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 땅거미 질 무렵,서울아씨' 두 여인이 귀여운 꼬마를 앞세우고,
이곳 오지에서 열릴 문학카페 행사에 참석기 위해,나의 일터를 찾아왔다.
마침, 회원인 나는 이따금 산골 이야기를 올리노라면.누굴까?
궁금했다고 말하는 이들을 마주대하고 보니,별처럼 영롱한 눈동자는
교양미가 넘쳤고 세련된 몸매는 향기 그 자체였다.
어린 꼬마는 산골 분위기에 낯선지 이내 잠이들었다.
행사 주체로 지방으로 내려와 계시던 시인 선생님께서,
두 아씨의 전화를 받고 찾아오셨다.
아씨들의 유머스런 재취와 폭소는 날 새는줄 모르니,
만남이란 참으로 행복이라는 걸 느끼기도했다.
'주방으로'홀'로 '카운터'로 동동걸음치는 나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안젤라님 바쁘셔요!"좀 도와드릴까요!"
하는 그 말씨는 오랫동안 사귄 친구처럼 느껴지기도했다.
하얀밤이 아쉬운듯 내일 행사장에서 뵐께요 인사 하고는 정해놓은 숙소로 돌아갔다.
이튿날 시장 보는 중에 받은 전화는 서울 아씨였다.
"안젤라님!"혹시, 방에 애기 노란 '손 가방 보셨어요?"
여기 숙소에 와서 보니 없길레 우리가 앉아있던 "방안에 있나 해서요?"
핸드폰과 서류, 신분증, 카드 현금이 들어있는 노란 애기 가방이예요!"
어머!저런요!"그럼 빨리 가게로 가 보세요!"
"제가 어젯 밤 상 위에 빈 그릇들만 치우고. 방 정리는 못하고 돌아왔으니까요!
들어가셔서 우선 카운터에 있는 전화로
'핸드폰번호를 누르면 소리가 들리는 곳을 따라 찾을 수 있겠군요!
'애기 덮고 자던 이불 속에 묻혀 있을지도 모르고요?"
'문을 여는 방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속히 가 보세요!"
'아마 방안에 있겠지요!"가끔 열쇠를 잊어버리고 다닐 때,
나의 가게에서만 가능한 출입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아씨들은 일러준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 잃어버린 가방을
찾아 보았지만, 못 찾았다는 손 전화 내용은,시장봐서 가게로
오던 중이였다.
'빨리 가서 찿아봐야되겠구나! 보는 눈이 다를지도 모르니까!'
서둘러 돌아와보니,이들은 찾질 못했다는 메모를 카운터에 남겨놓고
돌아간 뒤였다.
'모양을 모르는 가방을 찾아 온 가게를 구석구석 뒤져 보았지만,
행방이 묘연하기에'어떤 양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소지품을 잃고 마음 아파할 이들, 생각하노라니 가슴이 답답해왔다.
'내마음이 이러하거늘 잃어버린 이들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제발 어디에서라도 가방이 주인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래보며
두 눈을 감고 잠시 기도를 올린 후, 이들 앞으로 편지 한 장을 썼다.
'어려운 사람 위해 하루에 얼마씩 떼어 '성서' 책 갈피 속에 모아둔 돈을
세어보니 이십 삼만원이였다.
편지에 곱게 접어 봉투에 넣고 삼만원은 '성서' 속에 남겨두었다.
'잃었다는 핸드폰도 물어주고 싶지만,형편이 여기밖에 못미치니 안타깝기만 했다.
잃어버린 가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그 아픈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고 싶어 행사장으로 달려가 이들을 만나고보니
어두운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밝은 모습에 다시 한번
나를 놀라게 하였다.
'나 같으면 울고불고 경찰서로 파출소로 쫒아다니며,
난리법석 소란을 피우고 다닐텐데,'액땜'을 하느라 그러하니
너무 걱정 말라며 되려 나를 위로하는 이들을 바라 보노라면,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조금도 흐트러짐 없는 그 모습은
존경스러울 뿐이였다.
행사가 끝나고 서울로 떠나는 아씨에게 두손 어루만져주며
"제가 편지 한 통을 썼습니다". 꼭 댁에 도착하셔서 읽어보세요!"
준비해간 편지 봉투를 쥐여주니,고개를 갸우둥 하며
"아니 무슨 편지인데 그러세요?"
네 좀 길게 썼으니까, "여기서 읽어보시지 마시구요!"
꼭, 댁으로 돌아가셔서 읽어보세요!"
"약속하실거죠?"
'알송달송'한 표정 짓는 아씨들을 떠나 보낸후,
한 시간쯤 지났을 때, 그들로 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안젤라님!" 먼저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주신 것 어떨결에 받기 했지만,편지로 보기엔 미심쩍어,
친구도 몹시 궁금하게 여기기에 중간에 오다가, 그만,
개봉을 하고 보니 "너무나 놀라서 전화 드렸습니다.
"도대체,이 많은 돈을 왜 저에게 주시는 건 지요?"
가방을 잃어버린 건 제 잘못이지 전혀 안젤라님 하곤 하등의 관계가 없습니다!"
"이러시면 안돼요!"' 일 이만원이면 감사하게 받아 갈텐데요!"
이렇게 많은 돈은 절대로 받을 수 없으니 서울 도착하는 대로 부쳐드리겠습니다",
"편지를 꼼꼼히 의미 하시면 제 마음을 이해 해 주실줄 압니다!"
'그래도 받을 수 없다면서, 계좌 번호를 묻길레, 돌려받을수 없는
세 가지 이유를 말해주었다.
꼭 댁에 돌아가셔서 열어보기로하신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 대하여
돌려 받을 수 없는 첫째 이유 입니다.
'세상 속에 나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닌 더불어 살고 있기 때문 인것이 둘째 이유가 되고요.
'님들과의 만남이 내 생의 보람이요 많은 것을 안겨주고 깨달음을 주셨기에
그 셋째 이유 입니다.라고 들려주니, 그 말씀은 이유가 되지않는다며,전화를 끊었다.
며칠 후, 문학행사를 주간 하신 시인 선생님께서,
"안젤라님 안녕하세요!"하시면서 가게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어머나! 선생님 어서 오세요!"
서울보다 이곳 산골이 더 좋으세요?' 자주오십니다!"
"그럼요 공기가 맑아서 숨이 탁 트이니 살 것만 같습니다!"
이곳 군청에 볼일이있어 왔다가 '전해 드릴것이 있어서 들렸습니다."
"네에?"선생님께서 저에게요?"
"사흘전에 서울에 모임이 있어 제자를 만났더니,
안젤라님께, 이걸 꼭 전해달라고 하더군요..
하시며, 건네주시는 하얀 봉투 속엔,
'나의 세 가지 이유를 무시한 체,
'사연만 바뀌어서, 돌아온 서울아씨의 두꺼운 편지 봉투였다.
산토끼 마을이 떠들썩합니다.
온 집안과 동네 사람들이 모여 돌아온 아기토끼를 축하하는
아주 큰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아버지 어머니는 돌아온 아들을 안고 눈물을 흘리며
"그래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아니어요. 아버지, 고생은요 호강하며 지냈는걸요"
잃어버린 지 꼭 일년만에 몰라보게 성장하여 돌아온 아기토끼를
이웃들도 찾아와 안아주고 쓰다듬어주니
아기토끼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작년 가을 어느 날, 귀한 약초와 열매들이 익어 가는
빨간 산 속을 거닐다가 그만 사냥꾼의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할 때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온 포수는 피 흐르는 나를 거꾸로 치켜들고 가다가
어느 '환경오염 방지사업' 공사장에 이르렀을 때였습니다.
"여보시오, 그 토끼 쐬주 안주로 딱 좋겠구먼. 우리한테 팔고 가슈!"
공사일 하던 인부들에게 사냥꾼은 두말 않고 나를 단돈 얼마에 팔아 넘겼습니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던 공사 감독 감리 단장님께서
"그 토끼 값은 달라는 데로 값을 줄 터이니 내게 주시오!"
인부들에게 거금을 치르시고 나를 넘겨받으신 후,
손수건을 꺼내어 덫에 치인 상처를 싸매 주시며 이렇게 속삭여주셨습니다.
"아파도 조금만 참거라!" 수술하고 치료해서 꼭 낫게 하여 네가 사는 집으로 보내줄게."
하시며 나를 안고 찾아 간 곳은 어느 동물 병원이었습니다.
감리 단장님댁에 온 지도 어느덧
한달 가고 두 달 가고 일년이 다되어갑니다.
완전히 상처는 회복되었지만 그리운 산천이 눈앞에 아롱거려 견딜 수가 없습니다.
포근한 침대에 묻혀 창 밖을 보고 있노라면 온갖 나무들과 꽃들 속에
노래하는 새와 아름다운 정원은 내가 뛰놀던 산 속 같아만 보이고
부모님과 형제들이 보고싶어 눈물이 났습니다.
저를 안고 출퇴근을 하시며 행여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노심초사 정성을 다하여 돌보아주시는 단장님께서는
"얘야, 조금만 더 치료받으면 훌륭한 마라톤 선수가 되겠구나"
하시며 위로해 주기도 하셨습니다.
어느 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던 애완용 강아지를 데리고
넓은 정원으로 나가셔서 저랑 달리기를 시켰습니다.
단장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떨어지자
저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려 강아지를 이겼습니다.
강아지는 나를 물어버릴 기세로 달려들었지만 단장님의 호된 꾸지람에 놀라 달아났습니다.
"얘야, 이제는 네 집으로 돌아가도 되겠구나! 어디 보자"
하시며 안아 쓰다듬어주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일은 병원에 과로로 쓰러져 입원한 집사람한테 가봐야 되고 하니
모레쯤이나 산 속 네 집으로 데려다줄게" 하시는 말씀도 잊지 않았다.
'아, 단장님께서는 슬픈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늘 우수에 젖어 계셨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한없이 아팠습니다.
그런 지경에도 불구하고 저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아주신 단장님 곁을 차마 떠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 이튿날 단장님께서는 저를 차에 태워 어느 큰 병원 특실로 들어가셨습니다.
그 병실에는 우아한 모습의 부인께서 창백한 모습으로 조용히 창가에 앉아 계셨습니다.
부인께서는 저를 보더니 "이리 오렴 하시고는 저를 안고 쓰다듬어 주시며
"너 고생이 참 많았구나. 이제 부모 형제 품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잘살거라."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하루속히 사모님의 병환이 완쾌되시길 빌면서 마지막 밤을 단장님 품안에서 잠들었습니다.
하루종일 차를 타고 고향마을 어귀까지 왔을 때
단장님께서는 저를 꼭 안아주시며 위험한 곳에는 절대 혼자가지 말고,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씩씩하게 잘 자라거라 하시었습니다
눈물을 훔치며 돌아가시는 단장님의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바라보며 서 있었습니다.
일년만에 돌아온 고향산천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저녁나절
밥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동구 밖을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기쁜 나머지 마당에 들어서 아버지 어머니하고 크게 외쳐 불렀습니다.
부엌에 불을 지피던 어머니께서 너무나 놀라
죽은 아들이 살아왔다고 외치자 모두 놀라 달려오셨습니다.
그 동안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을 때 "세상에 이렇게 고마운 사람도 다 있을까?"
은혜를 모르고 살아가면 안되다고 하시는 부모님께서는
"옳지 좋은 약초가 있는 곳을 알아두었으니, 내일 올라가서 살펴보고 알려드리도록 하자."
이튿날 아버지 따라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도구렁 큰 바위 아래에 백년 묵은 '산삼'이 빨간 열매를 몸에 두르고 집단을 이루며 자라고 있었습니다.
빨리 단장님께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걱정이 앞섰습니다.
도시에 계시는 단장님을 어떻게 여기까지 모시고 올 것인가 생각하니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아버지. 단장님을 어떻게 여기 모시고 오나요?"
"음, 그것도 참 그렇구나."
"아참, 공사 현장이 어디쯤인지 그리로 가보면 혹시 만나지 않을까?"
'아하, 그렇군요."
"그럼 내일 당장 그곳으로 찾아가 보자구나."
이튿날 서둘러 아버지랑 산 넘고 물 건너서 그 공사 현장으로 달려가 보았지만
공사를 마무리한 현장엔 사람의 그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매일같이 그 현장으로 가보았지만 단 장님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꼭 여기서 단 장님을 만나 뵈올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매일같이 달려가 그 공사 현장 풀숲에 숨어서 행여나 오실까 기다리던 어느 날
꿈인지 생시인지 하늘도 무심치는 않았습니다.
그렇게도 기다리며 보고 싶은 단장님께서 저만치서 무엇인가를 적으시며 다가오고 계셨습니다.
긴 장마에 현장이 떠내려가지 않았나 걱정이 되셔서 홀로 현장에 조사 나오신 것 같아 보였습니다.
현장을 살펴보고 계실 때 저는 달려가 단장님께 가슴에 넙죽 안겼습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단장님께서는 몹시 놀랐으나 반가움을 잊지 않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네가 어떻게 여길?"
"..........."
"아니 이놈 봐라!" 너 벌써 나를 잊었니?"
"아니에요. 절대 아니어요. 제발 저를 따라와 주세요."
" 아니 이 놈이 왜 그러나. 너무 반가워 그런 것인가?"
아무리 애원을 해도 단장님은 제 눈빛을 제대로 읽지를 못하셨습니다.
생각다 못해 저는 하나의 간단한 묘안을 생각했습니다.
단장님께서 눈치를 채실 수 있도록 제 행동을 반복해보는 것이었습니다.
단장님 품을 벗어나 돌아온 길을 달리다 다시 단장님 품으로 돌아오기를 수십 번
제 모양새를 보시던 단장님께서는 곰곰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생각하셨습니다.
'옳거니 이놈의 행동이 어디로 가자하는 모양이다. 그래 어디 따라가 보자구나.
늦게 서야 제 뜻을 읽으신 단 장님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니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생명을 구한 은인을 만나시고는 반가움에 펑펑 우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단장님을 큰 바위아래 도구렁 산삼 숲으로 모시고 갔습니다.
산삼이 무더기로 숨어있는 큰 바위 아래에는 빨간 구슬을 몸에 두른 백년 묵은 산삼이 주인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어린 아들 아기토끼를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제 집에 키우는 강아지와 똑 같은 생명이기에 그렇습니다"
"하늘이 단장님께 내리는 복입니다. 이 산삼을 중병에 든 부인에게 달여 먹이도록 하십시오"
첫댓글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