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후 아들 첫 등굣길.
이제부터 온전히 엄마 인 정선옥 씨가 아침마다 아들을 스쿨버스 태워 보낸 후 출근 해야한다.
어제 정류장에 다녀오기도 했고, 언제나처럼 아침에 해야 할 일에 따라 알람 맞춰놨다.
“7시 조금 넘었는데 정말 일찍 준비했네요.”
“네. 혹시 늦을까봐요. 서둘렀어요.”
“그럼 나가기 전에 정리 좀 하고, 창문이랑 닫고 한번 둘러볼까요?”
“네.”
준비가 빨라 길 익힐 겸 빨리 나왔다.
출발 전 중요한 부분을 먼저 이야기 나눴다.
“선옥 씨 어제 우리 어느 길로 가면 된다고 이야기 했죠?”
“가운데 인도요.”
“네. 1단지는 여기 보도 블럭 따라 걷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뭐가 보이면 방향을 바꾸는거죠?”
“관리사무소랑 빨간색.”
“맞아요. 여기 빨간색 기둥 있는 곳 잘 살펴보면서 가 볼까요. 혹시 잘 모르겠으면 어제 찍어 놓은 동영상 보고 찾아가면 좋겠어요. 앞장 서 주세요.”
“네. 영진아. 가자.”
출발했지만 평소보다 걸음이 늦었다.
정선옥 씨는 가다가 자신이 없으면 멈춰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본인이 촬영 해 놓은 동영상을 쳐다보고 다시 방향을 찾아 큰 길까지 갔다.
늘 하던 대로 아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 안전한 인도에서 기다리다 큰 대로를 건넜다.
계속 움직이는 아들에게 파란 불 봐야지라고 말하며 기다릴 수 있도록 했다.
아들도 어제 정류장에 와봐서 그런지 이사 후 생긴 변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잘 엄마 말에 잘 따랐다.
정선옥 씨와 아들이 정류장에 도착했다.
10분 이상 기다리고 있으니 옆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손님이 관심 있게 두 분을 보고 있었다.
직원이 손님에게 먼저 물으니 늘 여기에서 40분 쯤 86번 버스를 탄다고 하셨다.
앞으로 자주 뵐 것 같아 정선옥 씨도 인사하도록 권했다.
이사 후 첫 등굣길. 아들이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2023년 3월 6일 월요일, 김주희
첫 등굣길, 지금은 낯선 길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지겠지요.
정류장에 계신 분에게도 인사 권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더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