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DNA로… 21년만에 ‘은행 강도살인’ 용의자 검거
2001년 대전서 총 쏜후 3억 탈취
‘태완이법’으로 공소시효 무기 연장
경찰, 최신 기술 적용 DNA 확보
장기미제 용의자 2명 특정… 구속
ⓒ 뉴스1
대전에서 대낮에 은행 직원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 현금 3억 원을 탈취해 달아난 용의자 2명이 21년 만에 검거돼 구속됐다.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한 것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손수건에서 확보한 유전자(DNA)였다.
대전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대전 국민은행 권총 살인강도’ 사건 용의자인 A 씨 등 50대 남성 2명을 붙잡아 구속 수감했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DNA 정보를 근거로 25일 용의자 2명을 붙잡아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27일 법원은 “도망의 염려 및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이 사건은 21년간 범인이 잡히지 않은 대표적 ‘장기미제 사건’ 중 하나였다. 사건이 벌어진 건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경. 2인조 복면강도가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 들이닥쳤다. 이들은 용전동 지점 김모 과장(당시 46세) 등 은행 직원 3명에게 총을 발사한 뒤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김 과장은 왼쪽 가슴 등 4곳에 총을 맞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경찰은 약 8시간 후 범인들이 도주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그랜저XG 차량을 발견했는데, 이는 20일 전 도난된 차량이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는 경찰이 쓰는 38구경 권총용이었는데, 두 달 전 대전 동구 송촌파출소의 경찰이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탈취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범인들이 현장에 지문 등 흔적을 전혀 남기지 않으면서 경찰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경찰은 이듬해 8월 29일 20대 남성 등 용의자 3명을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용의자들은 “경찰 고문에 의한 허위 자백”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사건은 2016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시행되면서 공소시효가 무기한 연장됐다.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고 현장 수거품 가운데 얼굴을 가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손수건에서 최신 기술을 적용해 용의자의 DNA를 확보했다. 처음 용의자 대조군에 없던 A 씨에게서 수개월 전 DNA가 확인돼 용의자 2명을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피의자들은 범행 사실은 대체로 시인하면서도 서로 자신이 총을 쏘진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공범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