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방개와 똥방개 - 文霞 鄭永仁 수필
어렸을 적, 우리 고장에서는 물방개 종류도 두 가지가 있었다. 쌀방개와 똥방개이다. 쌀방개는 등 가장자리에 노랑색 금테가 있었고, 그냥 전체가 시커먼 것은 똥방개라 했다.
쌀은 우리 민족 고래의 중요한 주식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동양인은 쌀이 주식이라면 서양인은 밀이 주식이다. 그래서 그런지 대개 품질 좋은 것에는 접두어로 ‘쌀’자를 붙였다. 그만큼 쌀이 중요한 것임을 내포하고 있다. 좀 헐하거나 시원찮은 것은 ‘보리’나 ‘똥’ 자를 붙였다. 쌀개와 똥개, 쌀방개와 똥방개, 쌀젖과 보리젖‘ 남자의 거시기도 쌀××와 보리××라 불렀다.
참굴비가 있으면 보리굴비가 있었고, 복숭아도 개복숭아가 있었다. 쌀밥과 보리밥은 밥의 쌀의 대치점에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즘에는 별로 먹지 않던 개복숭아가 대접을 받고 있다. 쌀은 예로부터 모든 물건값의 기준이 되었다. 하숙비도 쌀 몇 말로 정해지곤 했다.
예전에는 쌀로 술을 담그지 못하게 하여 밀가루나 보리쌀로 술을 담글 정도였다. 북한 김정일의 소원은 ‘인민에게 이밥과 고깃국을 먹이는 일’이었으나 그들은 이제껏 해결하자 못하고 인민을 굶주림과 아사에 허덕이게 하고 있다.
한자로 쌀을 뜻하는 ‘쌀 미(米)자를 파자해 보면 ’八十八‘이 된다. 쌀 한 톨을 얻으려면 농부의 손이 88번의 수고가 들어간다니 얼마나 귀중한 존재인가. 일미칠근(一米七斤)이라 했다. 쌀 한 톨 생산하는데 농부가 흘리는 땀이 7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밥 한 톨이라도 남기면 야야단하셨다. 며느리가 버린 개숫물에 밥찌꺼기가 수체구멍에 나가면 시어머니의 호령이 여간 아니었다.
그런 쌀밥이 지금은 하대 받고 있다. 쌀밥을 먹는 양이 줄고, 식단의 서구화, 탄수화물 문제 등으로 인하여 점점 1인당 쌀 소비량이 줄고 쌀은 남아돌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은 자금자족하고 있으나 다른 곡식은 부족하여 식량부족국가이다. 꽁보리밥을 먹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보리밥이 웰빙식품으로 자리 잡고 세월은 변한다. 편의점이나 마트에 가 보면 햅반이라는 쌀밥이 천지다. 지금 막걸도 다 쌀막걸리다.
한국사회에서는 ‘똥’자는 좋은 의와 나쁜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똥꿈과 개꿈 등‘ 보신탕도 똥개 보신탕이 제일 치고, 오래된 차를 똥차라고 비하한다. 똥꿈 꾸면 복권을 사고, 화투에서 똥을 싸면 몇 장으로 튀기도 한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하고 똥을 밟으면 재수가 없다고 한다. 누런 똥색은 임금 사용하는 색일 떼도 있고, 인간의 좋아하는 황금의 색도 똥색이다. 지금은 황금 한 돈에 사오십만원을 호가 하니….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들은 똥마려운 개처럼 공천에 매여 허둥지둥한다. 똥뚜깐의 똥물로 뒤길 인간들이 부지기수다. 똥막대기로 쳐내어야 할 군상들이 말이다. 마치 ‘똥키호테’처럼 국회의원의 본분을 버리고 국정을 좌지우지하나 그저 똥말만 지껄인다.
이에랴, 똥물에 튀길 인간들, 그들의 입에선 그저 똥말만 마구 하수구로 쏟아져 나온다.
그래도 나는 똥꿈을 꾸기를 고대한다. 로또복권 1등 당첨을 고대하면서…. 나도 똥꿈을 꾸면 복권을 살 것이다. 하기야 자유공원 길가에서 쌀방개가 가는 대로 사행심을 부추김에 용돈을 털어 놓던 그 시절이나 욕심은 별반 달라진 게 없으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