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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여행
여행일 : ‘19. 5. 11(금)~12(토)
여행지 : 전라남도 순천시(낙안읍성, 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보성군(차밭). 여수시(오동도, 해상 케이블카), 곡성군(기차마을)
함께한 사람들 : 가족여행
특징 : 큰 처남의 둘째 아들이 얼마 전 결혼을 했다. 그리고 직장이 위치한 순천에다 새 둥지를 틀었단다. 기(氣)가 센 자매 셋이 머리를 맞대고 숙덕거리더니 집들이 겸해서 신혼집을 다녀오잔다. 멀고 먼 남녘의 끝자락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지만 까짓 신경 쓸 그녀들은 아니다. 다음은 대리운전 해줄 남편들. 요것들도 늘 해오던 대로 통보만 하면 끝이다. 당사자나 마찬가지인 처남댁까지도 끽소리 못하고 따르는 형편인데 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해서 1박2일짜리 주말여행이 시작되었다. 현지에서의 안내는 물론 처조카 내외가 맡았다. 여행전문가나 마찬가지인 내 조언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 둘째 날 일정은 순천만(順天灣) 습지부터 시작했다. 아니 일반 대중들에게는 ’갈대밭‘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순천만의 갈대밭은 무려 15만평에 달한다. 순천 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순천시 상사면에서 흘러 온 이사천의 합수 지점부터 하구에 이르는 3㎞ 쯤의 물길양쪽이 죄다 갈대밭으로 뒤덮여 있다. 그것도 드문드문 떨어져 있거나 성기게 군락을 이룬 여느 갈대밭과는 달리, 사람의 키보다 훨씬 더 웃자란 갈대들이 빈틈없이 들어찬 갈대밭이다. 갈대 군락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란다. 39.8㎞의 해안선에 둘러싸인 27㎢(갯벌 21.6㎢ + 갈대밭 5.4㎢)에 이르는 순천만 일대에 갈대밭만 무성한 게 아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면 물억새, 쑥부쟁이등이 곳곳마다 크고 작은 무리를 이루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하구의 갈대밭 저편에는 불그스레한 칠면초 군락지도 들어서 있다. 또한 이곳은 흑두루미, 재두루미, 황새,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국제적인 희귀조이거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11종이 날아드는 곳으로 전세계 습지 가운데 희귀 조류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희귀조류 이외에도 도요새, 청둥오리, 혹부리오리, 기러기 등을 포함해 약 140종의 새들이 이곳 순천만 일대에서 월동하거나 번식한단다.
▼ 입장권(성인 기준 8천원)을 사서 안으로 들어서면 ‘천문대’가 탐방객들을 맞는다. 그 옆에는 ‘자연 생태관’이 들어서 있다. 낮에는 흑두루미, 청둥오리 등 다양한 철새들을 보고, 밤에는 달과 멀리 있는 별 등을 관찰해 보라는 모양이다. 아니 이곳 순천만이 하루해가 짧을 정도로 넓다보니 아예 저녁 일정까지 포함시켜 놓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연 생태관’은 순천만의 다양한 생태 자원을 연구하고, 학생 및 일반인들의 생태 학습을 돕기 위해 만들어놓은 공간이다. 내부에는 실제보다 5배나 큰 ‘흑두루미’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고, ‘갯벌’과 ‘철새’, ‘텃새’ 등을 탐구할 수 있는 공간도 여럿 들어서 있다.
▼ 천문대와 자연생태관 앞은 ‘글라스 가든(grass garden)’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져 있었다. 순천만의 바람을 품고 빗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갈대와 억새들의 소개하는 공간이란다. 그린라이트, 모닝라이트, 몰리니어무어, 무늬새그라스, 무늬억새, 수크렁, 제브리너스, 털수염풀, 팜파스글라스(흰색), 팜파스글라스(빨강), 흰갈풀, 흰줄무늬갈대 등 총 12종 4,749본의 벼과(禾本科, Poaceae)와 사초과((莎草科, Cyperaceae) 식물들이 군락별로 식재되어 있다고 한다. 덕분에 난 갈대와 억새가 벼과의 식물인 걸 처음 알았다.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라 했다. 이미 육십 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 널따란 잔디밭은 물론이고 꽃밭과 분수, 그리고 게와 짱뚱어를 형상화한 조형물도 세워놓았다. 액자형 네모 프레임까지 세워놓을 걸로 보아 인생샷이라도 건져보라는 모양이다. 장승 모양으로 만든 안내판도 보인다. 이곳 순천만의 자랑거리인 2.3㎢의 ‘갈대밭’과 22.2㎢의 ‘갯벌’, 그리고 멸종위기조류 25종을 포함한 230여 종의 ‘철새’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았다. 참! 쉼터도 들어서 있었다. 순천만 인근 주민들이 직접 생산하고 가공한 차와 음료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란다.
▼ 글라스 가든 근처에는 찾아오는 철새들의 생태계를 엿볼 수 있도록 탐조대(探鳥臺)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철새는 눈에 띄지 않고 그저 갈대만 눈에 한가득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망원경으로 살펴본 일이 있었기에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 이젠 순천만습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갈대밭을 살펴볼 차례이다. 습지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아치형 다리(무진교)를 건너자 푸르른 갈대밭이 끝 간 데 없이 펼쳐진다. 이 갈대밭의 사이사이로 데크 탐방로를 놓았는데, 이 길은 ‘용산 전망대(아래 사진의 건너편에 보이는 산)’까지 이어진다. 탐방로는 쭉쭉 곧게 뻗어나가는 데다, 들어가는 방향과 나가는 방향까지 모두 안내되어 있어 길이 헷갈릴 일은 없다. 느긋하게 걸으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 된다는 얘기이다. 행여 다리라도 아플라치면 군데군데 만들어놓은 쉼터에서 쉬어가면서 말이다. 참! 갯벌 생태계를 살펴보고 싶다면 탐방로 가에 따로 만들어 놓은 ‘관찰 데크’를 이용하면 된다.
▼ 위에서 말한 ‘관찰 데크’에서는 생물들이 살아 숨 쉬는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순천만의 상징인 짱뚱어가 진흙 바닥에서 구멍을 뚫고 기어 나오는가 싶더니 다른 놈들과 영역 다툼을 치열하게 벌인다. 그러다가 인기척에 놀랐는지 후다닥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생긴 모양이 우스꽝스러운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는 동면 어류로 잠둥어라 불리기도 한다. 건강한 갯벌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지의 또 다른 주인은 게다. 사다리꼴 모양의 칠게는 새의 먹잇감으로 유명하며, 도둑게는 벽을 잘 타고 동작이 재빠르다. 바닷가에 있는 민가 부엌에 들어가 음식을 훔쳐 먹기도 한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습지에서 한주먹하는 놈은 단연 농게다. 암놈은 몸집이 작고 두 다리도 짧지만 수놈은 한쪽 다리가 크고 길어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분명 기형의 모습인데 힘센 한쪽 다리를 치켜들며 갯벌을 주름잡는 듯한 자세다. 이밖에도 갯벌에는 맛조개, 낙지, 키조개, 갯지렁이 등이 서식한다. 참! 혹시라도 갯벌에 사는 생물을 보기 어려운 궂은 날에 방문했다면 자연생태관에 들러 이들의 모습을 살짝 엿보면 된다.
▼ 순천만습지를 즐길 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갈대밭 산책이다. 갈대밭 사이사이에 여러 갈래로 내놓은 목재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녹색 물결이 일렁인다. 잎을 비비며 서걱거리는 소리가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든다. 습지를 구경한다고 하지 않고 즐긴다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이다. 가을이면 저 바다는 은빛 물결로 바뀐다고 한다. 갈대의 북슬북슬한 꽃(실제는 털 달린 씨앗 뭉치)이 햇살의 기운에 따라 은빛 잿빛 금빛 등으로 채색되는 모습이 아주 장관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갯바람이라도 불어올라치면 갈대숲 전체가 일제히 흐느적거리면서 흡사 망망한 바다에 일렁이는 물결처럼 장엄하게 변한단다.
▼ 탐방로를 따라 걷다보면 바람결 따라 서걱서걱 흔들리는 갈대를 접하게 된다. 사람들은 줏대 없는 사람을 일러 ‘갈대 같다’고 한다. 바람에 쉽게 흔들린다고 해서이다. 하지만 갈대만큼 유익한 식물도 드물다. 줄기는 문 앞에 걸어두는 발이나 돗자리 등을 엮는 데 썼다. 또한 빗자루 재료와 종이를 만드는 펄프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특히 뿌리는 해독(解毒) 능력이 뛰어나서 농약 중독이나 식중독, 중금속 중독 등을 고치는 민간요법으로 많이 쓰인다.
▼ 탐방로의 끝에는 ‘용산전망대’가 있다. 갈대밭 관광의 중심지인 대대포구 건너편, 길게 뻗은 산줄기의 남쪽 끝 해발 80m 지점에다 전망대를 만들고 길이 1.3km의 탐방로로 연결시켜 놓았다. 하지만 다음 일정에 쫒기는 우리는 다녀오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왕복 40분 정도 걸린다지만 두 처제의 허약한 체질로는 1시간 갖고도 부족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이의 사진과 글로 전망대의 분위기를 전해본다. <전망대에서 보는 순천만습지는 또 다른 모습이다. 갈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서식물(水棲植物)이 갯벌에 원을 그리며 군락을 이루고 있다. 그 사이로 휘감아 도는 물길이 신비롭고도 평온하다.> 일몰 시간에 맞추면 그 풍경화는 더욱 황홀하게 변한단다. 사진작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몰 가운데 하나라는 것도 기억해 두자.
▼ 갈대밭 사이를 걸어봤다면 다음은 ‘생태체험선’을 타볼 차례이다. 갈대밭 입구, 그러니까 ‘무진교’ 아래에 있는 ‘다대동 선착장’으로 가면 된다. ‘생태체험선’ 선상투어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이 지역 출신 소설가 김승옥의 작품 ‘무진기행’의 주 배경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배를 타고 광활한 갈대밭과 갯골을 지나 드넓은 순천만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오는 코스인데, 아침엔 피어오르는 안개를, 그리고 저녁엔 노을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해서 순천만습지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한 번씩은 꼭 타보는 인기가 높은 코스이다.
▼ 12톤급의 평갑판선인 ‘생태체험선’은 해가 뜬 후부터 일몰까지 수시로 운행한다. 순천만의 유명한 S자 물길을 따라 왕복 6km를 30분 정도 운항하는데 요금은 성인 기준 7,000원이다. 배에 탄 사람(정원 36명)들은 동승한 해설사로부터 순천만에 대한 흥미로운 여러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참! 승선권을 끊을 때 ‘승선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므로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 두자.
▼ 눈만 들면 사방이 갈대다. 갈대는 순천만의 상징과 같다. 우리나라 다른 지역에서도 갈대가 자라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순천만처럼 거창하고 우아하며 매혹적인 곳은 없다. 여름에는 초록빛의 대향연이 펼쳐지고, 겨울에는 탈색된 줄기들만이 바람에 춤추는 곳이다. 너른 들판에 펼쳐진 갈대가 바람에 움직이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참고로 5.4㎢ 크기의 저 갈대밭은 22.6㎢의 갯벌과 함께 순천만습지를 만들어낸다. 그 덕분에 철새와 갯벌 생물들이 살기 좋은 자연 조건을 두루 갖추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연안습지 가운데서는 처음(2006년)으로 ‘람사르 습지’에 등록되는 영예를 얻었다. 연안 습지란 만조 때와 간조 때 바닷물이 들어가고 나오는 경계 사이의 지역을 말한다. 강에서 실려 온 흙이 넓게 쌓이면서 만들어진 삼각주나 해안 갯벌이 대표적인데, 다양한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자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곳이다.
▼ 배는 순천만습지의 특징인 ‘S’자형 물길을 누빈다. 갈대밭 사이사이로 나있는 길이다. 갈대는 이른 새벽에는 몽롱한 안개에 젖어 흐느적대고, 맑은 날 오후에는 햇살을 묻혀 흩날리며, 머릿결조차 날리지 않을 미풍에도 살며시 춤을 춘다. 이런 풍경을 마주대하면 갈대는 이미 식물이 아닌 감성의 언어로 변한다. 그런 감성이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문체와 구성으로 문단에 충격파를 던진 ‘무진기행’을 만들어냈지 않나 싶다. 김승옥의 대표작 ‘무진기행’은 무진(霧津)으로 훌쩍 떠나온 주인공의 1인칭 서술 작품이다. 무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안개가 자욱한 듯 몽롱한 느낌을 주고, 작품이 의도하는 일탈과 도피의 무대로 더없이 어울려 보인다. 그런 무진의 무대가 바로 순천만 갈대밭 일대다.
▼ 얼마쯤 나아갔을까 한 무리의 새떼가 눈에 들어온다. 순천만의 진객은 뭐니 뭐니 해도 철새다. 우리나라 새 종류 540종 가운데 250여종이 이곳 순천만에서 관찰되고 있단다. 이곳 순천만이 조류가 살 수 있는 천혜의 환경 조건을 갖췄다는 증거이자 ‘람사르 협약(Ramsar Convention)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그나저나 새들의 대표선수는 역시 흑두루미다. 순천시의 상징새, 시조(市鳥)이기도 하다. 흑두루미는 과거에 시베리아를 출발해 북한 낙동강을 거쳐 겨울을 나고 일본 이즈미로 날아갔는데 2013년부터는 시베리아, 북한, 서산, 순천만을 거친다. 낙동강 대신 순천을 선택한 것이다. 낙동강에 보를 만드는 바람에 모래톱이 사라지면서 월동지를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낮에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다 밤이 되면 천적을 피해 모래톱에서 잠을 자야하는 흑두루미의 특성 때문이다.
▼ 두 번째 여행지는 여수의 ’오동도‘이다. 아니 그냥 오동도만 둘러본 게 아니고, 해상 케이블카가 포함된 일정으로 꾸며봤다. 그래서 찾은 곳이 돌산도에 있는 ’돌산공원(突山公園)‘. 오동도의 입구에 위치한 ’자산공원‘으로 가는 해상케이블카가 이곳 ’놀아정류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이곳 돌산공원은 여수시와 돌산도를 잇는 ‘돌산대교’를 건설하면서 함께 조성된 공원이다. 사방이 툭 트여있어 주변 해양경관을 조망하기에 좋고, 특히 뷰포인트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여수 밤바다’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아름답다고 한다. ‘돌산대교 준공기념탑’과 ‘여수시 타임캡슐’, ‘어업인 위령탑’ 등의 기념물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 케이블카는 돌산(섬)과 자산(육지) 사이의 바다를 잇는다. 캐빈(cabin)은 총 50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칠해진 게 일반 캐빈(40대, 8인승)이고, 크리스탈 캐빈(10대, 5인승)은 은색이다. 이 가운데 크리스탈은 투명한 바닥으로 발밑의 바다를 관망할 수 있어 시각적인 즐거움과 함께 짜릿한 스릴감을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우천 시에도 운영된다. 다만 바람이 심하거나 정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공지 후 운영이 중단될 수 있다. 요금은 성인 왕복 기준으로 13,000원, 크리스탈은 이보다 7,000원을 더 내야한다.
▼ 케이블카의 최고 높이는 98m이고 바다를 지나는 구간 길이는 650m다. 바다 위를 날다보면 케이블을 따라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기분이 마치 넘실거리는 바다 위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듯하다. 아니 그보다는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조망이 더 일품이다. 거북선대교(아래 사진)와 돌산대교, 이순신광장, 여수해양공원 등의 명소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데, 이게 요즘은 여수를 대표하는 관광콘텐츠가 됐다고 한다.
▼ 여수의 트레이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하멜등대’도 눈에 들어온다. ‘하멜표류기’로 유명한 ‘헨드릭 하멜’이 여수에 머물렀던 것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무인등대로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이른바 ‘사진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방파제 안쪽에는 하멜전시관도 들어서 있다. 하멜이 여수에 머무르게 된 과정과 여수에 살면서 겪었던 일을 연대기로 설명해 놓은 공간이다. 그나저나 저 풍경은 밤에 더 아름답다고 한다. ‘여수 밤바다’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을 정도이니 오죽하겠는가. 이 케이블카를 야간에 타면 그런 여수 밤바다의 매혹적인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다는데 귀경시간에 쫓겨 포기할 수밖에 없으니 아쉬운 일이다.
▼ 1.5km의 거리를 13분 만에 날아간 케이블카는 자산공원(紫山公園)에 위치한 ‘해야정류장’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역시 전망대와 함께 여수를 주제로 한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자그마한 미술관이 운영되고 있었다. 각종 요깃거리를 판매하는 매점에서 시장기를 때울 수도 있다. 참고로 자산의 정상에 자리한 자산공원(여수시 종화동)은 오동도는 물론이고 여수항과 여수의 구시가지가 한눈에 쏙 들어오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공원이다. 또한, 새해 첫날에는 일출을 보고자 전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자산(紫山)’이란 아침 일출 때 산봉우리가 아름다운 자색으로 물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공원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이충무공 동상과 충혼탑, 팔각정 등의 시설이 들어서 있다. 거북선 모양으로 지은 여수해상교통관제센터도 주요 볼거리이다.
▼ 이젠 오동도로 가볼 차례이다. ‘해야정류장’ 전방에 지어진 주차타워의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로로 내려서면 된다. 이 엘리베이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행하며 이용 요금은 무료이다. 단 강풍주의보나 경보가 발효되거나 정비가 필요할 경우 운행이 중지된다는 점은 기억해두자. 참! 오동도 쪽으로 나있는 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 계단은 일출정에 접근하기 위해 놓은 것으로 케이블카가 있기 전부터 존재했단다.
▼ 주차타워를 빠져나와 ‘Sono calm Hotel(구 엠블호텔)’ 앞에서 오른편으로 방향을 튼다. 몇 걸음 더 걸으면 목적지인 오동도(梧桐島)로 들어가는 길목인 ‘방파제’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동도로 들어가는 옵션은 세 가지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그냥 걷는 것이다. 조금 편하게 가고 싶다면 자전거를 빌리면 된다. 일반(1시간 5천원)과 커플(1시간 1만원) 뿐만 아니라 유모차(1시간 5천원)까지 준비되어 있다. 1시간을 더 빌리려면 3천원과 5천원, 3천원을 추가로 더 내야한다. 체력이 약한 노약자들에게는 ‘동백열차(성인기준 1천원)’를 권한다. 참! 모터보트를 이용해서 들어갈 수도 있다는 걸 깜빡 잊을 뻔했다. 팁 하나 더. 근처에 유람선 선착장도 있었다. 거북선대교와 진남관, 장군도, 돌산도, 오동도 등을 돌아오는데 요금은 1만2천원을 받고 있었다.
▼ 1933년에 준공된 서방파제(섬 반대편에는 445m 길이의 동방파제도 있다)의 길이는 768m나 된다. 방파제치고는 꽤 길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지루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생동감을 더해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여수에 사는 시인과 화가들이 공동으로 작업했다는데, 물고기가 유영하는 바다 속 풍경과 돌산대교, 무술목, 거북선 등이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거기다 중간에 다리를 놓아 운치를 더했는가 하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도록 전망데크까지 만들어 놓았다. 삭막할 게 뻔한 방파제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으로까지 선정된 이유일 것이다.
▼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탐방로를 따라 투어를 시작한다.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길은 햇빛 한 점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동백나무가 울창하다. 맞다. 오동도는 동백꽃으로 유명한 섬이다. 오죽하면 여수하면 오동도, 오동도하면 동백꽃이 연상되겠는가. 섬 전체를 덮고 있는 3,000여 그루의 동백나무는 이르면 10월부터 한두 송이씩 꽃이 피기 시작하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2월 중순경에 약 30% 정도 개화되다가 3월 중순경에 절정을 이룬단다. 이밖에도 섬에는 시누대 등 200여 종의 각종 상록수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하다.
▼ 유명 관광지답게 섬 전체가 잘 꾸며져 있었다. 시판(詩板)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그 중에 강영은 시인의 시가 눈길을 끌기에 카메라에 담아봤다. 바람을 품에 안은 여수에서는 바람이 바다보다 먼저 보인단다. 젖을 물고 있는 섬들과 근육으로 다져진 해안들도 모두 바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노래하고 있다.
▼ ‘용굴’이라는 안내판을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 봤다. 아니 전설을 따랐다는 것이 더 옳을 수도 있겠다. 전설에 의하면 비가 오는 날이면 이곳 오동도에 사는 용이 지하 통로를 이용해 연동천 용굴로 가서 빗물을 먹고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마을 사람들이 연동천의 용굴을 막았나 보다. 그런 다음부터 새벽 2시경이 되면 이 용이 자산공원 등대 아래에 있는 샘터로 이동을 했다니 말이다. 바다로 흘러내리는 물을 마시기 위해서인데, 그로인해 파도가 일고 바닷물이 갈라지는 소리가 밤하늘에 메아리쳤다는 내용이 안내판에 적혀있었다.
▼ 동백이 지는 날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걷기에 딱 좋은 산책길은 옆구리에 암석해안을 끼고 이어진다. 오동도는 1968년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됐다. 그래선지 섬은 대부분 해식애가 발달한 암석해안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해식동과 풍화혈, 해식아치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소라바위, 코끼리바위, 용굴, 병풍바위, 지붕바위 등 기암괴석의 생김새만큼이나 그 이름도 다양하다.
▼ 오동도의 정상은 등대가 차지했다. 1952년에 불빛을 밝힌 이래 지금까지도 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는 등대이다. 처음 지어질 당시는 8.48m 높이에 백색원형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이었으나, 2002년 높이 27m의 백색 8각형으로 다시 지었다고 한다. 등탑 내부는 8층 높이의 나선형 계단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외부에 전망대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등대를 찾는 관광객에게 여수, 남해, 하동 등 남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사무동 2층에 전시실을 마련하고 등대와 바다에 대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 등대 옆에는 여수의 일출 명소 중 하나로 꼽힌다는 ‘해돋이전망대’가 있다. 하지만 동백터널 너머에 살포시 숨어있어 잘 살펴봐야만 찾아갈 수 있다. 울창한 동백나무 숲속으로 들어서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명색이 오동도(梧桐島)인데도 오동나무는 한 그루도 보이지 않고 대신 동백나무만 저렇게 울창한 이유를 말이다. 지명처럼 옛날 이 섬에는 오동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고려 공민왕 때의 승려 신돈이 오동나무를 모두 베어버렸단다. 전라도의 전(全)자가 ‘사람 인(人)’자 밑에 ‘임금 왕(王)’자를 쓰고 있는데다, 남쪽 땅 오동도라는 곳에 서조(瑞鳥)인 봉황새가 드나들어 고려왕조를 맡을 인물이 전라도에서 나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란다. 봉황새의 출입을 막기 위해 오동나무를 베어버렸다는 것이다. 또 다른 얘기도 있다. 아리따운 한 여인이 도적떼로부터 정절을 지키기 위해 벼랑 창파에 몸을 던졌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오동도 기슭에 정성껏 무덤을 지었는데 북풍한설이 내리는 그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 동백꽃이 피어나고 푸른 정절을 상징하는 시누대가 돋아났단다. 그런 연유로 동백꽃을 '여심화' 라고도 부른다는 전설이다.
▼ 전망대에 서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여수 근해가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점을 감안할 때 의외의 풍경이라 하겠다. 하긴 저런 바다에서 해가 솟아오르니 어찌 일출 명소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참! 전망대 근처에는 ‘시누대 터널’도 있었다. 산죽의 일종인 시누대가 하늘을 가리면서 둥그런 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수군연병장으로 오동도를 사용하던 시절, 저 시누대는 화살대로 만들어져 이순신 장군이 10만 명의 왜군을 쓰러뜨릴 때 크게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 오동도 섬 전체는 완만한 구릉성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북쪽 해안가가 평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곳에는 세계박람회의 여수유치를 위해 세워진 동백관(세계박람회홍보관)과 음악분수(아래 사진)가 들어서 있다. 음악분수는 3월에서 11월까지 매시 정각과 30분에 각각 15분씩 공연한다. 또한 종합상가의 횟집에서는 인근 남해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맛볼 수 있다.
▼ 또한 거북선과 판옥선의 모형도 전시되고 있었다. 앞에는 ‘若無湖南 是無國家’이라고 적힌 빗돌도 세워놓았다. 1592년 4월 14일, 일본이 우리 땅으로 넘어온다. 임진왜란이다. 이때 임금은 나라를 팽개쳐 버렸다. 임금은 죽더라도 천자의 땅에서 죽겠노라 지껄이면서 말이다. 임금마저 내버린 나라의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여수에서 거북선을 만든다. 당시 왜적은 전라도를 휩쓸고 군량을 채워 서울로 가고자 하였다. 그러니 곡창지대인 호남지방이 왜적에게 넘어가는 순간 나라는 무너지게 된다. 하지만 어림도 없었다. 이순신은 전라좌수사 본영과 휘하 각 진의 전선을 이끌고 호남으로 넘어오는 길목인 한산도 앞바다에 진을 쳤고, 여수 앞바다로 넘어가는 왜적을 모조리 도륙해버렸다. 1593년 사헌부 현덕승에 보낸 편지글인 ‘若無湖南 是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을 것이다)’는 국보 76호 서간첩으로 보존되고 있다.
▼ 바다 건너 ‘여수 엑스포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여수는 지난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를 유치했다. 행사는 끝났지만 박람회장은 지금도 여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인기 짱인 아쿠아리움을 비롯해 엑스포 디지털갤러리(EDG), 빅 오(Big-O) 등 명물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빅 오 쇼'는 장관으로 알려져 있다. 높이 47m 원형 조형물 '디 오(The O)'에 분수를 이용해 워터 스크린을 만들고, 형형색색의 조명과 레이저, 홀로그램을 쏘아 화려한 볼거리를 연출한단다.
▼ 여수의 명물 ‘돌게장’으로 늦은 점심을 때운 후 곡성으로 향했다. ‘칙칙폭폭’으로 대변되던 60~70년대의 기차여행을 떠올리게 만드는 명품 관광지가 이곳 곡성에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순천-완주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다 황전 IC에서 내려와 17번 국도로 갈아타고 남원방면으로 달린다. 섬진강을 끼고 달리는 서정미 넘치는 길이다. 오곡면 소재지를 지나서 읍내로 들어가기 직전 오른편에 섬진강 기차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증기기관차나 철로자전거 타기, 영화세트장 관람 등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역사(驛舍)는 맞배지붕을 얹은 전형적인 시골 기차역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내부도 기둥과 천정 등 1933년 지어질 당시의 목조구조가 여실히 드러난다. 등록문화재로까지 지정(2004년)된 이유일 것이다. 이 역사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에도 등장한바 있단다. 지금껏 남아있는 옛 역사들 중 꽤 큰 규모이기도 하지만, 흰색 담벼락에 박공지붕 형태라 군더더기 없이 담박한 분위기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 옛 곡성역은 현재 기차를 테마로 한 ‘섬진강기차마을’의 입구로 사용된다. 반세기 넘도록 곡성 사람들은 이 역사를 통해 타지로 떠나고 또 돌아왔다. 그렇게 켜켜이 쌓여온 추억들 속에서 명품마을이 출발한 셈이다. 입장료는 성수기인 4월에서 10월까지는 3000원이며, 비수기에는 2500원이다. 이 입장료는 장미공원 등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료로 기차마을 안에 입장한 후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 등을 타보려면 따로 이용료를 내야한다.
▼ 안으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게 플랫폼에 전시해놓은 증기기관차다. 산업혁명의 결과물이자 19세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기차는 이 증기기관차에서 시작됐다. 기차가 한자로 물 끓는 김을 뜻하는 기(汽)자를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칙칙폭폭’이란 표현도 증기기관에서 고압의 증기가 빠져나가는 소리를 흉내 냈다. 우리나라에선 1899년 경인선 개통과 함께 증기기관차인 ‘모갈1호’가 처음 운행됐다. 당시 신문은 ‘화륜거 구르는 소리는 우레와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거의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수레 속에 앉아 영창으로 내다보니 산천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닿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며 흥분된 어조의 시승기를 전하기도 했다. 당시 증기기관차의 평균시속은 20km로, 지금의 고속철도가 최고시속 305km를 달리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는 속도다. 하지만 당시 모갈1호가 달리던 인천에서 노량진 구간은 배로는 9시간 30분, 걸어서는 12시간이 소요됐었다. 이 거리를 1시간 30분 만에 이동했으니 ‘나는 새도 따르지 못할’ 속도라고 느꼈던 게 당연하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증기기관차 운행은 1967년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 기차마을의 특징은 옛 곡성역 및 남아있는 철길을 이용해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만든 점이다. 근대문화유산 건축물로 지정된 옛 곡성역을 폐선 철로와 함께 철도청으로부터 매입해 ‘기차마을’이라는 이름의 관광지로 꾸몄다. 1998년 전라선 복선화 공사로 버려진 옛 전라선 철길에는 추억의 증기기관차가 한껏 여유를 부리며 달리고, 철도공원으로 조성된 옛 곡성역 구내는 사람이 두 발로 동력을 내야 이동할 수 있는 철로자전거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한국관광 100선'에까지 선정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올해(2019)는 경주 불국사, 전주 한옥마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4년 연속해서 선정되었단다.
▼ 기차마을은 한마디로 예쁘고 아기자기하다. 곳곳에 화원을 조성해 봄부터 가을까지 꽃밭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앙증맞은 연못 옆에 우뚝 선 풍차도, 바람개비 언덕도 볼거리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화려한 조명이 수놓는 음악 분수 역시 포인트이다. 그 유명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세트장도 이곳에 있다. 토지, 사랑과 야망, 야인시대도 이곳에서 촬영이 이뤄졌단다.
▼ 놀이시설인 ‘드림랜드’도 들어서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곡성 읍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대관람차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 섬진강 기차마을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는 바로 레일바이크이다. 철길 위를 달리는 자전거인 레일바이크는 곡성역 기차마을 내 순환형으로, 1.6㎞ 구간의 장미원을 돌며 20분 정도를 탈 수 있다. 조금 더 길게 타고 싶다면 침곡역(寢谷驛)에서 가정역까지의 코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5.1㎞로 조금 멀기는 하지만 슬렁슬렁 페달을 밟다 보면 어느새 가정역이다. 막판 오르막 구간이 조금 힘들긴 해도, 섬진강의 허리를 끼고 도니 풍광만큼은 전국 최고라고 한다.
▼ 또 다른 탈거리인 ‘미니열차’는 기차마을을 한 바퀴 도는데, 이용대금은 성인기준 5천원이다.
▼ 섬진강 기차마을의 또 다른 볼거리는 ‘장미공원’이다. 넓이가 4만㎡나 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장미공원에는 1004종의 다양한 장미가 식재돼 있다고 한다. 품종마다 다른 모양과 색깔을 띠는 장미들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지의 장미들로 향기 또한 다양하단다. ‘천만송이 세계 명품 장미, 그 향기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장미축제까지 열릴 정도라면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꽃망울을 열지 않아 그런 장관은 눈에 담을 수 없었다. 장미는 5월부터 6월까지가 장관이라는데 아쉽게도 올해는 철이 늦은 모양이다.
▼ 이젠 이곳 기차마을의 트레드마크인 ‘증기기관차’를 타볼 차례이다. 기차마을에서는 옛날 실제로 운행하던 증기기관차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여 옛 곡성역(섬진강 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10km 구간을 2시간 간격으로 왕복 운행하고 있다. 이 기차는 디젤기관차에 증기기관차의 외관만 덧씌운 것이다. 6·25전쟁 당시 작전에 투입되었던 참전열차 ‘미카3형 129호’의 외관을 재현했다. 그렇지만 둔중한 검은색에 옛 비둘기호를 흉내 낸 좌석 등은 시간을 건너 뛰어 증기기관차 시절의 낭만과 향수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운행속도도 30~40km/h에 불과하다. 때문에 종점인 가정역까지 다녀오는데 30분의 정차시간을 포함해 90분이나 소요된다. 이용요금은 성인이 6000원이다.
▼ 증기기관차는 원래 ‘칙칙폭폭’ 달린다. 하지만 기차마을의 열차는 무늬만 증기기관차라서 그런 소리는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실망할 것까지는 없다. 기차가 출발하자마자 옛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 풍경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기차여행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게 있다. 바로 삶은 달걀과 사이다인데, 추억의 교련복을 입은 아저씨가 옛날과 똑 같은 멘트를 풀어가며 팔고 있었다. 색다른 별미이니 이를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다들 한 꾸러미씩 사들더니 상대편 머리를 향해 그대로 돌진이다. 삶은 계란은 누가 뭐래도 상대편, 특히 연인의 이마로 깨서 먹어야 제맛이기 때문이다.
▼ 기차는 아름답기로 소문난 섬진강을 왼편 옆구리에 끼고 달린다. 그러니 기차가 달리는 동안 창밖으로 흘려 지나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구경할 수 있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나루터는 물론이고 잔디광장과 원두막, 디딜방아, 수차, 꽃길 등 환상의 섬진강변이 계속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 같은 봄날에는 섬진강을 따라 봄의 신록과 도로 변의 꽃들이 만들어 내는 풍경을 느린 속도로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국도 17호선과 전라선 철도, 섬진강 등 3선이 진풍경을 이루는 이 구간을 호남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마디로 압권이다. `택리지`의 이중환도 섬진강을 끼고 도는 이 날렵한 S자 명품 선로를 `천하 절경`이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었다. 여기서 팁 하나. 기차에서 가장 좋은 관람 포인트는 기차와 기차 사이 난간이다. 철쭉이나 코스모스 등 철마다 달리 피는 꽃은 물론이고, 섬진강변 구석구석을 빼놓지 않고 볼 수 있는 명품 뷰가 가정역까지 닿는 동안 내내 이어진다.
▼ 기차의 회차지(回車地)인 가정역도 운치가 있다. 전체가 나무로 제작돼 따뜻한 느낌을 준다. 가정역에 도착한 증기기관차는 약 30분 동안 정차하게 되는데, 이때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진강변을 여유롭게 달려볼 수도 있다. 이곳 가정마을은 전라남도가 뽑은 여름휴가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체험, 휴식, 역사문화탐방이란 3가지 테마로 각각 2개소씩을 선정했는데, 가정마을은 다양한 레포츠와 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단다. 맞다. 이곳 가정마을은 관광열차가 다니는 가정역말고도 섬진강 래프팅 체험과 천문대 별자리 관측, 짚라인, 자전거 하이킹 등 이색적인 체험거리가 많은 곳이다.
▼ 역 앞의 섬진강 출렁다리를 건너면 섬진강의 은빛 물결을 보다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왕이면 차가운 물살에 손도 한번 담가보고 강변을 따라 잠시 여유로운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진안에서부터 흐르는 섬진강은 곡성에 이르러서는 곡성과 어울리는 자연경관을 품어낸다. 철로와 조화를 이룬 섬진강변 경관은 독특한 강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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