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문 앞에서
유하
이제 어디를 가나 아리바바의 참깨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 세상이다.
언제나 문 앞에 서기만 하면
어디선가 전자 감응 장치의 음흉한 혀끝이
날름날름 우리의 몸을 핥는다 순간
스르르 문이 열리고 스르르 우리들은 들어간다.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들어가고
스르르 열리고 스르르 나오고
그때마다 우리의 손은 조금씩 퇴화되어 간다.
하늘을 멀뚱멀뚱 쳐다만 봐야 하는
날개 없는 키위새
머지 않아 우리들은 두 손을 잃고 말 것이다.
정작,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 하는
그,
어떤,
문 앞에서는.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것이다.
해설
[개관 정리]
◆ 성격 : 비판적, 비유적
◆ 표현 : 날지 못하는 키위새를 통해 자력을 상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함.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주문 없이도 저절로 열리는 → 최소한의 노력마저도 필요 없을 정도로 편리해진
세상의 단면을 드러냄.
* 날름날름 우리의 몸을 핥는다 순간
→ 자동문으로 대표되는 현대 문명의 부정적 속성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함.
기계화된 현대 문명의 유혹을 의미함.(활유법)
* 스르르 문이 열리고 ~ 스르르 나오고
→ 현대 문명에 길들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음성상징어를 사용하여 드러냄.
* 날개 없는 키위새
→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어져 주체성을 잃고 퇴화해 버린 현대인의 부정적인 모습
* 정작, 두 손으로 힘겹게 열어야 하는 →기계의 도움이 불가능한 어떤 상황
* 그, / 어떤, / 문 앞에서는. → 의도적으로 행갈이를 하여 시적 긴장감을 높임.
* 키위키위 울고만 있을 것이다.
→ 현대 문명에 길들어져 수동적이고 나약해져 버린 현대인의 모습
(현대인들에 대한 경고)
◆ 화자 : 기계화 · 자동화된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는 이
◆ 주제 : 현대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 비판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모든 것이 자동화, 기계화된 현실
◆ 4 ~ 7행 : 기계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
◆ 8 ~ 13행 : 기계 문명에 길들어져 퇴화해 가는 현대인
◆ 14 ~ 18행 : 기계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비극적인 상황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자동문'을 중심 소재로 삼아 전자 문명이 발달할수록 현대인의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면모는 퇴화되고 있음을 통해 현대 전자 기계 문명에 대한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자동문에 길들여진 현대인 = 날지 못하는 키위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절제된 묘사를 통해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적 주제 의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 영화 감독 유하
감독한 작품( 영화 <비열한 거리>, <말죽거리 잔혹사>, <시인 구보 씨의 하루>,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으로 가야 한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쌍화점>)
■ 키위[kiwi] : 뉴질랜드 특산이다. 1속 3종으로 나뉘며 세로무늬 키위는 뉴질랜드의 남북 양 섬과 스튜어트섬에서 살고, 큰얼룩키위와 작은얼룩키위는 남섬에서 산다. 몸길이 48~84cm, 몸무게 1.35~4kg에 암컷이 더 크다. 몸 전체는 어두운 갈색이며 거친 털 모양 깃털로 덮여 있다. 날개와 꼬리는 퇴화하여 날지 못하고 꽁지도 없다. 부리는 가늘고 길면서 아래로 약간 휘었고 끝 가까이 콧구멍이 있다. 아구에는 입수염이 나 있다. 짧고 굵은 발에는 4개의 발가락이 있다. / 낮에는 나무구멍이나 땅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나와 활동하는 야행성 동물이다. 눈은 약간 퇴화하였으나 후각 · 촉각 · 청각은 잘 발달되어 있다. 부리를 진흙 속에 깊이 박고 주로 지렁이나 곤충 및 그 유충을 잡아먹는데 식물의 씨앗이나 연한 풀뿌리 따위도 먹는다. 쓰러진 나무 밑이나 땅밑 굴속에 둥지를 틀고 한 배에 1~2개의 알을 낳는다. 알은 흰색이고 수컷이 품어 약 75일 만에 부화한다.
[작가소개]
예명 : 유하
본명 : 김영준
출생 : 1963년 2월 9일 (59세), 전라북도 고창군
학력 : 상문고등학교 (졸업)
세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 학사)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 / 석사)
직업 : 영화감독
데뷔 : 1990년 영화 '시인 구보씨의 하루’
대한민국의 시인, 각본가, 영화 감독. 본명은 김영준.
1963년 2월 9일생. 전라북도 고창군 출생. 상문고등학교(6회)[1], 세종대학교 영문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영화학과 출신으로 영화와 문학 양쪽에 조예가 있었다. 1988년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21세기 전망'의 동인으로 활동하던 도중 무협지와 풍자를 섞은 첫 시집 '무림일기'와 소비자본주의의 총화인 압구정동에서 살아가는 1990년대 한국인들을 그려 낸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시단에 파란을 일으켰으며, 장정일과 함께 1990년대 대한민국 젊은 시를 대표하는 총아로 자리잡게 됐다. 2003년 천일마화 이후로는 영화에 집중해서 시작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2]
1993년에 자신의 시를 바탕으로 한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에서 각본과 감독으로 첫 장편 영화 데뷔를 했다. 하지만 반응은 시원찮았고 흥행도 실패(서울관객 24,000여 명)하면서 잊혀졌다가 2002년에 엄정화, 감우성 주연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컴백하면서 약간의 화제를 일으켰다[3]
2004년 자신의 모교인 상문고 출신 선후배들을 끌어모아[4] 모교를 배경으로 한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연출해 전국 311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 및 비평에도 성공을 거두고, 2006년에는 조인성을 주연으로 배신으로 점철된 조직폭력배와 폭력 조직의 생리를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비열한 거리》를 연출하여, 관객 204만을 동원하면서 2연타 흥행에 성공했다.[5]
2008년 연출한 《쌍화점》은 379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의 감독작 중에서 가장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 되었다. 이 영화의 주연 역시 비열한 거리를 함께한 조인성과 함께 했는데, 두 사람 모두 흥행 2연타를 쳤다.
2012년에는 송강호, 이나영 주연의 스릴러 영화 《하울링》을 연출했으나, 이전 작품들에 비해 평가가 떨어졌고 관객 161만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흥행을 거뒀다.
2015년, 이민호, 김래원 주연의 《강남1970》를 연출하였고, 2015년 1월 21일 개봉했으나, 난해한 완성도로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으며 아쉬운 흥행을 보였다.[6]
2019년에는 서인국, 이수혁 주연의 영화 《파이프라인》의 감독을 맡게 되었다. 개봉은 2년이 지난 2021년에 했다.
첫댓글 근육이 퇴화되는 세상
화성인을 닮아 간다
감사합니다
무공 김낙범 선생님
댓글 주심에 고맙습니다.
장맛비는 나를 실내 공간에 가두어 놓네요.
오늘도 좋은 글 많이 지으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