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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 위기,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신행혁신운동 ‘붓다로 살자’ -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 목 차 -
Ⅰ. 왜 신행혁신운동 ‘붓다로 살자’인가?
1. 포교 위기? 정체성의 위기!
2. 이 시대, 어떤 불교를 할 것인가
Ⅱ. 신행혁신을 향한 조직적 과제 검토와 제안
1. 누가 붓다로 살아야 하는가 - 사부대중공동체
2. 사찰 - 혁신의 가장 중요한 현장
3. 스님을 주인공답게 - 전법역량 강화와 승려복지
4. 재가를 주인공답게 - 신도 조직화
5. 삶의 현장에 함께 하는 불교
6. 사찰의 신행혁신과 관련한 과제들
7.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과제들
⑴ 고령화 사회, 어떻게 대응할까
⑵ 저출산사회, 무엇을 할 것인가
Ⅲ. 신행혁신으로 가꾸는 삶
1. ‘붓다로 살자’ 불자상
2. ‘붓다로 살자’ 신행청규
3. ‘붓다로 살자’ 공동체 청규
Ⅳ. 맺는 말
Ⅰ. 왜 신행혁신운동 ‘붓다로 살자’인가?
1. 포교 위기? 정체성의 위기!
한국불교에 비상 신호가 켜진 것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닙니다. 불자들의 심각한 고령화, 어린이청소년 종교 역전, 출가자 감소, 갈수록 떨어지는 출가자 자질, 시골 사찰의 심각한 운영난, 사회 지도층에서 불자비율 감소 등 여러 경고 신호가 울렸지만 그동안 우리 종단은 무종교인이 가장 신뢰하는 종교, 불자 소폭 증가 등의 통계에 만족하면서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상황을 다소 안이한 태도로 바라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보니 2015년 통계청의 인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2016년 12월에 한국불교 전체가 충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우리 조계종단은 한국불교의 총체적인 역사와 모든 유무형의 자산을 포괄하여 통합종단으로 출범하였기에 한국불교의 충격은 실상 조계종단의 충격이며, 조계종단의 책임이고, 해결의 제 1 주체도 우리 종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를 인정한다는 것의 의미
부처님은 처음 법륜을 굴리실 때 다섯 비구들에게 자신이 직면한 현실을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열반을 실현하는 첫 번째 거룩한 진리(고성제)라고 하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국불교가 위기 상황임을 냉철히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우리의 길을 모색해야 하겠습니다. 위기를 인정한다는 것은 우리가 그동안 중앙종무기관, 교구, 사찰, 출가, 재가 등 다양한 종무행정 체계 속에서 해 온 불교의 형식과 내용이 한계에 봉착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동안의 일상적인 활동 체계와 내용의 틀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과 활동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기의 진단 - 어떤 위기인가
그런데 지금 한국불교가 직면한 위기는 어떤 위기입니까? 불교 교리가 과학의 검증 속에 합리성을 상실한 교리의 위기가 아니며, 국가권력이나 공격적인 다른 종교가 사찰을 짓밟은 법난의 위기도 아닙니다. 수행처에 스님들이 없어서 생긴 위기도 아니며, 중앙종무기관이나 사찰의 행정이 미약하거나 마비된 위기도 아니고, 사찰 재정이 궁핍해서 생긴 위기도 아닙니다.
출가자가 줄어들고, 재가불자가 줄어들고, 불교의 사회적 문화적 영향력이 줄어들었습니다. 총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불교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의 위기는 외형적으로는 포교의 위기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단순히 ‘사찰이 포교를 잘 못해서 문제가 생겼으니 이제부터 포교를 잘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차원의 위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그동안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심히 도량을 건립하고 기도하면서 포교를 잘 하려고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기를 맞이한 것입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세상의 변화가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장식 기계 생산이 일반화되는데 120년이 걸렸지만 사람들의 일상을 크게 바꾸고 있는 스마트 폰이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는데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변화는 더 광범위하고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물건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산업과 생활 전반에 관여할 것입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율주행차가 이미 실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10년 뒤에는 도심에서 사람이 수동으로 운전하는 것이 불법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나지 않고, 몸에 센서를 부착하고 로봇의 진료를 받는 방식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합니다. 공연장과 전시장을 찾아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을 가상현실 체험이 상당부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한편 인공지능과 연결된 기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면 사람들은 대량 실업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일의 합리성과 생산성을 더 높이기 위해 근로자들은 더 바쁘게 일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더 지치고, 번아웃증후군, 우울증, 반사회적 공격성이 지금보다 더 만연할 것입니다. 또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로 지적된 인간소외가 앞으로는 기계문명에서의 인간소외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에 인간성 상실에 대응한 적극적인 활동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산업의 변화는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고,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사회적 괴로움이 발생하는 양상이 그렇게 급격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방식을 유지한 우리의 수많은 노력은 시민과 분리되는 경향을 극복하지 못하였고, 결국 교세 약화로 나타난 것입니다.
급변하는 시대가 한국불교에게 묻습니다. 함께 갈 것인지, 아니면 과거의 역사로 남을 것인지. 또 말합니다. 함께 가려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방편을 갖추라고. 그러므로 지금 한국불교가 직면한 위기는 ‘이 시대에 어떤 불교를 누가 주체가 되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정체성에 관한 절체절명의 질문입니다. 이 근원적 질문의 대답을 찾는 것은 불자 감소, 저출산 고령화 사회,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등의 현안문제 대책보다 더 시급하고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그토록 불사와 포교에 애썼지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든 우리의 당혹스러운 현실이 무엇보다 이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2. 이 시대, 어떤 불교를 할 것인가
불교의 역사는 부처님을 그 시대에 따라 새롭게 해석하고 발견한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위대한 스승이자 선배들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아비달마, 반야 중관, 유식, 여래장, 화엄, 법화, 정토, 밀교, 선종 등 다양한 형태의 불교를 역사적 현장에서 펼쳤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불교라는 울타리 안에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내용까지 함께 어우러져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지만, 그 다양성이 불교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안목으로 어떤 불교를 펼쳐야 하겠습니까?
우리 종단은 여러 해에 걸쳐 이 문제를 고민했고, 그 결론으로 “붓다로 살자”를 천명했습니다. 종단이 결사를 한다고 하고서는 적폐를 청산하거나 제도를 개혁하는데 힘을 집중하지 않고 ‘붓다로 살자’를 이야기하는 것이 뜬금없다고 여기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포교 위기 상황인데 제7대 포교원이 시급히 포교 강화 방안을 내놓기보다 내부 고민 끝에 핵심 종책 과제로 신행혁신운동 ‘붓다로 살자’를 천명한 것에 대해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방향 전환이 최우선 과제
원효스님은 발심수행장에서 ‘부지런하기는 하지만 지혜가 없으면 동쪽으로 가려고 하면서 서쪽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면 느리게 가더라도 반드시 도착하게 되지만, 방향이 맞지 않으면 부지런한 것이 오히려 패착이 됩니다. 포교원은 지금의 위기는 우리가 부지런하지 않아서 생긴 것이 아니라 시대에 부합하는 방향 설정을 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진단하였고, 따라서 방향 전환이 최우선 과제라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기존에 해 왔던 노력에 더하여 시대를 반영한 새로운 방향에 맞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전환될 것입니다.
붓다로 살자는 다가올 문명 전환에도 유의미
그런데 이 방향 전환은 그 의미가 불교 내부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과 자연의 가치를 모든 존재가 제각각 가장 존귀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붓다로 이해하는 인식의 전환은 세계관의 전환으로 연결되는데, 세계관의 전환은 문명 전환의 핵심 요소입니다. 세상은 인간과 자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자본주의 너머 문명 전환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붓다로 살자’는 불교가 가진 훌륭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새롭게 드러내고, 과거의 종교에서 미래의 종교로 위상을 바꿔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붓다로 살자’는 결론에 이르는 교리적인 논거를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시간 관계상 피하고자 합니다. 왜 종단이 ‘붓다로 살자’를 핵심 의제로 제시하는지 그 취지를 이해한다면 구체적인 내용은 그동안 결사추진본부와 포교원에서 정리한 다양한 자료를 참조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 종단의 위기 극복을 위한 종책적 과제를 수립하기 위하여 신행혁신운동 ‘붓다로 살자’가 지향하는 몇 가지 측면들을 짚어보겠습니다.
Ⅱ. 신행혁신을 향한 조직적 과제 검토와 제안
1. 누가 붓다로 살아야 하는가 - 사부대중공동체
‘붓다로 살자’는 모든 존재가 본래 여여한 법성의 존재인 붓다이므로 미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붓다로 살자는 것입니다. ‘붓다로 가는 길은 없다. 붓다가 길이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모든 존재가 본래 붓다로서 평등하므로 출가재가, 남녀노소가 차별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님붓다, 포교사붓다, 종무원붓다, 시민붓다, 농부붓다 등 다양한 분상에서 참 주인공인 붓다로 살아가는 것이 ‘붓다로 살자’가 화엄으로 꽃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이것은 약 2천 년 전 법화경과 화엄경을 찬술한 선배 스님들이 꿈꾸었던 세상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는 사부대중공동체
그런데 현재 한국불교는 출가자가 재가불자보다 높은 신분인 것처럼 보입니다. 이것은 부처님 가르침에 맞지 않고 현대 사회의 질서와도 맞지 않아서 불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출가자는 출가자라는 이유로 존중받고, 재가불자는 재가불자라는 이유로 존중받으며,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에 맞게 서로 배려하고 화합하며 나누고 감사하는 불교 공동체 문화를 가꾸어야 합니다. 이것을 사부대중공동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공동체 운동의 가장 선구자인 석가모니 붓다의 정신에도 맞고 현대사회, 나아가 미래 사회에서도 중요하게 구현되어야 할 평등과 정의, 공동체 가치관과 잘 어울리며, 한국불교가 그렇게 가치 전환을 이루면 사회의 모범이 되고 스승이 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인간소외와 우울증 등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치유하고 보듬는 귀의처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사부대중공동체라고 하더라도 그 역할은 달리 설정되어야 합니다. 출가자는 출가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재가불자는 재가불자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맡아 함께 현실 불교의 근거지인 도량을 일구고 가꾸며, 세간에 부처님의 교화(불사)를 펼쳐야 합니다.
그림 ) 조계사 조직도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의 성과는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며, 사람이 준비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서류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중앙종무기관이 지속적으로 사찰에 더 많은 역할을 주문하고 있지만 사찰의 답변은 결국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권한과 역할의 책임이 스님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스님과 종무소 직원이 아니면 일을 할 사람이 없는 현실입니다. 사부대중공동체는 이런 고민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을 열어줍니다.
이웃종교를 보면 가톨릭의 경우 대부분 성당은 한 명의 주임신부와 여러 수녀들로 운영됩니다. 성당이 하는 많은 일은 평신도들이 위원회를 꾸려 처리합니다. 교회도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하나의 교회에 아주 많은 목사가 있지 않고, 교회의 수많은 역할은 권사, 집사, 전도사, 장로 등 평신도들이 주축이 되어 진행합니다. 반면 우리 불교는 부처님께서 처음부터 공동체를 조직하면서 출발했지만 현재 우리의 사찰은 신행공동체라고 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모습을 보입니다. 조계사나 봉은사와 같이 활발한 역할이 두드러지고 사세가 나날이 성장하는 사찰의 안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활동 기구를 통해 재가불자들이 매우 조직적으로 사찰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가불자에게 역할, 곧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여 활동의 주체로 세우는 패러다임의 전환 없이 한국불교의 혁신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림 ) 소망교회 조직도
2. 사찰 - 혁신의 가장 중요한 현장
한국 불교에서 신행의 중심에는 사찰이 있습니다. 사찰은 우리나라 불교계가 1700년간 만들고 가꾸어 온 역사와 전통의 문화 영역이며, 한국 불교가 국민과 만나는 접점이고, 교육과 포교의 현장입니다. 그러므로 한국불교 위기 극복의 제일 중요한 현장은 사찰입니다.
사찰 변화의 핵심은 스님의 변화
사찰은 출가와 재가가 함께 참여하고 있지만 사찰의 내용과 방향은 출가 소임자, 특히 주지 스님이 리더로서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찰의 수준은 주지스님의 수준을 넘을 수 없으며, 사찰의 역할은 주지스님의 안목을 넘을 수 없습니다. 신행혁신의 가장 중요한 실현지가 사찰이라면 신행혁신의 첫 번째 활동 주체는 주지스님과 출가 소임자입니다.
사찰과 스님들이 신행혁신의 취지를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전환을 모색하면 전국적으로 신행혁신 운동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여 한국불교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지만, 만약 사찰과 스님들이 동참하지 않으면 이들은 오히려 신행혁신을 가로막는 장벽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신행혁신은 사찰 현장과 겉도는 중앙종무기관의 캠페인 활동에 그치게 되어 한국불교의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3. 스님을 주인공답게 - 전법역량 강화와 승려복지
승가는 오랜 전통 속에 이어온 출가와 교육 제도 속에서 양성됩니다. 사미 과정인 승가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은 출가수행자로 어떻게 살 것이며, 불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깨달음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내용입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음을 이루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설정하게 되는데, 깨달음은 세속을 떠나 힘든 정진 끝에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다 보니 여기서 출가자의 여러 딜레마가 생깁니다.
주지스님이나 종무직 소임을 보는 스님들은 출가수행의 길에서 퇴보한 사람이라고 보는 견해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임을 사는 스님을 사판이라고 비하하는 스님들도 마음 한쪽에는 좋은 절의 유능한 소임자가 되려는 바람이 있습니다. 한편 소임을 보는 스님들은 절 운영과 신도 교화, 지역사회 활동 등 갖가지로 분주한 와중에 마음속에 ‘이러려고 출가한 것이 아닌데, 빨리 산중 수행처로 돌아가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 문제는 수행과 일상의 삶을 분리시키고, 특정한 형식을 가진 것만 수행으로 여기는 관념에서 비롯됩니다. 여러 대승경전과 선어록이 행주좌와 어묵동정의 일상 그대로가 수행이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어긋납니다.
‘붓다로 살자’는 지금 여기에서 일상적인 삶과 활동이 붓다다운 삶과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학 연찬과 수선 정진 뿐 아니라 대중을 외호하고 세상을 가꾸는 다양한 활동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관점의 전환입니다.
스님을 전법 전문가로 성장시키는 교육 필요
승가대학 교육 과정은 ‘붓다로 살자’고 서원하는 대승 행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기간으로, 계정혜 삼학을 몸으로 익히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체계적 이해와 인문적 소양을 갖추어 다양한 질문에 불교 논리로 답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승가대학을 졸업한 후 스님들은 출가자로서 빛나는 세 가지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하나는 선원에서 안거하는 등 전문 수행자의 길이며, 또 하나는 경율론 삼장과 인접 학문을 계속 연찬하는 불교 교육자의 길이며, 나머지 하나는 사찰을 비롯한 전법 현장에서 활동하는 길입니다. 이 가운데 전문 수행자의 길은 선원을 통해, 교육자의 길은 대학원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게 되지만 전법 활동가의 길은 특별하게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과정이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스님들이 전법활동을 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전문적 소양으로는 조직관리, 설법, 상담, 명상과 수행지도 등이 있습니다. 이런 전법 역량은 의무교육 과정에서 갖추게 하는 것보다 전법 활동가의 길을 선택한 스님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입니다. 단기적인 강의보다는 이론과 실습, 평가를 통해 역량을 점검하며, 일정 기간 교육을 받으면 종단에서 인증하는 자격증을 부여하여 신뢰성을 높여주는 방안을 검토할 만 합니다.
전법연수원
현재 종단은 사찰 주지가 되기 위해서는 3박4일의 사찰경영지도자과정 연수를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사찰경영 지도자과정을 확장해서 ‘사찰경영지도자과정Ⅱ - 전법능력과정’을 개설하고, 주지 임명을 위해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연수교육이라고 제도화하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학인이 적어 교육기관을 운영하기 곤란한 사찰에 전법연수원을 설치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합니다.
이미 전법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주지나 소임자 스님들의 경우에도 전법능력과정 연수를 통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참선 수행이나 경학을 연찬하다가 포교 현장에서 활동할 인연이 된 스님들에게도 매우 필요하고 유용한 교육이겠습니다.
종단 차원의 다양한 명상법 개발과 보급
세계적으로 명상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긍정적 측면을 보자면 누구나 수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부정적 측면을 보자면 자본주의 경쟁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들이 명상과 치유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힘들다는 뜻도 됩니다.
불교는 수천년 역사를 통해 마음 치유에 관하여 가장 전문적인 이론과 실습 체계를 갖추어 왔습니다. 지금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에서 유행하는 명상법은 불교에 원천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MBSR은 위빠사나 입문 명상법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 종단은 간화선을 강조하다보니 다양한 명상법을 그저 수준 낮은 것으로만 생각하고, 지금 시대에 시민들이 이것을 매우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했습니다. 단월드, 마음수련원 등이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운영되고, 스님들조차 이런 곳에 명상하러 가는 실정이지만 명상을 통해 위로받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 절에 오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종단 차원에서 기존의 다양한 명상법들을 수렴하여 연구하고 개발하며 전법연수원을 통해 현장에 보급한다면 불교 자산이 전법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고, 명상을 매개로 재가불자를 조직할 수 있는 등 많은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부처님은 상담 전문가이며, 세상을 잘 아는 분(세간해)이고, 사람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키는 분(조어장부)입니다. 전법역량 연수를 통해 스님들이 자신감을 갖고 현장에서 부처님처럼 활동하면 스님들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입니다. 또 통계조사에서 보여지듯이 불자들이 사찰에서 얻고자 했지만 얻지 못하고 절을 떠나 다른 곳에서 찾았던 영성개발과 마음 치유를 이제는 사찰에서 얻게 되므로 불자들의 이탈을 막고 불자로의 유입을 강화할 수 있는 장치가 된다는 점에서 한국불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종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승려복지는 전법의 토대
한편 스님들은 출가부터 입적까지 안정적인 복지가 제공되어야 하겠습니다. 스님들이 노후 거처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는 것은 삼보정재를 사유화하는 것이며, 우리가 만들고 가꾸어야 할 공동체를 오히려 해체하는 방향입니다. 현장에서 열심히 전법 교화하는데 사용할 시간과 노력과 재정을 각자도생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은 교단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의료, 주거, 일상 경비 지원 등을 통해 스님들이 생활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의 기질과 역량에 맞게 수행, 교육, 전법을 비롯한 다양한 현장의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승가복지입니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찰과 종단, 출재가가 힘을 모아야 하겠지만, 일단 승가복지는 우리 종단의 기본적인 역할이며 책임이라는 관점이 필요하겠습니다.
4. 재가를 주인공답게 - 신도 조직화
스님이 수행과 교화의 영역에서 빛나는 역할을 수행한다면 재가불자는 재적사찰을 기반으로 신행활동을 하면서 사찰의 유지 운영, 신도 관리, 봉사와 사회적 활동을 담당함으로서 빛나게 됩니다.
종단은 신도 품계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래 운영하던 품계는 사찰에서의 역할과 신행 측면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교육 이수만을 기준으로 부여되었기 때문에 품계 제도의 긍정적 측면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품계 적용 예시
이를테면 입문교육을 통해 사찰의 재적신도로 등록하면 주지스님은 포교원에 요청하여 발심 품계를 부여합니다.
발심 품계자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동안 5명의 발심 품계자를 사찰로 이끌어들이고, 그들이 사찰에 잘 정착하도록 관리하고 지원합니다. 그리고 불교입문을 교재로 하는 기본교육을 받으면 행도 품계를 주지스님으로부터 받게 됩니다.
행도 품계자는 최소 2년 이상의 기간동안 5명의 발심 품계자를 관리하며, 사찰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인도하고 지도합니다. 그리고 불교대학 과정을 이수하면 주지스님은 부동 품계를 부여합니다.
부동 품계자는 5명의 행도 품계자를 관리하며, 그들이 잘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부동 품계 이상이 되어야 사찰운영위원으로 사찰 경영에 참여할 수 있으며, 청소년위원회, 환경위원회, 지역의제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사찰의 각종 위원회 위원장이 될 수 있습니다.
부동 품계자가 5년 이상 사찰에서 신행하고 활동하며 행도품계자를 챙기면 주지스님은 그 공적을 평가하여 선혜 품계를 품수합니다.
부동 품계와 선혜 품계는 그 사찰의 재가불자 지도자로서 위상과 명예를 인정합니다. 이러한 품계와 신도 조직 관리는 신도회가 자율적으로 행하며, 주지스님은 선혜 품계 또는 부동 품계만 일상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자율성을 보장하고 강화합니다. 규모가 적은 사찰은 예시한 것과 기준은 다를지라도 역할과 신행, 교육을 함께 묶어 품계를 부여함으로써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을 얻어가는 신도조직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실질적 신도회 조직이 주지 인사평가에 반영되어야
한편 일부 문화재구역입장료징수사찰은 재가불자를 신도로 교육하고 조직하는 힘들고 번거로운 일을 굳이 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이 발생하므로 포교에 크게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 있기도 합니다. 입장료를 징수한 이후 종래 사찰의 신행 조직이 약화되고 없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화재구역입장료징수사찰은 전체 사찰과 비교하면 비록 소수의 사찰이지만 대부분의 교구본사와 상당수 수말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세가 있고 재정 규모가 커서 우리 종단의 문화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찰들입니다. 이런 사찰들이 포교에 적극적이지 않아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은 종단적으로는 이익보다 오히려 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포교 성적과 신도 조직화 진행 상황을 주지 인사에 있어서 중요한 평가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역할 부여를 통한 재가불자 조직화
신도가 신행과 활동, 교육의 세 측면을 함께 평가하여 품계를 부여받고 조직을 이루면 이들은 한두 명의 스님들이 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고, 신도가 이탈하지 않도록 스스로 울타리가 되며, 스님들이 사찰 운영의 실무적 활동에서 벗어나 스님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아직 사찰 운영의 다양한 부분을 믿고 맡길만한 신도 역량이 조직되어 있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할이 부여되어야 사람도 준비됩니다.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신도는 계속 사찰의 주변인, 손님으로만 남고, 한국불교의 혁신은 요원하게 됩니다. 출가는 재가를 불신하고 재가는 출가를 불신하는 상황을 스님들이 주도적으로 조속히 끝내야 하겠습니다.
5. 삶의 현장에 함께 하는 불교
이웃종교인 기독교는 시민들이 거주하는 골목을 장악했습니다. 다양한 복지기관, 보육기관, 교육기관,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많이 부족한 부분이고, 다소 부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종교가 삶의 현장에 있다는 것은 꼭 시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어느 집 음식이 맛있다고 하면 30분, 한 시간 걸려 찾아가서 먹는 시대입니다. 입에서 즐거운 맛있는 식사처럼, 영혼을 행복하게 하는 맛있는 가르침, 위로와 치유를 제공한다면 맛집을 검색해서 찾아가듯 절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 실제 사례를 법륜스님이나 혜민스님의 법회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찰이 현장이 되도록
신자유주의의 바람 속에 국민들은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빈곤과 박탈의 굴레, 스펙경쟁의 굴레, 취업불가의 굴레에서 불안, 자존감 상실, 우울증 등 사회적 질병이 만연합니다. 이 고통에 응답하여 기대어 쉴 곳, 명상, 상담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곳이 되어주면 그 장소가 산중이건 도심이건 불교는 시민의 삶의 현장에 함께 있는 것입니다. 한편 사찰을 품고 있는 자연 환경은 마음을 쉬고 치유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정서적 강점이 있습니다. 스님들의 전법 역량이 강화되면 이와 같이 산중에서도 시민들의 삶의 현장으로 다가갈 수 있습니다. 다만 기존한 우리 터전의 강점을 더 잘 살리면서 활용하는 것과 별개로, 새로운 사찰을 창건할 경우 가급적 시내에 하도록 종단이 지도력을 발휘해야 하겠습니다.
사찰 바깥 현장으로 나아가도록
한편 교육과 활동을 통해 신도를 조직하면 조직된 신도는 사찰 내부 뿐만 아니라 절 바깥의 활동을 사찰의 이름으로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포교사 옷을 입은 재가불자의 인솔 아래 요양원에서 봉사하고, 염불봉사, 지역사회 활동 참여, 시민사회활동 참여 등을 통해 외연을 계속 확대해 나가면 지역사회에서 점차 사찰과 불교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시민의 삶에서 사라졌던 불교가 시민과 지역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좋은 이웃으로 다시 등장하면 사람들의 불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불자 감소 뿐 아니라 출가자 감소 현상, 출가자의 자질 저하 현상도 근원적으로 바꾸는 기틀이 될 것입니다.
6. 사찰의 신행혁신과 관련한 과제들
불자의 전 생애를 책임지는 사찰
우리는 불자가 전 생애를 사찰과 함께 하는 것을 구상해야 합니다. 탄생에서 장례까지 사찰에서 책임지고 해 준다는 것, 관혼상제와 같은 인생의 중요한 통과의례를 불교와 함께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겠습니다. 최근 봉은사에서 열린 영아수기법회가 좋은 사례인데, 성년의례와 혼인의례도 전국 사찰에서 실시할 수 있는 표준안을 개발해야 하겠습니다.
행정조직에 부합하는 전법조직
사회 시스템을 적절히 잘 활용할 수 있는 전법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포교원은 그동안 전법중심도량과 전법단, 포교사단이라는 중요한 포교 체계를 운영해 왔습니다. 시군구 단위까지 전법중심도량이 지정되고, 지역 전법단, 지역 포교사단이 조직된다면 개별 사찰이 대응하기 어려운 군, 교도소, 경찰, 병원, 복지기관 등에서 체계적인 포교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광역 단체인 특별시, 광역시, 도는 기존 교구체계를 기반으로 광역종무원을 두고, 그 지역 사찰을 중요하게 관할하는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이 번갈아 종무원장을 맡아 광역자치단체와 필요한 협의를 진행한다면 지역 불교의 활동력이 더 강화될 것입니다.
공공 영역 참여에서 길을 찾아야
최근들어 사찰에서 어린이 청소년 법회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웃종교는 공공영역에 눈을 돌려 방과후교실,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어린이집, 유치원, 마을교육공동체, 수련원, 복지관 등 지방자치단체의 비용 지원을 받으면서도 공공성을 인정받는 활동을 통해 간접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간접적 선교 뿐만 아니라 신자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부문에서의 신자 비율 역전은 대학생, 청년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므로 활용 가능성이 있는 공공자원은 적극적으로 유치하거나 설립하여 운영해야 합니다. 이 또한 시민의 삶의 현장에서 함께 하는 불교의 모습입니다.
적극적인 사찰 지원 행정 서비스
사찰이 이러한 다양한 활동을 하려면 경우에 따라 법인이나 단체를 설립하여 관공서에 등록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자체는 종교단체 지원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 기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법인이나 단체를 만들 때,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처럼 영리활동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공동 사업을 모색할 때 우리 종단은 삼보정재의 유실을 염려하여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합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혁신은 함께 춤출 수 없습니다. 오히려 사찰에서 중앙종무기관에 문의하면 법인 설립 절차를 알려주고, 표준정관을 비롯한 참고자료를 제공해주며, 필요한 경우 종단 고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다양한 사례별 지원패키지를 구성하여 사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7.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는 과제들
⑴ 고령화 사회, 어떻게 대응할까
우리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 되고 있습니다. 평균연령은 80세가 되었는데,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는 60세, 20년 이상을 연금 외에는 특별한 수입 없이 지내야 하는 상황이어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빈곤합니다. 경제적 여건상 자녀들의 독립이 나날이 어려워져서 늙어서도 3-40대 자녀와 손주를 돌보는 캥거루 부모이기도 합니다. 복지시설을 많이 이용하며, 건강보험을 이용하여 병원을 순례하기도 합니다.
최근 불교 인구의 급감은 노인 세대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같은 시기 가톨릭은 노인 신자가 2배 증가했는데, 불교에서 유입되었으며, 시설 쪽에서 집단으로 종교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노인 종교인은 불교가 가장 많은데 정작 우리 종단을 보더라도 노인을 위한 시설이나 정책은 없는 현실입니다. 복지관이나 요양원 등 공공 영역을 운영할 경우 인사고과에 가산점을 반영하는 등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지역포교역량을 강화하여 병원이나 시설 포교 활동을 강화하는 정책도 함께 모색되어야 하겠습니다.
사찰에서 삶의 마지막을 가꾸도록
한편 우리 종단의 많은 사찰은 시골에 위치하며, 전통적으로 형성된 많은 토지와 임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찰 부지에 남방불교의 수행처인 꾸띠와 같이 방 하나에 화장실이 딸린 개인 처소를 마련하고 노인들이 자기 삶을 종교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합니다. 텃밭을 가꾸고, 기도하고 공부하며, 숲을 산책하고, 절 일도 함께 거들 수 있으니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인생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 보건소와 협력하여 건강을 점검해주고, 돌아가시면 화장과 49재도 절에서 책임집니다. 물론 입주비용이 있어야 하고, 처음에는 절은 땅만 주고 자신들이 집을 지어 살다가 돌아가시면 절에 소유권이 귀속되게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재정난에 봉착한 시골 사찰의 살림에도 도움이 되며, 집안의 어른이 절에 방을 얻어 기거하고 있다면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방문하면서 새로운 포교의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⑵ 저출산사회,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가임여성 1인당 출산율이 1.3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나라입니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100조원을 투입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살펴보면 아이를 걱정 없이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지 않고, 낳으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옛날에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도 아이를 낳았다는 말은 지금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입니다. 또 두드러지는 추세로, 요즘은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것 또한 저출산 사회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 보육, 교육, 주거 지원을 복지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지 않고서는 마땅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해마다 15만에서 20만 건 정도의 낙태가 이루어집니다. 한 해 태어나는 아이가 40만 명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숫자입니다. 아이를 낳아서 기를 수 없는 조건이기 때문에 낙태를 선택하겠지만 뱃속의 아이를 죽이는 낙태는 어른들에게도 몸과 정신에 큰 상처로 남는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키우지는 못하더라도 아이가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면 낙태보다는 출산을 선택할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선진국은 결혼 외 출산 아동 비율이 30~50%에 이르고 있어서 결혼 외 출산을 중요한 국민 편입 요인으로 보고 국가 복지 체계를 통해 이들이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원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웃종교는 보수적인 가족 관념 때문에 결혼 외 출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정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낙태 대신 사찰 보호소를 이용하도록
대부분의 사찰은 주거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시골에 위치한 많은 사찰은 임야와 농경지를 보유하고 자연 친화적인 곳에 있습니다. 또 스님들 중에는 사회복지 관련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시골 사찰에 미혼부모 보호 시설을 설치하고, 낙태 대신 사찰에서 자랄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겠습니다. 일부 교회가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것처럼, 우리 종단도 아동 보호와 입양을 담당하는 법인을 설립하여 도시 사찰은 버려지는 영아를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고, 시골 사찰에는 시설을 설립하여 보육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입양 법인으로는 홀트아동복지회가 유명한데, 홀트복지회를 통해 아이를 입양하려면 기독교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불교계가 별도의 법인을 통해 대응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러한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처음 시설을 설립하는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그 이후에는 사찰에 재정적인 부담이 되지는 않습니다. 반면 이러한 사업을 통해 불자들이 취업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어린이 - 청소년 - 청년으로 이어지는 불교 취약 세대의 포교에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 수 있으며, 불교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Ⅲ. 신행혁신으로 가꾸는 삶
지금까지 ‘붓다로 살자’를 승가역량 강화와 재가불자 조직화를 통한 사찰의 사부대중공동체 측면에 초점을 두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자리의 성격상 한국 불교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종책적 과제를 먼저 제시하고 제안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붓다로 살자’가 개인의 삶을 보다 평화롭고 행복하며 가치 있게 변화시키지 못한다면 모든 불자의 삶으로 훈습되지 못하고 그저 포교원 종책의 표제어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포교원은 그동안 ‘붓다로 살자’를 통해 불자 개인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를 먼저 정리해 왔습니다.
1. ‘붓다로 살자’ 불자상
붓다는 지혜와 자비를 원만히 갖추신 분이며, 세상에 평화와 행복을 구현하는 분이고, 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분입니다. 그래서 ‘붓다로 살자’가 지향하는 불자상의 표어로는 삶을 지혜롭게, 마음을 자비롭게, 세상을 평화롭게, 지금 여기- 붓다로 살자!라고 정리했습니다.
‘삶을 지혜롭게’에 해당하는 세부 사항으로는
- 자신이 본래 붓다임을 믿고 실천한다.
- 불법승 삼보를 삶의 의지처로 삼는다.
- 일상생활이 수행이 되도록 살아간다.
‘마음을 자비롭게’의 세부 사항으로는
- 마음을 살펴 욕심과 화를 다스린다.
-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고 자비롭게 보살핀다.
- 자기에게 맞는 수행을 매일 실천한다.
‘세상을 평화롭게’의 세부 사항으로는
- 모든 생명을 붓다로 존중한다.
- 부드럽고 바른 말로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한다.
- 나눔과 생명평화의 공동체를 가꾼다.
- 세상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진리를 전한다. 이렇게 세부 항목을 정의했습니다.
2. ‘붓다로 살자’ 신행청규
불자가 매일 지켜야 할 청규는 신행청규와 공동체 청규로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신행 청규는
1. 매일 삼보에 예경한다.
2. 지계, 간경, 염불, 참선, 보살행 등 자신에게 맞는 수행을 생활화한다.
3. 월 1회 이상 법회에 참석한다.
4. 귀 기울여 듣고 온화하게 말한다.
5. 날마다 1가지 이상 선행을 실천한다.
6. 하루 천 원 이상 보시한다.
7. 만나는 사람마다 합장하고 공경한다.
8. 소욕지족의 정신으로 단순소박하게 살아간다.
9. 월 1회 이상 이웃을 위해 봉사한다.
10. 수행일지를 기록하고 포살에 동참한다.
3. ‘붓다로 살자’ 공동체 청규
공동체 청규는
1. 가족과 이웃, 뭇생명을 존중하고 붓다로 모신다.
2. 어떤 상대도 비난하지 않으며 공감하고 칭찬한다.
3.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환대한다.
4. 이웃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5.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고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
6. 마을과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참여한다.
7. 세상의 아픔에 공감하고 생명평화와 정의를 실천한다.
8. 육식을 줄이고 과식하지 않는다.
9. 물과 전기를 아껴 쓰고 쓰레기를 줄인다.
10. 가까운 거리는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가정과 이웃, 사회와 지구 환경에 대한 윤리까지 염두에 두고 정리한 것입니다.
이 청규를 날마다 실천한다면 개인의 삶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를 바꾸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포교원에서는 날마다 자신의 수행을 점검할 수 있는 수행점검표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으며, 수행 점검을 개인이 하는 것도 좋지만 사찰이나 단체 차원에서 포살을 통해 함께 수행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Ⅳ. 맺는 말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불교에서 보다 근원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 그리고 몇 가지 종책과제로 제안하고 예시한 것은 상당부분 포교원의 업무 영역과 권한 범위 너머에 있습니다. 어떤 것은 교육원이 중심이 되어주셔야 하는 것도 있고, 총무원이 행정력을 통해 진행해야 할 일도 있습니다. 포교원의 업무 영역을 넘는 내용을 제안한 이유는 이 글 첫머리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목표 설정과 책임 권한 부여, 각급 조직간의 유기적인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후 토론 과정에서 한국 불교 혁신의 과제를 안정적으로 잘 추진할 수 있는 체계를 고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한국 불교의 위기 상황을 강조하다보니 글이 다소 무겁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현실을 무겁게 보는 것은 새롭게 일어나기 위해서입니다. 낙관적으로 문제를 다루는 것은 좋지만 근거 없는 낙관은 위태롭습니다.
다만 모든 측면이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20여년 전 종단개혁불사 이후 종단은 안정을 유지하고 있으며, 승가교육을 현대화하고, 포교불사에 큰 힘을 쏟아 왔습니다. 5,000명의 포교사가 사찰과 지역 불교를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전법중심도량과 전법단은 열악한 여건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자 전국 각지에서 애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너지는 한국 불교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있어서 큰 동력이 될 것입니다.
여기 계시는 스님들은 종단을 제일 앞에서 이끌어가는 분들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논의를 통해 불교 혁신의 방향에 대한 견해를 통일하고, 그 방향에 따른 다양한 종책 과제를 앞장서서 제시하고 챙기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한국불교의 지도자이신 스님들의 혁신 원력을 기대하며 발제를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