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긴 하지만 이번 일은 직접 사장님이 가신다고 연락드렸기 때문에 사장님이 가시지 않으시면 어느 정도 마찰이 일어 날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도 처리 못하면 이 회사에 있을 이유는 없지. 내가 뽑은 신입사원이라면 그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하는데.”
냉정하고 또한 그 만큼 냉철하다. 매일 보던 억양과 다른 건 없는 말투이지만 내가 하는 일은 모든 일이든 문제란 없다. 라는 자신감이 눈에 보일 정도로 드러나 있는 말투이다.
또한 그 말 하나로 다른 사람에게 모든 신뢰감, 용기를 준다.
최한서씨의 말이 끝나자 사비서님은 그렇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한번 웃어 보이며 책상위의 서류들을 챙기기 시작했고 최한서씨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어? 잠시 만요 열쇠 주고 가셔야죠, 꼬마 빨리 형 잡아!”
“누나.”
서둘러 최한서씨를 따라 나가려는 나를 불러 세운 하진이.
“어?”
“....아니야.”
“싱겁기는. 나 빨리 저 사람 잡아야 한다고. 너도 빨리 아르바이트가. 오늘 첫 출근인데 꼬투리 잡히면 너만 힘들어.”
“그래.”
“아줌마, 형이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갔어.”
“뭐! 그럼 잡았어야지. 하진아 나중에 집에서 보자. 안녕히 계세요 사비서님.”
어딜 가는 건 좋은데 열쇠는 주고 갔어야지.
열심히 승현이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누르지만 이미 1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전광판. 왜 하필 사장실은 제일 꼭대기 층에 있는 건지.
잠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이미 보이지 않는 최한서씨!
“이게 뭐야! 너 그냥 우리집에서 살래? 나 또 너희 형을 만나러 여기 올 바에는 그냥 월급 안 받고 그냥 너 우리집에서 키워줄게.”
그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타이어 마찰소리.
“타.”
그리고 보이는 얼음인간 최한서씨.
순간 멍하니 최한서씨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나를 끌러 당겨 자신의 뒤에 서게 한 승현이. 아직 어려서 끌려간 게 아니라 내가 걸어서 뒤로 간 거긴 하지만.
“기사아저씨 부를 거야.”
“오늘은 쉬는 날이야. 니가 불러도 오지 않아.”
잠시의 침묵. 그리고 그 침묵을 깬 승현이.
“나는 아줌마를 지킬 거야.”
“그래, 이번에는 니가 꼭 지켜라. 그런데 나도 이미 미쳐버리고 있는 거 같다.”
“형이 미치면 아줌마가 위험해.”
“알아 그 정도는 그러니까 니가 지켜라. 나에게서 말이야.”
7살인 승현이와 29살인 최한서씨. 나이 차이는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 만큼의 차이이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 정도로 냉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은 차에 탔다. 물론 몇 분의 실랑이가 있긴 했지만 기사도 없고 나 또한 여러 번의 택시비와 버스비로 바닥난 돈이 지금 이 결과의 요인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차를 타고나서도 계속 되는 침묵.
괜히 이런 침묵을 깨야 할 거 같은 이 책인감이 발동해 버렸다.
“저기 최한서씨, 열쇠는 어디서 찾으셨나요?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이던데, 그치 꼬마야?”
평소보다 더 오버해서 말을 건 내 질문에 아주 고이 씹어 먹어버린 두 사람.
그래 형제는 닮았다더니 이런 것만 잘 닮는다 이거군.
“오늘 날씨 엄청 좋다. 이런 날씨에는 야외 소풍이 딱 인데! 우리 도시락 싸서 공원 가서 밥 먹을 까요?”
“아줌마 시끄러워.”
아 네, 조용히 하죠.
누구는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나. 나도 어디 가면 얌전하고 조신한 여인이라고.
“소풍이라면 휴일이 좋겠군.”
드디어 내 말에 대구해주는 최한서씨! 감사해요! 그나저나 당신이 소풍이라는 말에 대구해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그렇죠? 역시 소풍은 휴일이 제격이죠.”
“휴일에도 회사일 있으면서 그런 생각하는 건 나쁜 사장이야.”
우리의 대화에 찬물을 끼얹어 버린 승현이. 이 자식 드디어 이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건만 나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려!
“사장도 가끔은 쉬어야 회사가 돌아가지.”
“그럴 필요 없어. 형 같은 사람이 쉬면 직원들이 놀라서 회사를 그만 둘지도 몰라.”
“그렇게 소풍이 마음에 안 든다면 너의 아줌마와 나만 가지.”
백미러를 통해 승현이를 보며 웃어 보이는 최한서씨.
순간 나의 몸이 경직되어버렸다.
어째서요? 나는 당신과 둘만 있을 생각은 전혀 추어도 없단 말입니다. 당신과 둘만 있다가는 아마 내가 꽁꽁 얼어 버릴 거야.
“말도 안 돼! 나도 아줌마랑 소풍 갈 거야!”
잘한다, 우리 승현이! 이번 일은 꼭 막아야 하느니라.
“그럼 정해 졌네. 이번 주 일요일에 가지.”
말이 씨가 된다는 건 정말 존재하는 일이었어. 나는 그저 이 분위기를 풀어 보려고 한 거뿐인데 어째서 사실이 되어 버린 거야.
지금 와서 농담이었다고 말하면 나는 저-기 남태평양에 빠뜨려 버릴 거야. 그렇다면 정말 소풍 가야 하는 거야!
“다 왔어.”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열쇠를.”
이번에도 역시 내 말을 고이 먹어주시고서는 문을 열고 내려버린다.
뭘 하려는지 몰라 남자를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직접 열쇠로 문을 열고는 다시 차를 탄다.
“안 내려? 빨리 문 안 잡으면 문이 또 잠길 텐데.”
스르르 잠기는 문을 가르키며 나를 쳐다보는 최한서씨.
“으아! 꼬마 빨리 문잡으러 가자!”
허둥지둥 내리는 나를 보며 일요일날 보자는 말을 하고선 쌩하니 가버렸다.
결국 소풍은 확정이 되어버렸다.
나의 아름다운 일요일을 당신과 함께 있어야 하는 건가?
이건 최악이야!
승현이 집에서 승현이의 옷과 양치도구들을 챙기고 우리집으로 왔다.
“아줌마.”
“왜?”
“우리 놀이기구 타러 가자. 나는 롤러코스터도 타고 싶고 바이킹도 타고 싶고.”
주절주절, 형에게는 그렇게 어른처럼 말하더니 결국은 소풍에 7살 꼬마로 돌아가 버렸다. 나는 머리가 터져 버릴 거 같은데 너는 어째서 그렇게 즐거운 거니.
“도시락은 샌드위치가 좋아?”
“무슨 소리야, 도시락 하면 당연히 김밥이지!”
그리고 도시락 하나에 나도 7살로 돌아가 버렸다.
“김밥이 뭐야?”
“그건 말이야! 한국에서는 소풍갈 때 꼭 챙겨야 하는 필수 항목이야. 김밥 없으면 그건 소풍이 아닌 거지.”
“김밥이 어떤 건데?”
“어? 그건 김에 밥 올리고 햄이랑 계란이랑 단무지랑 어묵이랑 오이랑 넣어서 이렇게 싸는 거야.”
바닥에 있던 책을 잡고 돌돌 마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갸우뚱 거리는 승현이.
결국 방법은 내가 직접 만들어 보이는 건가. 이건 너무 위험 부담이 큰일인데.
결심했어! 승현이를 위해서 내가 만드는 거야! 김밥 정도야 그냥 말면 되는 거야.
어릴 때 엄마가 김밥을 만들었던 걸 참고로 해서 해보는 거야.
“꼬마, 이 아줌마가 김밥이라는 게 어떤 건지 확실히 알려주지.”
“아줌마 요리 못 하잖아. 하진이형 오면 해달라고 할래.”
저 자식이!
결국은 승현이를 끌고 시장으로 향했다!
“우와- 여기 엄청 커.”
“그렇지? 원래 재래시장이 마트보다 훨씬 커 거기다가 여기서는 흥정도 가능하다고.”
“흥정?”
“응, 값을 깎는 거야.”
이제 알아들은 건지. 미소를 지으며 끄떡이는 승현이다.
자 그럼 이제 재료를 한번 사 볼까나.
※소설을 전반적으로 수정했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대학은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습니다.※
※결국은 이틀 밖에 안 쉬었네요. 사실 대학 기숙사도 알아보고 한다고 더 있다가 글 올리려고 했지만 대학가면 소설 못 쓰잖아요,, 더군다나 간호라더 더욱 시간이 부족할듯,,그 전에 완결 내야 할텐데. 기다리신분이 계시기나 하려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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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꼬리말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재밋어요.댓글다는건 처음인듯.
윤보란님은 두번째랍니다. 저번에도 한번 달아 주셨어요.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쁘네요^^
소풍가기전에 하연이가 만든 김밥먹구 병원으로 실려가겟네여 ㅋㅋ-ㅁ-;;ㅎㅎㅎ
대단한 센스쟁이, 추리력을 키우시는 거에요? 다음편 쓰는데 참고 됐답니다~
> < ㅎㅎ 저 기다려요! 레드 유혹님 소설 너무 재밌어요~ 히히
기다려 주셔서 감사해요. 입학전에 빨리 완결이 나야할텐데 말이죠.
히히 잘보고있읍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한서가 김밥먹고 난리부릴거같은데요??히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봐주셔야 해요~
재밋어여 ><캬~,ㅋㅋㅋㅋ담편기대기대
처음 보시는 분이네요. 자주 뵈요!
저두기다려요 ㅋㅋㅋㅋㅋㅋ 재밋어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끝까지 기다려 주셔야해요. 중도에 포기하시면 미워요~
엉엉 ㅜㅜ 저도 기다렸다고요~ 오늘은 한숨자고 있어났는데 레드유혹님 소설있어서 너무 좋아요 ~ㅋㅋ
처음부터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염<< 담편 기대할께용~
인생을 살다보면 직진이 아니라 우회할때도 있는거니까.. 너무 실망하지마시구.투잡을 가진다고 생각하면 되잖아요^^일도하고 하고싶은 글도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