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이놈! 왠 놈이냐!! "
누군가가 물안으로 들어와있었다.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호수는 고요한데, 물에 떠있길래 시체인줄 알았습니다만..."
아까의 당황했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물 속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언뜻 나보다 더 커보이는 키에
또렸한 이목구비, 깊은밤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비추는 달빛에
반사되는 진한갈색머리, 머리색과 한 쌍이라도 되는 듯이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있는 진한갈색의 눈동자가 내 시선이 그에게 향하도록
한데 묶어 놓았다.
한참 그를 바라보고있을 때였다.
"어찌 여인이 홀로 이런 외진곳에 그것도 이런 야심한 시간에 ...
아슬아슬한 옷만 입고 물 속에 있다니... 지나가는 남자에게 잡아먹어 달라는 건가요? "
"이런 무례한 ! 내가 계집으로 보이더냐! 난 이나라의 태자 정연이다. "
처음이였다.
모두들 나를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을 잘 못하는데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 17년동안 남자로 살아서 그런지 익숙치 않은 말이지만
누군가의 눈에 여자로 보인다는게 왠지모르게 기뻤다.
처음 만난 남자한테서 여자라는 말을 듣다니..
다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할까...
내가 태자로 있는 지금 이때에 내가 여자라는게 들통이라도 난다면...
다른 나라고 새나가는건 순식간 일 터...
몸을 추스린후 물 속에서 나왔다. 남자의 옆을 지나쳤다.
그에게서 나는듯한 시원한 민트향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난 그에게 비웃는 듯한 조소를 머금었다.
그 후 내 옷더미들을 뒤적여 검을 꺼냈다.
"앞으로 볼 지금 일은 그대가 최초가 될꺼야. 놓치지 말고 잘보게."
"아니.. 지금 무슨 말을......."
스르륵 스르륵.
"아니!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
"보면 모르나? "
엉덩이를 넘어 긴 머리를 잘랐다.
그러고보니 태어나서 처음 자른것 같구나.
등이 훤해서 느낌이 이상했다.
"..어찌 긴머리를... "
"너의 무례함을 잊지 않기위해 잘랐다.
태자인 나에게 감히 겁도없이 여자라고 잘도 말했겠다? "
"그럼 머릴 자른 이유가 제 말 한마디 때문이라는 거군요."
내가 머릴 잘랐을 땐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더니 지금은 웃고있다.
아까와 같은 상황인가?
"그러고보니 그렇게 되었군. 내가 그대의 말을 듣고 여자가 아니라는걸 밝히기 위해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걸로 말을 대신한 것이니.."
"이유가 저 때문이라니.. 기쁘군요. 제가 사람을 잘 못 보진 않았습니다.
오늘 제가 무례를 범했다면 깊은 아량으로 용서하십시요.
태자님의 생신 연회때 뵙게 될겁니다. 절 잊지않고 기억해두세요 ."
"훗 그대가 나를 어찌 볼 수 있는가?"
그는 내 말에 손을 들어 아래로 반원을 그리면 허리굽혀 인사했다.
고개가 드러올려서 시선이 내게 향할 때 정말 너무도 예쁜 미소로 말했다.
"그때가 되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실겁니다.
그렇게 계속 젖은 옷으로만 계시다간 감기들겠습니다.
옥체를 보존하셔야죠. "
"아..."
"제 옷도 조금 젖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기 있는
얇은 옷보단 따뜻할 겁니다. "
내게 자신의 옷을 벗어 걸쳐주고는 그는 뒤돌아 갔다.
걸어가는건 늦추지 않고 뒤를 보며 하는 말이란..
"외람된 말씀이오나. 태자님 자태가 아슬아슬하셔서
더이상 제가 감당이 안되는군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훗"
"이..이런!! 네 이놈 ! "
어두워서 내 얼굴이 그에겐 안 비췄을 터.
그것만으로도 다행이였다.
이렇게나 당황스럽고 쑥쓰러운적은 태어나서 처음이였다.
그가 덮어준 옷에서 아까 그의 옆을 지났을때 났던 민트향이 났다.
쿵쾅쿵쾅.
"정말.. 당황스럽군..."
주위를 살폈다.
내 속에서 나는 소리가 다른 누군가에게 들릴새라
옷을 더 꽉 여미었다.
언제 있었던 일인지도 모르게 옷하나만 남겨두고 간
그남자가 사라진 그 곳을 바라보면서 알듯모를 웃음이났다.
첫댓글 후후훗. 운명의 만남..?
흠, 글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저도 참 인연을 만들기가 힘들어요 ㅜㅜ 특별한천사님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