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이성복
아이들이 한바탕 먹고 떠난
식탁 위에는 찢긴 햄버거 봉지와
우그러진 콜라 패트병과
입 닦고 던져놓은 종이 냅킨들이 있다
그것들은 서로를 모르고
가까이 혹은 조금 멀리 있다
아이들아, 별자리 성성하고
꿈자리 숭숭한 이 세상에서
우리도 그렇게 있다
하지만 우리를 받아들인 세상에서
언젠가 소리 없이 치워질 줄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이다
《래여애반다라》, 문학과지성사
<시 읽기> 식탁/이성복
작업을 물어서 ‘방송작가’라고 대답하면 상대방의 눈은 호기심으로 반짝입니다. 화려하고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밝고 강렬한 조명들이 찬란하게 켜진 무대가 있고 신기할 정도로 예쁜 사람과 함께 일한다는 점, 또 마이크와 카메라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멋진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방송이 끝나서 카메라와 조명이 꺼지고 나면 나무판에 불과한 세트가 원래 모습을 드러냅니다. 화려한 조명 뒤의 그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어서 마음이 울적해지는 날도 있습니다.
음식으로 가득 채워졌던 식탁 위도 마찬가지겠지요. 따뜻하고 정겨운 자리였지만 다 먹고 떠나고 난 후에는 밥 찌꺼기와 설거짓거리만 남습니다. 누군가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식탁 위를 깨끗하게 치우겠죠.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지금은 한창 자신의 삶을 꾸려가고 있지만 언젠가 소리 없이 치워질 거라고요. 그래요. 살다 보면 별자리 성상한고 꿈자리 뒤숭숭한 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옵니다. 그건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길이에요. 다만, 그날이 나를 찾아오는 날, 조금이라도 덜 후회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진아 엮음, 『맛있는 시』, 나무생각,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