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1 - 3. 11
장은선갤러리 (T.02-730-3533, 인사동)
소녀의 기도가 들려오는 그림
조몽룡 초대전
작가의 작품에 담겨있는 소녀와 고양이의 몸짓과 표정에서 놀라울 만큼 진정한 반려의 의식이 표현되어 있음을 살필 수 있다.
이는 동물과 인간이라는 구별된 소통이 아닌 신성한 자연의 숨결이라는 동행의 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 :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관장, 시인)
소녀(小女-girl)의 어원과 사전적 의미는 동양과 서양을 물론 하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여린 여자아이를 의미한다. 이와 같은 감성을 바탕으로 우리가 소녀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선은 순수함으로 일렁이는 꿈결과 같은 빛깔을 연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의 배경에는 세상이라는 험난한 여로에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때 묻지 않은 청정한 상태를 뜻한다. 마치 환한 꽃을 머금은 꽃망울과 같은 순결함이 가지는 의미를 소망하는 까닭이다. 조몽룡의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는 중심의 시선에는 언제나 소녀가 존재한다. 작가의 작품에서 소녀는 세상이라는 들판에 선 한 그루 나무에 기대기도 하고, 올망졸망 피어난 풀꽃들이 도란거리는 풀밭에 쪼그려 있기도 하며, 어느 옥탑방 공간에 마주 앉아 있기도 한다. 이는 삶의 공간에서 소녀라는 존재의 대상을 통하여 소통의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작가의 잠재된 의식의 표현이다. 이와 같은 작가 의식을 매만지며 화면을 헤아려 가면 늘 소녀의 곁에 존재하는 고양이라는 동행의 존재를 만나게 된다.
작가의 작품에 주요한 대상인 소녀와 동물은 단순한 장식적 구성의 소재가 아닌 소통과 나눔의 의지로 놓인 숨결이다. 이는 삶이라는 현실에서 헝클어지고 낡아 버린 사람들을 위한 작가의 마음이 소녀라는 존재로 작품에 숨 쉬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작가의 작품에 담겨있는 소녀와 고양이의 몸짓과 표정에서 놀라울 만큼 진정한 반려의 의식이 표현되어 있음을 살필 수 있다. 이는 동물과 인간이라는 구별된 소통이 아닌 신성한 자연의 숨결이라는 동행의 정신이 바탕을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작가가 추구하는 의식을 살피며 작품을 바라보면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피아노 음악 바다르체프스카의 소녀의 기도가 가슴으로 스며든다. 세계인의 가슴을 흐른 음악 ‘소녀의 기도’는 24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슬픈 여류음악가가 자신의 아이를 위하여 만든 곡이었다. 묻혀 있던 악보가 어느 음악잡지 기자의 눈에 들어와 1857년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이후 러시아의 문호 안톤 체호프의 대표적인 희곡 세 자매의 마지막 장에 새로운 세계를 찾아 모스크바로 떠나는 소녀 일리나의 미래에 대한 소망을 품은 감성의 음악으로 온 세계에 울려 퍼졌었다.
소녀의 기도는 4/4박자 아랫음을 바탕으로 4마디의 생명력 있는 전주 속에 단순하게 흐르는 변주곡임을 쉽게 알 수 있으며 전통적인 클래식과는 확연하게 다른 소박한 감성을 느끼게 한다. 우연성의 결합처럼 조몽룡 작가의 작품에서 소녀의 기도가 연상되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이는 작가의 작품은 서양화의 기본적인 재료와 기법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있지만 화면에 나타나는 감성은 여느 작가와는 전혀 다른 빛깔의 차별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은 색면의 채도가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반면에 작가의 빛깔은 안으로 품어드는 특성이 분명하게 다른 점이다. 마치 피아노곡 소녀의 기도가 전통적인 클래식의 바탕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단순한 변주의 반복에서 오는 변화처럼 조몽룡 작가가 추구하는 훼손 될 수 없는 소녀의 순결한 감성을 위한 기법의 붓질이 주는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이러한 의식의 표출은 늘 음악을 곁에 두는 조몽룡 작가의 깊은 감성을 가지고 있는 음악도 많은 영향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작품 중에는 젊은 세대에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듀오 아티스트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라든지, 어반 자카파의 ‘코 끝에 겨울’ 과 같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사실은 그들의 노래가 가지는 순백하며 담담한 흐름이 소녀의 기도와 놀라울 만큼 그 감성이 닮아 있다는 점은 우연성이 아닌 감성의 교감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어떤 만남 20호 정방 Oil on canvas 2016
작가의 작품에서 가장 크게 살펴지는 차원은 작품의 중심으로 놓인 소녀의 인물에 대한 작가의 감각이다. 많은 작가들이 소녀라는 인물의 주제를 작업하며 보여주는 개성은 대체로 얼굴의 특징적인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면에서 조몽룡 작가의 개성은 시선 또는 얼굴이라는 부분적인 차별성이 아닌 소녀라는 영원한 의식의 위상이 중시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에 배경이 거의 점묘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사실 또한 주제의 메시지를 부각 시키려는 의식이 한층 소중하게 느껴져 온다. 이는 작가의 특성적인 점묘 방식이 맑은 붓질로 층층이 쌓아올려가는 기법으로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감성을 더욱 따뜻하게 품고 있는 점이다. 작가는 전통적인 점묘에서 색면을 병치하는 기법과 달리 작가만의 개성적인 붓질에 의한 점묘로 이루어진 점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조몽룡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의 시작과 끝은 동행이라는 나눔과 의지의 감성이다. 고단한 현대인들의 가슴에 따뜻한 숨결이 되고 분주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위로가 되는 그림을 그리려는 분명한 의지가 청아한 달빛과 같은 반복적인 맑은 붓질을 따라 순결하게 스며 있는 것이다. 멀고 먼 시간의 흐름을 삼키며 가슴에 스며드는 소녀의 기도에 선율이 들려오고 속삭이는 바람결 같은 옥상달빛의 따뜻한 감성이 녹아내린 작품 앞에 서면 진정성 있는 작가의 작품이 전하는 이야기를 오래도록 지켜보게 될 것이다.
낮잠 20호F Oil on canvas 2017
휴식 30 F Oil on canvas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