 붉을 적(赤)이다. 용례로는 얼굴과 몸에 좁쌀 같은 발진이 돋으면서 앓는 어린이의 돌림병을 홍역(紅疫), 차나무의 잎을 발효시켜 녹색을 빼내고 말린 찻감을 홍차(紅茶),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좁고 긴 바다를 홍해(紅海), 다홍빛 치마를 홍상(紅裳), 붉고 윤색이 나는 얼굴을 홍안(紅顔), 뺨에 붉은빛이 드러남을 홍조(紅潮), 수삼을 쪄서 말린 불그레한 빛깔의 인삼을 홍삼(紅蔘), 바람이 불어 햇빛에 벌겋게 일어나는 티끌을 홍진(紅塵), 붉은 연꽃을 홍련(紅蓮), 붉은 잎으로 붉게 물든 단풍잎을 홍엽(紅葉), 붉은 빛깔의 옥을 홍옥(紅玉), 철이나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 있는 붉은빛 흙을 홍토(紅土), 겉에 붉은 칠을 발라 간 토기를 홍도(紅陶), 물렁하게 잘 익은 감을 홍시(紅柹), 붉은 옷을 입은 어린아이를 홍동(紅童), 껍질 빛이 검붉은 팥을 홍두(紅豆), 붉은 등불을 홍등(紅燈), 붉은 빛깔의 머리털을 홍모(紅毛), 흰빛이 섞인 붉은빛을 분홍(粉紅), 붉은빛과 누른빛의 중간으로 붉은 쪽에 가까운 빛깔을 주홍(朱紅), 귤피의 안쪽에 있는 흰 부분을 벗겨낸 껍질을 귤홍(橘紅), 짙은 붉은빛을 농홍(濃紅), 매우 짙게 붉은 물감을 북홍(北紅), 얼굴빛이 붉어짐을 통홍(通紅), 제사 때 제물을 차려 놓는 차례로 붉은 과실은 동쪽에 흰 과실은 서쪽에 차리는 격식을 홍동백서(紅東白西),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뜻으로 같은 조건이라면 좀 더 낫고 편리한 것을 택한다는 동가홍상(同價紅裳) 등에 쓰인다.
▶️ 塵(티끌 진)은 회의문자로 본디 글자 鹿(록; 사슴)이 떼지어 달릴 때 흙먼지가 일어나는 모양을 뜻하고, 바뀌어 먼지의 뜻이 되었다. 그래서 塵(진)은 십진(十進) 급수(級數)의 단위(單位)의 하나. 사(沙)의 만분의 일. 애(埃)의 열 곱절의 뜻으로 ①티끌 ②때, 시간(時間) ③유업 ④소수의 이름 ⑤더럽히다 ⑥묵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티끌 많은 세상을 진세(塵世), 티끌 세계 또는 이 세계를 진계(塵界), 티끌 세상을 진경(塵境), 티끌의 세계를 진환(塵寰), 세상의 속된 것을 진애(塵埃), 티끌과 흙을 진토(塵土), 속된 마음이나 평범한 생각을 진금(塵襟), 속되고 비루함을 진루(塵陋),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을 더럽힌다는 뜻으로 상대방에 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진혼(塵溷), 속세의 명예와 이익을 생각하는 마음을 진념(塵念), 속세의 어지러운 일이나 세상의 속된 일을 진사(塵事), 지저분한 속된 세상을 진속(塵俗), 티끌을 분진(粉塵), 바람이 불어 햇빛에 벌겋게 일어나는 티끌을 홍진(紅塵), 연기처럼 자욱하게 일어나는 모래 섞인 흙먼지를 사진(沙塵), 바람과 티끌으로 세상에 일어나는 어지러운 일을 풍진(風塵),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음을 방진(防塵), 속세의 티끌로 세상의 여러 가지 번잡한 사물을 속진(俗塵), 공기 중에 떠도는 먼지를 걷어 없애는 일을 수진(受塵), 썩 작은 티끌이나 먼지 또는 썩 작고 아주 변변하지 못한 물건을 미진(微塵), 차가 달려간 뒤에 일어나는 먼지를 차진(車塵), 세속을 벗어남을 출진(出塵), 더러운 먼지를 오진(汚塵), 티끌 모아 태산으로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큰 것이 될 수 있다는 뜻의 속담을 진합태산(塵合太山), 먼지를 밥이라 하고 진흙을 국이라 하는 어린아이의 소꿉장난이라는 뜻으로 실제로는 아무 소용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진반도갱(塵飯塗羹), 밥 짓는 시루를 오래 쓰지 아니하여 먼지가 앉았다는 뜻으로 매우 가난함을 이르는 말을 증중생진(甑中生塵),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헛된 노력을 이르는 말을 누진취영(鏤塵吹影), 가슴에 먼지가 생긴다는 뜻으로 사람을 잊지 않고 생각은 오래 하면서 만나지 못함을 일컫는 말을 흉중생진(胸中生塵), 늙바탕에 겪는 세상의 어지러움이나 온갖 곤란을 백수풍진(白首風塵), 바람 앞의 티끌이라는 뜻으로 사물의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풍전지진(風前之塵) 등에 쓰인다.
▶️ 碧(푸를 벽)은 ❶형성문자로 玉(옥; 구슬)과 石(석; 돌),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명백하다의 뜻을 가진 白(백, 벽)으로 이루어졌다. 옥돌의 맑고 푸른 기가 있는 흰색이, 전(轉)하여 푸르다, 녹색의 뜻으로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碧자는 ‘푸르다’나 ‘푸른빛’, ‘푸른 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碧자는 珀(호박 박)자와 石(돌 석)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호박이란 소나무 송진이 화석화된 것을 말한다. 고대부터 호박은 보석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보석을 뜻하는 珀자에 石자를 더한 碧자는 ‘푸른 옥’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로 ‘푸른빛’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碧(벽)은 벽색(碧色)의 뜻으로 ①푸르다 ②푸른빛 ③푸른 옥(玉) ④푸른 물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푸를 창(蒼), 푸를 록(綠), 푸를 취(翠), 푸를 청(靑)이다. 용례로는 짙게 푸른 하늘을 벽공(碧空), 안구가 푸른 눈을 벽안(碧眼), 깊고 푸른 바다를 벽해(碧海), 물빛이 매우 푸르게 보이는 맑은 시내를 벽계(碧溪), 푸른 물결을 벽랑(碧浪), 푸릇푸릇한 구름을 벽운(碧雲), 푸른 이끼를 벽태(碧苔), 이끼 끼어 푸른 바위를 벽암(碧巖), 푸른 하늘을 벽주(碧宙), 푸른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벽간(碧澗), 풀과 나무가 무성한 푸른 산을 벽산(碧山), 푸른 비단을 벽라(碧羅), 푸른 하늘을 벽락(碧落), 짙은 푸른빛을 벽록(碧綠), 푸른 물의 흐름을 벽류(碧流), 곱고 짙푸른 빛깔을 벽색(碧色), 푸른 나무를 벽수(碧樹), 깊어서 푸른빛이 나는 물을 벽수(碧水), 푸른빛을 띤 옥을 벽옥(碧玉), 푸른 빛깔의 매우 단단한 기와를 벽와(碧瓦), 푸른 하늘을 벽우(碧宇), 푸른 하늘을 벽천(碧天), 구리에 녹이 나서 생기는 푸른 빛깔을 벽청(碧靑), 푸른 물결을 벽파(碧波), 푸른 하늘을 벽허(碧虛), 푸른빛을 띤 진한 피를 벽혈(碧血), 항상 푸름을 상벽(常碧), 약간 검은빛을 띤 청색을 감벽(紺碧), 짙은 푸른빛을 남벽(藍碧), 푸른 바다가 뽕나무 밭이 되었다는 벽해상전(碧海桑田), 푸른 시내가 흐르는 산골이라는 벽계산간(碧溪山間), 이끼 낀 푸른 바위와 그윽한 돌을 벽암유석(碧巖幽石) 등에 쓰인다.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산천의구(山川依舊)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