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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원대 이하, 즉 소자본창업에 대한 모든 것을 다뤘다. ‘소자본창업’ 하면 떠오르는 것은 테이크아웃 위주의 소규모 매장, 고만고만한 매출과 부부창업 등이다.
그러나 한 달간 1억 원대 이하 소자본으로 성공적인 창업을 한 업주들에게서 반전을 읽었다. 적은 비용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자본 창업은 ‘희망’이다.
당신에게 1억 원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1. 발품을 팔아라
2. 진입장벽을 높여라
3. 선택과 집중하라
4. 재미와 친밀감을 높여라
5. 팔고자 하는 상품과 전략에 집중하라
♡ 2015년 1분기 외식업경기 다소 나아질 것
올해도 여전히 불황이다. 전문가들의 다수가 올해는 IMF 때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리면 맞으면서라도 월급쟁이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창업이나 자영업 성공에 대한 비관론 역시 강력하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위기가 성공이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봤고, 경험했으며, 알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1월 27일 2014년 4/4분기 한국외식업경기 지수를 발표했다. 70.67로 전년 동 분기(73.09) 대비 매출 감소 업체가 증가한 업체보다 많았다. 민간소비심리의 위축과 연말특수 실종 등으로 2014년 1분기 73.84, 2분기 71.28, 3분기 71.99에 이어 하락세를 보였다.
업종별로는 연말 특수의 영향을 받는 유흥주점 업(62.00)과 기타주점 업(68.98)이 오히려 적게 받는 제과점 업(82.26), 비알콜음료점 업(80.63)에 비해 경기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2015년 1/4분기에 대한 미래경기전망 조사결과에서는 75.39로 나타나 한정식, 일반한식, 육류구이 등 한식을 중심으로 외식경기가 다소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투자비용 줄이기 위한 최선은 획기적인 전략
창업을 할 때 흔히 우선시 하는 것이 초기투자비용이다.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에 따라 아이템과 상권, 입지 등을 차례로 결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이 항상 참은 아니지만 창업비용이 결국 매장 전체적인 콘셉트를 결정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보통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용이 어느 정도 선인지 체크한 후 업종과 브랜드를 선택하는 등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비용에 따라 알맞은 창업 아이템을 설정하고 또 해당 아이템에 적합한 타깃 고객층과 상권,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
2월 내내 1억 원을 채 들이지 않고 외식업을 시작한 대표들을 만났다. 열이면 열 명이 모두 ‘발품’에 대해 강조했다. 외식업계 전문가들을 만났다. 비용을 줄이려면 더 많이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발품도 제대로 알고 뛰어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사실 모든 사업에 통하는 정공법이다. 외식업 창업에서 하루아침에 문득 스타가 될 수 없다.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지만 중요할 뿐이다. 앞서 길을 닦아 가고 있는 운영자들을 통해 상권과 입지, 메뉴, 홍보·마케팅 등 분야별 소자본 창업의 열정과 노하우를 살펴보았다.
♡ 얼마를 벌어야 하는가
외식업 창업을 할 때 상권과 아이템, 객 단가 등을 분리해 결정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현재 A급 상권에 들어갈 필요성에 대해 고민 중이라면 단순한 논리로 접근하면 된다.
판매하고자 하는 아이템의 객 단가가 저렴한 경우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회전율을 높이는 방법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동인구가 적고 찾아오기 힘든 외진 곳에 위치한 매장이라면 회전율을 높이기 어렵다. 찾아오게 하기 위해서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하고 비용이 추가로 들 수도 있다.
팔고자 하는 메뉴 또는 그 외 아이템의 매력도가 높아 고객이 재방문하고 꾸준히 찾아올 것을 자신한다면 상권에 덜 투자해도 된다.
회전율을 예측할 때는 고객이 평균적으로 머무는 시간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창업 열풍이 불었던 커피전문점, 특히 소형 커피전문점의 폐업률이 다른 외식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유는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심한 것도 있지만 객 단가와 회전율 예측에 실패한 이유가 크다.
커피 1잔의 가격 선은 이미 정해져있고, 1인 고객이 장시간 테이블 차지로 점유율과 회전율이 동시에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창업을 할 때 아래 박스의 평균 매출 공식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 회전율 매출 공식
☞ 1회전 매출 = 객단가 X 좌석수 X 예상 점유율(예상점유율은 보통 0.8로 계산)
☞ 평균 매출 공식
평균 매출 = 테이블단가 X 테이블수 X 테이블 회전율
위의 공식에 대비해 보수적으로 설정하여 계산해보면 이해가 쉽다.
66㎡(약 20평), 4인 테이블 6개(24석), 점심 테이블 단가 2만 원, 저녁 테이블 단가 3만 원, 점유율 0.8
☞ 점심 매출 = 2만 원 X 6 테이블 X 0.8(점유율) X 2회전 = 19만2000원
☞ 저녁 매출 = 3만 원 X 6 테이블 X 0.8(점유율) X 1.5회전 = 21만6000원
☞ 일 매출 = 점심 매출(19만2000원) + 저녁 매출(21만6000원) =40만8000원
☞ 월매출(25일 영업 기준) = 40만8000원 X 25일 = 1천20만원
월 매출이 약 1천만 원이다. 초기 창업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을 차치하더라도 임대료, 인건비, 식자재 비용, 카드수수료, 각종 세금과 공과금, 그 외 기타 유지비 등을 빼고 나면 ‘운영자의 인건비를 포함한 순수익’이 된다. 이 계산 방식으로 예상 임대료와 투자비용 산출 후, 객 단가를 선정하고 그 객 단가로 가능한 메뉴 구성을 짜는 방법으로 아이템을 결정할 수 있다.
♡ 운영 노하우
임대료와 권리금을 포함하여 1억 원 미만 소자본으로는 일반적으로 A, B급 상권 접근이 어렵다. 그러나 A급 상권을 고집한다면 아이템에 따라 ①숍인숍 ②소형 테이크 아웃전문점(단일품목), ③문 닫은 매장 인수, ④수수료 매장 등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수수료 매장은 몰이나 푸드 코트 등에 임대료나 보증금 없이 매출에서 일부를 수수료로 내는 방식이므로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초기 창업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높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만큼 발품을 많이 팔아 상권 내 적당한 임대료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예산과 아이템을 선택했다면 지역을 정하고 ①공인중개사 ②지역 정보지 ③인터넷 매물 ④전문 컨설턴트 ⑤직접 상권 방문 등의 방법을 총 동원하여 매장을 골라야 한다.
팔고자 하는 아이템이 구체화되어 있다면 상권은 상대적으로 선택하기가 쉽다.
해당 지역 적정 임대료와 권리금, 보증금 시세를 파악해야 한다.
초보 창업자일수록 상권에 비중을 많이 두지만 소자본일수록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는 팔고자 하는 상품과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대중적인 메뉴지만 차별화 포인트가 있는 메뉴를 개발해 목적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 투자비용으로 안정적인 시작을 할 수 있다.
준비 기간이 길다고 무조건 성공하리란 보장은 없다. 그러나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사업타당성부터 따지며 준비해야 한다.
최근 자영업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구상한 사업이나 상품이 쇠퇴기에 진입하기 전에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며 트렌드 변화에 맞추어 사업 역시 변화관리가 중요하다.
♡ 상권과 입지
상권에 대한 입장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권리금을 주더라도 무조건 A급 상권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과 아이템이 좋다면 권리금이 없는 B급 이하 상권도 괜찮다는 의견이다.
경제적인 상황이 따라준다면 누구나 A급 상권에 1등급 매장에서 시작하고 싶지만 초기 투자비용으로 1억 원 이내를 생각하고 있다면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다.
「(주)창업e닷컴」의 이인호 박사는 소자본 창업일수록, 또한 초보 창업자일수록 상권 못지않게 팔려는 아이템, 즉 메뉴 경쟁력과 사업 전략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C급 이하 상권이나 입지라고 해서 모든 아이템이 C급은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자영업자 입장에서 월세는 고정 지출 비용이라 낮을수록 좋지만 입지 조건과 아이템 등을 고려하여 적당한 임대료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 권리금의 가치를 인정하라
매장 임대 시,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아무래도 권리금이다. 입지에 따라 창업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게다가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 또는 부풀려진 금액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 보증금이나 임대료처럼 권리금도 입지조건과 상권, 주변을 둘러보고 적정금액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외식뿐만 아니라 자영업의 폐업률이 높아짐에 따라 빈 매장이 늘어나고 있으나 빈 매장이라고 해서 권리금이 항상 없는 것은 아니다. 이왕 권리금을 줄 것이라면 상권 내 시세는 물론이고 기존 설비와 인테리어, 간판 등의 활용도도 고려해야 이중으로 돈이 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설비가 되어 있더라도 창업하려는 아이템과 맞지 않다면 폐기에 비용이 더 들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권리금은 투자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는 강남구 신사동 오뎅바 「낭만옵빠」의 한지훈 대표는 “권리금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듯이 없는 매장도 이유가 있다” 말했다.
송파구 가락동 철판요리전문점 「하코테판」의 이이슬 대표는 “권리금의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며 닭갈비전문점이었던 기존 매장의 인테리어와 설비를 최대한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여 제시한 권리금을 지불하고 임대했다고 밝혔다.
♦ 진입장벽 높은 ‘철판요리’ 선택해 고객 문턱까지 낮춰 - 하코테판
지난해 10월 오픈한 「하코테판」은 창업 당시 권리금과 보증금, 인테리어, 집기비용을 포함하여 총 창업비용은 5000만 원 안팎이 들었다.
약 66㎡(20평) 규모 매장의 권리금과 보증금으로 약 80% 이상을 투자했다.
소상공인 심사를 거쳐 1년 거치 3년 상환으로 3000만 원을 지원 받아 후드 개선 작업 등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오픈 초기부터 철판요리라는 특이한 아이템 때문에 고객이 많았다.
최근에는 점심시간(11:30~14:30)에만 판매하던 ‘하코 데미 수제 함박 스테이크’, ‘철판명물소고기볶음밥’ 등 7000원~1만3900원대 식사메뉴를 인근 주거상권을 고려해 종일 판매로 바꿨고 ‛셰프추천 스페셜 모둠 테판야끼’ 등의 세트메뉴를 추가했다.
객 단가와 식재 비를 계산하고 결정한 것이다. 철판요리 특성상 로스가 거의 없으나 식재비용과 고객 선호도 분석을 통해 꾸준히 메뉴를 개선, 변경 및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이슬 대표는 음식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10년 가까이 일반 음식점과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및 직영점에서 슈퍼바이저, 매뉴얼, R&D까지 다방면으로 경험을 쌓았다.
“돈가스 브랜드를 새로 론칭하는 소규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월급은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기획부터 메뉴개발까지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하는 이이슬 대표는 여러 번의 창업 기회를 어머니의 반대로 접었다. 작년에 다니던 직장이 문을 닫게 되는 것을 계기로 빠르게 외식 창업을 추진했다.
신용대출과 어머니에게 빌린 돈까지 5000만 원이 전부였다. 대학로에 매장을 내고 싶었으나 가진 돈으로는 불가능했다. 발품을 팔다가 10년 지기 친구가 사는 가락동까지 오게 되었고 약 66㎡(20평) 규모 매장에 권리금과 보증금으로 가진 돈의 80% 가까이를 투자했다.
점포를 구하러 다니다보니 권리금이 없는 매장은 거의 없었다.
다행히 닭갈비전문점이었고 전체적인 인테리어 분위기가 구상하고 있던 부분과 유사해 이곳으로 결정했다.
주거상권과 오피스상권이 믹스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원래 이 대표는 3년 전부터 족발이라는 아이템을 염두에 두고 창업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그 사이 시장이 포화상태라 승부내기가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 테이크아웃 면 요리전문점을 염두에 두기도 했으나 아이템 특성상 객 단가가 낮아 매출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입지가 매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데 투자비용이 부족해 배제했다. 그 외에도 소자본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두고 고민하다가 ‘철판요리’로 결정했다.
‛철판요리는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요리들에 비해서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현재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조태희 씨가 마침 철판요리 조리사로 오랜 경력이 있었다. 이이슬 대표는 과감히 그를 하코테판으로 영입했다.
철판요리는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체로 가격대가 높고 술을 시켜야 한다는 편견으로 고객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누구나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철판요리를 기획했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했고 오픈 4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예약고객은 물론 데이트 장소로도 각광 받고 있다.
♡ B급 이하 상권도 괜찮아
예비창업자의 성향도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일확천금을 꿈꾸고 창업하는 것은 아니다. 숙대 도서관 앞에 위치한 「마이 페이버리츠 띵스(My Favorite Things)」 박병윤 대표는 외식업소의 주방과 외식 프랜차이즈 본사, 직영점에서 다양한 업무를 하며 홍대, 여의도 등 이른바 A급 상권을 경험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임대료나 보증금, 인건비 등을 생각하면 그렇게 수익률이 좋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창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비용을 마련했지만 3000만 원이 전부였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며 상권과 매장을 보러 다녔고, 지금의 매장을 발견해 창업을 결정했다. 용산구 청파동 숙명여대 도서관 앞 건물 3층에 위치한 「마이 페이버리츠 띵스」는 퓨전술집 겸 밥집이다.
♦ 마이 페이버리츠 띵스 My Favorite Things
「마이 페이버리츠 띵스」는 지난해 9월 오픈했다. 약 76㎡(23평) 규모로 오픈 당시 권리금과 보증금, 인테리어, 집기비용 등 총 창업비용은 약 3000만 원이 들었다.
초기 창업비용을 줄이기 위해 황학동 시장에서 구입해온 중고 주방기기와 기물로 꾸렸다.
3층에 위치하고 있지만 내부에 화장실이 있고 인근에 비슷한 메뉴의 주점이 없어 한 달 정도 고전했으나 재방문 고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창업한 만큼 1년 이내 평범한 직장인 월급 정도만 안정적으로 유지하자는 것이 박 대표의 목표였고, 예상보다 그 기간이 짧아져 현재 약 80% 정도를 달성했다고 한다. 올해 중순에는 메뉴 리뉴얼과 함께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며 3월 개강 후에는 직원을 1명 채용하고 점심 영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박병윤 대표는 NGO 활동과 기자 생활을 한 이색 경력자다. 스물일곱 살이 되던 해 처음으로 인생에 대해 돌아보던 중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를 고민하게 됐다. 음식을 만들 때였고, 그것을 사람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라는 답을 얻음과 동시에 외식업 창업은 그의 목표가 되었다. 바로 일식집 주방 파트타이머로 들어갔다.
주방을 총괄하던 요리사는 그에게 이것저것 요리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약 2년을 채우고 나와서 프랜차이즈 본사에 들어갔다. 음식만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른두 살 여름 막바지에 그는 지금의 매장을 얻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틈이 나면 원하는 상권에서 괜찮은 자리가 없는지 기웃거렸다. 모아둔 돈이 거의 없었지만 젊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고 싶었다.
그래서 대학가 상권 중에서 덜 발전한 곳을 골랐다. 권리금까지 주고 들어갈 만큼 여유가 없다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 그러다 15년 동안 영어학원으로 운영되고 있던 지금의 매장을 얻었다. 주택가면서 대학교가 접해 있어 메뉴 구성만 잘하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높은 매출보다 여유와 안정적인 벌이가 목표기도 했다. 외식프랜차이즈 근무 당시 홍대 앞 상권이나 여의도 등에서도 운영을 해봤지만 쉴 틈도 없이 사는 것이 박 대표의 창업 목표가 아니었다. 실제 오픈 후 첫 달은 고전하였으나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방문고객의 재방문이 이어졌고 숙명여대 학생들의 단체 모임 예약도 늘고 있다.
상권 특성상 방학기간 동안 매출이 조금 떨어지지만 인근 주택가에서 유입되는 고객이 예상보다 점점 늘고 있다.
♡ 메뉴와 운영
열심히 발품을 팔아 합리적인 가격에 마음에 드는 상권을 구했다면 이제는 메뉴를 고민해야 한다. 상권은 자본금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지만 메뉴 아이템은 단순하게 자본금에 의해서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돈을 벌어나갈 ‘수단’이기 때문이다.
창업전문가들은 매년 ‘올해 뜰 만한 외식 아이템’들을 몇 가지 선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망 있는 아이템이란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는 인기 업종을 선택한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관건은 1억 원 이하를 투자한 창업에서 팔 만한 메뉴는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다.
이 말은 곧 평균적으로 작은 매장에서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성(연출)’과 ‘매뉴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로 메뉴에 대한 핵심은 두 가지다. 임팩트 있는 단일 메뉴로 승부하든지, 아니면 간편한 시스템으로 인건비를 줄이면서 회전율을 높이든지. 성공적인 소자본 창업·경영을 위한 메뉴 구성의 노하우를 소개한다.
♦ ‘선택과 집중’ 한 가지 메뉴로 승부
1억 원 이하로 창업했을 때 매장 크기는 66㎡(약 20평) 이하일 가능성이 높다.
자릿세로 최대 4000~50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면 인테리어나 기타비용에 넉넉하게 투자할 여유가 없다. 인테리어는 최소 비용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에만 투자하고 직원도 최소 인원으로 운영해야 한다. 테이크아웃전문이라면 아르바이트생만 고용할 수도 있다.
이때 고객을 집중시킬 수 있는 요소는 메뉴밖에 없다. 그리고 최소한의 여건으로 이목을 끌 수 있는 방법은 임팩트 있는 한 가지 메뉴를 알차게 구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집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메뉴로 밀어붙이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한 가지 메뉴는 ‘가짓수’만 말하는 게 아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메뉴면서 동시에 고객이 줄 서서 먹을 수밖에 없을 만큼 매력이 있는 한 가지여야 한다.
그렇다면 고객을 부르는 매력적인 단일 메뉴는 어떻게 만들면 될까?
원가를 조금만 더 투자해 같은 메뉴라도 특별하게 내는 방법이 있다. 원가를 많이 들이면 들일수록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가격을 제대로 받으면 된다.
예를 들어 6000원짜리 냉면을 판다고 가정할 때 편육 조금에 달걀만 올린 평범한 냉면이 아닌, 원가를 1000원 정도 더 투자해 진주냉면 스타일로 육전과 채소를 넘칠 만큼 푸짐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단 가격은 추가로 들인 원가만큼 올린다.
근처 냉면집들이 6000원을 받는다면 7000원을 받고 푸짐하고 맛있는 냉면을 내는 것이다.
♦ 해물을 ‘산’처럼 쌓아주는 푸짐한 짬뽕으로 하루 12회전
☛ 달콤짬뽕
경기도 파주시 「달콤짬뽕」은 짬뽕 하나로 월매출 6000만 원 이상 올리는 집이다.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이고 특히 도로가 좁아 매장 입구의 가시성이 떨어진다. 그런데도 오픈 5개월 만에 일평균 12회전 이상의 회전율을 기록하며 꾸준하게 고객을 모으고 있다.
빠른 시간 안에 줄 서는 맛집으로 자리 잡은 건 해물을 푸짐하게 담아내는 짬뽕 때문이다. ‘짜장면 없는 짬뽕집’을 모토로 짬뽕 단일 품목에만 집중, 홍합과 바지락, 갑오징어, 꽃게, 석화, 새우, 어묵꼬치 등을 푸짐하게 담아 차별화했다. 가격은 7000원으로 근처 중국집 짬뽕보다 1000원 이상 비싸게 책정했다.
제대로 된 음식을 제대로 된 가격에 내 충성고객을 만들자는 취지다.
2인분 이상 주문 시엔 8000원을 받고 고르곤졸라 피자 한 판(8조각)을 서비스한다.
가격을 높인 대신 싱싱한 해물을 넉넉하게 담아내고, 피자 서비스까지 제공해 객 단가와 고객만족도를 동시에 높였다.
짬뽕 한 그릇에 들어가는 원가는 3100원. 면 원가는 500~600원 안팎으로 대부분의 원가가 해물 구입비용이다. 송인성 대표는 “일반 짬뽕집보다 해물을 3배 이상 많이 넣어주는 대신 가격을 조금 더 받는다. ‘비싸다’고 하던 고객도 짬뽕을 받아보곤 놀란다. ‘악’ 소리 날 만큼 푸짐하니 오히려 더 좋아하는 눈치”라고 설명한다.
♦ 마라탕전문점으로 특화해 승부수
☛ 후통
「후통」은 ‘베이징 옛 골목’을 뜻하는 상호다. 대학 시절 중국에 거주했던 정정훈 대표는 작년 11월, 베이징 길거리에서 자주 접했던 ‘마라탕(2만3000원)’을 메인으로 한 중국식 펍을 오픈했다.
마라탕은 채소나 육류를 매운 육수에 살짝 데쳐 소스에 찍어먹는 음식으로 일부는 국물요리로 내는 곳도 있다. 정 대표는 이러한 중국식 마라탕을 한국형 전골음식으로 개발했다.
멸치·다시마 육수에 차돌박이와 콩나물, 청경채, 배추, 팽이버섯, 브로콜리 등의 재료를 푸짐하게 넣고 쥐똥고추와 고추기름으로 맵고 칼칼한 맛을 더했다.
오픈 초창기만 해도 마라탕을 생소해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마라탕 특유의 짭짤하면서도 개운한 풍미에 재방문율이 급격이 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라탕전문점’의 키워드를 선점한 것이 주효했다. 양꼬치집에서 간혹 사이드메뉴로 내는 마라탕을 메인으로 하는 집이 잘 없을뿐더러 한국식 전골 스타일의 칼칼한 맛으로 어필,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미식가들과 맛집블로거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얼마 전에는 ‘마라탕 맛집’으로 맛집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 아이러브돼지갈비
‘오로지 돼지갈비만’, ‘여기 맞아요 돼지갈비 하나만 굽는 집’, ‘목살 가져오시면 구워드려요.’
매장 외관과 내관에 큼직하게 붙여놓은 문구가 눈에 띈다. 경기도 안양시 「아이러브돼지갈비」는 양념돼지갈비(200g 1만3000원) 단일메뉴만 파는 집이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백승환 대표의 목표는 하나밖에 없었다. ‘안양에서 돼지갈비를 먹으려면 반드시 우리 가게로 오도록 만들자’는 것.
임신한 아내가 돼지갈비가 당긴다고 했을 때 딱히 떠오르는 갈빗집이 없었기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설프게 여러 가지를 내기보다 한 가지 음식이라도 제대로 내는 집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이 집은 국내산 돼지의 갈비 부위와 목살 부위를 절반 비율로 섞어 간장베이스 양념에 3일 정도 숙성해 제공한다. 양념은 갈빗집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전수 받았다.
캐러멜소스 대신 배, 양파 등 천연재료로 단맛을 내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다.
아이러브돼지갈비가 위치한 곳은 안양시 호계동의 유통단지사거리 부근이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고 한적하지만 백 대표는 인근에 제법 큰 산업단지가 있다는 부분에서 가능성을 읽었다. 또한 유통사거리는 안양과 수원의 접점이기도 하다.
유동인구는 없지만 대신 오가는 차량은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오후 5시부터는 근처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이용 가능해 안양에서 수원, 수원에서 안양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돼지갈비 주문 시 달걀찜과 된장찌개, 어묵꼬치, 소시지, 버섯, 명이나물 등 곁들임 찬을 한 상 가득 차려내는 점도 포인트다. 특히 된장찌개는 사골육수 베이스에 재래식된장과 꽃게, 오징어, 애호박 등을 푸짐하게 넣어 투박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66.12㎡(20평) 매장에서 현재 하루 평균 150만 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주방 프로세스 단순화·체계화
초기 투자비용을 들이고 나면 외식업 운영에 있어 가장 큰 고정비용은 인건비와 식재비다. 외식업의 기본은 음식이다.
음식이 만들어지는 주방의 오퍼레이션만 정확하게 잡고 매뉴얼 화하는 것만으로도 인건비와 식재비 낭비를 줄이고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누가 주방에 들어가도 동일한 맛을 내 고객에게 한결같은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오퍼레이션의 단순화는 ‘프로세스의 분석 → 표준화 → 매뉴얼 화 → 시스템화’의 반복으로 이뤄진다.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외식업창업에서는 특히 주방 오퍼레이션을 제대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주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빠른 조리로 고객이 기대하는 시간 내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템에 맞는 적정한 식재료를 선정하고 구매한 후 주방에서 다듬고 정리한다.
이후 식재 종류에 따라 미리 익힐 수 있는 것은 익혀둔다. 정리한 식재료를 메뉴별 1회 사용량으로 나눠 포장해두고, 하루 사용량을 예측하여 소분해두어야 한다.
매일 아침에는 오늘 판매할 양만큼 잘 정리하고 나눠두었는지 확인하고 마감 때 사용한 양과 남은 양을 체크해 재고가 부족하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소분할 때는 소분한 날짜와 유통기간, 식재이름과 그 양을 적어두는 것이 좋다.
냉장고나 식재 창고를 정리할 때도 선입·선출 될 수 있도록 배열해두면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리는 일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바쁜 시간에 물건을 빼는데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당연한 주방 프로세스임에도 많은 초보 창업자들이 주먹구구로 주방을 관리하거나 음식을 만들어 식재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점을 인지하여 주의하도록 한다.
☛ 밥 해주는 남자 - 솜씨 좋은 남자가 차려주는 간편한 ‘3분 집 밥’
「밥 해주는 남자」는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집 밥’ 콘셉트로 하루 평균 1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작지만 강한 식당이다.
23㎡(7평) 남짓한 공간에서 식사메뉴만 20여 가지를 판매, 홀과 포장, 배달서비스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쉬지 않고 틈새 수익을 얻고 있다.
주방은 6.6㎡(2평)밖에 되지 않는다. 이 안에서 20여 가지의 한식 요리를 컨트롤하려면 간편한 매뉴얼과 짧은 조리시간이 절대적이다. 밥 해주는 남자에서 내는 모든 음식의 조리 시간은 3분을 넘기지 않는다.
매콤오징어덮밥과 갈릭베이컨볶음밥, 간장버터비빔밥, 김치참치덮밥(각각 6000원) 등의 덮밥류는 밥 위에 각 재료를 올리기만 하면 되도록 레시피를 단순화했다.
찌개나 볶음류 역시 기본 육수와 양념장, 메인 재료를 메뉴별 판매량 분석을 통해 영업 시작 전 미리 35~50인분 정도 준비해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1인분씩 끓이거나 볶아 상에 내는 방식이다. 반찬도 김치와 장아찌류 세 가지로 단출하게 구성했다.
방식은 패스트푸드처럼 간편하지만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손색없도록 식재료 품질에 신경 쓰고 양도 푸짐하게 제공한다. 특히 ‘밥집은 밥이 맛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친환경 농법으로 생산한 신동진 쌀로 밥을 짓고 메뉴와 반찬 레시피는 오랜 시간 한식당을 운영한 어머니에게 직접 전수받았다.
최근에는 기존 매장보다 약 2배 넓은 공간으로 확장 이전했으며 안주 메뉴를 추가해 저녁엔 간단한 주류도 판매한다.
☛ 메이븐 Maven - 시간대별 운영 노하우 담긴 셰프의 메뉴
서울 강남 신사역 인근의 「메이븐(Maven)」은 가로수길에서 제법 떨어져 있으나 수제맥주와 편안한 분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맥주와 잘 어울리면서 맛있는 메뉴로 영업시간 내내 빈 좌석을 찾기 어렵다.
‘이탈로 아메리칸 캐주얼 펍’을 표방하는 메이븐은 각자 다른 이유로 이탈리아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남자 3명이 모여 지난해 8월 오픈했다. 유학 시절부터 쌓아온 셋의 우정은 서로에 대한 신뢰가 되었다. 오픈 전 1년 내 1차 운영 안정화가 되면 김경환 셰프가 실무를 맡기로 하고 본업으로의 복귀까지 구체적으로 계획했다.
요리, 패션, 사진을 전공한 3명은 각자의 재능을 이곳에서 십분 발휘해 초반 예정보다 빠른 안정화가 6개월 만에 이뤄졌다.
셋 중 막내였던 김경환 셰프는 두 형들의 계획에 적극 동참, 현재 메이븐의 메뉴개발 및 관리뿐만 아니라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실무를 맡고 있다.
10년간 이탈리아에서 경력을 쌓은 김경환 셰프는 피렌체 꼬르동 블루 출신으로 3년 전부터 국내에서 요리뿐만 아니라 외식 컨설턴트로도 활동하고 있었다.
외진 골목일수록 재방문과 입소문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 메이븐은 10여 종의 국내외 수제 생맥주와 병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을 표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전략은 메뉴에 있다.
이곳에서만 마실 수 있는 시그니처 맥주가 아직 없으므로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메이븐만의 메뉴를 만들었다.
“요즘은 식자재 가격과 음식 단가 등이 이미 노출되어 있고 이미 형성된 시장가격이 있으므로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판매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는 김경환 셰프는 “그래서 음식만 판매해서는 매출에 한계가 있다”라고 덧붙인다.
술과 병행하여 테이블 단가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김경환 셰프는 시간대별로 예상 방문 고객을 구분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메뉴의 종류와 가격대를 구성했다. 실제 오후 6시에 영업을 시작하는 이곳에서는 6~8시까지 파스타, 피자 등과 함께 수제맥주 1~2잔씩을 곁들이는 2인 고객이, 8~10시는 가벼운 안주에 맥주를 곁들이는 3인 이상이 고객이, 10~12시 이후에는 조금 더 가벼운 안주에 맥주 또는 와인을 마시는 4인 이상의 고객의 비중이 높다.
이에 따라 김경환 셰프는 이탈로 아메리칸 캐주얼 펍이라는 콘셉트에 맞추어 음식의 기본은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 수제맥주와 잘 어울리는 캐주얼한 메뉴를 기획해 5000원대부터 2만4000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로 판매하며 아메리칸 사이코, 닌자 터틀, 미스터 포테이토 헤드 등 메뉴의 특징과 특유의 재치를 드러낸 네이밍은 고객들에게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매장 규모에 따른 테이블 수와 종류, 배치를 통해 운영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라는 김경환 셰프는 “오너는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닌 돈을 제대로 지불해야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라며 오너가 매장에 상주하며 고객과의 접점에서 운영해야 함을 강조했다.
♡ 홍보 마케팅
소자본 창업에서의 마케팅은 결코 거대하고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실 ‘거창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여유 자금이 넉넉지 않아 어떨 땐 매달 나가는 고정비조차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식재료 원가를 아끼고 운영 자금을 최소한으로 줄이려고만 하지 말고 ‘내 상품’을 적극적으로 또 효과적인 방법으로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워야 한다.
소규모 매장 업주들 중 일부는 ‘크기도 작고 직원도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전부인 동네 구멍가게에서 마케팅은 무슨’ 하며 혀를 찬다.
그러나 소자본 창업일수록, 매장이 작으면 작을수록 홍보 마케팅은 절실한 요소다.
단 ‘마케팅’에 대한 시각과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대형 매장이나 대기업처럼 큰 비용을 들여 ‘플러스알파’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운영 습관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는 것이다. 처음 오는 고객의 얼굴과 특징을 기억해뒀다가 두 번째 방문 시 지난번보다 더 반갑게 인사하고 반겨주는 것, 근처 마을회관이나 기업에 무료시식, 배달서비스를 진행하는 것, 조기축구회에 나가 단골고객을 모으는 것 등 대형 매장에서는 쉽지 않은 디테일 서비스 즉 ‘면대면 마케팅’이 소규모 매장에서는 가능하다.
장사는 결국 사람과 사람간의 비즈니스다. 주방에만 있기보다 밖으로 나가서 고객과 눈을 마주치고 친구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이제 막 오픈한 신규매장에서 불특정다수 고객을 유입, 선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1차 방문한 신규 고객을 재방문하도록 만들어 나아가 충성고객, 우리 매장만의 단골로 만들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 신규고객 부르는 두 가지 키워드 ‘지속적 노출’, ‘호기심 자극’
신설 매장에서 불특정 다수의 1차 고객을 유입하는 일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탄탄한 상품력만 뒷받침돼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시선을 끌어 첫 발을 들이게 해야 한다.
대학가나 유명 먹자골목의 경우 위치상 자연스럽게 노출되겠지만 불리한 입지일수록 눈에 띄는 것이 쉽지 않다.
맛있는 창업연구소 이경태 소장은 “소자본으로 어렵게 창업한 업주들일수록 온몸을 던져 고객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외식업도 결국 인적 서비스 사업이라 사람을 불러들이는 일에 몸을 불살라야 한다는 것이다.
쭈뼛쭈뼛하는 태도는 상당한 마이너스다. 천성이 핸디캡이 될 수는 없다.
기존의 사고방식과 고정관념을 전부 버리고 스스로가 먼저 장사의 고수가 돼야 한다.
자신의 매장을 지속적으로 노출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꾸준하게 자신의 매장을 알려 ‘도대체 어떤 매장이기에’ 하는 호기심을 자극해 고객을 불러들이는 것이 소자본 창업자들의 1차 홍보 마케팅이다.
♦ 발로 뛴 홍보, 후미진 골목에서 줄서는 맛 집 등극
☛ 돈불1971
29.75㎡(9평) 매장을 오픈하는 데 총 180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 오픈 시기가 5년 전이고 번화가를 벗어난 뒷골목에 위치한 상가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저렴한 비용이다. 당시 전 재산 4000만 원이 전부였던 전진철 대표는 무조건 무권리의 작은 평수 매장을 찾아야 했다.
두어 달 부동산과의 씨름 끝에 겨우 찾아낸 자리가 개인사무실용으로 비어있던 29.75㎡짜리 작은 상가. 흔한 동네 슈퍼 하나 없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어 다들 무모하다고 말렸다.
그러나 무권리에 월세가 고작 35만 원, 전 대표에겐 그만한 공간이 없었다.
「돈불1971」은 그렇게 탄생했다. 매장이 작아 인테리어나 메뉴 선택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했다. 제주산 돼지고기 오겹살과 양념불고기 등 육류메뉴를 몇 가지 구성하고 반찬은 두세 가지로 절충했다. 주로 멜젓소스와 장아찌, 김치, 파채 종류로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잡는데 주력했다.
4인석 테이블 6개를 두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세 달은 파리만 날렸다.
하루 한 팀도 못 받는 날도 수두룩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어쩌다 한두 명씩 지나가도 본 척 만 척 지나치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전 대표는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동네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한 명 한 명에게 인사했다. ‘맛있는 돼지고기를 마음껏 드릴 테니 꼭 한 번 와 달라’고 얘기했다. 양념불고기의 재고가 많은 날엔 근처 슈퍼나 미용실, 주차장 관리소 등 매장에서 멀리 떨어진 상가까지 무료로 돌렸다.
40~50대 중년층 남자고객들을 여럿 초대해 술과 고기를 무한대로 서비스하기도 했다.
근처 외식업소를 골고루 다니며 식사하고 가끔 술도 마시면서 업주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또 인터넷 맛집 블로그를 운영하며 틈날 때마다 다양한 외식업소를 벤치마킹하고 리뷰를 작성해 올렸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자 돈불엔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처음엔 친한 동네 주민, 상가 지인들 위주로 자리가 찼다. 연탄 초벌로 불 맛이 적절히 밴 돼지고기를 맛본 동네 주민들이 자신의 지인을 데리고 왔다. 지인이 지인을, 또 그 지인이 다른 지인을 데리고 오면서 고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블로그를 운영하며 친해진 영향력 있는 맛집블로거들의 포스팅으로 입소문도 빠르게 났다.
현재는 본점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72.73㎡(22평) 규모의 별관을 추가로 오픈했고 현재 별관에서만 매월 700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린다.
♦ 백년단골 부르는 마케팅 비결 ‘재미와 디테일’
오픈 초창기 열의를 다 해 신규 고객을 불러들였다면 1차는 성공한 셈이다.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그들을 내 매장의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신규 매장의 경우 오픈 후 일정 시기가 지나면 초기에 몰렸던 고객이 자연스럽게 분산되기도 하는데 이때 재방문으로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한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건 재미와 디테일이다. 쉬운 예로 커피전문점에서의 쿠폰제가 유용한 이유는 ‘모아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스티커 10장을 모으면 커피 한잔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열 번 채울 때까지 재방문한다.
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회원제를 도입해 생일과 기념일을 챙기고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하는 이유 역시 ‘이 레스토랑의 특별한 고객이 된 것 같은 재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고객이 ‘대우’ 받으면서 일종의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소규모 매장도 마찬가지다. 거창하게 회원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 스스로 특별한 단골을 자처할 수 있도록 소속감을 만들어주자. ‘당신은 내 고객, 우리 매장만의 특별한 고객’이라는 인식과 소속감을 심어줘, 생각날 때마다 습관처럼 방문하도록 만든다면, 백년단골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 콩순아지매칼국수 - 이색 POP, 저금통 이벤트로 매출 ‘껑충’
2014년 4월 72.73㎡(22평) 크기의 카센터 자리에서 시작했다. 보증금 1500만 원에 월세 120만 원, 기존 카센터 자리라 권리금은 없었다. 오픈하는데 든 총비용은 4000만 원 안팎이다. 김호경 대표는 지난 20년을 외식업에 몸담았지만 지금까지 건사한 매장은 하나도 없다. 무너지길 수십 번, 그러다 고심 끝에 오픈한 인천시 부평구 「콩순아지매칼국수」는 신이 내린 마지막 기회였는지 극적인 성공을 거뒀다.
칼국수 아이템을 선택한 것은 다른 아이템보다 면식(麵食)이 원가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범한 칼국수로는 단골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김 대표는 칼국수 고명을 차별화하기로 했다.
「콩순아지매칼국수」는 메인인 해물칼국수(8000원)에 가리비와 참조개, 바지락, 동죽, 홍합 등을 1인분 기준 1kg가량으로 푸짐하게 올려낸다. 매장 한쪽 벽면에는 ‘간혹 고객께서 일당을 달라고 하십니다. 조개 까먹는 것도 일이라고. 미안합니다’ 라는 재치 있는 문구의 POP를 붙였다. 그만큼 칼국수 고명을 넉넉하게 올려낸다는 뜻이다.
바지락을 까먹던 고객 대부분이 핸드폰 카메라로 POP문구를 찍는다.
콩순아지매칼국수는 매장을 처음 오픈했던 작년 4월부터 지금까지 매출이 한 번도 떨어진 적 없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계절에 상관없이 매출이 꾸준히 올랐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칼국수를 맛보겠다고 줄까지 섰다.
상품력도 상품력이지만 김 대표는 “단골을 최대한 많이 모으기 위해 시작한 저금통 이벤트가 확실히 매출 증진에 상당 부분 기여한 것 같다”고 설명한다.
원하는 고객에 한해 돼지저금통을 하나씩 나눠주고 매장에 비치하게 한 후 올 때마다 거스름돈으로 저금통을 채우도록 하는 것이다. 3개월 안에 채우면 저금통과 현금 10만 원, 4인 식사권을 제공하고 6개월 안에 채우면 저금통과 현금 5만 원을 지급하는, 고객 입장에선 모으는 재미가 쏠쏠한 이벤트다.
72㎡(22평) 매장에서 현재까지 하루 200인분 이상 판매, 10회전 이상 가능하고 얼마 전에는 서울 창동에 99.17㎡(30평) 규모의 2호점을 오픈했다. 창동 매장은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벌써 하루 15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핫한 소자본 창업 아이템 ‘오뎅바’
「148컨설팅」 김민찬 대표컨설턴트에 따르면 최근 20~30대 젊은 예비창업자들 사이에서 ‘오뎅바’ 업종이 인기다. 매장 운영에 필요한 집기시설비와 원재료비가 저렴한 데다 조리시스템도 간단하다.
매장 중심에 기다란 오뎅바 테이블 하나만 둬도 많게는 20명까지 착석 가능(5~7평가량의 소규모 매장 기준)하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면에서도 탁월하다.
무엇보다 오뎅바는 메뉴 호환성이 좋다는 것이 강점이다. 한식과 양식, 튀김이나 볶음류 등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함께 구성해도 메인인 어묵꼬치와 잘 어울린다.
어묵꼬치는 1000~1500원가량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되 5000~1만 원 안팎의 사이드메뉴도 별도 구성, 객 단가를 높이면서 고객에겐 메뉴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다.
단 메뉴 특성상 여름철은 비수기일 가능성이 높다. 여름 특선 메뉴나 주류를 별도 구성해 매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관건이다.
☛ 토마스식당
간판 아랫부분에 ‘오뎅’, ‘酒’가 적힌 노란색 상자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토마스식당’이 적힌 팻말도 겨우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처음 문을 열었던 작년 초만 해도 매장 앞을 그냥 지나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오픈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익스테리어엔 손도 안 댔다. 간판만 겨우 달았다”는 것이 우태환 대표의 설명이다.
26.45㎡(8평) 규모의 「토마스식당」을 오픈하는 데는 5000만 원이 채 들지 않았다. 보증금 1000만 원에 권리금 2500만 원. 어정쩡하게 세워져 있는 중간 벽을 허물고 주방 공간을 트는데 500만 원가량 들인 게 전부. 오뎅바도 우 대표가 직접 뚝딱뚝딱 만들었다. 이 집은 오후 6시부터 새벽 2시까지만 고객을 받는다.
오뎅바 특성상 대부분 간단한 안주에 소주나 맥주 한잔 곁들이러 오는 2차 고객이다.
일반어묵과 곤약, 매콤당면, 매콤오징어 등 6~7가지 종류의 어묵을 각각 1500원에 판매하고 기름떡볶이(6000원)나 명란두부구이(7000원) 등의 단품메뉴도 구성했다.
술 마시고 난 후 꼭 밥을 찾는 고객들이 있어 구성했다는 홈 메이드 식 등심돈가스는 전체의 30~40%가 찾는 시그니처 메뉴다.
우 대표는 “육수에 어묵꼬치를 꽂아두기만 하면 별도의 조리과정이 필요 없어 운영이 수월하다”며 “대신 객 단가가 낮은 데다 2차 개념으로 가볍게 한잔하고 일어나는 콘셉트라 빠른 회전이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비수기인 여름철엔 튀김이나 꼬치구이에 시원한 생맥주를 마시는 콘셉트를 가미할 예정이다.
☛ 낭만옵빠 - 마진 최대 40% 소자본 창업과 운영의 정석
대기업에 다니던 한지훈 대표는 외식업을 운영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끌려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2013년 6월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에 특수부위전문점 「영동소금구이」를 오픈했다. 이후 신사역 가로수길 근처에 「영동소금구이」 2호점을 열었고 지난 12월엔 같은 골목 내 미용실 자리였던 26.45㎡(8평) 규모 매장에 오뎅바 「낭만옵빠」를 오픈했다.
한창 특수부위에 관심이 있을 때라 고깃집을 먼저 차리긴 했지만 업종 특성상 어느 정도의 매장 규모가 필요한 데다 초도 물류비용까지, 창업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었다. 식재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았다.
‘진짜 소자본 창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낭만옵빠를 시작했다.
사실 낭만옵빠는 한 대표가 미리부터 생각해두었던 아이템으로 2013년 상표권 등록 준비를 시작해 지난해 10월 말 완료한 상태다.
한 대표는 “오뎅바의 메뉴 단가는 부담 없으니 불경기에 고객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창업비용은 물론 운영비용도 크지 않아 창업도 유리한 아이템”이라며 “1인 운영이 가능한 점 역시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오뎅바는 오래된 외식창업 아이템인 만큼 고객의 향수를 자극할 만큼의 편안함과 익숙함을 콘셉트로 했다. 세련됨을 강조하기보다 거친 마감으로 복고적인 콘셉트를 더한 인테리어 분위기와 오징어쥬댕이, 똥집튀김, 간장새우, 투플한우튀김 등 4500원부터 1만5000원까지 익숙한 식재를 사용해 독특하고 맛있는, 그리고 저렴한 안주를 구성해 고객 접근성을 높였다. 대신 소주가 5000원, 병맥주가 5000~6000원으로 다른 술집에 비해 조금 비싸다.
오뎅이 1000원~1500원으로 가격이 낮아서 객 단가를 보완하기 위한 가격 정책이다.
벽에 메뉴판과 함께 적힌 ‘착석은 양옆으로 나란히, 테이블 당 안주 필수 주문, 직원은 오빠라고 부르기, 술주정은 집에 가서’ 등의 ‘공지사항’이 재밌다. 그 중 ‘테이블 당 안주 필수 주문’에 대해 불만을 가진 고객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 대표는 “메뉴가 저렴한 편이고 메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아직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낭만옵빠는 오픈 당시 권리금과 보증금, 인테리어, 집기비용 등 총 창업비용이 7000만 원 남짓 들었다. 이미 근처에서 특수부위전문점인 영동소금구이를 운영하고 있었으므로 상권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던 터라 결정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논현동 영동시장에 낭만옵빠 두 번째 매장 오픈을 준비 중이다.
(114 MD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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