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가꾸어온 세계, 나만의 살림 이야기
살다 보면 십 년, 이십 년을 두고 봐도 여전한 사람을 종종 본다. 작년 겨울 라디오 DJ로 10년 만에 방송에 돌아온 왕영은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웃을 때 반달 모양으로 작아지는 눈. 맑은 목소리, 여전히 날씬한 몸매. 겉보기에는 방송을 그만두기 전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하나하나 그녀가 풀어놓는 살림 이야기를 들어 보니 정말 세월은 허투루 흘러가는 것이 아니구나 싶기도 하다.
그녀가 ‘내 살림’을 시작한 지도 벌써 17년이라고 했다. 그 가운데 10년은 마이크도 저 쪽에 미뤄 놓고 주부로 지냈으니, 뭘 해도 똑 소리나게 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그녀가 얼마나 살뜰하게 자기 살림을 보듬어 왔을까 싶었다. 그래 조심스럽게 살림을 잘 하냐 물으니 자기는 그리 부지런한 주부가 아니라며 웃는다.
“전 무리하지 않고 사는 게 생활 원칙이에요. 내 몸 아파가면서 살림하면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 내가 잘하는 건 열심히 하고, 또 못하는 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그렇게 사는 거죠. 아이들도 어리고 할 때는 살림 욕심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네요. 요리도 배우러 다니고, 손님들 집으로 초대해서 대접도 하고 그랬으니까. 지금이야 더 쉽고 간편한 방법을 찾아다니는 꾀가 생겼지만. 하지만 알고 보면 그 꾀도 다 축적된 노하우가 있으니까 가능한 거예요.”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녀는 정말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살림꾼이었다. 식구들 철따라 보양식을 해주는 대신 종합 비타민을 꼬박꼬박 챙겨 먹이고, 번거로운 꽃꽂이 대신 커다란 화분을 사서 집 안에 생기를 주고, 반찬 여러 가지 내는 대신 반찬은 간소하게 하고 현미밥으로 영양을 챙기고…. 어렵지도 번거롭지도 않지만, 내 집, 내 가족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딱딱 짚어내어 필요한 것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집을 꾸미는 데도 아주 관심이 많은 프로 주부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살림도 많이 보고 배워야 제대로 할 수 있죠. 전 집 꾸미는 데 관심이 많아서 인테리어에 관련된 책을 가끔 보고 있어요. 아파트에 사는 한계가 있으니까 그걸 본다고 똑같이 따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니까 예쁘구나’, ‘저 정도는 따라 할 수 있겠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거든요. 또 전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도 자주 보면 본래 좋아하던 것과 매치시키는 안목이 생기구요.”
그렇게 다년간의 공부 결과로 그녀는 얼마 전에는 직접 스타일을 정해 화이트 모던 스타일로 집 안 분위기를 바꾸었단다. 예전에는 고급스러운 원목이 좋더니 ‘나이가 들수록’ 밝고 경쾌한 것이 좋아지더라고, 큰 공사를 피해 조명과 소파, 벽지 정도만 모던하게 바꾸니 새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란다.
촬영 장소인 앤티크 숍에서도 그녀는 짬짬이 가구를 둘러보고 이것저것 눈대중으로 매치시키며 열심히 인테리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부지런하지 않은’ 주부라는 말은 아무래도 믿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첫댓글 왕영은씨 정말 살림꾼이네요...
살림을 잘하시고 진행도 편안하게 잘보는게 최대장점인 여자같애요.. 인테리어도 아주훌륭하게 잘하시는...정말 여자로서 부러운 만능엔터테이너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