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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에는 결혼식을 집에서 치렀습니다. 신랑 일행은 신부 집을 향해 길을 떠나고, 신부 집에서는 정해진 날짜에 신랑을 맞이하기 위해 큰 잔치를 마련했지요.
이 그림은 신랑 일행을 담은 것입니다. 맨 앞에 두 사람은 청사 초롱으로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뒤에 기러기를 안고 있는 어른이 있습니다. '기럭아비'라고 하지요. 기러기를 가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러기는 한 번 짝이 정해지면 평생을 함께하고, 만약 짝을 잃게 되면 혼자 사는 새라고 합니다. 또한 늘 사이좋게 화답하며 차례를 지켜 날아다닙니다. 이렇듯 절개를 지키고 예의를 갖춘 새를 본받자는 뜻입니다.
흰 말을 탄 신랑은 의젓합니다. 신랑 앞뒤로는 혼례를 도울 사람들이 따라갑니다. 신랑은 대개 신부 집에 도착해서야 처음으로 신부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정해 준 대로 짝을 맺는 것입니다. 물론 집안 어른들끼리 미리 이런저런 조건을 따져 보고 신중히 결정하였습니다.
가문이 어떤지, 학식이나 인품은 어느 정도인지, 태어나서 정해진 운명이 서로 맞는지 잘 헤아려 보았습니다. 혼인은 두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집안끼리 관계를 맺는 의식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터무니없이 자기 집안보다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권세가 있는 가문과 사돈을 맺으면 덩달아 힘을 얻게 되리라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조상들은 분수를 알지 못하는 행동은 반드시 화를 불러 온다고 여겼습니다. 지혜로운 우리 조상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지어서 널리 퍼뜨렸습니다.
옛날에 들쥐 내외가 새끼를 한 마리 낳아 애지중지 잘 길렀습니다. 어느덧 새끼가 자라 제 짝을 찾아 줄 때가 되었지요. 남편 쥐가 말했답니다.
"우리 자식은 아무에게나 보낼 수 없지. 힘 있는 집안을 고릅시다."
아내 쥐는 맞장구를 치며 대답했답니다.
"아무래도 하늘만한 것이 없지요. 하늘과 짝을 지어 주면 어떨까요?"
들쥐 내외는 하늘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우리 귀여운 자식의 반쪽을 찾아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세상에 그대만한 짝이 따로 없지요. 우리 아이와 결혼해 주십시오."
하늘은 조용히 듣고 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좋은 말씀입니다. 나는 온 땅을 다 가릴 수 있고, 온갖 생물을 다 기를 수 있으니 나보다 힘센 것은 없는 듯 하지요. 그러나 구름이 나를 가려 버리니, 아무래도 나는 구름만 못하답니다. 구름에게 가 보세요."
들쥐 내외는 구름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둘도 없는 우리 귀여운 자식의 반쪽을 찾아왔습니다. 우리 아이와 결혼해 주십시오."
구름은 빙긋이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울 수 있고, 해와 달을 가려 세상을 캄캄하게 만들 수 있지요. 그러나 바람은 나를 흩뜨릴 수 있답니다. 바람에게 가 보세요."
들쥐 내외는 바람을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우리 귀여운 자식의 반쪽을 찾아왔습니다. 우리 아이와 결혼해 주십시오."
바람은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나무와 집을 뒤흔들고, 산과 바다를 드날릴 수 있지요. 그러나 저 아래 마을에 있는 돌부처만은 넘어뜨릴 수 없답니다. 돌부처에게 가 보세요."
들쥐 내외는 돌부처를 찾아가서 말했습니다.
"귀여운 자식의 반쪽을 찾아왔습니다. 우리 아이와 결혼해 주십시오."
돌부처는 인자한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 자리에 우뚝 서서 천 년을 지내 왔으니, 든든하기로 소문이 날 만하지요. 그러나 오직 들쥐만이 내 발치를 헤집어 넘어뜨릴 수 있지요. 들쥐에게 가 보세요."
들쥐 내외는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괜한 욕심을 부린 것이 못내 부끄러웠습니다. 마침내 들쥐는 들쥐끼리 결혼하여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출처: 소년한국일보 http://kids.hankooki.com/edu/culture_symbol.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