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방울새와 개똥지빠귀가 무슨 말을 나눌까
심우기
보리수 다 떨어지고 이파리 짙어지면
이파리 사이 숨어있던 홍방울새와 개똥지빠귀가 서로 안부를 묻지
너는 마음 어디까지 닿아 내려 보았냐고
정박하지 못한 영혼을 입에 물고
아무도 닿을 수 없는 깊은 바다에 던져 버렸다고
그렇게 한철 여름은 폭염으로 가고
말라비튼 나뭇가지만 바스락대는 숲 속에 길을 잃고 눈먼 새 되어
공중의 하늘을 거꾸로 날다 보면
나는 너의 웃음을 듣고 너는 나의 울음을 듣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동기들과
부화하지 못해 둥지에서 떨어져 죽은 슬픈 이야기가
바닥의 세상에선 소문처럼 떠돈다지
나귀와 노새의 만남처럼 그렇게
아무렴 우리의 밀담 같을까
아무도 너와 나의 노래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야
<<심우기 시인 약력>>
*2011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밀사』.
*영미번역시집『그대여 내사랑을 읽어다오』.
*번역 공저 『첫눈 오는 날』.
여행노트: 사회적 소통을 종주먹 들이대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나는 소통을 실천하고 있는가.
60cm아파트 이웃과도 수 십년을 냉랭하게..... 마음 터놓고 지내는 도시인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자신의 패를 속속들이 까 보이면 무리로부터 외면 당하는 손해를 보거나 얕잡아보이거나 밟힌다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라도 좋은 옷을 , 속빈 강정일망정 넓은 집으로 이사를 , 과시욕으로 상대적 빈곤을 부추기며 ... 척을 하며 한다
그러니 다친 자존심으로하며 상처 준 자는 없고 상처 받은 자들로 잠 못이루며 뒤척이는 신음 가득한 인간 세상의 바벨의 언어.
소통이 막힌 인간의 언어와 달리 홍방울 새와 개똥 지바귀처럼 기쁨도 슬픔도 또르르 구르는 보석같은 맑은 노래로 주고 받는 투명한 영혼의 하모니가 푸른 숲을 이루는 하늘이 내린 악보이리라-
>-결빙/심우기-
맑았던 물이 얼어 물속을 보지 못하게 될 때
사람의 눈물도 단단한 결정으로 굳어버릴 때
나는 나대로 당신은 당신대로
서로의 마음은 보지 못하고 단단해진 뼈만 쓰다듬는다
쿨렁거리는 피와 살이
눈물을 만든다
집 나간 사람 집 지키는 사람 혼자 노는 아이
서로의 길 가고 있을 때
결국 혼자라고
말끝 하나에도 자갈을 물리는
실금의 그것은 무엇?
달그락거리는 자물쇠
출근길 전동차 칸칸마다
굳게 채워진 지퍼들로 그득하다
여행노트: 자폐의 도시인들.
눈물이 원한이 되어 서로 등 돌리고 해빙 되지 못하는 . 너는 너 나는 나의 관계 .
금기와 소외의 파편화된 도시를 시인은 안타깝게 직시하고 잇다.
해바라기 신전
심우기
서녘의 이별을 예고하듯 동편의 사원들이 일제히 고개 숙여 경배한다
전언을 문 호랑나비가 신전의 문을 열고 잽싸게 날아든다
쓰러져도 꺾이지 않는 만큼 자라서 위성 안테나처럼 낮에 교신하는 해바라기 신전
커다란 머리를 흔들며 땅에 박힌 뿌리를 확인한다
태양을 돌리는 붉은 수레바퀴의 차축이 흔들리며
촘촘히 박힌 모스 부호처럼 해독 안 된 태양의 이면을 새긴다
가끔 박히는 검은 혹점이 튀어 둥근 해바라기 쟁반에 담겨
태양이 도는 방향으로 머리가 따라가며 태양의 눈을 필사한다
여행노트: 일생을 태양의 궤도를 따라돌다가 자신이 믿는 신앙에 대한 확신으로 배교나 원망 한 마디 없이 농부의 낫날에 참수 당하는 일생을 순명하는 , 순교 성인 안드레아 김대건 같은 해바라기에게서 한수 배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