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백수해안도로와 서해랑길 39코스
서해랑길 39코스 구수산 뱀골봉전망대에서 내려오면 드넓은 바다와 구불구불한 백수해안도로가 황홀한 풍광을 연출한다.
백수해안도로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나 있다. 인근 법성포는 대표적인 굴비 산지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한 전남 영광은 상대적으로 대중교통 이용도 편리해 뚜벅이 여행자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서울에서 간다면 고속철로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후 영광까지는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영광종합터미널에 내려 농어촌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서해랑길 39코스 시작점 답동정류소까지는 영광종합터미널에서 하루 7회 운행하는 대신리·온천(글로리비치)행 농어촌버스를 타면 된다. 요금은 1,000원.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 땅끝탑부터 인천 강화도까지 연결되는 1,800km, 109개 코스 걷기길이다. 36~40코스가 영광군 해안을 거치는데, 답동버스정류소에서 법성버스정류장까지 이어지는 39코스(16.3km)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 등산의 재미, 바다 풍경 조망에 영광의 대표 음식까지 맛볼 수 있는 코스다.
출발점은 백수읍 홍곡리에 위치한 답동정류소. 영광 읍내에서 하루 7회 운행하는 대신리·온천(글로리비치)행 농어촌버스로 갈 수 있다. 안내판에서 전체 구간을 살핀 후 코스 곳곳에 매달려 있는 ‘서해랑길’ 리본을 확인하며 걸으면 된다. 스마트폰에 두루누비(코리아둘레길) 앱을 설치한 뒤 안내판의 QR코드를 인식해 전자스탬프를 찍고 ‘따라걷기’를 설정하면 더욱 편리하다. 경로가 실시간으로 기록되고 이탈 방지 기능까지 있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출발지점에서 전체 구간을 확인하고 '서해랑길' 리본을 따라 걷는다.
서해랑길을 걸을 땐 두루누비 앱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경로 안내는 물론 전자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초반부 약 4km는 구수산 등산으로 제법 힘들다. 어우재, 봉우재, 가자봉, 뱀골봉을 거쳐 정유재란 열부순절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촘촘한 수목이 강렬한 햇빛을 막아주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땀을 식혀주니 그래도 무더위는 피할 수 있다. 고도도봉수를 지나 뱀골봉전망대에서 하산하다 보면 서해 바다와 구불구불한 백수해안도로가 황홀하게 펼쳐진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했던가. 고된 산행의 기억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열부순절지부터는 평탄한 목재 덱이라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름다운 사랑과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날개 포토존 ‘노을전망대 괭이갈매기’ 조형물 뒤로 아련하게 수평선이 걸린다. 지친 몸을 달랠 겸 카페에서 황금보리 미숫가루(6,000원)를 마시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서해랑길 39코스의 날개 포토존, 노을전망대의 괭이갈매기 조형물.
'레드힐커피'의 황금보리 미숫가루(6,000원).
영광의 아름다운 노을 풍경을 전시하고 있는 노을전시관부터는 백수해안도로와 나란히 노을길이 이어진다.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에서 주최한 제1회 대한민국 경관 대상을 수상한 길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노을종이 있다. 한 번 치면 웃을 일이 생기고, 두 번 치면 사랑의 감정이 찾아들고, 세 번 치면 행복한 일이 생긴다는 스토리를 입혔다. 대신등대를 지나 천천히 바다 풍광을 즐기며 걸으면 삼미랑 어촌체험관에 닿는다. 카페와 펜션을 함께 운영하는 휴식 공간이다. 영광대교와 모래미해변 풍광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백수해안도로와 나란한 노을길. 바닷가 덱 길이어서 걷기에도 편하다.
바다와 어우러진 노을길의 대신등대. 노을이 없어도 아름답다.
영광대교를 건너면 코스의 후반부다. 우측 법성포 어귀에 백제불교최초도래지가 테마파크처럼 조성돼 있다. 백제에 불교가 전해진 건 384년 침류왕 원년이다. 인도 승려 마라난타가 중국 동진에서 해로를 통해 이곳 법성포에 발을 디디며 전파됐다고 한다. 법성포는 ‘불법(佛法)을 들여온 성스러운 포구’라는 의미다. 도래지에는 고대 인도의 탁트히바히 사원의 주탑원을 본뜬 탑원을 비롯해 2~5세기 불상·불전도·부조를 전시한 간다라유물관 등이 있다. 찬란한 간다라 불교 예술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법성포 어귀의 백제불교최초도래지.
영광굴비 주산지 법성포 풍경.
'굴비정식해안가' 식당의 푸짐한 상차림.
100년 넘은 고목이 양쪽으로 도열한 숲쟁이꽃동산을 지나면 법성진성이 나타나고, 곧이어 법성포 굴비거리로 들어선다. 굴비의 본고장답게 굴비판매장과 굴비식당이 셀 수 없이 많다. 갑자기 허기가 밀려든다. 한 식당에 들어가 굴비정식(2인 5만 원, 4인 8만 원)을 주문했다. 굴비와 보리굴비를 포함한 네 가지 생선구이를 비롯해 상이 부족할 정도로 차려진다. 홍어·돼지고기수육·묵은지 삼합, 간장게장, 조기매운탕 등 다채로운 요리에 눈도 입도 호강이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법성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하면 서해랑길 39코스 트레킹이 마무리된다. 영광종합터미널에서 이곳까지는 농어촌버스가 주중 38회, 토·일·공휴일 17회 운행한다. 고속철 광주송정역과 광주유스퀘어(종합버스터미널)까지 바로 가는 시외버스도 있다.
칠산타워 전망대에서 무안으로 이어지는 칠산대교와 주변 바다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111m 높이 칠산타워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
서해랑길 38코스에서는 영광풍력발전단지를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박준규
이 코스 외에 36코스(칠산타워~합산버스정류소, 14.0km) 칠산타워, 38코스(하사6구 버스정류소~답동버스정류소, 17.6km) 영광풍력발전단지는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히 111m 높이의 칠산타워에서는 무안으로 이어지는 칠산대교와 삼형제섬이라 불리는 송이도·안마도·낙월도 주변으로 서해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타워 입장료는 성인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