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동을 문화의 거리로 바꾸겠다”
맨하탄 꿈꾸는 갤러리 ‘소호’ 서재흥 관장
SOHO(Small Office Home Office)란 작은 사무실(Small Office)과 자택 사무실(Home Office)을 거점으로 자신의 집을 사무실로 활용한데서 시작된 개념. 다른 의미로는 미국 뉴욕 하우스톤 가와 커널 가 사이 화랑 밀집 지역을 뜻한다.
쥐색 외투 깃을 세우고 들어오는 멋진 남자. ‘삼천동 화가들전’을 열고 있는 서재흥 관장이 운영하는 갤러리 소호에서 그를 맞았다. 짧은 인사를 건네고 바람을 가르며, 복어탕을 앞에 두고 마주 앉자 아침시간이 유독 힘들다는 그의 눈매가 정신을 차린다.
주택가에 ‘소호’를 열게 된 까닭
미술을 전공했기에 미술인에게 혜택을 주기위한 방안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일반갤러리는 저녁 6시가 되면 문을 닫아 일반인이 쉽게 닦아가기 힘들다는 데 착안했다. 대전시민이 퇴근 후 자연스럽게 올 수 있는 공간, 문턱을 낮춘 갤러리로 일반 보통 사람들이 미술이 어렵다는 생각을 멀리하게 하고 싶었다. 한 번 두 번 오다보면 자연스럽게 미술에 관심이 생길 것이며, 저변확대 역할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여겼다. 갤러리에서 차도 마시고 미술도 관람하면서 미술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면 미술에 대한 이해 또한 커지리라 생각했다.
삼천동에 작업실을 두고 창작에 몰두하는 미술인이 30여 명 된다. 갤러리가 한 개만 더 들어오고 이들 미술인이 힘을 모은다면 특화거리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삼천동은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악기점이 많다. 이를 잘 활용하면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문화공간을 형성, 주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작품은 자연을 모티브로 한 사실계열
대학시절 미술작가의 꿈을 가지고 시작해, 졸업 후 작업실 마련해 그림을 그렸다. 그림만 그리다보니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버스비 없어 걸어 다닐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보내면서 이게 아니란 생각을 했다. 그림을 그리려면 우선 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붓을 꺾었다. 3년만 학생을 가르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학원이 잘 가르친다는 소문이 나면서 급성장, 4명으로 시작한 지 2년 만에 건물 3개 층을 쓸 수 있는 곳으로 확장․이전했다. 아이들 교육비 정도만 만들고 그만두려는 마음으로 시작했기에 7년 쯤 되는 해 ‘백문미술학원’을 접으려니 집에서 반대가 심해 어쩔 수 없이 10년을 채운 후에야 접을 수 있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렸다. 10년이 된 지금까지 1년에 한 번은 무조건 개인전을 열고 있다. 몇 년 전 전세금을 제외한 모든 돈을 날렸을 땐 참 막막했지만 그림 그리기 위해 학원을 접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개인전을 열어야한다는 생각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인물화로 시작해 풍경화와 나무시리즈(소나무, 물 등)로 주제를 변경해 왔다. 경기 악화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 겪는 것 보고 꽃을 그리게 됐다. 걸려있는 꽃그림을 보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꽃 시리즈 외에 물고기사랑 시리즈를 그린다. 그림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켜 지킴이 활동을 활성화 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현재 환경미술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림으로 환경을 살리고 싶은 화가들이 만든 단체다. ‘바람결 따라 물결 따라’라는 주제로 갑천변에서 1년에 2회 전시회를 갖고 있다. 돌아오는 4월에는 ‘어린이 환경미술실기대회’를 열어 아이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킬 예정이다.
미술인 자유롭게 창작할 터전 마련돼야
대전은 미술에 대한 관심이 타 지역에 비해 열악하다. 소호를 통해 미술의 저변확대를 기대하지만 수익이 창출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솔직히 말하면 적자다. 내 건물이 아닌 임대였다면 버티기 어려워 이미 문 닫았을 것이다. 적자 만회하는 방법이요?(웃음) 몸으로 때우고 있다. 화실과 대학, 그리고 문화센타에서 26시간 이상 강의한다. 자리매김 하는데 2,3년은 족히 걸리리라 생각하고 있다. 삼천동이 차가 없는 문화의 거리로 활성화 될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어려움은 기꺼이 이겨낼 수 있다. 미술인이 활기차게 작품 활동할 수 있는 일에 도움 된다면 기꺼이 버틸 작정이다. 소호를 기점으로 예술의 거리가 형성되길 바란다.
내 경우 개인전을 열면 그림이 매매돼 그나마 생활이 괜찮은 미술인에 속하지만 대부분의 후배들은 그렇지 않아 가슴이 아프다. 이들은 개인전이 끝나면 대부분이 빚을 지기 때문에 막노동을 하거나 의욕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대구나 광주는 시민들이 미술에 관심이 많아 조그만 상점에도 그림이 걸려있는데 대전에선 그런 풍경 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미술인이 마음 놓고 창작할 수 있는 여건 조성과 권익이 보호돼야 한다. 일반인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미술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이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해 한국을 널리 알릴 훌륭한 예술인이 탄생할 것이라 본다.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
다시 태어나도 그림 그리겠다
도 닦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을 그리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몰입돼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림이 좋아 그림을 선택한 사람이다. 유명해지거나 돈 벌고 싶었다면 이 길을 오지 않았다. 여유로운 길 포기하고 오다보니 고생한 부분이 서서히 조명돼 발전하고 있다.
모든 분야가 다 그렇듯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작품이 풀리지 않아 헤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내가 과연 예술인인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예술적 재능이 없는데 괜히 붙들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도 한다. 그렇게 손 놓고 있는 어느 순간 그림이 탁 풀리면서 변화된 그림을 창조해 냈을 때의 기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매력이다.
서재흥 관장은 국내 미술대전 역대 최고의 상금 1억 원을 내건 ‘제1회 대한민국 인터넷 미술대전’에서 ‘물고기 사랑’ 시리즈 등 10여점을 출품해 총점 815점으로 1월 29일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수채화처럼 맑은 표현력으로 자연사랑에 앞장서고 있는 서 관장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글/사진 조정희 기자
첫댓글 멋진분이시네요 ~ 작품도 멋지고 ^^
글 잘 읽었네요..참으로 훌륭하시네요..^^*
조치원에도 하루빨리 저런분이 생겨나서 갤러리가 있으면 하는 바램으로내가 해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