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xixi입니다. 거의 한달여간 끌어온(?) 제 경험담의 마지막 시간이군요. 저도 전문과외강사로는 올 수능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비율제 학원에서 성장하려는 욕심에, 지난 5년여간의 경험을 나름대로 정리할 시간을 갖고자 이렇게 몇 편의 글을 학강모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몇 몇분은 꾸준히 읽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셔서 보람도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평촌의 모학원에서 이번주 토요일부터 정식 수업이 예정되어있고, 오늘 오후부터 업무인수겸해서 매일 갈 예정입니다. 주당 120분씩 25타임이고, 새벽과 주말에 과외가 있어서 실제 업무(?)강도는 120분*30타임=60Hrs가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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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과외강사 경험담 : 7. 기억에 남는 아이들,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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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년여간 1개월이상 가르친 아이들은 109명입니다. 딱 한달만 가르친 아이도 10명쯤 되고, 1년이상 가르친 아이들도 20명이상 되네요. 아이들의 이름, 성적추이, 수업일과 진도 등은 꾸준히 엑셀로 기록/관리해와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집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써보겠습니다.
A. 분당 J고 S양 (고3 이과)
분당은 대부분 남녀공학입니다. 이 녀석은 10개월정도 가르쳤는데, 고2겨울방학때부터 고3 가을까지.. 이 녀석의 외모적 특성은 "완벽하다"입니다. 정말 예뻤습니다. 키까지 컸다면 연예인으로도 성공할수 있는..키에 대해서 스스로 불만이었지만, 성적은 상당히 좋았던 아이입니다. 한창 더웠던 2004년 여름, 낮 수업이었는데, 워낙 쾌활하고, 성격이 좋은 아이여서 별 생각없이 갔다가 아이의 섹쉬함에 취해서 수업을 제대로 못했던 날이 있네요.ㅋㅋ(그해 봄에 전 결혼 했었죠) 엄청 짧은 반바지(거의 팬티수준)에 나시티, 노브라.... 휴~ "집에 아무도 없는데.. 날 유혹하면 어쩌지..?"하면서 두근두근.. 그러다가 도저히 안될듯 해서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 홀딱 벗고 수업할래? 좀 더 입고 수업할래?".. 그제서야 아이는 자기 복장이 지나치다는걸 느꼈는지.. 좀 입더군요..ㅋㅋ.. 그 아이는 원래 집안 패션이 좀 야시시했었지만.. 그날은 좀 신경쓰이더군요. 저도 남자라니까요.^^ 그 녀석은 결국 제 학교 후배가 되었습니다.
B. 분당 S고 K군(고3문과)
이녀석과의 추억은 거의 없습니다. 1년정도 가르쳤는데, 이녀석의 아버님이랑 좀 찐하게 술로 붙은 적이 있었지요. 엄마가 없이 아빠랑 할머니랑 동생이랑 살고 있었는데, 집은 상당히 컸습니다. 성적은 중상위권수준.. 이 아이와의 수업은 항상 마지막 수업이어서 자정쯤에 수업이 끝났는데, 어느날, 아이의 아버님이 "선생님. 또 수업있으세요?"하고 물으시길래 마지막 수업이라고 하니까.. "좋은 술 키핑해두었는데, 술 좋아하시면 한잔하실래요?"라고 말씀하셔서, 집에 양주한병 있으신가보다 하고 "예. 좋습니다.^^"하니까, 외출준비를 하시더라구요. 술을 키핑해놓는다는 말이 Bar에 내 이름으로 술을 두고 가서 마실수 있다는 것을 그 때 알았죠.ㅋㅋ 새벽 4시까지 바에서 1차, 포장마차에서 2차하면서.. 아이의 어릴때 이야기, 엄마이야기, 등등 많이 들었습니다. 가정사는 묻지 않는 성격이어서 그냥 '이혼가정이겠지..' 정도 생각했는데, K군 10살때쯤 사고로 돌아가셨더군요. 그 아이 동생 입학식날에.. 그날이후로 이 녀석을 더 정성껏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대학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C. 목동 J여고 K양(고3문과)
목동시절은 기억 남는 아이가 별로 없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시절이었는데 이녀석은 기억이 나네요. 목동 9단지에 전단지 붙이는데, 이녀석이 저를 유심히 보더라구요. 보통 낮시간에 아파트 전단지 붙이니까 엄마들 아니면 만나지 못하는데, 학생이 저를 본거죠.(그날 이녀석 조퇴했다더라구요.) 게시물의 제 프로필을 자세히 보더니, "저기요. 저 이거 아저씨가 선생님이에요?"라고 묻길래, "내가 가르치는데~(요)"라고 대답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배우고 싶다고 하길래, "엄마 집에 계시니?".. 묻고 "지금 계세요"해서 그냥 그날 바로 테스트 없이 엄마 얼굴만 보고 첫수업날짜 잡아서 가르쳤죠. 성적은 많이 안좋았던 아이였는데, 나한테 엄청나게 많이 혼나기도 했고, 울리기도 했었죠. 거의 7~8등급이었던 성적이 반년후에 4등급에 가까운 5등급까지 되었는데, 딱 한번 4등급되고 다시 5등급... 목동에서의 기억은 이 아이뿐..^^
D. 마포 B고 A군(고1)
이 녀석은 반년밖에 안가르쳤는데, 과외를 초딩때부터 받았던 아이입니다. B고를 배정받고, B고등학교는 내신시험이 어렵기로 유명한 학교지요. 웃긴건 저한테 가끔 "형"이라고 해서 제가 자주 웃엇던 기억이 나네요. 그 학교에 EBS출연하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이 낸 중간고사문제를 40점정도 맞아 왔고, 난이도가 어떤지 보다가 틀린문제를 발견했지요. " 이 문제 답이 보기에 없네. 조건이 불명확하니까 답이 없어!"라고 이야기 했는데, 이게 발단이 되어서 자기 수학쌤한테 항의(?)를 했답니다. 그러다가 두들겨 맞고 집에와서 저한테 하소연하더군요. 그래서 A4용지에다가 "틀린 이유와 주어진 문제의 조건만을 통해서 구한다면 답은 **이다"라고 정리해서 주니까, 그걸 가지고 다시 학교에 가서 다시 항의를 했고, 결국 그 문제는 무효문제가 되었지요. 어쨋든 유쾌한 녀석이어서 여름까지 수업하다가 2학기에 시간이 안맞기도 했고, 아이도 힘들어 하는것 같아서 그만 두었는데, 지금은 잘 할지 모르겠네요.^^
E. 용산 S여고 (고2이과)
제 와이프의 모교이기도 한 S여고 학생이어서 제가 잘 가르치려고 했는데, 아이의 엄마가 엄청난 극성이었습니다. 교과서나 정석의 목차를 줄줄 외고 계실정도이고, 아이의 약한부분을 저보다 더 잘 알고, 모의고사 몇번 문항을 아이가 틀렸다..정도까지 잘 알더라구요. 그 집에 들어가면 아이와 수업전에 그 엄마랑 5분에서 10분정도 수업(?)을 들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ㅋㅋ. 결정적으로 몇달 가르치면서 두번이나 아이앞에서 문제를 못풀었습니다. 그 문제의 출처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그냥 연습장에다가 문제 써두고 저를 기다리니까요..ㅎㄷㄷ. 매 시간 그런 문제 한두개 푼 다음에 진도를 나가야 하니까, 나중에는 겁나기까지 했습니다. 난이도는 EBS파이널 어려운 문제수준..인데 아마도 학원 교재에서 베낀게 아닐까 하고 추측만.. 결국 한학기 가르치고 잘렸지만, 엄마의 극성과 아이의 공부욕심이 많이 부담스러웠지요.(저를 테스트하려는 의도였을지도..ㅋㅋ)
F. 마포 E고 H양 (고2문과)
가르치면서 가장 답답한 아이였습니다. 제가 한참 설명하면서 이해되면, 대답을 하도록 강요하는 편인데 벙어리처럼 듣기만 합니다. 성적이 나쁜건 아니었지만, 성격이 저랑 너무 안맞아서 짜증을 많이 냈네요. 한달 수업하고 마지막날 "H야. 선생님이 맘에 안들면 엄마한테 적당히 핑계대고 네 인생에서 빠질께. 오늘이 이번달 마지막 수업일인데, 어떻게 할래?"라고 물으니까 아이가 울면서 말하더라구요. "선생님. 죄송해요. 그런게 아닌데... 훌쩍 훌쩍.. 계속 가르쳐주세요..잉잉.."그래서 '좀 나아지겠지'하면서 가르쳤습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더라구요. 두달 더 수업하다가 그만두었네요. 개인적으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중에서는 가장 미인이었던 아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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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5년간 기억에 남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았는데.. 쓰기 좀 그런 내용들도 있고, 엄마들과의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저만의 기억으로 남기도록 하고..ㅋㅋ
10월 18일의 정모날에 늦더라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 담날 정오부터 수업이 있으므로 무리하면 안되구요.^^
제 과외경험담이 도움되셨는지 모르겠네요. 과외시장이 상당히 크고, MB정권중에는 사교육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렇게 파이가 커지는 시장.. 그중 과외는 사교육의 중심이고, 그 중심에 계시는 분들의 성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