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끔 이명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다. 할 말은 하면서 갈 길은 가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얼마 전 청와대가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했을 때 김 지사는 이 대통령과 김태호 전 지사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를 두고 정계에서는 “김문수 지사가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고 표현했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이 자신을 박근혜 대항마로 키울 줄 알았는데 엉뚱한 김태호 전 지사를 내세웠으니 분 할 만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김문수 지사를 청와대로 불러 두 시간 가량 독대하며 “오해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후로 김 지사는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차기 대권주자 1순위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이다. 이는 자타가 인정하는 부동의 위치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에게 도전장을 내밀만한 정치인은 누구일까.
그동안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섰으나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변죽만 울린 상태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나 좀처럼 치고 올라갈 줄을 모른다. 여론몰이의 파워가 부족하다. 이러한 빈 공간을 김문수 지사가 지금 채우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MB계 정치인들이 대선 후보로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 할 확률은 지금으로선 0%에 가깝다. 워낙 박 전 대표에게 쌓인 게 많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MB계 A 국회의원은 “박 전 대표는 2007년 전당대회 때부터 우리에게 너무 많은 마음의 상처를 줬다”면서 “이후에도 청와대와 우리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반대해 우리를 질리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MB계 B 의원은 “친 이명박계 의원들 사이에선 ‘박근혜와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며 “이는 대통령도 마찬가지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그동안 이명박계는 박근혜 대항마를 꾸준히 찾아 왔었다. 그러나 적당히 인물이 등장하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사라지자 김문수만한 사람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김 지사의 대중지지율은 아직 박 전 대표에 미치질 못한다. 박 전 대표를 위협하거나 다른 후보들에 크게 앞서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선 차기 대권구도가 결국 박근혜 - 김문수로 압축되리라고 점치는 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 이점은 친박계 의원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친박계 C 의원은 “김문수 지사가 의외로 내공이 강하다”며 “김 지사의 지지율이 앞으로 계속해서 조금씩 올라 갈 조짐이 보인다”고 전했다.
C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를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 “유시민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친 지난 6월 지방선거로 인해 김문수 지사가 강력히 부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김 지사의 일거수일투족은 뉴스거리가 됐다. 이는 김 지사 스스로도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김 지사는 “먼저 언론의 변화가 크게 느껴졌다”면서 “전에는 안 그랬는데 요즘에는 각종 행사 뒤에 기자들이 따라 붙으면서 많은 것을 묻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지사를 대하는 모습이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얼마 전 보수단체가 주최한 행사장에 갔는데 참석한 인사들이 일제히 김 지사 자리에 와서 앞 다퉈 깍듯이 인사하는 모습을 봤다”며 “(예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도지사 공관을 찾는 서울 정치인들의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면서 “이들은 김 지사가 대권도전을 위해 지금부터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요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아직은 도지사를 하고 있으므로 때가 아니다”는 반응이다. 대권에 도전 할 때는 하더라도 지금은 도지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MB는 김 지사의 순수한 열정을 좋아한다…“김문수의 단점은 거침없는 직선적 언행"
정치권에서 말하는 김 지사의 장점은 ‘깨끗함’과 ‘소탈함’이다. 김 지사가 워낙 서민적인데다 이권개입이나 불법 같은 스캔들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 귀족적 분위기가 남아있는 박근혜 전 대표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또한 박 전 대표는 한국적 정서상 약점을 잡으려면 김 지사와 비교되는 몇 가지의 정치적 단점이 있다.
▲ 여성인 점(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에선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생각은 비단 남성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여성들도 갖고 있다) ▲ 결혼을 안 하고 출산 경험이 없는 점(가정을 꾸리지 않은 점) ▲ 국방의 의무에 대한 경험이 없는 점 ▲ 정치 외에는 별다른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점 ▲ 대통령 아버지 밑에서 귀족처럼 성장한 점 ▲ 유일한 혈육인 동생들과의 불편한 관계 등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박 전 대표가 대권후보가 되면 틀림없이 불거질 문제가 몇 가지 더 있다.
반면 김문수 지사는 아직까지 표면상 특별한 흠이 없다.
친박계 의원들조차도 김 지사에 대해 “서민적 이미지, 정직함, 정치적 소신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김 지사측 관계자는 “김 지사는 TK(대구 . 경북)출신이면서도 정치적 기반은 수도권에 있고, 주변 참모들은 호남사람들이 많다”며 “이점은 김 지사의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의 비서실장 역할을 하고 있는 허숭 경기도시공사 감사는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김 지사를 많이 찾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 지사는 방문객이 오면 만난다. 그렇다고 김 지사 스타일 상 먼저 나서서 찾아다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김 지사와 친한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은 “그는 대통령에게도 할 말 다하며 들이댄다.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원래 김 지사 스타일이 그렇다. 하지만 당내에 그를 비토하는 그룹이 없다. 그가 순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를 위한 충성파도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외부적 단점은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표와 크게 비교되는 부분이다.
박 전 대표에게는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의 열혈 지지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가 아닌 오는 2012년 여름,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두 사람이 먼저 마주 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누가 앞선다고 속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2007년 전당대회 때에도 박근혜 예비후보가 여론조사는 이명박 예비후보에게 앞섰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의원 표 등 전체적인 면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다. 이처럼 선거는 결과를 쉽게 속단 할 수 없는 것이다.
김 지사의 약점을 보강 해 줄 사람들은 MB계 정치인들뿐이다. 그들은 박근혜의 대권도전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MB계 K 의원은 “우리조직 중에서도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의 조직이 더해지면 김 지사는 충분히 박근혜 전 대표와 겨뤄 볼 만하다”며 “문제는 이재오 장관이 대권의 꿈을 접고 김 지사를 밀어줄까하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K 의원은 “그러나 MB가 김 지사를 좋게 평가하며 그를 밀어주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재오 장관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 된다”고 덧붙였다.
또 K 의원은 “MB가 김 지사를 좋아 한다”는 전제아래 다음과 같은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2006년 초 MB가 대통령 도전을 준비하면서 자신을 도와달라며 김문수 지사를 먼저 찾았다. MB가 보기에 김 지사가 사심 없이 일만 열심히 하고 워낙 부지런 하니까 자신의 스타일에 맞았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김 지사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 때 김 지사 참모들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밀어 붙이지 않았다면 아마 김 지사는 지금쯤 (MB의 최측근인) 이재오 장관 위치에 서 있었을 것이다”
김 지사에게서 내면적 단점을 찾는다면 직선적인 성격을 꼽을 수 있다. 김 지사가 대권에 도전 할 계획을 본격적으로 세울 경우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이다.
김 지사는 투박하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직선적 언행은 주변 참모들을 불안케 만드는 경향이 있다.
김 지사와 친한 한 국회의원은 그를 가리켜 ‘독고다이(特攻隊 : 특공대의 일본식 발음 - 조직 없는 건달을 가리킴)’ 기질이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2007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폭행사건에 연루돼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을 때 였다.
그러나 이때 김 지사는 혼자 김 회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내가 그 이유를 묻자 그는 ‘내가 경기도지사 하면서 보니까 경기도에 콘도가 많은데 그중에서 제대로 하는 것은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곳 하나뿐이더라. 그 콘도가 경기도민 수천 명을 먹여 살리고 있는데 남들이 다 김 회장을 욕한다고 나까지 욕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처럼 계산하지 않고 그냥 마음에서 나오는 말을 바로 해 버리는 것이 정치인들의 세계에서는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
한 친박계 정치인은 “그에게는 과거 좌파운동권 전력이 있다. 김 지사가 본격적 대선경쟁에 뛰어들 경우 이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지사가 자신의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전 대표는 여전히 말이 없다. 워낙 말이 없으니 추측만 무성하다. 그의 지지자들은 요즘 불안해하고 있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도대체 박 전대표의 속을 알 수가 없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지율은 답보상태인데 정말 큰일이다”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최근 김무성, 진영 의원 등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떨어져 나감에 따라 친이계 진영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은 “전당대회는 운동경기로 치면 예선전이다. 지금 상태라면 박 전 대표가 이 예선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난 8월 21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단독회동을 청와대에 가진 후 정권 재창출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데 합의를 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중은 박 전 대표를 밀어주겠다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한 가슴의 응어리가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도 이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는 세력 확장을 꾀하지 않고 있다. 이점에 대해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대통령의 마음은 이미 김문수 지사에게 가 있다. 사실 김태호 전 지사는 김문수 지사 다음 순위였다(차차기 대권도전을 뜻함). 지금으로서는 대통령이나 친이계가 내세울만한 대권후보가 김문수 지사 말고는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무튼 현재로선 이명박 측이 미는 김문수 지사와 국민여론이 앞서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격돌 할 가능성이 90%를 넘는다.
누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될지는 정말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반면 이들과 결승전에서 맞설 야권후보군은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의 민주당 의원과 유시민 전 열리우리당 의원 등이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후보들에 비해 야권 후보들은 무게감이나 여론조사에서 월등하게 뒤떨어져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야당이 차기대선의 승리를 위해선 ‘야권 단일화’를 한 후 총력전을 펼치는 것 외에는 현재로선 특별한 방법이 없을 전망이다.
첫댓글 누군지 소설을 제대로 썼네요.
지난 선거에서 유시민이 아닌 김진표로 단일화 되었다면...
지금쯤 김문수는 백수 일텐데...
민주당이 이재오와 김문수는 봐주는 것 같습니다.
초록은 동색 이라고...
이 기사는 시사저널, 감명국 기자와 조진범 영남일보 정치 팀장이 쓴 기사랑 비슷하군요. 어쨌든 김문수는 무서운 존재입니다.
권력은 권력 입니다. 아무리 누수현상이 있다고 하나 무서운 칼입니다. 매사에 조심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