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강신홍
집을 나서면 길 건너
빈 집 하나 수줍게 서있다
마당 한 곁 흔적만 남은 돌담 곁에
밤나무 한 그루
색 바랜 양철 지붕
차가운 그늘로 감싸 안았다
굴뚝은 허물어져 상처가 심하고
경첩 하나는 떨어져 부엌문
기운 잃고 정신 나가 반 쯤 열려있고
할머니가 신문지 구겨 불을 지폈던 진흙 아궁이
연기를 토해낸 그을림만 남아 있다
문짝을 잃어버린 방 두 칸
열린 마음으로
구겨진 창틀 속에 하늘을 담고있다
마당과 텃밭에 가득한 망초 꽃
가벼운 듯 가뿐이 들어올려
빈 집을 허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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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방 (시)
빈 집
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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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8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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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강신홍
산 이래 모퉁이
외딴 빈집 하나
흔적으로 남은 돌담에
어깨를 기댄
밤나무 한 그루
너덜거리는 색바랜 지붕을
지키고 섰다
경첩을 잃어버린 부엌문
삐딱하니 기울어
숨기고 싶던 아궁이의 내력이 적나라하다
그을린 마음의
뜨거운 탄식을 숨 고르기 하던
굴뚝의 흔적도 사라지고 없다
귀 밝은 날
문짝 잃은 방 두 칸
무심하게 찾아든 햇빛마저
자맥질하듯
앞뒤 마당에
망초꽃만 우북하게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