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별 영양가 없는 주식장이 재미가 없어 막 부업거리를 들고 앉던 참이었다.
"귀순아, 뭐하노?"
'형님'도 '여보'도 '연보리'도 아닌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친구이다.
집순이인 나를 가끔 불러내는 막역한 사이인데 고맙게도 아주 가까이 욱수천 옆 레전드에 살고 있다.
방송통신대 동기이니 40년 넘게 만나온 인연이다.
친구는 몇해 전 대구시청을 정년퇴직 하고는 매호초 근처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30평 남짓한 몇 고랑이지만 가서 보면 300평은 되는 양 수확물이 알차다.
텃밭에서 나는 거라면 뻔한 것들이지만 이 친구의 농사는 이웃 텃밭과는 확연히 다르다.
상추 하나를 키워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비주얼을 자랑한다.
친구는 오늘도 나를 태워서는 텃밭 바로 옆 아녹 카페로 간다.
브런치부터 즐기고 텃밭구경은 그 다음이다. 차를 주차해 놓기도 좋고..
모처럼 내가 계산을 할랬더니 오늘은 또 쌓아둔 포인트를 써야 한다네.
어제도 포인트로 계산했다더니 남은 포인트가 아직도 35,000원이다.
1만원에 100원씩 쌓인다고 치면 5만 포인트는 얼마를 먹어야 쌓이지? ^^
이 친구 올봄 상추 모종값만 16만원 어치 들였다고 했지.
텃밭 시설물이며 농기구(작은 관리기까지 갖춤)는 누가 보면 몇 백평 농사꾼인 줄 알 정도이다.
30평 텃밭을 얼마나 과학적으로 농사짓는지 황당할 정도인데
본인은 이보다 더 나은 힐링이 없으니 몇 백만원을 넣어도 즐겁기만 해 보인다.
농사 지어 지인들께 구경시키고, 나눠 주고, 오는 지인마다 카페에서 대접하고,
볼수록 참 대단한 친구이다 싶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에 대체로 수긍하는데
이 친구도 그렇다.
뭐든 시작했다 하면 그냥 최고로 잘 한다.
자식농사가 그렇고, 취미로 하는 섹소폰 연주가 그렇고,
등단한 수필작가이기도 하고, 그 작품이 또한 읽을 맛이 나는 수작들이다.
텃밭 가꾸는 솜씨라고 다를까?
옆지기한테 친구 텃밭 사진을 보여줬더니 대뜸 "기술자이네" 그런다.
아닐 걸? 예술가에 가까울 걸? ^^
올 여름 무더위에 우리집은 상추 구경 못한 지 오래인데 오늘 친구 밭에서 상추와 오이를 한 소쿠리 따 왔다.
둘 다 새로 심은 것들이지만 이 날씨에 저렇게 키워낸 건 어지간한 기술로는 어림없지 싶다.
그 밭에 고구마는 없다기에 나도 줄 게 있어 참 다행이다 싶어 캐다놓은 고구마를 좀 담아왔던 참이다.
백문이 불여일견, 보면 안다.
소문내고 싶은 내 친구의 신박한 농사!!
위의 사진은 설명이 좀 필요해 보인다.
비닐 벗긴 열무밭에 길양이들이 들어가 흙을 헤집는 바람에 지지대를 꽂고 그물망을 씌운 모습이다.
아래는 귀하디 귀한 금상추와 오이.
그 아래는 울집 삼돌씨의 흔하디 흔한 고구마 농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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