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3일, 연휴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랜 만에 해운대와 삼량진의 한 호수가에 들렀다. 얼마 만에 느껴 보는 긴 사색의 시간이었던가? 먼저 내 자신을 되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 드린다. 해운대엔 나의 사랑하는 이가 사는 곳이다.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한 빌라에 살고 있기에, 그 곳을 지나칠 때면 바다를 바라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한 웹사이트에서 해운대의 자취를 되새김질 해보니......
한국 8경(景)의 하나로 꼽히는 명승지이며, 해운대 자체의 8경이 또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찬탄을 받았다. 해운대라는 지명만 하더라도, 신라 말기의 학자 최치원(崔致遠)이 난세(亂世)를 비관한 끝에 속진(俗塵)을 떨어버리기로 작정하고 해인사(海印寺)로 들어가던 길에 이곳에 이르러 절경에 감탄한 나머지 동백섬 암반 위에 자신의 호를 따서 ‘海雲臺’라 새긴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그 세 글자가 지금도 바위에 뚜렷이 남아 있다.
아! 해운대가 이런 곳이구나. 동백섬, 한 밤중에 가도 열심히 달리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차들이 들어갈 수 없는 이 곳에서 그들은 조깅을 하고, 또 달린다. 동백섬의 한 정자에 앉아 바로 앞의 53사단의 한 군대 막사를 넘어서 검디 검은 바다 위에, 노란 불빛을 뿜는 배를 보고 있노라니, 지난 2년의 제주도에서의 생활이 떠오른다. 그 때는 바다가 참 징그러웠노라. 바다를 지키는 보초병이었던 나는, 추운 바다 바람에 피부가 그을리고, 지하 벙커 생활에 살이 썩어 들어간 적도 있었지. 그 때 그 바다는 내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을까?
자대를 배치 받아 제주도로 갔을 때였다. 친근한 고참들의 말에 하나 하나 반응하였고, 그 때마다 무엇이 신나는 양 마냥 떠들기만 하던 선임병들. 그리고는 제주도의 한 해안가로 떠났었다. 그 때부터 반지하 벙커 생활이 시작되었다.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쫄병 생활이 시작되면서, 나는 차츰 인간다움이란 걸 심각하게 생각해 보았다. 인간 사회 중에서도 특정의 계급 사회인 군대에서는 인간이 되었다가 기계가 되기도 하고 만능 로봇이 되기도 하였다. 자신의 편의를 위해 소중한 쫄병도 없고, 자신에게 잘 해주던 고참도 안중에 없다. 한 시간여 동안 구타를 당하며 코피가 흐르는 지도 모른 채 3Km를 걸어 초소로 복귀하면서, 차라리 초소에 묶어둔 강아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자기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인간일 것이다. 인간은 (가)의 꿀벌처럼 될 수 없다. 계급사회에서도 자기의 계급에서 불만을 느끼며 조직에 충실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더욱 힘든 가정일 뿐이다.
영혼의 아(我)를 우리는 알고 있다. 단지 책에서…… 우리 인간은 영혼의 아를 알고 있지만 그 것이 될 수는 없다. 생각을 하면서 자기 자신의 이익을 좇게 되고, 심지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속한 민족을 위해 남에게 악을 행한다. 꿀벌처럼 유전적 자기 종족 보전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을 인간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인간은 그들의 종족 보전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자기가 규정한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그들을 보전할 뿐이다. 우리는 그것을 지난 총선에서 확연히 볼 수 있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도 서로가 분열을 일으키고 있다. 저 멀리 중동에서는 제2의 종교전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슬람교와 기독교와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과연 그들에게 신은 무엇인가? (나)글에 말하는 대아(大我)가 신의 모습인가? 인간은 그 대아를 위한 하나의 소아에 불과한 것인가? 그 것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인간이란 종족의 멸종을 먼 후세에서나 일어날 지구의 멸망과 결부시키기 이전에 그 누군가가 살 가까운 시간의 인간의 세상에서 서로의 불신을 씻어 내지 못한 채 우리 모두의 죽음이 발생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 누군가가 인간 종족의 씨를 살리더라도, 그 곳에는 또한 서로의 종족, 민족, 종교에 대한 불신이 생길 것이고, 그 환생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 한계는 무엇인가? 우리가 알면 무엇 할 것이냐? 길어야 100년을 잠시 머물다 갈 그대들이여! 먼저 손을 내밀어라!
첫댓글 채성희군 나름대로 잘쓰겼군만 ===>경제학도야!!
[3]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3] 수고하셨습니다^^
[3] 수고하셨습니다.
(3)좋은 의견에 ㄳ.. 하지만 좀 더 행복한 생각을 많이 해보셔도 좋을듯.. 어차피 100년 밖에 못산다면... 그래도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4] "차라리 초소에 묶어둔 강아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자기의 존재를 부정할 수 있는 이가 바로 인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