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여미지에서 가솔송님을 만났습니다.
제주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꽃뜰을 위하여
저의 일정이 마무리되는 곳까지 반가운 마중을 해주셨습니다.
저와 쌍둥이바람꽃, 예전에 동백님, 노인님과 거제 지심도 탐사를
같이했던 영주가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가솔송님은 소박한 미소와 맑은 눈빛을 지니신 겸손한 분이었습니다.
입구에 울타리용으로 심어 놓은 자잘한 흰꽃이 피는 나무는
부산의 문현로타리에서도 보고 이름을 몰라서 무척 궁금해했었는데
꽃댕강, 서양댕강으로 불리운다고 하였습니다.
열대식물, 관엽식물, 다육식물관을 안내하며 꽃하나 나무 하나를
자상하게 일일이 설명해 주시는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경청을 했지요.
특히 만개하지 않고 수줍은 듯 아래로 향한채 피어나는
붉은빛의 말비스키스꽃나무가 인상적이었고
새끼나는 식물인 망그로브,
여행자들에게 뱡향을 일러줌과 동시에 물도 제공한다는 여인초,
가장 큰 열매가 달이는 잭후르트,
어린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양털과 같이 생긴 털을 지니고 있는 춘의,
자손을 잘 키우기위해 사람보다 더 애를 쓰는 바나나의 노력 등이 기억에 남았고
책에서만 보던 파피루스와 바오밥나무를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폐수를 정화하는데 이용하는 부레옥잠의 효율적인
이용에 대한 설명, 원숭이를 이용해 파파야를 수확하는 방법에 대한
재미있고도 막힘없는 설명은 "아하! 그렇구나" 하고 늙은 학생들을
감탄하게 하였습니다.
온실에서 나와 허브를 심어 놓은 곳에서 여러가지 허브를 직접 보고
냄새를 맡아보고 맛도 보았으며 가장 좋은 허브요리는 김치이고
가장 좋은 허브식물은 바로 "쑥"이라고 하며 쑥의 한없는
이용가치와 효율성에 대한 가솔송님의 열정적인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허브코너를 지나서 우리꽃을 심어 놓은 정원에서는 산국과 감국에
대한 명확한 구별법을 일러주었고 아그배나무, 죽절초, 산딸나무,
가솔송님이 가장 좋아한다는 황근과 돈나무, 녹나무 등에 대한
자상한 설명도 우리를 새삼 경이롭게 했습니다.
가까이 있었지만 잘알지 못해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꽃 우리나무가
우리식물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니신 분의 설명을 듣고 나니
한결 더 정답고 살뜰해 보인 하루였습니다.
"이건 먼나문가요?"
물었더니...
"그건 먼나무입니다"
"이나무는 무슨 나무입니까?'
"그건 이나무입니다"
바로 먼나무와 이나무에 대한 대화였습니다.
저도 이나무와 먼나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날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꽃을 키우고 배양하는 온실과 백두산의 희귀식물을
키우는 온실을 보는 것으로 여미지 탐사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제가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식물들도 저토록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리는 너무도 나태하고 안일하게
생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을 순간순간 느꼈다는 것입니다.
식물원 내부의 사정으로 몹시 분주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바라보는
대상이 같다는 그 아름다운 이유 하나만으로 멀리서 온 객을
귀찮다하지 않으시고 흔쾌하고 정답게 맞아주신
가솔송님의 따뜻한 마음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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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