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노고산성은 경상북도 문경시 동로면 간송2리 산 7-3번지 일대에 위치한 석축산성이다. 이 산성은 영남과 중부지방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가 개설된 죽령과 계립령의 사이에 위치하여 교통로상 주요 요충지에 해당된다.
노고산성은 동로면 소재지 남동쪽에 위치한 장군봉 정상부(해발 473.3m)와 남쪽 수진천 방향으로 뻗어내린 가지능선으로 진행되는 테뫼식 산성이다. 산성 남동쪽으로 간송리 마을로 이어지는 골짜기 상단부를 가로질러 성벽이 진행되고 있다.
지세는 북쪽과 서쪽이 높고 남쪽과 동쪽이 낮은 지형을 갖추고 있다. 성벽 통과선은 해발 402~473m에 해당한다. 성벽은 북쪽 정상부(해발 473m)에서 각각 능선부를 따라 남쪽으로 뻗어 북벽-서벽, 동벽이 진행되며, 서벽과 동벽이 골짜기 상단부를 가로질러 연결하여 남벽을 이루고 있다. 산성의 규모는 전체둘레 665m이며, 장축과 단축길이는 남북 240m, 동서 180m이다. 성내 총면적은 약 43,200㎡이다. 평면형태는 남북을 장축으로 하는 마름모꼴 형태이다.
축조재료는 동벽을 제외하고는 주로 석축 성벽을 이루고 있다. 성벽 단면형태는 내외겹축 성벽, 편축식 성벽 등 지형 및 구간에 따라 차이점을 보인다.
노고산성 체성벽 축조기법의 특징은 외벽 하단부에 덧붙여 축조된 보축성벽과 외벽에 수직기둥홈이 확인되는 점이다. 성 내부 주요 시설물로는 문터 1개소와 치성 1개소가 확인되었다.
표1. 노고산성 구간별 현황
성벽 |
지점 |
해발고도 (m) |
축조형식 |
외벽 (㎝) |
내벽 (㎝) |
너비 (㎝) |
기저부 축조형태 |
비 고 |
|
1 |
402~403 |
편축 |
480 |
. |
400 |
. |
계곡상단부 |
2 |
403~410 |
편축 |
700 |
. |
700 |
. |
내환도 |
3 |
410~420 |
내외겹축 |
. |
100 |
|
보축성벽 암반층 |
남-서벽 회절부 남치성 |
4 |
419~420 |
편축 |
460 |
|
550 |
. |
. |
5 |
416~419 |
내외겹축 |
500 |
140 |
. |
보축성벽 암반층 |
서문지 |
6 |
419~429 |
편축 |
500 |
. |
. |
보축성벽 암반층 |
서-북벽 회절부 |
7 |
429~467 |
편축 |
310 |
40 |
290 |
수직기둥홈 |
일부 내외겹축구간 |
8 |
467~472 |
토축 |
430 |
|
880 |
. |
북-동벽 회절부 성내 최정상부 |
9 |
472~417 |
토축 |
. |
. |
. |
. |
동-남벽 회절부 |
먼저 축조재료에 있어 동벽 100m 구간을 제외하고는 할석재를 이용하여 쌓아올린 석축성벽이 500m 정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석축성벽은 3지점과 5지점에 잘 남아있다. 3지점은 치성이 위치한 곳으로 남벽과 서벽이 회절하는 구간에 해당된다. 내벽 5단 높이 80㎝, 외벽 25~30단, 높이 4~5m가 남아있다. 면을 다듬지 않은 부정형 할석재를 이용하여 허튼층쌓기로 성벽을 축조하여 단과 열이 정연하지 못한 편이다.
5지점 14~16구간의 성벽은 성내에서 석축성벽 외벽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이다. 잔존 외벽은 높이 35~42단, 500㎝이며, 길이 19m가 확인된다. 기저부에는 보축성벽이 덧붙여 축조되어 있다. 성벽 축조는 일부 면을 다듬기는 하였으나, 부정형 할석재를 이용하여 쌓아올렸으며, 성돌 빈틈 사이에 쐐기돌을 사용하여 마무리하였다. 성돌의 크기와 형태가 불규칙한 편이며, 단과 열이 정연하지 못하다. 성벽 단면은 거의 수직으로 쌓아올린 것으로 확인된다.
토축성벽은 동벽 구간에서 확인된다. 동벽이 축조된 지점의 지형은 급경사를 이루는 곳에 해당된다. 가파른 산사면을 이루는 곳에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하여 삭토 및 성토 등 최소한의 공정을 통한 토루성벽을 축조하고 있다.
성벽의 외형적 단면형태로 보면 내벽과 외벽을 동시에 쌓아올린 내외겹축 성벽, 한쪽 벽면에서만 쌓아올린 편축성벽, 성벽 축조당시 수직기둥홈을 사용한 성벽, 석축으로 쌓아올린 방식이 아닌 토축 토루성벽, 외벽 하단부에 석축을 보강한 형태의 성벽 + 보축성벽 구간으로 나누어진다.
노고산성의 북벽 7지점은 체성벽 축조 당시 수직기둥홈 형식의 양상을 입면과 평면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수직기둥 홈은 중국 또는 북한 평양지방에 있는 고구려 산성에서 확인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춘천 삼악산성, 제천 와룡산성, 충주 대림산성, 보은 호점산성, 봉화 청량산성, 연천 당포성에서 확인되었다.
수직 기둥홈의 기능에 대해서는 수직으로 성벽을 쌓기 위해 시설한 거푸집 흔적으로 석축을 쌓아 올리기 전에 양쪽에 일정한 간격으로 기둥을 세운 후, 석축성벽을 쌓고 기둥을 제거한 후에 작은 돌조각으로 기둥홈을 메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방법은 판축 토성의 축조방식이 석축에 적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봉화 청량산성, 춘천 삼악산성, 제천 와룡산성에서는 기저부에서 1~2단의 위에서 기둥홈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수직기둥홈의 기능이 지하수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거푸집 기능에 가깝다고 보인다. 하지만 노고산성에서는 지표조사의 한계점으로 기저부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용도를 단정짓기 어렵다.
봉화 청량산성 기둥홈의 성벽 상단부까지 연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원래부터 중단부에만 기둥홈이 시설된 것으로 보기보다는 성벽 상단면은 후대에 개·수축을 하면서 흔적이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는 수직 기둥홈을 조성한 산성들은 소백산맥 일대 내륙지방에서 주로 확인된다. 이 산성들은 주사용시기가 통일신라 말기~고려시대이며, 지세가 험준한 산악지형에 대규모로 축조된 산성들에 해당된다.
노고산성 성벽 축조에서 나타나는 또다른 특징의 하나는 체성벽 외벽 하단부에 단면 사다리꼴형태의 보축성벽이 축조되어 있는 점이다. 보축성벽이 가장 잘 남아있는 곳은 5지점 잔존성벽 ②로 체성벽 하단부에 단면 사다리꼴형태로 높이 13단 130㎝의 보축성벽이 덧붙여 축조되어 있다.(도면 11. 참조)
표 2. 수직기둥홈을 조성한 산성현황
산성명 |
유적위치 |
해발고도 (m) |
성곽 전체둘레(m) |
기둥홈간 간격(m) |
기둥홈 내부너비(m) |
기둥홈 수평깊이(m) |
비 고 |
노고산성 |
경북 문경 |
473.3 |
665 |
120~130 |
25~43 |
26 |
|
청량산성 |
경북 봉화 |
845.2 |
6,500 |
370 |
25 |
. |
|
호점산성 |
충북 보은 |
358.9 |
2,500 |
성벽 415~425 옹벽 320 |
15 |
15 |
|
독락산성 |
충북 단양 |
964.4 |
4,000 |
220~440 |
27~30 |
25~30 |
|
대림산성 |
충북 충주 |
489.3 |
4,960 |
200~250 |
15~20 |
15 |
|
와룡산성 |
충북 제천 |
527.5 |
2,750 |
350~380 |
20~30 |
15~20 |
|
삼악산성 |
강원 춘천 |
654.0 |
내성 2,000 외성 4,000 |
320 |
15 |
15 |
|
태화산성 |
강원 영월 |
911.3 |
1,500 |
310~320 |
15 |
20 |
|
금강산성 |
강원 강릉 |
1014.7 |
8,000 |
280~320 |
20~30 |
20~25 |
|
삼 한 성 |
강원 강릉 |
106.1 |
533 |
415~420 |
14~26 |
20~26 |
|
보축성벽은 체성벽을 보강하기 위한 목적으로 외벽을 수직으로 쌓아올린 후 하단부에 덧붙여 보강하는 구조물이다. 삼국시대 신라에서 주로 확인되는 성곽 구조물이다. 삼국접경지였던 소백산맥 일대에 5세기 후반 신라가 축성한 문경 고모산성, 보은 삼년산성 등에서 체성벽 외면의 1/2~1/3 이상 덧붙인 단면 삼각형꼴 형태의 초기 보축성벽이 나타나며, 한강유역 진출기 이후에는 체성벽 기저부에만 단면 사다리꼴형태를 축조한 형태와 층단식을 이루며 체성벽에 덧붙여가는 부채꼴 형태의 보축성벽 등으로 발전해 간다.
문경 노고산성은 삼국시대 신라가 죽령 및 계립령로 등 주요 교통로를 통제할 수 있는 요충지를 확보하고, 소백산맥을 넘어 한강유역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목적으로 이곳에 소규모 거점성을 축성하였던 것으로 여겨진다. 통일기 이후 고려 전기 이전까지 노고산성은 영남과 중부지방을 연결하는 소백산맥 일대 전략적 요충지로서 지속적으로 개보수를 거치면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