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가의 저자 고산 윤선도가 귀양가서 어부사시사를 저술했던 땅끝 건너편 섬 보길도로 정처없는 나그네의 이정표를 향하였다. 군사문화의 졸속 개발의 후유증인 구포 열차 전복사고와 목포 비행기 추락과 격포 여객선 침몰의 육공해로 무수한 인명들이 지구를 떠나고, 연이어 부실공사의 유산으로 인해 마포 가스폭발사고와 대구 지하철 폭발과 성수대교 붕괴와 반포 삼풍 백화점 함몰사태로 부지기수의 인명들이 사라지고, 몰염치한 사회와 몰인정한 인심이 난무하던 95(을해)년 초여름이었다.
전날 저녁에 완도 읍내에서 싱싱한 생선회를 안주삼아 과음하는 바람에 뱃속이 부글거리는 상태에서 보길도행 유람선에 나그네의 몸을 실었다. 초고속 철고래는 남해의 만경창파를 가로질러 송백림이 우거진 예송리 포구의 자갈 백사장에 나그네를 던져 놓았다.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에 첫 발을 디디면서 설사를 했다고 한다.
바닷가 포구에 민박을 정해 여장을 풀고 더러워진 몸을 목욕재개하고 낚시대를 걸쳐 들고 바닷가 방파제 바위에 앉아 낚시줄을 망망대해에 담갔다. 석양이 사라지며 빈손으로 하숙집에 돌아 와 저녁상을 받아 놓고 반주삼아 술을 마셨다. 어둔 밤하늘의 별이 총총 빛나고 달은 중천에 휘양청청 걸려 있었다. 시멘트 투성이 회색 도시에서 상상도 못할만치 밝은 달밤이었다. 백사장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와 바다 바람 소리가 나그네의 잠을 설치게 하였다. 풍운아는 고산의 오우가 대신 팔우가를 읖즈렸다.
[ 팔 우 가]
바람이 내 가슴을 시원하게 하네요
구름이 내 마음을 텅 비우게 하네요
소나무가 푸른 기상을 자랑하고 있네요
바위가 세상 인심을 비웃고 있네요
파도가 나그네의 시름을 달래 주네요
싱싱한 생선회가 술잔을 비우게 하네요
바다가 마음이 좁다고 놀리네요
해아래 모든 것이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니네요
달아래 돌고 도는 천연 그대로의 자연이네요
돌고 도는 세상만사가 멈출줄을 모르네요
세상만사를 좁은 마음에 어찌 다 채울 수 있겠오!
문화재로 지정되고 토말과 같이 명승지로 이름이 나는 바람에 철고래 페리호가 취항하며, 바퀴가 앞으로 달리면서 역사의 수레를 뒤로 몰아내는 자동차를 시러 날랐다. 한적하던 어촌에 삼천리 방방곡곡의 도시인들이 차를 몰고와 소음과 매연으로 뒤흔들어 놓았다. 이 바람에 순박하던 어촌 인심이 돈 맛이 들어 각박해지고 허름한 가옥들이 물질문명의 혜택을 향유하는 외화내빈의 양옥으로 변했다.
시멘트 포장으로 덮힌 시골길을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고산이 풍류를 즐기던 세연정으로 발길을 돌렸다. 넓고 넓은 정원에 커다란 인공 연못을 파서 중앙에 큰 정자를 짓고, 정자 사방에 문을 달아 실내 공간을 밀폐시켜 놓았다. 세연정이란 정자앞에는 기생들과 양반들이 그룹으로 몰려 춤추던 동대와 서대란 넓은 무도장이 있고, 화려한 백연꽃이 난무한 화수담 연못 가운데에는 스트립쇼를 감상하는 독무대 바위가 있었다. 연못 가운데는 여자의 옥문을 닮은 옥수암에서 음양의 운우지정을 음미하던 무릉도원이었다.
화려한 정원 분위기와 봉화대와 음산한 구조가 나그네의 예리한 통찰력을 되살렸다. 고산은 귀양온 주제에 근신은 커녕 수많은 양민들을 동원하여 호화찬란한 별장을 건설하고 주색잡기만 탐닉했던 가렴주구의 별장이었다. 역사적으로 귀양을 보내면서 고향 근처로 보낸 적이 없었다.이런 곳을 문화재로 지정했으니 이 얼마나 왜곡된 역사의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없다. 고산은 귀양온 것이 아니었다. 탐관오리로서 수많은 민중의 고혈을 빨아 토색하여 축재한후 부정이 탄로나기 전 약삭빠르게 돈을 챙겨서 고향으로 하향하여 고향인 완도 땅끝인 토말의 건너편 보길도에 피난처를 짓고 몽진하면서 해박한 풍수지리를 이용하여 세연정을 짓고 봉화대와 학익진을 설치하여 언제든지 몽진 갈 준비를 해놓고 아름다운 미녀기생을 끓어안고 퇴폐향락을 즐기며 시와 풍월을 즐겼다.
역사란게 왜곡되고 날조된 부분이 부지기수이다.유신 화랑의 삼국통일이란 미명아래 나당연합으로 삼국통일을 하면서, 광활한 고구려의 땅을 오랑궤에 헌납하였다. 삼국사기는 상고 시대 고조선의 역사와 삼국시대 초기를 알의 신화로 만들었고, 김 부식에 의하여 종씨 신라 왕국 위주로 역사가 부식되엇다.
이조는 여인 천하에 사색 당파 싸움만 일삼다가 1592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이어, 정묘호란을 거쳐 병자호란을 45년 사이에 4번이나 침범당하였다. 내우외환(內憂外患)와중에서 명과 신세력 후금의 중용책을 지키려던 광해군은 폭군으로 둔갑하고, 정유재란시 풍신수길이 죽어 도망가던 왜군을 격파한 이순신은 성웅화 시킨 종씨 십팔자 병도 박사에 의하여 날조되고, 사대주의와 친일 사상만 만연시켜 역사를 왜곡하였다.
날조된 역사의 흔적을 뒤로 남기고 완도행 페리호에 나그네의 발을 실었다. 배 안에는 젊은 남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배 한 구석에 자리잡은 나그네는 역사와 인생과 자연의 섭리를 젊은 친구들에게 설파해 주며, 동시에 사주도 봐 주었다. 완도에서 배를 내려 대흥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한적했던 절간이 이판승을 하나 사판승을 하나 법은 같은 이사무애법계[理事無碍法界]를 모르고, 중이 염불보다 잿밥에만 정신이 빠져 돈에 돌아 이판사판[理判事判] 공사판 절간이 되엇다. 절로 들어가는 길 양 옆의 송림의 우거진 자연의 모습과는 천양지차였다.
삼천리 명승고찰이 자연의 우아한 옛 모습을 상실하며 인공의 손길이 거치면서 삭막한 풍경으로 황폐화되고 있다. 동방의 조용한 아침의 나라 금수강산이 개발의 도시산업화와 물질문명으로 인하여 초토화되어, 주이무비한 군자가 주유섭렵할 천하가 사라지고, 비이부주한 소인배들이 방황하는 무법천지의 강산으로 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