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문 약칭으로 이름짓기는 못된 유행병이고 얼빠진 짓 -
{IMAGE1_LEFT}한국통신(사장 이상철)이 지난해 12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완전 민영화에 대비, 민간 기업과 글로벌 통신사업자로서의 이미지에 맞는 영문 명칭을 정했다. 앞으론 회사 이름을 'KT'로 불러달라"고 말했다. 난 요즘 유행하는 영어 열병이 공기업인 한국통신까지 번진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가슴 답답하고 섭섭했다.
답답한 것은 회사 관리 경영을 잘 하기보다 이름만 미국말글로 바꿔야 세계에서 유명한 통신사업자가 되고 민영화에 대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서이고, 섭섭한 것은 본래 체신부 전화국이었던 공기업, 한국통신이 자신들을 키워준 한국인과 한국 말글을 무시하고 헌신짝처럼 버리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이름난 회사가 되려면 먼저 회사 시설과 제품을 개선하고 경영을 잘 해서 회사원과 고객의 사랑과 믿음을 듬뿍 받을 때 돈도 벌고 이름도 날리는 것이지 이름만 미국말글로 바꾼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김영삼 정권 때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서울은행은 '서울은행'이란 한글 글씨는 조그맣게 쓰고 'SEOUL BANK'란 영문은 크게 쓴 간판으로 바꿔 달면서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얻은 것은 은행이 아닌 곳에도 '오일뱅크', '부동산뱅크' 같은 뱅크 간판 달기 유행뿐이고 자신은 망해서 엄청난 국민 혈세 까지 날렸다. 그리고 현 정권 초기 구조조정 때 튼튼한 세계기업을 만든다며 '현대전자'이름을 '하이닉스'로 바꿨지만 이 회사도 망했다. 영어 좋아하던 두 회사 모두 헐값에라도 외국인에 팔아 넘기려고 애쓰지만 사가는 이가 없어 정부는 골머리를 않고 있다.
그 반면 우리말 이름과 간판을 그대로 쓰면서 경영과 고객에 충실한 삼성전자와 국민주택은행은 튼튼한 기업으로 살아있다. 회사 이름을 영어로 바꾸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본의 '쏘니'도 미국말로 회사 이름을 바꾸지 않고 일본말 회사이름으로 제품 개발과 경영을 잘 해서 세계 굴지의 회사가 되었다.
지난해 12월 11일 한국통신 사장이 "영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단순한 전화나 통신회사가 아닌 벨류 네트워킹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고 큰소리 칠 때 국내 통신 가입자를 무시한 헛소리 같아 걱정스러웠는데 그 15일 뒤 "강화군 KT지점에 불이 나서 강화군 전체 전화가 불통되고 은행 업무와 행정 전산망이 마비되어 국민들 불편이 크다'는 뉴스를 보면서 한국통신도 서울은행과 하이닉스 꼴이 되지 않을까 불안한 느낌이 들어 회사 불신감이 더 커졌다.
한국통신은 조선 말기부터 이 땅에 뿌리 내려서 우리 겨레와 나라가 키운 국가기업이고 우리 말글을 이용해 돈 벌고 은혜를 입은 민족기업이다. 그런데 일제가 강제로 창씨개명 시키며 우리 말글을 못쓰게 했다고 국민 교과서에까지 일본을 비판하는 판에 국가 공기업이 스스로 남의 말글로 창씨개명하고 있는 것은 근본을 저버린 일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튼튼할 수 없고 자신을 낳고 키운 부모를 저버린 자식들은 잘 되지 않는다. 자신을 키운 국민과 국어를 무시한 한국통신의 영문 개명은 자신의 뿌리를 자르고 은혜를 저버리는 행위와 같다. 또한 다른 민간기업이 영어 명칭이라고 따라서 하는 머리와 행태로는 그 기업과 경쟁에서도 지고 세계 기업이 될 수 없다.
현재도 국내 이동 통신과 인터넷 경쟁에서도 민간기업을 이기지 못하면서 앞으로 세계에 이름난 기업이 되겠다는 것은 빈말이다. 시설관리하나 제대로 못해 불이나 내서 현 고객 불편을 주고 신용도를 떨어지게 하면서 낯선 영문명칭만 만들어 아무리 돈 들여 선전해봤자 헛일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이 담긴 현 이름아래 고객과 회사원을 위하는 마음으로 한 명의 고객 전화라도 바로 연결되고 끊기지 않게 할 때 돈도 많이 벌고 주식 값도 올라가 외국인이 주식을 사겠다고 줄을 설 것이다. 3월 한국통신 이사회에서 현명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
[이대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문화] 영어에 목숨거는 세태, 대자보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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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틀림없는 깨우침의 말씀입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 두었다 언제 쓰려고 하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