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는 서울시에서 발생하는 재건축임대주택을 매입해 신혼부부 전세 등을 위해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임대주택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05년 3월 18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재건축사업으로 증가되는 용적률의 25%를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임대주택 매입은 우선적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애매한 태도를 보이다가 올해 들어 매입 방침을 밝혔을 뿐 경기도, 인천시는 재건축 임대주택을 매입할 의사가 없다.
정부가 헌법소원이 예상되는데도 밀어붙인 재건축임대주택이 주민들은 물론 공공기관에까지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건축임대주택 관련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있는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 정책위원인 김재철 변호사(법무법인 중원)는 “2월중 헌법소원 준비서면을 헌재에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혀 재건축임대주택의 위헌논란이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임대주택 매입 재원 없어 … 주공에 빚더미만 안길 듯
한나라당 이진구 의원은 지난해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정부와 수도권 지자체가 2010년까지 재건축사업 과정에서 의무 건설되는 임대주택을 매입하는데 최소 1조3136억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자체별 인수비용은 서울시가 2546가구에 7736억원, 경기도가 4674가구에 4600억원, 인천시가 750가구에 850억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서울시 물량을 제외하더라도 경기도 4674가구, 인천시 750가구 등 5400여가구가 현재까지 소속을 갖지 못한 채 지어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교통부는 시·도지사가 재건축임대주택의 인수를 요청하는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한주택공사를 인수자로 지정해 재건축임대주택을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인천시가 매입을 꺼리는 재건축임대주택은 주공이 매입해야 할 처지다.
하지만 주공 또한 재건축 임대주택을 매입할 여력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매입후 적자가 예상된다며 볼멘 소리다.
이와 관련 이진구 의원은 “주공의 2005년말 부채총액은 21조9963억원으로 불과 4년 만에 144.5%가 늘어났다. 2006년 또 3조원의 빚을 더 끌어오고 있는 중이다”면서 “(주공의) 재건축임대아파트 매입에는 2010년까지 최소 552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주공은 이 막대한 소요자금의 대부분을 채권발행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주공이 재건축임대아파트를 10년임대후 분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주공이 “임대기간 장기화에 따라 사업손실이 불가피하므로 임대후 분양할 것”을 건교부에 요구했고, 건교부도 “적절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회신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건축 임대주택 건설의무에 대한 업무처리 기준」은 도시 및 주거정비법 제54조 제3항을 근거로 ‘인수자는 임대주택을 분양전환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양전환의 길을 터놓게 되면 ‘시세차익의 사유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결국 주공은 채권을 발행해 재건축임대주택을 매입하고, 적자살림을 꾸리며 ‘시세의 90%’ 수준으로 공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강남권 재건축임대아파트의 경우 임차금액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서민주거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주공이 혈세를 들여 임대주택을 운용한다는 데 의문을 표하고 있다.
∥관리문제·위화감 등 난제
재건축임대주택은 관리에 대한 원칙도 명확히 세워지지 않았다.
공공임대주택의 관리비를 적용하면 임차금액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민주택’ 논란이 불가피하다.
재건축사업을 추진중인 조합·추진위들도 관리영역에서 벗어난 임대주택을 관리하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주택공사와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공동 발간한 「재건축임대주택 의무공급방안의 개발이익환수제로서 의의와 보완방향」 연구는 “분양주택의 관리기준을 따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관리비의 부과기준 또한 분양주택과 동일한 수준에서 적용되는 것이 적정하다 판단된다”면서도 “임대주택의 관리문제, 정책적 입주대상 계층 선정의 문제 등이 예상돼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는 또 “재건축임대주택을 사회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재건축임대주택 임차인과 분양주택 입주자간의 소득격차에 따른 계층간 갈등이나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며 “단순히 주거공간의 물리적 혼합만으로는 실제적인 사회통합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1개 단지 부담액 167억원 … 사유재산 침해 헌법소원
무엇보다 재건축임대주택의 문제는 사유재산 침해가 현저하다는 것이다.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고덕 주공2단지는 용적률 254.51%를 적용 받게 됐으나 늘어나는 용적률에 비례해 36.5%를 임대아파트로 지어야 한다. 이에 따라 전체 4003가구 중 779가구가 임대주택으로 지어진다.
하지만 임대주택이 포함되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재건축 공사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표준형건축비는 평당 288만원.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는 “금융비용을 제외하고도 평당 건축비가 350∼360만원에 달한다”며 “임대주택 평당 수십만 원의 차액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재건축임대아파트는 공급 규모만 주거정비법에 명시됐을 뿐 준공 후 관리방법 등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고덕 주공2단지의 경우 지역난방공사 등 부담이 32평 가구당 134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재건축임대주택은 동내 혼합배치로 지어진다. 지역난방 등을 제외할 여지가 없다.
추진위는 근거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부담을 떠 안을 수밖에 없다. 전체 임대주택을 30평으로 가정, 실질 건축비와 표준형건축비 차액을 평당 70만원으로 보고(779×70×30만원) 가구당 부담(779×134만원)을 더하면 고덕 주공2단지 주민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167억4492만원에 달한다.
고덕 주공2단지 재건축추진위 변우택 위원장은 “금융비용은 못 줘도 건축비는 줘야 집을 짓는 것 아니냐. 손실을 감안하면 부실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 있다”며 “주민들도 재건축 규제가 중첩되면서 ‘재건축을 하면 무엇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이 같은 규제로는 주택이 필요한 곳에 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고 토로했다.
변 위원장은 또 “재건축 사업장별로 공사방법이 다르고 비용이 다르다”면서 “재건축임대주택의 취지를 살리려면 일률적 강제가 아닌 인센티브 제도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건축임대주택의 사유재산 침해논란은 지난 2002년 정부가 재건축임대주택 도입방안을 내놓았을 때부터 이미 예상됐었다.
하지만 2003년 3월 2일 재건축임대주택 도입을 골자로 하는 주거정비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시민단체인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은 이튿날인 3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유재산 몰수와 다름없어 … 미실현 이득 환수도 문제
헌법소원 대상은 크게 재산권 침해와 소급입법 부분이다.
재산권 침해와 관련해서는 재건축한 아파트의 일정부분을 실제 공사비에 미치지 못하는 표준건축비만으로 보상하고, 대지부분도 시가에 미치지 못하는 표준지의 공시지가로 지방자치단체 등이 매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과 용적률을 완화받는 경우 그 부분에 해당하는 대지지분을 기부채납 하도록 한 것이 사유재산을 몰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용적률이 늘어났다 하더라도 사업비가 늘어나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실현 이득을 환수하도록 한 것, 일반주택 건축·재개발과의 형평성 등도 위헌 논란을 빚었다.
소급입법과 관련해서는 법 개정 당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관리처분계획의 인가를 받은 경우까지도 일정 부분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도록 한 데 대해 행정청에서 관련 법령에 의해 개발기본계획, 지구단위계획, 정비계획 등 도시계획과 각종 영향평가 등을 완료해 사업계획이 확정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함으로써 소급입법금지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건축임대주택 의무건립 관련 헌법소원은 헌재에서 심판회부 결정이 내려졌으나,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2년여 동안 대부분의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위헌요소가 있는 주거정비법에 따라 임대주택을 포함시켜 재건축을 진행해 왔다.
헌법소원을 진행하고 있는 김재철 변호사는 “헌법소원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조속한 심리를 촉구하는 차원에서 2월중 헌법소원 준비서면을 헌재에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히고, “각 조합도 손해 산정을 위한 구체적인 자료를 산출해 바른재건축실천전국연합에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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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이하 연면적이 50%이상이어야 2005년 3월 18일 주거정비법 개정으로 도입된 재건축임대아파트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50세대 이상 공동주택단지를 대상으로 한다.
주거정비법 시행령에 ‘용적률 완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 경우에도 10% 이상의 임대주택을 공급해야 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건축임대주택은 임대주택 표준건축비와 개별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시·도지사가 우선 인수한다. 시·도지사가 인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인수자 지정을 요청해야 한다.
한편, 임대주택에 해당하는 만큼 용적률을 완화받을 수 있으나, 이 경우 부속토지를 기부채납한 것으로 본다.
임대주택 비율은 당초 세대수 기준으로 60㎡이하 : 85㎡이하 : 85㎡초과를 각각 2 : 4 : 4로 규정했으나, 10평 수준의 극소형 주택의 건설을 방지하기 위해 85㎡이하의 주택연면적이 전체 연면적의 50%이상이 되도록 추가 규정했다.
정상표 기자 2007-02-15 17:31: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