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제주에서의 7일, 또 하나의 도전
‘도전, 집념, 조화, 감사, 칭찬, 자랑’
내 나이 예순을 넘어설 때쯤에, 그때까지의 온갖 세상사 인생사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나름으로 정리한 인생 모토가 그랬다.
모두 여섯 개인데, 그 중 앞의 셋은 나 자신을 향한 내적 모토이고, 뒤의 셋은 인간관계를 위한 외적 모토이다.
그 하나하나를 다시 구체적으로 풀어내볼라치면, 도전은 ‘아름다운 성취의 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겠고, 집념은 ‘모든 성취의 그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겠고, 조화는 ‘진정한 어울림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겠고, 감사는 ‘범사에 감사함’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고, 칭찬은 ‘끄집어낸 칭찬’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고, 자랑은 ‘견뎌내서 극복이 있는 자랑’을 말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내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도전’ 그 모토였다.
일단 도전에 나서야 성취의 기쁨을 얻게 될 것이고, 계속해서 그 다음의 모토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늘 도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십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서울에서 반 천리 길인 내 고향땅 문경까지 닷새 만에 걸어갔던 것도 그 결과였고, 해발 1,915m의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고, 해발 1,708m의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고, 해발 1,950m의 한라산 백록담을 오른 것도 그 결과였다.
국내에서의 도전만 한 것이 아니다.
해외로도 도전의 발길을 뻗쳤다.
네팔 히말라야 산줄기를 찾아들어, 세계 최고봉인 해발 8,848m의 에베레스트를 마주하는 해발 5,545m의 검은 돌무더기인 칼라파타르 봉우리에 오르는 에베레스트 클래식 트레킹을 비롯해서, 안나푸르나 산군을 북쪽으로 한 바퀴 도는 라운드 트레킹, 히말라야 산봉우리가 줄을 이은 풍경이 한 눈에 내다보이는 푼힐 전망대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오르는 ABC트레킹 등, 3번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모두 성취했었다.
덕분에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성취의 기쁨을 맛봤다.
또 하나의 도전에 나선다.
한라산 백록담을 오르는 도전이다.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이번 제주에서의 7일 여정에서, 현실적으로 그 도전에 나서보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네 번의 도전을 했었고, 그때마다 해발 1,950m의 그 정상에 오르는 성취를 했었다.
특히 지난해인 2021년 11월에, 아내를 비롯해서 우리들 ‘실개천♡흘러가듯’ 밴드 회원들과 어울려 폭설의 백록담을 올랐던 도전은, 그 봉우리 온통을 뒤덮은 하얀 풍경만큼이나 찬란한 것이었다.
이번 도전은 오로지 나를 위한 것만이 아니다.
내 사랑하는 가족들 모두를 위한 것이다.
가족들에게도 성취의 기쁨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다.
아내가 나섰고, 막내며느리 은영이가 나섰다.
특히 장한 것은, 이제 열세 살로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사랑하는 손녀 서현이가 그 도전에 따라나서겠다고 한 것이다.
이제 그들을 이끌어 한여름에 백록담 그 정상을 오르는 도전을 끝내 이루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리 근력을 키우는 연습이 필요했다.
그래서 엊그제인 2022년 7월 12일 수요일에 관악산을 올랐다.
돌길 코스가 한라산 등산코스가 빼닮은 점이 있다면서, 은영이가 선택한 산이었다.
오전 11시쯤에 관악산 공원 코스로 오르기 시작해서, 정상인 해발 629m의 연주대가 지척인 곳에서 발길을 돌렸다.
이날의 연습으로는 오를 만큼 올랐다 싶었고, 다른 일정이 겹쳐 있어서 서둘러 하산해야 했었다.
하산의 끝 지점에서 시 한 수가 새겨진 비석과 마주했다.
미당(未堂) 서정주의 ‘관악구(冠岳區)에 새해가 오면’이라는 제목의 시가 새겨져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세세히 새겨 읽었다.
우리들 도전을 부추기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다음은 그 전문이다.
관악구에 새해가 오면
낙성대(落星垈)의 강감찬장군의 넋이
먼저 일어나시어 소리치신다..-
너희들은 왜 쪼무래기로만 남으려하느냐?
이 세계의 최대강국(最大强國)이던
(키티이)를 쳐부수던 내 힘을
너희는 어찌해서 깡그리 다 잊어야만 하느냐?..고..,
관악구에 새해가 오면
신림동(新林洞)에 사시던
이조(李朝) 최대의 서정시인(抒情詩人)
신자하(申紫霞)님의 넋도
곰곰히 이어서 말씀하신다..-
자네들은 어째서 또 사랑마저 잊었는가?
겨레가 겨레끼리 사랑하고 살어야하는
그 근본정신까지 잊어야만 하는가?.. 하고...,
그러면 관악산의 철쭉꽃 뿌리들은
나직한 소리로 웅얼그린다..-
아무리 치운 겨울날에도
우리들 뿌리만은 언제나 싱싱하여
한봄에 꽃필 채비를 하고있오
당신들도 그래야만 할 것 아니오?.. 하고...,
그러면 관악산의 까치떼들이
짹짹짹짹 조아리며 세배를 한다.-
단군자손 여러분께 세배 올려요
우리들 까치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단군할아버지의 그때부터 벌써
그 곁에서 모시고 살아왔거든요..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