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4021. 춘분을 지내고서
민구시기
어제가 춘분이었습니다
춘분 날 아침에는 비와 눈이 내렸습니다
산수유와 목련이 피고 개나리도 피고, 진달래, 생강나무 꽃, 제비꽃,
지난 주말에 산엘 갔는데
얼레지도 마릴린 먼로의 치마처럼 자락을 걷어 올리면서 종아리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봄에 피는 꽃 치고 꽃샘 추위 한 두 번 겪지 않고 피는 꽃은 없지요
모든 준비가 갖추어진 후에 꽃을 피우려면 늦다고
부족한 가운데 일단 피우고 나서 견디고,
견디면서 크고 열리고 맺는 것이라고,
북쪽으로 가는 기러기들도 멀고 먼 밤하늘을 날면서
천둥, 번개, 우박이나 소나기, 회오리 돌풍 몇 번 겪어보지 않고 고향으로 간 적은 없었다고
그렇게 견디면서 마디가 굵어지는 것이라고
계절이 가르쳐 줍니다
밤과 낮의 길이가 같고
어둠과 밝음의 무게가 같고
사랑과 미움의 부피가 같은 것을 깨닫는 날입니다
생은 매일이 춘분이고 추분인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 살짝이라도 착한 쪽으로 기우는 삶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추분 이야기를 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춘분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세월이 빠른 것인지, 내가 느린 것인지?
시간은 변함없이 같은 속도로 자전과 공전을 따라가고 있는데 저만 절고 있는 것 같네요. 그래도 열심히는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