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커피축제의 의미
강릉과 커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지역축제에서 커피축제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축제란 무엇이길래 사람들이 그토록 열정적으로 대할까? 커피축제는 과연 효용가치가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떤 효용가치를 가질까?
축제를 마주하면서 처음 가지게 되는 궁금증들이다.
축제에 참가하면서 기본적으로 이와 같은 축제의 기본틀과 지역문화의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대하게 되면 두 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겠다.
강릉커피축제는 지난 2007년 11월 9일자 중앙일보 김한별기자가
주말 위클리판으로 특별르포기사화한 「커피가 강릉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기사를 보고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한 결과물이다.
2009년 10월. 「10월의 마지막 밤을 강릉커피축제와 함께」라는 슬로건으로
그해 가을 커피축제는 강릉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된다.
사실 커피축제는 지역에서 그동안의 축제와는 좀 성격을 달리한다.
일단 커피를 숙주로 하여 축제를 연다는 것이 아이러니라는 반응들이 많다.
특정한 장소도 없으며, 커피를 주산지로 하는 나라도 아닌 강릉에서
커피축제를 한다는 것에 신기해한다.
원래 축제는 그처럼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것이다.
커피축제와 강릉의 커피자원
1. 강릉커피의 특별한 맛
강릉커피는 일단 맛에서 상당한 수준을 자랑한다. 커피도 차(茶)의 일종이라고 보면
강릉의 차의 역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강릉차는 이미 신라시대부터 전국구였다고 보면 된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신라시대의 차문화유적지가 강릉에 있다.
남항진쪽에 군부대에 있는 「한송정」이라는 정자는 신라시대의 문화유산이다.
이곳에서 신라의 화랑들이 차를 달여마신 다구(茶具)가 유적으로 남아있다.
또한 경포대를 비롯한 곳곳에서 차를 달여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그렇다면 강릉은 왜 천년전부터 차로 유명해졌을까? 결국 차는 물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차맛이 특별한 것은 차를 다루는 명장의 손길과 함께, 백두대간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리는
석간수(石間水)의 특별한 물맛이 강릉의 차를 유명하게 만든 것이다.
똑같은 음식을 지역이 다른 곳에 가서 같은 재료를 가지고 만들어도 맛이 달라지는 것은
같은 손맛이어도 물맛이 좌우하는 것도 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이다.
강릉커피가 맛있는 이유중 중요한 하나는 바로 물맛의 비밀에 있는 것이다.
2. 풍경도 맛이다! - 바다, 호수, 계곡의 엽서같은 풍경
집에서 만들어먹는 커피나 떡볶이보다 카페나 포장마차에서 호호불며 먹는 맛이 더 일품인 것은
다른 무엇보다 풍경과 분위기가 중요하다. 얼큰한 추어탕이나 된장찌개를 먹다가 프로포즈하면
백발백중 깨지는 것도 그같은 이유이리라.
이왕이면 근사한 레스토랑이나 전망좋은 카페에서 은은한 커피향 흐르는 곳에서
달콤한 사랑의 속삭임이 훨씬 효율적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겠다.
똑같은 커피라도 호숫가 노을이 지는 풍경에, 비취빛 바닷가에 갈매기 몇 마리가
한가하게 노니는 백사장이 아스라이 펼쳐진 공간에서 잔잔한 재즈음악을 들으며
마시는 차 한잔의 여유. 낭만의 맛과 멋이 더하여지니 풍경이 더하는 값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3. 커피명인 박이추 선생
주로 ‘커피 1세대’라는 표현으로 불려지시는 박이추 선생님.
커피라곤 ‘인스턴트 다방 커피’뿐이던 시절,
자가(自家) 로스팅 문화를 퍼뜨린 ‘3박(朴) 1서(徐)’ 중의 한 분이다.
특히 원두를 강하게 볶아 진한 맛을 내는 일본식 커피의 대가다.
1988년 서울 대학로에 커피 하우스 ‘보헤미안’을 연 것을 시작으로
수십년의 세월을 ‘커피 인생’으로 사셨다.
개업 4년 만에 서울의 안암동 고대 후문으로 가게를 옮겼고,
2000년엔 아예 서울을 떠나 강원도 오대산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1년 뒤엔 경포대, 다시 그 3년 뒤엔 강릉 연곡면 현재 자리로 옮겨왔다.
가게는 명성에 비해 그리 화려하지 않다.
산골의 펜션 느낌이다. 커피는 도시인들의 기호품이건만
그는 도시를 버리고 사람을 피하고 화려함을 멀리한다.
이유가 뭘까? “바다의 포용력이 좋아서”란다. 또 선문답이다.
그분께서 언론에 말씀하시는 것을 보면 “에스프레소가 낫다, 핸드 드립이 낫다,
말들 많지만 중요한 건 유행이 아니라 10년, 20년 뒤에도 마실 수 있는 커피를 만드는 거죠.
” 즉 긴 호흡으로 살아야 한다는 명쾌한 삶의 진리같은 말씀을 자연스레 전하신다.
차(茶)를 덖으며 도를 닦는 고승처럼 묵묵히 커피의 세계관으로 걸어오신 선생님이 계시기에
강릉커피는 한걸음 더 빨리, 성숙한 길을 걷게 되었을 것이다.
강릉커피역사의 산증인이자 지금도 여전히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계신 명장이 계시기에 강릉커피는 든든하다.
4. 기차가 서지 않는 정동진역처럼 오래된 커피거리 ‘안목’
안목 강릉항의 커피거리는 강릉에서 나고자란 사람들에겐 특별한 추억의 장소이다.
정말 다방밖에 없던 80년대 살림도, 시대도 어려웠던 그 시절. 안목의 바닷가는 추억과,
낭만과, 사랑과, 이별과, 쓸쓸함과, 고독의 기억들이 고루 버무려진 특별한 장소였다.
거기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오래도록 백사장을 바라보며 세월을 버리거나,
사랑을 버리거나, 혹은 바다의 거센 힘을 받아안고, 툭툭털고 돌아서던 그런 장소였다.
안목 강릉항의 자판기에는 그들만이 아는 비밀이 하나 있다.
커피가 단순한 ‘믹스’커피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커피자판기마다 커피맛이 다르고, 선호하는 자판기가 다른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니라 커피자판기마다 소위 ‘바리스타’가 숨겨져 있다.
자판기 바리스타? 재미있는 표현아닐까? 자판기에 프림, 설탕, 커피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진짜 국산 콩가루가 들어가기도 하고, 미숫가루처럼 우리 잡곡이 들어가기도 하며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다.
숨겨진 2% 맛의 힘! 그 힘은 바로 자판기 안에 숨겨진 깊은 관심이 있었다.
이제 강릉인들에게 그토록 특별했던 장소가 어느덧 커피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횟집보다 커피집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거리에는 커피잔을 든 사람들로
평일의 오후에도 활력이 넘쳐난다. 울릉도 정기여객선이 뜨고,
유람선과 요트가 떠다니며, 낭만을 낚아올린다.
강릉커피축제의 원천에는 안목 커피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