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경험으로부터 배울 줄 모르는 역대 정부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당국자들은 사고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겠다고 해왔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대구지하철 참사, 씨프린스 기름유출사고 등 YS정부 때 발생했던 끔찍한 사고들을 모두가 기억하실 것입니다.
성수대교는 1994년 10월21일, 아침7시에 붕괴되었고, 사망 32명, 부상 17명이었습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1995년 6월29일, 오후 6시경에 발생하였고,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었습니다.
씨 프린스호 기름유출사고는 1995년 7월23일에 발생했고, 당시 1천5백억원의 피해를 냈다 합니다.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앞바다에서 태풍 ‘페이’로 인해 호남해운 소속 14만5천t급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좌초, 유출된 기름 7백t이 남해안 전역을 덮치고 양식장 1만ha를 황폐시켜 1천5백억원의 피해를 낸 사고였습니다.
YS는 사고가 연이어지자 “우째 이런 일이!”, “뼈를 깎는 아픔!” 하면서 책임자를 엄벌에 처벌하고 다시는 유사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다짐하였습니다. 그 후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과 안전문화는 얼마나 달라졌는가요? 저는 조금도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2003년 2월18일, 오전 9시55분에 발생했으며, 사망 192명, 부상 148명이었습니다. 대구시 중구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구내, 진천동에서 안심동으로 운행하던 1079호 전동차(기관사 최정환) 안에서 한 정신질환자가 불을 질러 발생한 사고였습니다.
2008년 1월 7일,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물류센터 ‘코리아2000’ 지하 공장에서 인부 50여명이 냉동설비작업, 전기설비작업 등 공사 마무리 작업을 하다가 불길에 휩싸여 40여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 냉동공장은 지난 7월 착공해 11월 5일 준공됐으며 2008년 1월12일 영업을 할 예정에 있었다합니다. 작업을 시작한 지 3시간 정도가 흐른 오전 10시 45분, 가장 많은 인부들이 모여 있던 창고 서쪽 끝에서 갑자기 폭탄이 터지는 듯 '뻥' 소리가 나면서 불길이 삽시간에 창고 전체를 뒤덮은 사고였습니다.
지난해 12월 7일에는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바다에서 14만6,000톤급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가 삼성중공업 소속 해상 크레인과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 피해가 발생했고, 사고 5일 때인 12월11일에는 태안, 서산, 보령, 서천, 홍성, 당진 등 6개 시·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습니다. 피해액은 아직 산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모양입니다만 씨 프린스호 사고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클 것이라 합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는 같은 사고들이 반복하여 발생하고 있는데도 사고 예방 시스템이 생기지 않았고. 안전문화에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시스템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에 의해, 아니 재수에 의해 하루하루 연장되는 존재일 뿐입니다.
한국정부와 영국정부, 이게 다르다!
북해(North Sea) 주변에 국제항구이자 해안휴양지로 유명한 쩨브뤼헤(Zeebrugge)라는 영국령의 해양도시가 있습니다. 쩨브뤼헤호로 명명된 유람선이 1987년 3월, 사고를 일으켜 188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국제적인 참변이었습니다.
쩨브뤼헤(Zeebrugge)호가 손님을 가득 싣고 떠났습니다. 수많은 문들 중에 몇 개의 문이 채 잠겨 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커브를 틀다가 문이 열리는 바람에 188명이라는 많은 인명이 생명을 잃었습니다. 영국정부는 누가 범인지를 찾아내려 했지만 딱 부러지게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습니다. 문단속을 책임진 직원들은 그 날 승객이 원체 많아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다 배가 출발할 때까지 미처 문을 잠그지 못했다고 항변했습니다. 그 날은 평소에 비해 승객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에 선장이 이를 감안하여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고려해 줄 것으로 믿었다고 항변하였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승무원들에게 죄를 물을 수 없었습니다. 수사의 초점은 선장을 향했습니다. 하지만 선장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었습니다. 여객선의 이미지 관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시출발이며 선장은 정시출발이라는 원칙을 준수했다고 항변했습니다. 사고로 수많은 승객들이 참변을 당했지만 국가는 아무도 처벌할 수 없었습니다.
영국 정부는 사고의 원인이 시스템 부재에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선장과 문단속 요원 간에 의사를 전달하는 통신 기기도 없었고, 출발 전에 체크해야할 업무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영국 정부는 시스템 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많은 인명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병원, 학교, 수송시설, 기업, 백화점, 호텔 등에 안전이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의 설치를 강요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영국표준(BS5750)이었고 이는 다시 국제표준인 ISO 9000 시리즈로 채택되어 전 세계에 강요되었습니다.
반면 한국정부는 그 많은 참사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을 했는가요? 2004년 대형 재난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겠다며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통제본부를 소방방재청으로 격상시킨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될 일이 전혀 아니지 않습니까?
2008. 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