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에 관한 명칭이나 발생, 전달 과정을 정확하게 고찰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포르투갈에서 비롯된 ‘카르타(carta)놀이 딱지’가 포르투갈 상인들이 일본에 무역차 출입하였을 때 전하여졌다.
일본인들이 그것을 본떠 하나후다(花札)라는 것을 만들어 놀이 겸 도박행위를 하던 것이, 다시 조선조 말엽 혹은 일제강점 이후에 우리나라로 들어와 현재에 이르렀다 한다.
1월: 송학
광에 그려져 있는 것은 해, 학, 소나무. 절대 선인장이 아니다. 일본의 문화로 1월에는 카도마츠라고 해서 집 앞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소나무를 장식한다.
일본의 원본에는 띠에 일반적으로 あかよろし의 다섯 글자가 적혀있으며, あきらかに よろしい, 즉 '분명히 좋다'라는 뜻이다. 一月나 宇良す, うらす 등이 적혀 있는 경우도 가끔 있다.
송학
2월: 매조
열끗에 그려져 있는 휘파람새는 한중일 공통으로 있는데, 디테일만 다를 뿐 구조는 유사하다. 이는 매화와 휘파람새와 관련된 설화에서 유래했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이 있었는데, 아내와 사별한 슬픔에 빠져 도자기를 만드는 일도 그만두었다. 아내가 죽은 무덤엔 매화가 피었는데, 어느 날 도공의 기척이 없어 마을사람들이 도공의 집에 가보니, 도공은 없고 아름다운 도자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도자기 속에서 휘파람새가 나와 매화가지에 앉아 슬피 우니, 아내를 그리워하던 도공의 넋이 휘파람새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1월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원본에는 띠에 あかよろし의 다섯 글자가 적혀있다.
휘파람새
3월: 벚꽃
도호쿠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3월에 벚꽃이 개화한다. 광에 그려져 있는 것은 흔히 일본사극등에서 볼 수 있는 가게 앞 등에 걸려있는 벚꽃무늬 장막이다.
일본의 원본의 경우 띠에 みよしの라는 네 글자가 적혀 있는데, 벚꽃으로 유명한 나라 현의 요시노란 지명에 "존경, 공손"을 뜻하는 접두사 み(御)를 덧붙인 것이다.
벚꽃
4월: 흑싸리(등꽃)
실제 식물은 등나무고, 열끗에 있는 새는 두견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한국인이 이걸 흑싸리로 생각하기 때문에 아래위를 거꾸로 든다. 그러면 두견새가 졸지에 배면비행을 하게 된다
흑싸리
5월: 난초(창포)
실제 식물은 창포다. 유래는 음력 5월 5일인 단오절이다. 열끗에 있는 다리는 일본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야츠하시.
미카와의 야츠하시가 5월에 완성되었고 다리를 완성한 여인이 죽어 붓꽃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미카와현 치류시(知立市)는 지금도 붓꽃으로 유명하다.
창포
6월: 모란
잘 모르는 사람은 장미로 알기도 한다. 한자를 그대로 읽어 목단이라고 하기도 한다.
한국과의 차이라면 한국에서는 선덕여왕의 일화로 인해 모란꽃에 나비를 같이 그리지 않지만, 일본 문화답게 같이 그린다. 이노시카초(猪鹿蝶)의 한 축을 담당한다
모란
7월: 홍싸리
열끗에 그려져 있는 것은 멧돼지로, 일본의 문화인 이노시카초를 상징한다. 싸리는 가을에 나는 식물이고, 멧돼지는 옛 일본에서 싸리를 누운 멧돼지의 모습(臥猪の床 / 伏猪の床)이라고 표현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멧돼지가 7월의 대표적인 사냥감이어서 일본의 수렵문화를 대표하는 동물이라는 설도 있다.
홍싸리
8월: 공산
원래는 공산(텅빈 산)이 아니라 일본판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억새가 뒤덮인 들판이다. 녹색이고 흑색이고 모두 흑판으로 내놓는 바람에 지워졌다. 합천에서는 공산 대신에 달이라고 부른다.
대구에서는 당연히 팔공산이라고 부른다. 제조사가 플레잉 카드의 스페이드 에이스에 상표를 넣는 것처럼 8광의 달에 상표를 그려넣는 경우가 많다.
11월에 뒤지지 않는 중요한 월중 하나로, 고도리를 완성시킬 수 있는 새와 광이 모두 있다.
9월: 국진
참고로 열끗에 있는 빨간색 덩어리는 사실 술잔이다. 한국에서는 주머니로 바뀌기도 한다. 써 있는 한자는 목숨 수(壽). 열끗은 보통 쌍피로 대용된다.
유래는 높은 곳에 올라 국화주를 마시며 무병장수를 기원했던 음력 9월 9일인 중양절이다.
10월: 단풍
풍이나 장이라고도 한다. 이것을 비롯한 모든 청단의 원본에는 단이 보라색이고 문자가 없다.
그려진 사슴이 정면을 보지 않고 옆을 향하고 있는데, 여기에서 일본어 속어로 무시하다를 뜻하는 しかとする란 단어가 나왔다.
11월: 오동
일명 똥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11월로 쓰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12월에 놓는다. 이유는 오동나무를 뜻하는 키리(きり, 桐)가 "끝"이라는 키리(きり, 切り)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그런다고원래 일본 게임이니 일본에서 12월로 쓰는 이유가 아니라 한국에서 11월로 바꾼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려져 있는 새의 머리는 많은 사람들이 닭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봉황이다. 한중일 모두 봉황은 벽오동나무에만 앉는다.(혹은 둥지를 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
11월과 12월의 오동나무와 버드나무는 둘 다 봄철에 피는 꽃을 핀다. 계절과는 맞지않는다. 이는 일본 하나후다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포르투칼의 카르타가 40장짜리였던 것에 1~10 그리고 잭, 퀸, 킹처럼 그림패가 들어가야 할 자리를 오동과 버드나무가 들어갔다는 연구가 있다.
한국의 고스톱에서는 그야말로 최강의 월인데, 일단 비는 제외하고 3장만 모아도 점수가 나는 광이 포함된데다 나머지 세개도 쌍피와 피기 때문에, 피를 모아 점수가 나는 경우가 잦은 고스톱에서는 정말 무엇하나 버릴게 없는 최강의 월. 때문에 똥오동 을 싸게의서 뻑이나게 되면 정말 2배로 화가난다.
심규섭의 봉황도
12월: 비
실제 상징하는 것은 버드나무. 일본에서는 11월. 광의 우산을 받는 모습 때문에 '비'라고도 한다. 버드나무 아래에 새는 제비다. 비광의 인물에 대해서는 서예가인 오노노도후라는 설이 정설이다.
서예를 연습해도 도무지 진전이 없자 포기하고 산책이나 가려고 했다가 가는 길에 개구리가 빗물로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친 끝에 버드나무에 오르는 광경을 보고 깨달음을 얻어 더욱 서예에 정진했다는 일화에서 유래했다. 왼쪽 아래에 개구리가 그려진 것도 이 때문.
버드나무 역시 봄을 대표하는 식물이다. 그리고 제비는 봄을 알리는 새. 개구리 역시 봄과 여름에 활동한다. 이 역시 일본의 화투의 발전 과정에서 계절에 맞지 않게 끼어든 것이다.
오노노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