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어디로 간걸까. 2005시즌이 근래 보기 드문 신인 풍년이 되리라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올시즌 지각변동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슈퍼루키들이 개막 일주일만에 그라운드에서 씨가 말랐다..
계약금 랭킹 1위인 두산 김명제(6억원)와 서동환(5억원), 타자 최고액(3억3000만원)인 LG 박병호,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인 SK 최 정 등 굵직굵직한 루키들이 하나같이 유명무실한 성적을 내고 있거나 심지어 2군을 전전하고 있다.
新바람 프로 벽 못넘나
김명제 서동환 박병호 최정…
대형 신인들 쑥스러운 성적표
프로야구 지각변동 예상 무색
◇ 두산 김명제
◇ LG 박병호
두산 김명제는 시범경기 2게임에 선발등판, 방어율 1.80의 빼어난 피칭을 했지만 막상 정규시즌서는 아직 마운드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지난 6일 한화전과 9일 기아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두번 다 비로 경기가 취소됐고, 등판은 순연 없이 바로 생략돼 버렸다. 김명제는 16일 최약체 방망이 롯데를 상대로 첫 등판 날짜를 받아두고 있다.
마무리로 낙점됐던 서동환은 지난 3일 LG전서 8-3으로 크게 앞선 9회말 2사후 등판했다가 아웃카운트 하나 못잡고 볼넷 2개와 사구 1개만 내주고 만루를 허용, 박용택에게 만루홈런을 맞은 빌미를 제공했다. 단 한번의 등판을 끝으로 서동환은 2군으로 보따리를 쌌다.
LG 박병호는 개막전 선발의 기회를 잡았으나 3게임에서 7타수 무안타에 삼진 3개로 침묵하자 2군에서 급히 호출된 서용빈에게 1루수 자리를 뺏겼다. 왼손 장원준이 나온 지난 9일 롯데전에 모처럼 선발 출전했으나 2타석 무안타에 그치자 4회부터 서용빈으로 교체됐다.
SK 최 정은 수비 불안으로 개막과 함께 2군으로 내려갔고, 3루 주전 경쟁의 승리자였던 신인 정근우 역시 11일 현재 타율 1할5푼으로 자리를 못잡고 있다. '제2의 이승엽'으로 기대를 모았던 삼성 좌타자 조영훈과 투수 박성훈도 아직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청운의 꿈을 안고 그라운드에 첫발을 디딘 신인들에게 아직은 프로의 벽이 높기만 하다. < 박진형 기자 >
신인들 왜 고전하나
이렇게 높을줄은…
타자들 맞히는것도 부담
투수들은 심리적 압박감
팀 순위경쟁에 고참신뢰
◇ 두산 서동환
◇ SK 최 정
내로라 하던 신인들이 막상 뚜껑이 열리자 하나같이 고전하는 이유는 뭘까.
첫번째는 역시 프로와 아마의 현격한 수준차를 들 수 있고, 또 하나는 각 팀들이 피튀기는 순위 경쟁에서 신인들에게 적응 기간을 줄 정도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신인들, 그 중에서도 타자들의 경우 프로의 수준차에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 아마와 프로의 투수는 스피드는 물론 변화구의 종류와 각도, 제구력 등 모든 면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처음 프로 투수들의 공을 보면 맞히는 것조차 버겁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올시즌 신인 최고 타자로 평가받는 LG 박병호조차 "프로의 벽이 정말 높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투수들의 경우 2군으로 내려간 두산 서동환처럼 구위 자체보다는 위기 상황에서 받는 심리적인 압박감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신인들의 한계로 지적된다.
여기에 감독들은 한게임 한게임 전력을 다 해야 하는 정규시즌 순위싸움에서 한두게임 신인들이 부진하면 곧바로 인내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신인들은 프로에 적응할 때까지 부진하더라도 꾸준히 밀어줘야 눈을 뜨게 마련인데 당장 눈앞의 불을 끄기 위해서는 고참들을 믿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 박진형 기자 >
향후 전망
자신감 회복 급선무
4월 한달내 감독들 눈도장 받아야
새내기들이 앞으로 돌풍을 몰고 올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최근 신인왕에 오른 선수들의 성적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신인왕인 현대 오재영은 10승9패, 방어율 3.99를 기록했다. 2003년에는 현대 이동학이 8승3패, 방어율 5.35로 신인왕을 받았다. 2002년 현대 조용준이 9승5패 28세이브, 방어율 1.90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이후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신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시즌전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꼽혔던 새내기는 두산 김명제 서동환, LG 박병호 등이다. 하지만 아직 등판하지 못한 김명제를 빼고는 모두 낙제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몇년만에 가장 풍성한 새내기 시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아직 실망은 이르다. 자신감을 찾는 계기만 잡는다면 얼마든지 '될성부른 떡잎'들의 쇼를 즐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순위싸움에 조금은 여유가 있는 4월내에 감독들의 눈도장을 받는 게 급하다. 따라서 4월 한달의 활약 여부에 올해 신인들의 전망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신보순 기자 >
그늘에서 빛나다
현대 손승락 선발 꿰찼다
김재박 "팀에이스 재목"
한화 백승룡도 주전활약
◇ 현대 손승락
고액 신인들이 대부분 시즌 초반에 별 빛을 보지못하고 있지만 예외도 있다. 현대 선발투수 손승락(23)과 한화 유격수 백승룡(23)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난해 현대 신인중 최고인 3억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손승락은 당당히 팀의 4선발 자리를 꿰찼다. 투수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투수자원이 많은 현대에서 신인이 이 정도 위치를 차지하기는 쉽지않은 일. 김재박 감독은 "2∼3년후면 손승락이 우리팀의 에이스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출발도 상큼했다. 손승락은 프로데뷔전인 지난 6일 롯데전에서 7이닝 2실점의 짠물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직구 시속이 145㎞ 전후로 빠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에도 능수능란하다. 무엇보다 컨트롤이 안정된 것이 최대 강점.
한화 백승룡의 경우는 팀에 대박을 안겨준 선수다. 백승룡의 계약금은 불과 4000만원. 하지만 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유격수 문제를 해결했다. 수준급의 수비를 인정받아 주전 유격수로 발탁돼 김인식 감독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것. 타율도 2할6푼7리로 신인치고는 기대 이상의 성적이다. < 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