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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 싸인 ]제7회
* 본 서비스는 작가님의 원대본 내용이므로, 방송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7부 시작>
씬/16 N, 국도 일각
하루에 열대정도 지나갈까? 싶은 소규모 톨게이트 인근,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경찰기동대 차량들이 일렬로 줄지어 세워져 있다.
가장 앞쪽엔 지방에서 출동한 경찰들과, 서울에서 내려온
경찰기동대 지휘부(?)가 지도를 보면서 회의중이다. 차량들 후미쪽에서
뛰어오는 이한, 회의중인 사람들 중 간부에게
이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던 듯)선배님. 무슨일이죠?
왜 세운 거에요?
간부 인터체인지에서 나와서 국도로 빠져들었는데, 씨씨티브이가
놓쳤어. 이 근방 국도 씨씨티브이를 관리하는 지역도로공사에
서 수색중이라고 잠시 대기하라는 군.
이한 그렇다고 연락만 기다리면서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간부 이 근방에 도로가 한 두갠 줄 알아? 나도 답답해.
그런 차량들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 한 대, 지훈의 차다.
씬/17 N, 지훈의 차 안
힐긋, 세워져 있는 경찰기동대 차량들을 보는 지훈.
이어폰으로 재영과 통화중이다.
지훈 피씨 크래쉬 결과 나왔어요?
*자막- 피씨 크래쉬(PC CRASH): 사고 차량과 피해자의 정보를 입력해, 사고 상황 을 3차원으로 재현하는 프로그램.
씬/18 N, 국과수 본원, 교통공학과
커다란 차고 안으로 옮겨져 있는 살인트럭.
차체는 리프트위에 올려져 있고, 바닥에 깔려진 하얀 천위에 트럭에서
해체한 타이어와 기기들이 정렬되있다.
그런 룸한쪽에 설치된 복잡한 컴퓨터기기들.
화면에는 피씨크래쉬 프로그램이 실행중이다.
(교통사고를 재현하는 프로그램 화면 떠 있는 걸로)
프로그램을 실행중인 구민, 그 뒤쪽에서 재영이 지훈과 통화중이다.
재영 피해자들이 입은 상처와 트럭의 질량, 무게등을 피시크래쉬
프로그램에 넣어봤는데요.
용의자는 피해자들을 한 장소에서 여러번 직, 간접적으로
마치 갖고 놀 듯이 죽인 것 같습니다.
씬/19 N, 공장 일각
안개 사이를 뛰고 있는 다경,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짙은 안개 때문에
방향성을 상실한 채, 뛰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 다경을
위협하는 트럭, 그 덕분에 뒹구는 다경.
고개를 들면 어느 새 사라지고 없는 트럭. 다경의 몸 여기저기는
이미 여기저기 멍이 들고 성한 데가 없다. 절룩거리는 다경, 그때 또다시
어디선가 들려오는 트럭의 엔진소리. 이를 악물고 뛰기 시작한다.
그 위로 깔리는 재영의 소리
재영(소리) 그러나 피해자들의 손과 발에 포박한 흔적이 없는 걸로 봐서,
범행현장은 피해자들의 도주가 용이하지 못한, 고립된 장소거나
울타리나 높은 담으로 차단되 있을 확률이 크고,
트럭이 40킬로미터 이상의 이동성을 가졌다고 생각해 볼 때,
적어도 1500평방미터 정도의 드넓은 부지를 가졌을 거라고
추측됩니다.
씬/20 N, 국과수 교통공학과
전화를 하고 있는데 옆쪽에서 지지직 하면서 나오는 팩스용지.
구민, 용지를 뽑는다.
재영 (전화로)잠깐만요. 타이어에 묻어있는 성분조사 결과 나왔습니다.
구민 탄소, 수소.. 아스팔트에서 나오는 성분하고.. 질소, 인, 칼륨.
이건 트럭이 있던 축사쪽같은데.. (보다 멈칫)근데, 이거..
납, 카드뮴 함량이 너무 높은데?
씬/21 N, 지훈의 차안
운전하면서 통화중인 지훈, 눈빛이 반짝인다.
지훈 납하고 카드뮴이요? (생각해보는)1500평방미터의 고립된
부지에.. 납, 카드뮴(계속 생각하다가 뭔가 떠올랐다, 전화로
재영에게)인터체인지와 차량이 사라진 지점사이에 1,2년안에
폐업한 공장 찾아봐요. 도금공장일 확률이 높습니다.
씬/22 N, 교통공학과
바로 지도 펼쳐놓는 재영. 인터체인지 주변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공장을 찾기 시작한다. 재영의 흔들리는 시선에 따라, 여기저기 퀵줌되는 화면.
씬/23 N, 검찰청, 조사실.
이정범을 앞에 두고 심문을 하고 있는 형사.
두 사람에게서 조금 떨어진 창가, 우진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우진의 눈가에도 초조함이 엿보인다.
형사 당신이 자식 사랑하는 마음 알겠어.
근데, 그 끔찍한 당신아들이 지금도 사람을 죽이려고 하구 있어.
막아야 될꺼 아냐.
이정범 (여전히 땅을 바라보면서 묵묵부답)
형사 (쾅 내려치면서) 어딘지 얘기해! 어서..
그때, 창밖을 바라보던 우진, 천천히 돌아서면서
우진 형사님. 잠깐만, 자리 좀 비켜주실래요?
형사, 우진 보다가, 옆에 서 있던 순경에게 눈짓주면서 조사실을 나간다.
순경도 형사를 따라 나가고.. 우진, 천천히 다가와서 이정범의
맞은편에 앉는다.
우진 아드님을 사랑하세요?
이정범 ...
우진 제 생각엔.. 그 반대인 것 같은데요.
사랑하는 게 아니라..두려운 거죠?
이정범 (눈빛 흔들린다)
우진 사람을 죽이는 아드님을.. 직접 보신 거죠?
이정범 (눈에 띄게 불안함에 눈빛이 흔들린다)
-인서트 컷
피투성이가 된 시체를 트럭에서 내려서 질질 끌고 축사로
가지고 오는 안수현을 숨어서 지켜보는 이정범. 안수현의 붉게 충혈된
눈빛을 겁에 질린 얼굴로 본다.
현재로 돌아오면 전씬의 이정범과 오버랩 되는 조사실의 초췌한 이정범.
이정범 (겁에 질린)난... 아무것도 모릅니다.. 난 몰라요.
우진 (가라앉은 시선으로 본다)결정은 직접 하셔야 되요.
평생 두려워하면서 도망만 다닐 건지, 아니면 여기서 끝을 내던지..
이정범 (눈빛 흔들린다)난, 모른다니까요.
우진 한 마디면 됩니다... 한 마디면.. 모든게 끝나요.
이정범 (겁에 질린 채 갈등하는)
우진 안수현.. 어딨죠?
이정범, 우진의 강한 눈빛을 받아내다가, 무너지는 듯 눈물을 쏟는다.
씬/24 N, 국도 일각
한켠에 차량들을 세우고, 무전을 기다리면서 지도를 보고 토의중인
간부들. 이한, 답답하다는 듯 조금 떨어진 곳에서 차에 기대어 서서
그런 간부들을 보고 있는데, 순간 치칙, 하면서 들려오는 차 안의
무전기. 이한, 무전기쪽을 보는데..
(소리) 지금 체포된 용의자 이정범이 자백을 했다. 장소는 계양 인터체인지
동남쪽 55킬로미터 떨어진 도금공장이다. 반복한다. 장소는..
이한, 눈빛 반짝한다.
씬/25 N, 지훈의 차 안
통화를 하면서 운전 중인 지훈, 어느 새 앞길엔 옅은 안개가 피어오른다.
지훈 뭐? 잘 안 들려요..
핸드폰과 이어폰이 잘 연결됐는지,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고개를 드는데,
커브길, 전봇대를 박을 뻔 한다. 다급히 핸들을 돌려서
끼이익 세우는 지훈. 진정시키고, 앞을 보는데.. 바람에 술렁이는 안개
사이로 끼이익..끼이익.. 흔들리는 간판이 보인다.
재영(소리) 현정도금공업이요! 들리세요?
타이어에서 발견된 납을 도금공정 하던 공장이에요!
재영의 소리를 듣던 지훈, 이어폰을 빼고 차에서 내린다.
끼이익, 흔들리는 간판으로 다가가면, 녹슨 채 한쪽 연결고리가 떨어져
나간 ‘현정도금공업←30미터’
그쪽을 바라보는 지훈의 얼굴위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트럭의 엔진소리.
씬/26 N, 공장 안
끼이익, 급커브를 그리면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가는 트럭.
보면 앞쪽으로 절뚝거리면서 도망가고 있는 다경이다.
순간 불어오는 바람에 앞쪽이 보인다.
보면 조금 열려진 정문이 보이고..
다경의 눈가에 실낱같은 희망이 엿보인다. 이를 악물고 달린다.
끼이익.. 멈춰서는 트럭. 도망가는 다경을 보면서 비웃는 안수현의 입가.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기어를 넣는다. 부앙! 도망가는 다경을 향해
달리는 트럭의 타이어.
씬/27 N, 공장 인근, 국도일각
공장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경찰기동대의 차량,
타이어 소리가 안수현의 트럭음과 겹친다.
씬/28 N, 공장 안, 밖
다경을 향해 달려가는 트럭, 이를 악물고 뛰는 다경.
그때, 공장 밖에서 들려오는 경찰기동대의 사이렌 소리.
다경, 고개 들어보면 저 멀리 안개 사이로 경찰차의 경광등이 보인다.
조금만 더 뛰면 살 수 있다.
그러나 경찰차를 보자, 더욱 악셀을 밟는 안수현.
뒤를 돌아보는 다경, 더욱 속도를 높여보지만, 빠르게 다경을 향해
덮쳐오는 안수현의 트럭.
공장 밖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경찰기동대, 가장 앞쪽에 탄 이한,
이 모습을 목격하고 놀란다. 그러나, 어찌해 보기엔 아직 너무 멀다.
다경을 바로 덮칠 듯한 트럭.
다경, 이제 정말 죽었구나.. 눈을 질끈 감는데...
순간, 다경과 트럭의 옆쪽 철조망을 뚫고 달려 나오는 지훈의 자동차.
피할 새도 없이 다경을 덮치려는 안수현의 트럭의 옆구리를 바로 박아
버린다. 다경, 놀라서 몸을 날려 고개를 숙이고..
‘쾅!!!’ 충돌하는 두 대의 차량.
순간, 오디오 아웃 된다.
충돌의 여파로 튕겨나가면서 전도되는 트럭과, 앞 범퍼가 심하게
찌그러진 채, 지훈의 자동차도 쿵.. 내려앉는다.
오디오 아웃 된 상태로 공장 밖으로 속속들이 도착하는 경찰기동대
차량에서 놀란 얼굴로 달려 나오는 이한. 그리고 경찰들.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숙였던 다경, 천천히 고개를 든다.
술렁이던 안개가 다시 고요하게 자리잡고,
흐린 시야에 엉망이 된 지훈의 차가 보인다.
앞유리가 충격으로 금이 간 지훈의 자동차. 피가 튀어 있고, 지훈은
보이지 않는다.
다경, 멍하니 보다가 지훈이 걱정이 되는 듯, 한 발자국, 두발자국
지훈의 차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그 뒤쪽으로 저 멀리 이한과 경찰
기동대가 다가오는 모습들 보이고..
다급히 달려가서 지훈의 차 안을 보는데, 지훈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당황해 있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지훈의 목소리.
지훈(소리) 괜찮냐?
다경, 천천히 뒤를 돌아보면, 어느 새 자동차에서 내려, 다경의
뒤쪽에 서 있는 지훈이다. 충격이 꽤 셌던 듯, 이마에는 피를 흘리고
있다.
지훈이 무사하다는 걸 알자, 그제서야 지금까지의 긴장이 풀린 듯
지훈을 멍하니 보는 다경. 지훈, 그런 다경의 반응에 어디 이상한가?
긴장해서 여기저기 엉망인 다경을 보려고 다가서는데,
순간, 다경, 갑자기 지훈을 꼭 끌어안는다.
지훈, 전혀 예상치 못한 다경의 반응에 어떡하지? 얘 왜 이래?
머쓱해서..말을 꺼내려는 순간, 다경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지금까지 긴장했던 만큼 안도감이 드는 듯 엉엉 울음을 터뜨리는 다경.
지훈, 더욱 어쩔 줄을 모른다. 손을 어따 둬야 될지 모르는...
떼어 놀려고 하려고도 해보지만, 그렇다고 떼놓지는 못하겠다.
그때, 안수현의 김이 난 트럭으로 다가가는 이한과 경찰기동대들.
정신을 잃고 피를 흘리는 안수현의 목에 손을 갖다대는 이한.
이한 구급대원 불러와! 아직 살아있어!
들것 가지고 오는 구급요원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경찰기동대.
이한, 구급차에서 담요를 가지고 다경과 지훈에게 다가온다.
아직도 지훈에게 안겨서 울고 있는 다경. 지훈, 어색하게 서 있다가
천천히 따뜻하게 안아준다. 그런 지훈의 품 안에서 우는 다경.
이한, 그런 모습을 보다가 다경의 등 쪽으로 담요 뒤집어 씌워준다.
그러면서 지훈과 눈 마주치는 이한.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주면서
이한 (싱긋 웃으며)나이스 타이밍이었습니다.
이한, 담요를 덮어준 뒤, 구급차로 옮겨지는 안수현 쪽으로 걸어간다.
여전히 아무 생각이 안 드는 듯 지훈에게 안겨서 엉엉,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다경.
분주하게 움직이는 경찰들 사이로 서로를 안고 있는 지훈과 다경의
모습에서 서서히 화면 빠지면서 페이드 아웃.
씬/29 D, 병원 응급실
서서히 화면 밝아오면, 밝은 햇살이 내려오는 병원 응급실.
긴장이 풀린 듯, 눈을 감고 잠에 빠진 다경이다.
그런 다경의 얼굴위로 떨어지는 햇살.
그리고 들려오는 텔레비전 앵커의 멘트.
‘연쇄살인범 안수현이 오늘 아침, 검거됐습니다.
트럭을 이용해 부녀자 일곱명을 연쇄살인한 안수현은 국과수 법의관을
납치해 또 다른 살인을 꾀하던 중, 출동한 경찰기동대에 의해,
체포됐으며 현재, 서울 시내 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 소리에 잠이 깨는 듯 눈을 깜박깜박 하는 다경.
부스스 일어나보면, 원래 입고 있던 옷 그대로를 입은 채, 링겔을
맞고 있는 자신의 모습. 여기저기 상처가 났던 곳은 밴드며, 붕대로 처치가
되 있다. 천천히 옆쪽으로 시선을 돌리다가 헉 놀란다.
응급실 한 켠을 커텐으로 막아놓은. 침대 두 개가 조금 떨어져서
놓여져 있는데, 다경이 누운 침대 옆에는 지훈이 이마에 붕대를 감고
역시 링겔을 맞으면서 누워서 리모콘으로 앞에 놓여진 텔레비전을 이거저거
돌려보고 있다.
지훈 (쳐다보지 않고)너 보기보다 꽤 독종 인가봐. 어디 하나 부러진데도
없고, 엑스레이도 이상 없고, 가벼운 찰과상들 뿐이래.
다경, 얘기하는 지훈 보면서 정신이 들기 시작하며, 이전 기억들이
돌아온다. 자기를 구하러 와준 지훈이 고맙고, 걱정되는 듯 보는..
다경 ....(지훈을 찬찬히 본다)선생님은.. 괜찮아요? 이마..다친 거
같은데..
순간, 커텐 너머로 들려오는 강식의 목소리.
강식(소리) 어디라구요? 저기? 다경아!
다경, 엥? 어떻게 아빠가 여기까지? 놀라서 발딱 일어난다.
지훈도 예의상 몸을 일으키는데 커텐 쫙 걷어지면서 등장하는 강식,
다경과 눈이 마주친다. 이전 상황을 전혀 모르는 다경, 아빠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고.. 천연덕스럽게 둘러대기 시작한다.
다경 어, 아빠.. 그게.. 일하다가 좀 계단에서 굴렀어.
강식, 가만히 다경을 본다. 지훈, 그게 아닌데.. 싶은 표정으로 다경을
보는데.. 다경 눈치 채지 못하고
다경 여긴, 우리 대학병원 선배. 나랑.. 같이 굴렀어.
지훈, 이게 아닌데.. 터지기 일보직전의 강식 보다가 엉거주춤 일어나서
지훈 저기....야.. 그게..
강식 (기가 막히다) 대학병원 같은 소리하고 있네!
(폭발하는) 너 일루안 와?
폭발하는 강식을 보자 본능적으로 숨을 곳을 찾는 다경.
그러나 좁은 공간, 자기도 모르게 엉거주춤 서있는 지훈의 등 뒤로 숨는다.
지훈을 사이에 두고 강식, 다경의 등짝을 때리고, 어깨를 때리면서
‘너 일루와! 니가 날 속여? 국과수 갔다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병원이
국과수냐?’ 하는 강식과 ‘아빠, 나 아파! 나 환자라니까’ ‘아!! 거기 다친대 야’ 하면서 지훈의 뒤로 숨는 다경. 지훈은 중간에 서서 ‘저기.. 잠깐만..’
하다가 흥분한 강식한테 맞기도 하지만, 화는 못 내고, 다경과 지훈의 링겔 줄은 꼬이고 진정시켜 보려 노력하지만, 그게 안된다.
그때 계속 코너에 몰리던 다경, 울컥하는 듯
다경 (버럭)아, 그만 좀 해!
강식 이게 뭘 잘 했다구!
다경 아빠두 뭘 잘 했다구 큰소리야! 나 다 컸어.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정한다구!
강식 (기가막히다)너.. 너.. 이게..
다경 난 이거 할꺼야! 아빠가 뭐라 그래두 난 안 그만둬!
지훈 (중간에 낀 채, 링겔줄이 꼬여서 빠져나가지도 못하고 난감하다)
저기, 잠깐만 저 좀 나간 다음에..
그러나 흥분한 강식이나 다경, 지훈의 얘기를 들을 생각이 없다.
강식 너 진짜 몰라서 이래? 아빠가 왜 이러는지?
너두 니 동생 꼴 나고 싶어? 난 그 꼴 못 본다. 절대 안돼!
지훈, 뭐라고 얘기하려다가, 강식이 진지하게 나오자, 말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는
강식 내가 그 일 있고 나서.. 새벽에 전화 오는 소리가 자꾸 들려.
여기 경찰선데요.. 그럴까봐 잠이 안와.
술이라도 들이키면 잠이 올까, 그래서 술두 마시구 별 짓을
다했는데.. 잠이 안와. 억울해서, 왜 내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는지
억울해서 아직도 잠이 안온다구. 그런데.. 너까지 왜 이래?
다경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할게. 그런 억울한 일 당하는 사람 없게..
더 열심히 할게. 그러니까.. 이해해줘. 아빠.. 나 정말..
이.. 일 하고 싶어.
격해진 감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다경과 강식.
강식.. ‘너.. 진짜 정말..’ 하다가 눈물을 흘린다.
지훈 뒤에 서 있다가, 천천히 다가가서 강식을 안는 다경.
서로 끌어안고 우는 부녀를 말없이 바라보는 지훈.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이 따뜻하고.. 자신의 죽은 아버지도 생각나는 듯
두 사람을 가만히 본다.
씬/30 D, 국과수 본원 외경
씬/31 D, 국과수 본원, 대회의실
숙주, 완태, 재영, 성진, 구성태, 민정기, 강용화, 노장석, 전구민 등등
이번 연쇄살인팀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앉아있다.
구성태 등은 말없이 앉아있고, 가장 끝 쪽에 앉아있는 완태와 재영, 성진
나지막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완태 연쇄살인이라는 걸 밝힌 것도 그렇고, 해결한 것도 그렇고
다 우리 아냐. 이 정도면 본원복귀는 당연한 거고, 일계급 특진
정도는 기본이지.
성진 (꿈에 부푼..) 특별포상금은 어때?
완태 그렇지, 포상금을 깜박했네. 아, 안 그래두 이번 달 카드값이
많이 나와서 걱정했는데..
하다가, 완태 옆을 본다. 숙주가 말없이 앉아있자
완태 근데, 오늘따라 홍숙주 선생님은 왜 이렇게 조용하시나.
왜요? 오랜만에 이명한 원장 볼 생각하니까 떨려요?
숙주 (주변 눈치 한번 보며)이 인간이 정말.. 왜 또 가만있는 사람을
건드려요?
완태 에이 떨리는 것 같은데?
숙주 (주변 눈치보며 나지막하게)떨리긴 누가 떨린다구.
나 그 인간 완전히 깨끗하게 정리했거든요.
그때, 문 열리면서 들어서는 주인혁.
인혁 원장님 오십니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이명한 들어와서 상석에 앉으면서
눈짓하자, 인혁도 옆에 와서 앉고, 다들 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이명한을 다시 본 숙주, 이명한을 보자, 다시금 넋이 빠지는 듯
눈 풀리기 시작한다. 넋 나간 숙주를 재영이 휙 앉히자, 옆으로 쓰러지듯
앉는다.
이명한 (앉아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윤지훈 팀장과 고다경 법의관은
아직 안 왔나요?
인혁 두 사람 모두 병원에서 치료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명한 모두 모인 자리에서 치하 드리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군요.
그간 경남지방에서 벌어진 트럭연쇄살인사건의 증거를
찾느라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명한의 연설 도중 뿌듯함에 가득 찬, 완태와 성진, 숙주의 얼굴들
훑는 카메라.
이명한 덕분에 그 동안 미뤄져 왔던 행안부의 500억 예산증액이
오늘 오전 최종 결정됐습니다.
이 모든 게 여러분의 공입니다.
전국민을 불안에 떨게 했던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혀내고
국과수의 명예를 높여준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구성태나 민정기 등, 나이든 사람 외에 젊은 사람들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한데..
이명한 이 시각 이후로 국과수 연쇄살인사건 특별팀은 해체됨을 알려드리 며, 다들 맡은 바 본분으로 돌아가서 지금까지 하셨던 것처럼,
국과수를 위해 일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일어나는 이명한. 엥.. 하는 얼굴의 완태, 성진.
숙주는 마치 눈물을 쏟는 듯 책상위에 벌컥 엎드린다.
이명한, 가볍게 목례한 뒤 주인혁과 함께 회의실을 나가버린다.
나이든 사람들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하나둘씩 일어나서 그 뒤를
따라 나가지만, 완태, 성진은 일어날 줄 모른다. 재영은 그 옆에서
예상했다는 듯한 얼굴이고..
완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진정.. 이게 끝이야?
성진 진급은? 포상금은? 아니 뭐라도 해줘야 될꺼 아냐.
그 정우진 검사가 약속했다면서?
완태 그래, 정우진 검사. 전화번호 아는 사람 없어?
장재영, 너 몰라?
재영 정우진 검사도 물먹었데. 연쇄살인범 잡았다가 놓친 무능한
검사로 찍혔다구. 그런 검사가 본원복귀 약속 같은거
기억이나 하겠어?
완태, 속상하고 답답하다. 엎드려 있는 숙주를 보면서
완태 울지 말고 뭐라도 방법을 얘기해 봐요.
숙주 (천천히 고개 드는데, 우는게 아니라 다만 미치겠는 얼굴이다)
도저히 못 잊겠어. 저 얼굴, 저 목소리를 어떻게 잊어.
완태 아주..환장하겠다. 진짜..
씬/32 D, 국과수 본원, 복도
이명한과 주인혁 함께 걷고 있다.
주인혁 아깝네요. 윤지훈도 있었어야 되는데.. 얼굴 표정이 아마 가관이었
을 겁니다.
이명한 (인혁의 말 자르며)차 대기시켰나?
주인혁 예, 차관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씬/33 D, 병원 일각
링겔을 빼고 퇴원수속을 밟으려는 듯 데스크 앞에 서 있는 지훈.
누군가 옆으로 와서 선다. 보면 우진이다.
우진 몸은 어때? 괜찮은거야?
지훈 왜 왔어?
우진 나, 이 사건 검사다. 좀 보러오면 안돼?
씬/34 D, 병원 외곽 벤치
우진과 지훈, 커피 한잔을 들고 앉아있다.
우진 (밝다)선배 기분 좋아할 만한 소식 들려줄까?
나 근신 처분 받았어. 연쇄살인범 잡았다 풀어준 무능한 검사..
나랑 꽤 어울리지?
지훈 (본다)
우진 출세에만 눈이 먼 속물검사니.. 눈앞의 범인을 놓친거겠지....
밝은 척하려고 하지만, 죄책감에 힘들다.
우진 만약.. 그때.. 내가 안수현을 방화혐의로 체포했다면..
적어도 마지막 피해자만은.. 살릴 수 있었을텐데..
나 때문에.. 죽은 거야.
지훈 .. 너도 몰랐고, 다들 몰랐어. 사회가 무관심했던 거야.
너 때문.. 아냐. 쓸데없는 생각하지마.
우진, 말투는 퉁명스럽지만, 자신을 위로해주는 지훈을 보다가..
우진 ....선배.. 나랑 처음 만난 날 기억해?
지훈, 가만히 우진과의 과거를 생각하는 듯..
씬/35 N, 야구연습장/지훈과 우진의 회상
이를 악물고 야구공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는 우진.
하지만 미친 듯이 휘두르는 배트는 계속해서 허공을 가른다.
공을 맞추려는 건지, 자신의 처지가 한탄스러워 뭔가를 휘두르는 건지,
어둠속에서 연신 배트를 휘두른다. 마지막 공까지 결국 하나도 못 맞추자,
화가 나고, 기분이 풀리지 않는 듯, 으아!! 이것저것 까부시고 싶은 듯
허공에 미친 듯이 배트를 휘두르는데.. 그때,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지훈(소리) 끝났는데요.
우진, 식식거리다가 뒤돌아보면, 밖에 있던 지훈과 눈이 마주친다.
지훈 끝났거든요... 좀 나오시죠.
우진, 가만히 지훈을 보다가..
우진 이거 어떻게 맞추는지 알아요?
지훈 예? (뭔 소리야)
우진 한번만.. 맞추고 싶어서 그래요. 돈은 내가 낼테니까..
울분이 풀리지 않는 듯, 절망감이 밴 우진의 눈빛을 가만히 보던 지훈,
문 열고 들어서서 돈을 넣는다. 우진, 그런 지훈에게 뭐라고 더 얘기하려고 하는데,
지훈 (보면 공이 날아오기 시작한다)온다. 지금 쳐요.
우진 어어! 하다 보기좋게 헛스윙
지훈 그게 아니라. 좀만 기다렸다가.. 배트를 조금만 더 짧게 잡고..
아니, 공을 보면서 쳐야죠.
계속되는 우진의 헛스윙. 지훈, 한심과 답답한.. 그게 그렇게 안되나?
하는 얼굴로 보다가, ‘잠깐 실례좀..’ 하면서 우진의 뒤쪽에서
배트를 같이 잡아준다.
지훈 보다가, 아니..기다려요. 좀 더 위로.. 지금 쳐야지!!!
(하다가 함께 공을 친다)
함께 연속해서 공을 치는 두 사람의 모습. 점점 우진의 얼굴에 웃음이
묻어난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모습.
서서히 멀어지면서 그 위로 우진의 목소리
우진(소리) 내가..왜 선밸 좋아했는지 알아? 그 전엔 아무도 나를 이끌어
주는 사람이 없었어. 내가.. 혼자서 모든 걸 해야했거든..
근데.. 날 처음으로 이끌어준 사람이 선배였어.
비록 하찮은 야구공 하나였지만..
씬/36 D, 병원 외곽
함께 커피를 마시는 우진과 지훈
우진 나 사시 1차에서 보기 좋게 미끄러진 날이었지.. 기억나?
지훈 (커피 다 마시고 일어난다)할말 다 했으면 일어나자.
일어나는 지훈의 등뒤에 대고 우진
우진 하나.. 물어봐도 돼?
지훈 (돌아본다)
우진 꼭 선배가 가야 했어?
지훈 무슨 소리야?
우진 경찰기동대도 출동했고, 꼭 선배가 안 가도 됐잖아.
..근데 왜 직접 간거야? 그.. 여자 후배가.. 그렇게 걱정됐어?
지훈 함께 일하는 동료가 내 눈앞에서 납치됐는데, 손 놓고 있으라구?
우진 정말.. 그게 다야?
지훈 뭐가 더 필요해?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건데?
우진 (보다가)아냐... (툭툭 털며 일어선다)할말 다했으니까 갈게.
우진, 천천히 일어나서 돌아서서 걸어간다. 지훈도 돌아서서 반대편으로
걸어가다가, 마음에 걸리는 듯 뒤를 돌아본다. 힘없이 걸어가는 우진의
뒷모습. 지훈, 그런 우진을 보는데, 눈빛이 좋지 않다.
잠시 우진을 부르려는 듯 입을 열다가.. 이미 끝난 사이다. 미련을 두지
않으려는 듯, 다시 돌아서서 걸어간다.
씬/37 D, 행안부, 차관실.
중후한 고위공무직답게 차려진 행안부 차관실.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이명한과 차관.
차관 큰일을 해내셨습니다.
이명한 큰일이라뇨.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차관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죠. 트럭으로 연쇄살인을 하다니..
이명한 예, 저도 법의학계에 몸을 담은 이후로 이런 케이스는 처음입니다.
차관 뺑소니 사고사라고 볼만도 하죠. 안 그렇습니까?
이명한 (멈칫하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워낙 오랫동안 메스를 놓고
지냈더니, 손이 무뎌졌나봅니다.
차관 별말씀을요. 워낙 교통사고 부검이란게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이명한 변명같지만, 사실입니다. 워낙 변수가 많아서요.
그때, 울리는 내선전화.
차관 여보세요. 도착했어요? 들어오시라고 하세요.
이명한, 의아한 시선으로 보는데.. 똑똑 노크소리와 함께 문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선다.
차관 (흐뭇한 미소지으며) 어서오세요.
누구지? 하고 이명한 돌아보는데, 문이 열리면서 들어선 사람은
바로 지훈 이다. 놀라서 굳는 이명한.
차관 직접 일어서서 지훈에게 악수를 청한다.
차관 반갑습니다. 여기까지 번거롭게 오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쇼파를 가르키며)앉으시죠.
지훈, 무표정한 시선으로 이명한을 힐긋 본 뒤, 이명한의 옆 쇼파에 가서
앉는다.
차관 (자리에 앉으며)원장님도 윤지훈 선생 잘 아시겠죠?
이명한 (놀랍고 당황되지만, 애써 티내지 않는)예, 그럼요.
차관 연쇄살인을 처음 알아낸게 윤지훈 선생이라고 들었습니다.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공을 세웠더군요.
이명한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려 애쓰는)맞습니다. 정말 대단한
친구죠. 병원에서 치료중이라고 들었는데, 몸은 괜찮나?
지훈, 이명한과 시선이 마주친다. 시선은 차갑지만, 말투는 담담하게
지훈 덕분에요.
차관 아까 원장님도 말씀하셨지만, 교통사고 부검이 까다롭고 변수가
많다고 들었는데, 대단해요.
지훈 (무미건조한)법의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차관 유능한 법의관이기 때문에 밝혀낼 수 있었겠죠.
이명한 (미미하게 눈빛이 떨린다)
차관 들어보니 남부분원 소속이라던데, 이런 유능한 인재는 본원에서
키워야 되지 않습니까?
이명한 그럼요. 저도 시간이 되면 불러들일 생각이었습니다.
차관 시간이 되면이 아니라, 당장 불러들여야죠.
국과수의 미래가 이런 인재들의 어깨에 달려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명한 ...차관님이 윤지훈 선생이 꽤 맘에 드셨나 봅니다.
차관 사실, 부탁할 일도 있어서요.
이번 연쇄살인사건 때문에 보도가 묻히긴 했는데, 며칠 전에
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백골사체가 발견됐습니다.
이명한과 지훈, 차관을 본다.
차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1940년도 경에 죽은 시체로
추정된다더군요. 일제시대때 시체라면 사인에 따라서 한일외교문제 에 마찰을 빚을 수도 있는 문제라서, 국과수에서 나서줬으면
합니다.
이명한 그런 일이라면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차관 얘길 들어보니까 윤지훈 선생은 일본 법의학계에서도 꽤 인정받는
눈치더군요. 그런 법의관이 가서 사인을 밝히는 게 아무래도
공신력이 있지 않을까요.
이명한 ...(어쩔 수 없다. 애써 미소 지으며)차관님 말씀이 맞습니다.
윤지훈 선생 생각은 어때요?
이명한과 차관, 지훈을 바라본다.
지훈 ...일본에 가는 것도, 본원복귀도..
죄송하지만, 둘 다 거절하겠습니다.
차관과 이명한 의외의 지훈의 대답에 지훈을 본다.
차관 이유를 물어도 될까요?
지훈 (차관을 보다가 이명한을 본다)이번에 지원받은 500억 예산으로
본원 신축건물을 계획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지금 국과수에 필요한 건 허울만 그럴싸한 건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이명한 (꿈틀한다)윤지훈 선생, 무슨 얘긴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할 만한 얘기는 아닌 것 같은데..
지훈 아뇨, 얘기 나온 김에 다 드리겠습니다.
국과수는 사법수사의 핵심이고, 억울하게 희생된 피해자들의
인권을 지켜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국과수에 필요한 건 휘황찬란한 건물이 아니라,
신념과 사명감 있는 인력입니다.
이명한 그만하게. 차관님 앞에서 무슨 짓인가.
지훈 현재 남부분원은 국과수의 분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설 과 설비, 인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번 트럭 연쇄살인 사건만 해 도 남부분원에 좀 더 유용한 인력이 있었다면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을 거고, 그랬다면 희생자를 줄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명한 (그만하라는)윤지훈 선생.
지훈 이런 상황에서 저보고 본원으로 올라오라구요?
남부분원은 제가 없으면 모든 일정이 마비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건 본원복귀건 불가능합니다.
서로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대치하는 이명한과 지훈.
그런 두 사람을 보는 차관, 천천히 입을 연다.
차관 분원의 상황이 그렇게 악화돼 있었는지 저도 몰랐네요.
국과수를 대표하는 원장님으로써,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계십니까?
이명한, 지훈 때문에 차관 앞에서 수세에 몰리자, 이가 갈린다.
그러나, 천천히 입가에 미소를 되찾는다.
이명한 그것 때문에 국과수에 500억을 주신 거 아닙니까?
안 그래도 남부분원에 대한 개선안을 준비중이였습니다.
(지훈을 본다 눈빛은 차갑게 빛나지만, 말투는 인자한)
윤지훈 선생, 안심해요.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차관 (지훈 보며)원장님께서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안심해도 되겠네요. 윤지훈 선생, 대답이 됐습니까?
지훈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차관 뭐죠?
지훈 이번 연쇄살인사건은 저 혼자 해결한 게 아닙니다.
법의학팀뿐만 아니라 법과학팀의 협조가 없었다면 단서를 발견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저와 함께 사건을 해결한 팀원들에게 합당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차관 (지훈을 보다가 웃는다)그런 부탁이야, 당연히 들어드려야죠.
(이명한을 본다)
이명한 ...그럼요. 당연히 그만한 공을 세웠는데 혜택이 돌아가야죠.
차관 (지훈보며)이제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어요?
지훈 ...
차관 허락한 걸로 알겠습니다. 일본 다녀오면 다시 뵙죠.
그땐 본원에 계시겠네요. (하다가 웃으며 이명한을 본다)
부검만 잘하는게 아니라, 인망도 있고, 국과수의 미래에 대한
비전도 확실하군요. 이 정도면 차기 원장감으로 제격 아닙니까?
이명한, 차기 원장감이란 언질까지 나오자, 얼굴빛이 더욱 굳는다.
지훈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
씬/38 D, 행안부, 복도
이명한, 굳은 얼굴로 뚜벅뚜벅 걷고 그 뒤쪽으로 여유있게 걸어오는
지훈. 걸어가던 이명한, 우뚝 멈춰서서 뒤를 돌아본다.
지훈, 여유있게 그런 이명한의 시선 받는
이명한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게. 난 언제든 자네 목숨줄을 쥐고
흔들 수 있어.
지훈 불안하세요?
이명한 ....차관한테 칭찬 몇 마디 들으니까, 세상이 다 자네것 같나?
지훈 아뇨, 세상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거 교수님이 가르쳐
주셨잖아요.
이명한 (무섭게 노려보는)교수님이라.. 자네눈엔 여전히 내가 교수로
보이나? 난 자네의 상관이고, 국과수를 책임지는 원장이야.
지훈 저한테 국과수 원장님은 오직 한 분 정병도 원장님 뿐입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이명한과 지훈, 한치의 물러섬이 없다.
지훈 약속.. 지키실 꺼라고 생각합니다.
차관님 앞에서 하신 약속입니다. 잊지 마세요.
먼저 몸을 돌려서 걸어가는 지훈, 가다가 우뚝 멈춰선다.
지훈 저도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건.. 시작일 뿐이죠.
지훈, 다시 몸을 돌려서 걸어가고, 그런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명한의
시선 불안감이 스친다.
씬/39 D, 남부분원 건물 밖
재영의 차에 짐들을 싣고 있는 완태, 성진, 숙주 다들 신난 얼굴들이다.
완태 아, 진짜 토끼같은 마누라랑 자식들이 기다리고 있는 서울로
갈 생각을 하니까, 아주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근데, 남부분원은 어떻게 되는 거래?
재영 일단 시스템이 재정비되고 난 후에 다시 인력을 재배치한다는 것
같던데..
성진 근데 무슨 변덕인거지? 처음엔 그냥 돌아가라 그러더니,
바로 또 본원으로 복귀하라 그러고.. 혹시 이명한 원장..치맨가?
숙주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원장님이 후회하고 계신 것 같아..
완태 또 뭔 소리에요?
숙주 .. 대회의실에서 이명한 원장이 날 쳐다보는데..
막..이렇게 그윽하게.. 홍숙주 선생,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런 눈빛이였다니까..
성진 제발.. 꿈 쫌 깨세요. 제발..
씬/40 D, 남부분원, 다경의 사무실
다경, 여기저기 밴드를 붙인 아직 상처가 다 낫지 않는 모습.
가방 안에 이것저것 꾸역꾸역 넣다가 한번 휘 둘러본다.
씬/41 D, 지훈의 사무실
빼꼼히 열려진 지훈의 사무실. 똑똑 문을 두드리면서 들어서는 다경.
벽면마다 빼꼭히 붙여져 있던 종이들도 사라져 있고,
방안은 깨끗이 정돈돼 있다. 지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어딜갔지? 의아한 얼굴의 다경.
씬/42 D, 정병도의 시골집
아담하지만, 단아한 한옥. 정원에서 나무들 춥지 말라고 볏짚을 입혀주고
있는 정병도. 그때 담 너머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보면 지훈이 정병도를 바라보고 있다. 서로를 보다가 엷게 웃는다.
씬/43 D, 시골집 거실
단아한 한옥 거실. 좌식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은 정병도와 지훈.
지훈 (창밖을 둘러보며)지낼만은 하신 거에요?
정병도 너 안 보니까 아주 살 것 같다.
(차 마시고 내려놓으며)본원으로 돌아간다면서?
지훈 바깥이랑 인연 끊으신 거 아니셨어요? 되게 빠르시네..
정병도 임마, 나 이래뵈도 법의학계의 산증인이야.
지훈 (피식 웃는)
정병도 인사하러 왔냐? 서울 간다고?
지훈 ...뭐.. 얼굴도 뵙고.. 어떻게 사시나 궁금하기도 하구요..
정병도 일년동안 인사한번 안 온게 그렇게 미안하냐?
지훈 안 온게 아니라, 못 온거거든요. 저, 진짜 바빴어요.
지훈을 보며 미소짓는 정병도, 지훈 멋쩍은 지 연신 차를 들이킨다.
정병도 (웃다가.. 서서히 걱정이 밀려온다)이명한 원장 밑에서.. 힘들꺼다.
지훈 알아요.
정병도 힘들면 까짓거 그냥 뛰쳐나와.
지훈 뛰쳐나오긴 왜 뛰쳐나옵니까. 저 절대 포기 안해요.
정병도 ...
지훈 지난 1년동안 찾을 만큼 찾아보고... 연구하고 또 연구했어요.
서윤형의 병원 진료기록들과 청산가리 복용량에 따른 치사율,
전 세계에서 부검된 비슷한 사례들. 모두 검토해봤는데,
결론은 내 부검은 틀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병도 ....서윤형 사건은 일년전에 끝났다.. 시체도 화장됐고,
정황증거들도 없어졌어.
범인으로 지목된 이수정은 15년형을 언도받고, 형을 살고 있고..
니가 맞다는 걸 증명할 길은 없어.
지훈 내 부검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 힘들다면..
이명한 교수의 부검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면 됩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방법은 있어요.
본원으로 올라가서.. 그걸 입증하겠습니다.
지훈을 보는 정병도.. 지훈을 그 누구보다 알기에, 포기하지 않을 껄 안다.
정병도 기차시간 다 됐겠다. 나가자. 바래다 줄게.
씬/44 D, 부안 일각. 갈대밭
타오르는 석양에 갈대밭이 출렁인다.
그 옆길로 난 길을 따라 걷는 정병도와 지훈.
정병도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보다가)..20년 됐지?
너희 아버지 돌아가신지..
지훈 ...(보는)
정병도 그때, 중학생이었던 니가, 나 붙잡고 그랬지. 법의관이 되겠다구..
그때 난, 그래, 어린놈이 그냥 하는 소리겠지 했었다.
의대 갈때도.. 병리과 선택할때도 그냥.. 니 맘 변할꺼라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너 국과수 들어온 다음에.. 많이 후회했다.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어린 놈 생각이라구 그냥 놔둔걸 많이
후회했어.
지훈 저.. 이 길 선택한 거 후회안해요.
정병도 니가 가려고 하는 길, 힘든 길이다. 난 그게 걱정되는 거야.
지훈 좋은 법의관은.. 포기하지 않는 거잖아요.
그렇게 될께요.
정병도 ...도대체.. 누굴 닮은 거냐.. 고집불통하고는..
지훈 꽉 막힌 누군가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 줬잖아요.
부검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증거로 사인을 판명해 내는 거다.
부검에 절대 개인적인 감정과 결부시켜선 안된다.
...부검결과는 절대 조작 되선 안된다.
정병도 ....마지막 하나 빼먹었다. 할꺼면 잘해.
지훈, 정병도를 보며 미소 짓는다. 정병도도 제자를 향해 미소 짓는다.
하지만 지훈을 보는 정병도의 시선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감돈다.
씬/45 D, 국과수 외경
이른 아침, 고요한 정적에 쌓인 국과수 외경
그 위로 뚜벅뚜벅뚜벅 복도를 울리는 누군가의 발걸음소리가 들려온다.
씬/46 D, 국과수 복도
정적이 감도는 국과수 복도.
저 멀리에서 걸어오는 누군가.
3부에서 이명한의 선서와 함께 걸어갔던 그 복도를 지훈이 반대로
짐이 든 상자와 가방을 들고 걸어 들어온다.
우뚝.. 예전에 쓰던 자신의 사무실 앞에 멈춰선다.
-인서트 컷
3부, 상자를 들고 나서던 지훈, 사무실 앞에 붙어있던 법의관 윤지훈이란 명패를 보다가 꺼내서 상자안에 넣고 돌아서서 걸어간다.
지훈, 주머니 안에서 자신이 예전에 쓰던 명패를 꺼내서 천천히
끼워넣는다. ‘법의관 윤지훈’
씬/47 D, 지훈의 사무실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안. 지훈, 다가가서 커튼을 열어제끼자.
눈부시게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 천천히 돌아보면
책상과 책장 등 기본적인 물품만이 놓여진 텅 빈 방.
들어와서 책상을 쓸어본다.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가방을 열어서 정병도와 지훈의 사진을 책상위에 내려놓는다.
그때, 조금 열린 사무실 문 앞을 커다란 짐을 들고 지나던 다경.
지훈을 발견하자 반가운.. 연쇄살인 사건때 고마운 감정이 묻어난다.
똑똑 노크와 함께 들어선다.
다경 선생님, 나오셨어요?
지훈 (말없이 짐 정리하는)
다경 일찍 나오셨네요. 저, 선생님 옆방이에요.
지훈 그래서?
다경 (머쓱하다.. )아니.. 그냥 옆방이라구요. 뭐 좀 도와드릴까요?
지훈 됐으니까, 그만 시끄럽게 굴고 나가.
다경, 아우.. 어떻게 이 인간은 변하질 않냐..
지훈 등 뒤에서 주먹질 한번 하는데, 뒤쪽에서 들려오는 노크소리.
보면 재영이다.
재영 나오셨어요? (다경에게 눈인사)오늘 부검 스케쥴 확인하셨죠?
지훈 오전에 두껀, 오후에 한껀 맞죠?
재영 예! (다경보며)선생님도 윤지훈 선생님 어시스트에요.
다경 아..예.
씬/48 D, 국과수 복도
지나치는 연구사들과 직원들로 활기찬 국과수의 아침.
복도를 걸어오는 작업복 차림의 지훈과 재영, 다경.
챠트를 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지훈과 재영, 다경은 옆에서
챠트를 곁눈질로 어떻게든 보려고 애쓰고 있고..
지나가던 직원들 중 지훈과 안면이 있는 직원들, 지훈에게 인사한다.
지훈,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받으면서.. 재영과 계속 챠트를 보면서
얘기하면서 걷다가, 힐긋 고개를 드는데, 뭔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옆에서 걷던 다경과 재영, 지훈이 멈추자, 이상한 듯 지훈의
시선을 쫓아가보면 맞은 편 복도에서 지나가는 직원들의 목례를 받으며
걸어오는 이명한과 주인혁이다.
서로를 바라보는 이명한과 지훈. 천천히 다가선다.
마주서는 지훈, 다경, 재영과 이명한과 인혁.
이명한 (미소)복귀 축하해. 자네가 쓰던 방을 비워놨는데, 쓸만한가?
지훈 (무표정한 담담한)예.
이명한 그리고.. 이건 국과수 원장으로서 하는 말인데...
자네는 국과수 공무원이라는 걸 명심해. 만약 또 다시 예전처럼
멋대로 행동한다면.. 이번엔 좌천으로 끝나지 않을꺼야..
지훈 ...저도.. 예전같은 일이 일어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국과수의 신념을 위반하는 행동 말입니다.
이명한, 입가에는 미소가, 그러나 눈빛은 차갑다.
지훈 부검일정이 있어서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명한을 스쳐 지나치는 지훈, 그 뒤를 따르는 재영과 다경.
가만히 서 있는 이명한의 시선, 불안감으로 서서히 가라앉는다.
씬/49 N, 도로일각
불안한 시선으로 거리를 달리고 있는 이명한.
차 안에는 라디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앵커(소리) 오늘 오후 집권여당인 정민당의 38차 전당대회에서 강중혁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차기 대선후보로 선출됐습니다.
신호에 걸려서 멈춰서는 이명한의 차. 전면유리창에 사거리 한켠에
세워진 빌딩 옥상 옥외광고판이 비친다.
강중혁후보가 전당대회에서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모습이 흘러나오고
있다.
강중혁 (카리스마있는)대한민국은 지금 강력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국회나 여론의 눈치를 살치는 힘없는 지도자가 아닌, 원대한
이상으로 국민을 이끌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연설하고 있는 강중혁의 모습 아래로 강중혁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사상최고 67퍼센트로 치솟아‘란 자막.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이명한의 귓가에는 차 안에 틀어진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온다. ‘강중혁!’ ‘강중혁!’을 연호하는 전당대회에 모인 지지자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 연설하고 있는 강중혁을 가만히 바라보는 이명한의
눈빛.
씬/50 N, 둔치일각
인적이 드문 둔치에 차를 세워둔 채, 천천히 걸어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장변호사와 이명한.
장변호사 차관님이 윤지훈을 본원으로 불러들였다구요?
이명한 불러들인 정도가 아니라, 차기 원장까지 운운하더군요.
장변호사 공부만 하던 학자출신이라 그래요.
가슴으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믿는 신참내기죠.
제가 움직일 수 있는 루트를 알아보겠습니다.
오늘은 그 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있습니다.
이명한 중요한 얘기요?
이명한, 의아하게 보는데.. 저 앞쪽 요트 선착장쪽에 정박된 고급스러운
요트가 한 대 보인다.
씬/51 N, 요트 안
요트 위, 선미 쪽으로 올라오는 장변호사와 이명한.
장변호사 은밀히 만나보셔야 될 분이 계셔서 여기로 모셨습니다.
그때, 덜컹 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하는 요트.
장변호사, 이명한을 계단 위 요트 운전석 쪽으로 안내한다.
계단을 오르는 이명한의 시선으로 보여지는 운전석.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서 요트의 운전대를 잡고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
나이는 들어 보이지만, 강인해 보이는 체구에 고급스러워 보이는 코트를
입은 50대 후반의 남자가 마치 요트가 자신의 한 몸인 것처럼,
능숙하게 운전을 하고 있고, 운전석뒤쪽으로는 검은 양복을 걸친
비서관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서 있다.
계단을 모두 올라온 이명한과 장변호사.
장변호사 (공손한)오셨습니다.
여전히 요트를 운전하는 남자, 뒤돌아보지 않고..
남자 여기서 보는 서울은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힘차게 뛰는 심장박동이 느껴지거든요.
내가 원하는 이 나라의 미래는 바로 이런 겁니다.
천천히 돌아서는 남자. 야경에 역광으로 비추어진 모습에서
한걸음 이명한에게 다가오면, 드러나는 얼굴.
50대 후반의 카리스마가 가득한 강한 눈빛의 강중혁이다.
강중혁 처음 뵙겠습니다. 강중혁입니다.
이명한, 전혀 예상치 못한 만남에 놀라서 강중혁을 바라본다.
씬/52 N, 요트 안
요트 안에 마련된 고급스러운 테이블에 마주앉아 있는 강중혁과
이명한. 장변호사.
강중혁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그간 제 자식일로 큰 빚을 졌습니다.
이명한 강서연양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강중혁 예. 덕분에요. 아직도 쓸데없는 얘기들이 나돌아서,
조용히 쉬다오라고 일본에 보냈습니다.
이명한 어차피 1,2년 지나면 조용해 질 겁니다. 서윤형처럼 대형스타라도
..죽은 사람은 잊혀지기 마련이죠.
(하다가)..인사는 이정도로 하고,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죠.
강중혁 ....
이명한 절 여기까지 직접 부르신 걸 보면.. 다른 사람을 통해서
얘기하기 힘든, 꽤 중대한 부탁이 있으신 거 같은데.. 아닙니까?
강중혁 (미소)듣던대로 시군요.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만 말씀드리죠.
이 나라를 위해서.. 한번만 더 저를 도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명한 ...
강중혁 원장님이 그래주신다면.. 전 강한 나라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원장님은.. 더욱 강한 국과수를 가질 수 있겠죠.
그리고... 원장님이 원하는 모든 걸 얻게 될겁니다.
강중혁을 바라보는 이명한의 눈빛 나지막히 빛난다.
씬/53 N, 둔치 일각
함께 걷고 있는 장변호사와 이명한.
장변호사 내일 경기북부에서 총기사고로 죽은 시체가 국과수로
갈 겁니다. 이름은 양정수. 그쪽 지역에서 활동하던 삼류건달입니다.
이 사회에서 없어져야할 인간쓰레기죠.
이명한 탄환과 탄피는 수거됐나요?
장변호사 예. 러시아제 토카레프. 중국에서 밀반입된 불법총깁니다.
주로 조폭들이 마약거래를 할 때 사용하는 총기죠.
이명한 ...
장변호사 목격자 증언으론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동료 김종호와 양정수가
술 한잔을 하다가 싸움이 붙었고, 싸움 도중에 김종호가 양정수에게
두발을 쏘고 도주했다고 합니다.
이명한 (멈추고 본다)러시아제 토카레프, 조폭들끼리의 총격전,
도주한 동료.. 그렇게.. 해달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장변호사 (멈추고 보다가 미소지으며)예.. 그게 사실이니까요.
이명한 (미소)사실이겠죠. 아주 잘 짜여진 사실..
장변호사 ..우리나라의 국익을 위한 일입니다.. 신중하고.. 은밀하게 마무리
되야 해요.
이명한 ...윤지훈 선생 얘기라면,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일본 출장이 예정되 있어요. 출국일정만 조정하면,
이 사건이 벌어지는 동안엔 국과수에 없을 겁니다.
시선이 마주치는 장변호사와 이명한. 미소짓는다.
씬/54 N, 히로시마 공항 외곽
밤, 공항건물을 빠져나오는 지훈, 맘에 안 드는 듯, 쾅 가방을 내려놓으며 뒤를 돌아본다.
지훈 도대체 왜 또 니가 온건데?
지훈, 시선 쫓아가보면 지훈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다경이다.
다경 (이젠 지훈의 역정에 이력이 붙었다)
저도 별로 오고 싶지 않았어요. 주인혁 부장님이 가라
그런거라니까요. (핸드폰 꺼내며)전화 연결 시켜드릴까요?
또 따지셔야죠. 백골사체 부검 경험도 없는 애를 어시스트로 붙이면
어떡하냐. 아닌가? 나가! 꺼져! 이게 먼전가요?
자신의 레퍼토리를 줄줄 외우는 다경을 기분나쁘게 보는 지훈.
지훈 잘 아네. 꺼져.
지훈, 먼저 등 돌려서 가방 들고 돌아서는데,
다경, 꺼지란 말도 이젠 별반 아무렇지 않은 듯, 옆으로 붙으며
다경 전 일본 처음인데.. 선생님은요?
지훈 (생각에 잠겨있다)
다경 쇼바라시면, 저기 어디서 버스를 타면 될텐데..
순간, 갑자기 고개를 돌리는 지훈.
지훈 근데, 왜 갑자기 일정이 바뀐거야?
다경 예?
지훈 원래는 내일 출국이었잖아, 근데 갑자기 왜 오늘로 바뀐거냐구?
다경 ...주인혁부장님 말씀으론, 차관님께서 독촉을 하셨다구 그러던데..
뭐 어때요. 오늘밤은 온천에서 푹 쉬고 좋죠.
저희 묵는데가 온천이라면서요?
지훈 (한심하다)우리가 놀러왔어?
앞서서 걷는 지훈, 다경, 그 뒤를 쫓는데, 첫 일본여행이 들뜨는 듯
상기되 있다.
씬/55 D, 료칸 정원
아침. 맑은 하늘아래 료칸 외곽에 세워진 귀여운 돌담이나,
혹은 계란을 쪄먹는 곳이나, 이국적인 모습들을 담는 카메라 컷들.
보면 료칸의 이것저것, 모든 게 희한한 듯, 사진에 담고 있는 다경의 모습.
신이난 얼굴인데.. 이것저것 사진 찍던 중, 료칸 정원 한쪽에 세워진 나무가
눈길을 끈다. 줌을 당겨서 셔터를 누르는데, 프레임안에 의도치 않게
나무 옆, 지훈의 방창문 너머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지훈이 찍힌다.
자기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고는 놀라서 나무뒤로 숨는 다경.
그러다가 자기 사진기에 찍힌 지훈의 모습 보다가 미쳤어..미쳤어.. 하다가.. 다시 자꾸만 뒤가 켕기는 듯 다시 지훈의 방쪽을 향해 카메라를 비춘다.
어.. 창문에 비쳤던 지훈이 없어졌다. 카메라를 내리는 다경, 주변을
한번 두리번 거리다가.. 슥슥슥.. 이쪽저쪽으로 숨어가면서
지훈의 방 창문 밖으로 다가온다.
창밖에서 지훈이 뭐하나 보려는 듯 힐끔하는데,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지훈(소리) 들어오세요.
엥? 하는 다경의 얼굴. 난가? 나보고 하는 소린가?
빼꼼히 창밖을 통해 안을 보면 지훈의 방안으로 들어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직원(소리) 안녕하세요. 윤지훈선생님이시죠. 주일 히로시마 총영사관에서
나왔습니다.
뭐지?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방안을 들여다보는 다경.
씬/56 D, 료칸, 지훈의 방
마주앉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지훈과 영사관 직원.
지훈 백골사체 현장사진이나 자료들은 가지고 오셨어요?
백골사체를 보기 전에, 검토해 보고 싶은데요.
직원 그게...
지훈 (본다)
직원 일본 법의학팀에 자료를 요청하긴 했는데요.
(난감하다)그게.. 일본 외무성에서 우리나라 법의학자의 개입을
저어해서..
지훈 그러니까, 우리나라 법의학팀은 가만있다가 일본팀이 밝혀낸 사인을 인정하고 사체받아서 꺼지라는 얘깁니까?
직원 아니..그게.. (자기도 난감하다)사실, 한미일 삼자회담이 얼마 안
남았잖아요. 일제시대때 죽은 백골사체 사인이 잘못 나오기라도
해봐요. 안 그래도 예전 이곳에 주둔하던 군부대 인근에서 발견됐
답니다. 위안부가 아닐까 추측되는데, 이슈화 되기 딱 좋은 소재 아 닙니까.
그때, 갑작스레 창문 벌컥 열리면서 얼굴만 들어오는 다경.
다경 그게 말이 됩니까! 우리나라 사람이라면서요!
우리나라 국민을 왜 일본팀에서 부검을 해요!!
순간 정적이 감도는 방안. 맞는 말인데, 왜 쟤가 여기서 튀어나오는지,
지훈도 대사관 직원도 이해하기 힘든 얼굴이다.
씬/57 D, 히로시마 인근 도로일각
도로를 달리는 택시. 택시 안에는 지훈과 다경이 앉아있다.
지훈 내 방 창문 밖에서 뭐하고 있었어? 나 염탐한거야?
다경 (당황스럽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그게.. 나무가 멋있어서..
구경하느라구.. (하다 말 돌리려는 듯)근데, 어떡하실꺼에요?
그냥 두고 보실꺼에요?
지훈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가 부검해야 된다며?
일단 가서 부딪쳐 봐야지..
지훈, 뭔가 생각이 있는 듯, 창밖을 바라본다.
다경, 걱정도 되고, 열받는 얼굴로 한숨 내쉬는..
씬/58 D, 국과수 외경
아침. 앰뷸런스들이 국과수 부검실 입구에 줄지어 서 있다.
씬/59 D, 국과수 부검실
부검이 시작되는 활기찬 분위기의 국과수 부검실.
완태, 재영, 성진을 비롯한 연구사들, 사진을 찍고 외상을 살피고, 메스를
준비하고 있고, 강용화, 주인혁을 비롯한 법의관들, 챠트를 보면서
부검준비를 하고 있다.
완태, 재영, 성진은 주인혁과 같은 팀이 아닌, 옆 강용화 팀이고,
주인혁은 다른 연구사 두 명과 부검을 준비하고 있는데..
연구사1 조폭들끼리 총질을 해댔다면서요?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인혁 (차갑게 말 자르며) 부검준비는 끝났습니까?
연구사1 예.
인혁 (챠트를 들고 설명하는)피해자 이름, 양정수. 나이 서른 셋,
경기북부 조직폭력집단 ‘백산파’ 조직원. 발견장소, 경기북부 주왕시 도현리에 위치한 지하호프집. 같은 파 조직원 김종호와 말싸움을
벌이던 중, 김종호가 양정수에게 두발을 쏜 뒤 도주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음.
읽어 내려가다가.. 참관실 쪽을 보는 인혁.
참관실 안에는 무표정한 시선으로 이 부검을 참관하고 있는 이명한이다.
이명한, 인혁과 눈 마주치자 보일 듯 말 듯 고개 끄덕한다.
인혁도 눈빛을 교환한 뒤,
인혁 (시선 돌려 연구사들에게)부검 시작하죠.
부검대 위에 바디백을 열면, 건장한 양정수의 시체.
온몸에 문신과 험악한 인상이 조폭을 연상케 한다.
가슴과 이마 한가운데에 총상, 이마에 주먹으로 맞으면서 찢긴듯한
좌열창.
인혁, 메스를 들고, 시체를 바라보며 외상을 둘러본다.
인혁 키, 170센티. 몸무게 70킬로그램. 흉부와 미간에 총창.
우측 이마에 5센티미터의 좌열창.
부검을 시작하려는 인혁을 참관실 너머에서 바라보는 이명한의 눈빛.
그때 옆쪽 강용화팀에서 부검어시스트를 하던 재영, 힐긋 의아한 듯
양정수의 시신을 본다.
그런 재영의 옆구리를 툭 치는 완태.
완태 뭐해?
재영 아..아냐.
다시 돌아서서 강용화팀의 부검으로 돌아가는 재영.
씬/60 쇼바라대학 법의학부 건물 외곽
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다경과 지훈.
다경 (둘러보며)여기가 백골사체가 있는 데에요?
지훈 (생각에 잠겨있다)
다경 근데, 이렇게 무턱대로 들어가도 되요?
지훈 (생각에 잠겨있다가)지금 몇시야?
다경 열두시 좀 넘었는데요.
지훈 잘됐네. 점심시간이라 사람도 없을 거고..
다경 점심시간이랑 이게 무슨 상관인데요?
그러나 대답없이 건물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지훈.
다경 아니, 뭘 말을 해줘야 알지..
툴툴거리면서 지훈을 따라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다경.
씬/61 D, 쇼바라 대학 법의학부 부검실 입구 복도/ 부검실 입구
쇼바라 대학, 부검실쪽으로 향하는 복도를 걷는 지훈과 다경.
저 멀리 부검실이 보이는데, 경비한명이 서 있다.
지훈 (걸어가며)너.. 카메라 있지?
다경 카메라요? 그건 왜요?
지훈 내가 시간 벌테니까, 너 들어가서 백골사체 사진 찍어와.
다경 에..에?
지훈 우리나라 사람은 우리가 부검해야 된다며?
다경 그렇다구..백골사체가 어딨는지 알구 사진을 찍어와요.
지훈 부검실 들어가서 오른쪽 복도 끝방, 특수부검실에 있을 꺼야.
다경 그걸 어떻게 알아요?
지훈 예전에 여기서 공부했었어. 거기가 확실해.
그 말을 끝으로 말릴 새도 없이 부검실 앞으로 걸어가는 지훈.
다경, 이래도 되나 싶은 얼굴로 보는데..
부검실 앞, 경비 다가오는 지훈을 보고
경비 (일본어)여긴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입니다.
지훈 (신분증 꺼내서 보여주며 일본어로) 한국에서 파견된 법의관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한국인 백골사체 사건 때문에 왔는데요.
경비 (신분증 돌려주며)상부에서 그런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허가 받고 오세요.
지훈 (일본말)상부 어디에 허가받으면 됩니까? 저 안에서 받으면 되요?
말릴 새도 없이 부검실 문 열고 들어가는 지훈. 경비 놀라서 그런 지훈을
쫓아 들어가고, 다경 주머니에서 카메라 꺼내서 에라 모르겠다 그 뒤를
따라 들어간다.
씬/62 D, 쇼바라대학 부검실 안
하얀 천으로 덮혀진 시신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는 베드위에 놓여져 있는
부검실. 다들 식사하러 나간 듯, 텅 비어 있다.
부검실 한쪽으로 복도가 나 있고, 복도 제일 끝 쪽에 특수부검실 문이
보인다.
지훈, 들어서서 일부러 경비의 시선을 끌려는 듯, ‘백골사체 어딨어?’
하면서 특수부검실 반대편 쪽 베드로 다가간다.
경비, 그런 지훈을 잡아끈다. ‘도대체 왜 이래요? 나가요!’
지훈, 안 끌려나가려고 손을 뿌리치면서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는
경비, 지훈을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무전기로 ‘여기 지원 좀 보내줘’ 무전을
치고.. 그 틈을 타서 다경, 주변을 둘러보다가 빠르게 특수부검실 쪽으로
향한다.
다경, 특수부검실 쪽으로 향하는데 복도 중간에 있는 반쯤 문이 열린
사무실에서 마스크에 작업모자, 작업복을 걸친 여자 스텦 한명이 다경의
모습을 이상한 듯, 본다.
씬/63 D, 쇼바라대학, 특수부검실
다급히 특수부검실 안으로 들어서는 다경. 부검대위를 보면, 진열되어 있는 백골사체. 바깥쪽에서 들려오는 소음. 경비의 무전을 받은 듯, 다른 경비들 이 들어선 듯 끌려나가는 지훈의 목소리. ‘이거 놔!!’
다경, 빠르게 백골사체의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사다리위에 올라가서
찰칵찰칵, 두개골 쪽 찰칵, 이쪽, 저쪽, 찰칵찰칵,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떨리는 손으로 빠르게 사진을 찍다가 다리 쪽 클로즈업을 잡아서 찍는데
누군가 들어서는 인기척.
여자스텦 (일본말로)누구시죠?
놀라서 고개를 드는 다경, 여자스텦과 눈이 마주친다.
씬/64 D, 국과수 부검실.
부검이 모두 끝난 듯한 인혁. 장갑을 벗고, 챠트를 들었다가
다시 참관실쪽을 힐긋 본다. 여전히 부검을 참관중인 이명한.
인혁, 이명한을 한번 봤다가 다시 연구사들을 둘러보면서
인혁 부검결과는 현장조사와 일치합니다.
양정수의 사인은 두부총창으로 인한 뇌간부 손상.
사망의 종류는 타살입니다.
부검 마치겠습니다.
씬/65 D, 국과수, 부검참관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명한, 그때, 참관실로 들어와 이명한 옆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장변호사. 뒷마무리를 하는 연구사들을 바라보며
장변호사 한미일 삼자회담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잘못했으면 거사를 망칠 뻔했어요.
이명한 현장에서 수거된 진짜 총알과 탄피들은 모두 폐기됐겠죠?
장변호사 물론입니다.
이명한 이제 양정수의 사망증거는 모두 사라졌습니다.
양정수를 죽인 용의자 김종호는 찾았습니까?
장변호사 수색중입니다.
이명한 최대한 서둘러야 해요. 그 사람은 이 사건의 진상을 알고 있어요.
...미 헌병대원이 이 사건의 진범이라는 걸 알고 있는 유일한
증인이죠.. 비밀이 새어나가기 전에.. 찾아야 해요..
장변호사를 바라보는 이명한의 눈빛./
쇼바라대학 부검실 안에서 난동을 피우다가 결국 경비에게 붙잡히는
지훈의 모습/
특수부검실안에서 여자스텦에게 걸려서 놀라서 뒤로 물러서는 다경의 모습/
교차되면서
---7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