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복사우나 / 어향숙
30년 된 동네 목욕탕
잘 나갈 때는 24시간 영업도 마다않더니 몇 해 전부터 저녁 9시면 문을 닫는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밀어낸 때 대신 불만 하나씩 묻히고 목욕탕을 나왔다
울컥 쏟아내는 수도꼭지
곰팡이가 앉은 천장
얼룩이 남아있는 수건
미지근한 사우나 온도
시설보다 앞서 뛰는 요금
그나마 꾸역꾸역 그곳을 찾는 건 작은 불가마 때문이다 여자들이 가슴에 쌓인 화를 뜨겁게 달구면 쓰디쓴 기억은 몸 밖으로 떨어져 나온다 빨대로 쭉 빨아올린 서늘한 소문도 팅팅 불어 수다로 밀려나간다
고무대야 가득 이고 간 고달픔을 방망이로 펑펑 내리치며 찌든 땟물을 씻어냈던, 그래도 남은 찌꺼기는 이바구로 헹궈낸 공동빨래터의 수다가 오복사우나로 옮겨왔다
그런데 개업 이래 처음으로 문을 닫았다
누군가는 내부수리중이라 하고, 손님이 없어서라고 하고, 곧 시작될 재개발 때문이라고 하고, 주인 없는 말들이 웅성거렸다
그러건 말건 밀려나간 때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온다
* 어향숙 시인
강원 속초 출생, 경희사이버대학원 문창과 졸업
시집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
2016년 김유정 신인문학상 수상
현재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