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곡부락 추억 여행(한산도)
박씨 누나가 갑짜기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여 3일 연휴로 만들어 주고 고속도로비도 면제 시켜준다고 어리석은 백성은 국내에 많이 놀러 댕기라 하기에 나는 그게 지상명령인 줄 알고 3일 동안 와이프를 꼬실러 1976년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 보기로 했다.
(쩐이 많은 똑똑한 양반은 해외로...)
만 39년 전 1976년 무더웠던 7월 중순 6개대학 연합 써클 '청향회'에서 예곡부락이라는 곳으로 하계봉사를 떠난다기에 먼 남쪽 바닷가에 놀러 가는 심정으로 참석했는데 배타고 통영에 내려 또 다시 통통배에 몸을 실고 도착한 곳은 이름도 생소한 '추봉도'.
당시만 해도 남해 '상주해수욕장'이나 거제도 '구조라해수욕장'으로 생각했는데 완전 깡어촌으로 해안가는 비포장으로 리어카 하나 지나 다닐 정도고 전기는 꿈도 못꾸고 식수도 우뭇물로 해결해야 되고 밤에는 석유 넣어 켜는 호롱불에 각자 지참한 후레쉬가 전부 였는데 낮에는 완전 노가다에 저녁에 학생들 모아 놓고 야학까지 마치고나면 녹다운 되지만 쐬주+막걸리 한잔 하는 뒷풀이로 하루 하루가 보람차고 재미 있었고 10여일간 봉사활동이 끝나고 난 뒤 마을에서 준비해 준 배로 제승당 구경하고 봉암 '몽돌해수욕장'에서 물놀이 실컷 즐기고 충무로 나와 전통이된 미륵도와 연결하는 다리 부근에서 낚지회 먹고 낄낄거리며 해저터널 관광하기...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76년으로 여행으로 새벽 부터 신바람이나서 아이스박스에 얼음팩 넣고 물 한통에 자두+복숭아+밀감 그리고 내가 좋아 하는 천도복숭아와 내가 애지중지하는 특수병(냉장고 하루 넣어 뒀다 얼음을 넣으면 하루가 지나도 절대 녹지 않음) 챙기고 오리만두 25개 찜통에 져서 도시락에 담아 준비 완료하여 조심스럽게 와이프 깨워서 충무 아니 통영으로 출발.
(아참~ 나는 1종보통면허증을 가지고 있으나 2종오토면허증을 가진 와이프가 운전해 주는 차만 탄다.)
도로비 공짜라고 큰소리 빵빵 치며 새벽 안개 헤치며 달려 마창대교 하이패스를 지나는데 아씨~ 통행료 2,500원 자동 결재.
뭐야 씨~ 그러면 고성서 통영까지 왕복 3,200원 덕 보는 것 뿐이네 니미럴~
와이프가 '공짜 아니야' 하기에 여기는 민자라서 그래라고 했지만 비데기 고장난 기분이다.
열심히 달려 통영 여객선 터미널로와 '시 파라다이스' 카페리왕복 표를 사는데 거금 44,600원 지불하고 승선하여 준비한 만두로 아침 해결하는 동안 한산도 도착(25분 소요).
도보로 제승당 관람하는데 경남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입장료 공짜라네, 제승당 둘러 보는데 강산이 4번 바뀌는 세월에 참 '상전벽해'+'격세지감'이라는 말이 딱들어 맞는다는 느낌.
한산도 일주도로를 한참 달려 딱 마주치는 추봉도와의 연결 다리 아마 이 다리가 없었으면 감히 추억여행을 떠나 볼 생각도 못했으리라 생각하니 참 고마운 다리라는 생각이 드는데 다리 건너 좌회전 우회전 어디로 가지 잠시 망설이다 그래 남자는 양이고 방향은 좌이니 좌회전.
한참을 달렸는데 표지판에 예곡이라는 단어가 없어 슬슬 불안해 질때 쯤 짠하고 예곡마을이 나타나는게 아닌가 휴~~~
마을 초입에 차를 주차 시키고 휘휘 둘러 보는데 기억에 남는건 마을회관과 폐허가 된 국민학교(당시에는)부지와 야외학습장 뿐.
마을 정자에 콩 다듬는 초로의 할머니께 이것 저것 물어 보며 말을 거니 어렴풋이 당시를 기억을 해 주니 고마움이 확 밀려 오는데 와이프는 알지도 못하는 활약상을 듣고 그냥 웃고만 있다.
차를 돌려 나오는 길에 소고포에서 팥빙수와 냉커피로 갈증 해결하고 봉암해수욕장으로 갔는데 참 아름답고 깨끗하고 조용해서 다음에 수영복+수경+낚시장비 챙겨 꼭 놀러 와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쭉 돌아 본 뒤 2시30분 배로 다시 통영으로 나와 '통영전통공예관'으로 가서 나전칠기를 감상하는데 엄청난 수고와 노력이 있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가격을 보고 옴마야~~~
가로40cm+세로60cm+높이20cm정도 되는 문서함의 화려함과 정교함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고 가격표를 보고 입이 딱~
물경 30,000,000냥.
호사스런 눈요기하고 통영누비 베게 하나 사는 걸로 만족하고 '영빈관'에 가서 해물 뚝배기로 늦은 점심 해결하고 고성에 농업기술센터 앞에 해바라기 5만송이가 피어 장관이라고 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들러 사진 한컷씩 찰칵하고 해 떨어지기 전에 쎄가 빠지게 달려 무사 귀가.
그리고 통영가서 알았는데 한산대첩이 양력으로 8월14일이라 카는데 참 묘한 인연이고 제승당에서 새끼 새한마리가 다쳐서 빌빌 거리는걸 와이프가 잘 챙겨서 살려 보냈는데 착한일 했으니 복 받을껴...
오늘 하루 날 위해 추억여행 같이 해준다고 고생한 와이프.
'그래 니가 있어 내가 행복한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