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김치가 맛있다
8년이란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내 생각과 느낌을 열심히 기록하고
저장해 주었던 고마운 컴퓨터의 키보드가 드디어 제 수명을 다하고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가끔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다가 흘리기도 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키보드의 내부를 차지해서
힘들게 역할을 수행하더니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나 봅니다.
생각해보면 사용자인 제가 넘 무심했던 탓이겠지요.
할 수 없이 새로 장만하려고 하이마트 들렸다가 나오는 데
휴대폰이 울려 받아보니 택배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여수경찰서에 근무하는 친구가 갓김치를 택배로 부쳐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면서 경비실에 들러 택배회사에서 맡긴 갓김치를 집으로
들고 와 갓김치를 시식하니 약간 신맛이 나는듯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묵은 맛 그대로였습니다.
화정주공아파트 공무원 임대주택에서 살 때인 어느 가을날
김장을 하면서 갓김치도 함께 담그긴 했지만
그 맛을 모르던 우리 집에서는 갓김치를 담가 둔 항아리를
베란다 한 구석에 방치한 채 두해를 흘러 보냈습니다.
4월 눈부시던 날 베란다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그 항아리 뚜껑을 열어보았고 항아리 속에서
썩어 풍기던 묵은 냄새와 함께 기막히게
잘 삭은 갓김치의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때 그 묵은 맛은 아직도 입안에 맴돌고 있습니다.
그 후 여기저기서 갓김치를 먹어보았지만
그때의 묵은 맛은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
드디어 제대로 삭힌 묵은 갓김치를 만나게 된 나는
집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함께 다시 시식을 한 후
모처럼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그린파크 체육공원을 아내와 함께 돌면서
묵은 맛을 내는 갓김치를 떠 올리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한 달 된 사람보다는 1년 된 사람이..
1년 된 사람보다는 10년 된 사람이
속내를 털어 놓기도 좋고 만나기도 편안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 믿음의 식구들도 마음속에 하나님 말씀이
풍성 하게 담겨져야 제대로 된 신앙생활인 것 같습니다.
교회에 다닌 횟수가 오래되었어도
말씀으로 무장되지 못하면 진실한 믿음이 못 되고,
재능 좋고 열심 있어 직분이 있어도 생명의 말씀으로 훈련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무너지고 말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항상 좋은 조건을 가진 자들만 앞서가며 성공 하는 듯하다.
그러나 성경말씀을 의지하면 가난한자. 병든 자. 모자란 자 일지라도
삶이 변화되고 하나님 영광 위해 쓰임 받게 됩니다.
어제 새로 산 키보드 역시 디자인은 예쁘지만 예전의 키보드만큼
눈에 설고 손에 익숙하질 않습니다.
음악도 음식도 오래된 것에는 깊은 맛이 납니다.
모두가 오래 묵어 정이 묻어나고 정을 나누어 주기 때문이겠지요.
아무리 비닐로 몇 겹으로 묶어도 풍기는 김치냄새처럼
우리가 처한 상황과 처지가 압박해 와도 예수향기를
주변에 깊게, 넓게 높게, 짓게 풍기기를 소원합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우리는 예수의 향기입니다
사랑과 섬김이 예수님의 향기에 온전히 젖기를 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들어나는 예수의 향기로
구원에 이르는 일이 이곳 저곳에서 일어나
우리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