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니라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1883~1963)
냉장고에
있던 자두를
내가
먹어버렸다오
아마 당신이
아침식사 때
내놓으려고
남겨둔 것일 텐데
용서해요, 한데
아주 맛있었소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This is Just to Say
William Carlos Williams
I have eaten
the plums
that were in
the icebox
and which
you were probably
saving
for breakfast
Forgive me
they were delicious
so sweet
and so cold
(다른 번역)
그냥 한마디만 할게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즈
내가 아이스 박스
안에 있는
자두를
꺼내 먹었지
아마 당신이
아침으로 먹으려고
따로
잘 둔 것일테지
용서해 주길 바래
자두가 너무도 달고
아주 시원해서
맛이 참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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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고백할 게 있는데 말야…
조선일보 |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17> | 2004.07.20
http://www.chosun.com/culture/news/200407/200407200398.html
이것도 시(詩)인가 생각할 수 있지만, 아주 유명한 시인의 유명한 시입니다. 아내가 아침 식
탁에 내놓으려고 남겨 놓았던 자두를 밤에 몰래 냉장고에서 꺼내 먹고좀 미안한 생각이 들
어 쪽지를 적어놓은 모양입니다. 일부러 남겨 놓은 줄 알면서도 먹어버린 데 대한 약간의
죄의식, 그러면서도 몰래 먹는 것이기 때문에 더 달고 시원하다고 말하는 품이 마치 몰래
장난쳐 놓고 기둥 뒤에 숨어서 엄마를 엿보는 어린아이 같습니다.
아침상에 놓을 것이 없어져서 당황했다 해도 이런 쪽지를 보면 차마 화를 낼 수 없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장난기 섞인 고백을 하면 그저 눈 한번 흘기고 웃으며 용서해 주리라는 편안
함과 믿음이 시에 깔려 있습니다.
사실 시가 별건가요. 공자님은 ‘생각함에 있어 사악함이 없는 것’(思無邪)이 시라고 하셨지
요. 이리저리 숨기고 눈치 보는 삶 속에서 한 번쯤 솔직하게 글로 내 착한 마음을 고백해 보
는 것, 그래서 상대방의 마음도 조금 열어 보려고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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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Just To Say
by Rebekah Sankey
I have filled
the holes
that were in
the garden
and which
you were probably
digging for planting
forgive me
they were empty
so open
and so b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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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Just To Say
by K. Margaret Murray
I have discarded
the shoe
that was under
the stairs
and which
you were probably
using
as a home for your children
Forgive me
it was battered
and broken
and frankly, disgus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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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Just to Say
by David Sankey
I have squandered
the money
that was in
our bank account1
and which
you were probably
saving
for our future
Forgive me
It is impossible
to acquire any relief from ennui
without exceeding that
meager weekly budget that
lousy accountant decided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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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Just To Say
by Philip Mainwaring
this is just to say
that i wish
i could instill in you
that peering inwards
will lead you forth
like a compass
pointing north -
for at the source of all grand things
is a tremendous long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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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Just To Say
by Jamie Kenney
I have passive-aggressively
washed the dishes
that were sitting
in the sink
and which
you may have been
saving
for scientific experimentation
Forgive me
it felt so good
to use your toothbrush
to scrub th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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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래 용일맘님의 독후감.. 의사가 지은 만화책을 보니
의사이자 유명한 시인인 윌리엄즈의 시가 생각나서..
요즘 철에 많이 나오는 자두와 관련한 시 한수입니다.
불과 28개의 단어로만 이루어진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는 시입니다.
뭔가 사과하고 싶을 때
이 시를 활용하면 아주 효과 좋습니다.
(두 번째 파트 5편의 시가 바로 그런것이죠)
그리고 의대생의 문학교육에 관한 논문도 덤으로..
문학은 영혼의 치료이고
작가는 메스를 들지않은 의사..
이런 부분이 와닿는군요.
노란 형광색 부분은 제가 강조해 본 부분입니다.
아 그리고 이 글 제목은
낚시가 아니라..
시의 제목이 그렇게도 됩니다 ^^
"문학은 영혼의 치료이고.......작가는 메스를 들지않은 의사!"
가슴에 콕!ㅎㅎㅎ 역쉬나~ 아오스팅님의 글은 마음에 심어지네요~*^^*
다름 아니라
~ 내맘
아오스팅님
글 대할 때 마다
내맘은
여자로만 알았다오.
아마 당신이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꽤나
놀랐을텐데
용서해요. 한데
그건 내맘이었소
얼마나 재미나고
배꼽잡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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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님, 정말 반갑습니다.
아울러 복귀 기념으로
윌리엄스의 시 패러디 한 수
내맘님 버젼으로 ^^
아-팅님 재미있네요. 가볍게 고등학생들에게 읽자고 쓴 글을 갑자기 이렇게 논문까지 들이대시면 과부하가 걸려요. 그런데, 문학과 의학이 다같이 치유라는 공통점을 갖는다니 의외네요. 문학을 치유로 본다? 일본에도 의사면서 작가인 사람이 더러 있지요. 森 鴎外 ?명치시대이후 소설가, 평론가, 번역, 육군군의,관료. 동경대의대출신으로 夏目漱石와 같은 레벨의 문호이면서 군의에서도 거의 꼭대기까지 다 올라간 인물이지요. 우리 아-팅님때문에 그렇지않아도 머리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또 기름을 부으시네요...
머리를 좀 식히시라고 올린 글입니다 ^^
너무 재미있어 제가 좋아하는 시이지요.
의학이 인간의 영혼까지는 치유할수 없겠지요.
감히 문학이 영혼의 치유까지는 몰라도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는 있겠지요.
그건 의학이 결코 줄수없는 것일테고..
저가가 말한 의학교육에서 문학의 역할 3가지 -
의료(생명)윤리, 소통(면담시의 화술), 심미적교육(공감능력)
참 중요한 것들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물론 그게 교육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겠지만
훌륭한 문학 작품을 대하면 감화라는게 있으니..
요즘 경영학을 잘 아는 의사도 늘어나고 있지만
문학을 사랑하는 의사를 만난다면
그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의사출신 세계적 문호들이 참 많군요.
러시아의 체홉(Anton Chekhov)
영국의 키이츠(John Keats), 모옴(W. Somerset Maugham),
코난 도일(Sir Arthur Conan Doyle), 크로우닌(Archibald J. Cronin)
독일의 쉴러(Johann Christoph Fred- rich von Schiller) 카롯사(Hans Carossa)
벤(Gottfried Benn)
프랑스의 라블레(Francois Rabelais)
미국의 윌리엄스(William C. Williams), 마이클 크라이튼(Michael Crichton)
그리고 동양에서는
중국 쑨원(孫文), 루쉰(盧信), 곽 말약 (郭沫若)
일본 森 鷗外, 木下 太郞, 齋藤 茂吉, 水原 秋子, 林 高操, 小酒井 不目..
우리나라도 의사출신 문호가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