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스톤에서 배드랜즈까지(26일부터 30일)>
가디너에 도착한 후 바로 공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소나기 후의 맘모스 핫스프링스 위에는 평생 처음 보는 쌍무지개가 떠 있습니다. 맘모스 핫스프링스는 아래쪽만 보지 말고 맨 위쪽까지 올라가 보기를 권합니다. 꿈에서나 볼 것 같은 독특한 풍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숙소에 돌아왔더니 가디너 시내 한복판을 엘크떼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옐로스톤에 동물이 많다고 하지만 시내에까지 이렇게 나타날 줄은 몰랐습니다. 옐로스톤의 숙소는 좀 신경을 써서 5일 전쯤에 잡았습니다. 이 지역의 예약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원 내 로지를 예약하지 못했다면, 공원 북쪽의 가디너, 서쪽의 웨스트 옐로스톤, 남쪽 그랜드티톤 국립공원에 가까운 잭슨 등이 대안이 됩니다. 가디너도 공원 입구에서 가까워서 괜찮습니다. 옐로스톤은 넓어서 숙소를 옮겨 다녀도 됩니다만, 우리는 그냥 가디너 한 곳에 묵는 쪽을 택했습니다(3박, 컴포트 인은 통나무로 만들어진 무척 쾌적한 호텔이었습니다. 가격은 물론 셉니다).
이튿날(27일째) 옐로스톤 본격탐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옐로스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옐로스톤 내부는 8자 모양의 순환도로로 연결되는데, 하루에 공원을 절반씩 본다 해도 최소한 이틀이 걸리고, 남쪽의 그랜드티톤을 잠깐이라도 다녀오려면 아무래도 3일 정도는 필수입니다. 공원지도에 나타난 포인트를 다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 이곳은 미국 국립공원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틀린 말이 아닙니다. 캐년, 폭포, 호수, 강, 계곡, 숲이 다 있고, 여기에 더하여 간헐천과 바이슨을 비롯한 야생동물들까지 있으니까요. 규모도 크고, 도로를 수시로 점령하는 동물들 때문에 교통체증이 자주 생겨서 이동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우리는 첫날 가이저 지역, 그랜드캐년, 폭포(로우, 어퍼 폴스, 아티스트 포인트), 가장 유명한 간헐천인 올드 페이스풀의 분출장면을 보았습니다.
둘째날(28일째)에는 그랜드티톤에 가기 위해 록펠러 파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향하였는데 도로 공사로 체증이 심했습니다. 그랜드티톤에 이르면 티톤산을 배경으로 잭슨 레이크, 제니 레이크가 있습니다. 특히 제니 레이크가 아름답습니다.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 히든 폴스까지 트레일을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보트에서 운전기사가 장난기를 발휘하여 일부러 배안에 물을 엄청 튀기게 운전을 하였는데, 우리 애들은 거의 자지러지면서 더 좋아합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엄청난 바이슨떼를 보았고, 웨스트썸 가이저 지역과 온천지역 등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옐로스톤은 아침에 일찍 출동하면 더 많은 동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날(29일째)은 파크레인저가 안내하는 옐로스톤 레이크 보트투어를 하였습니다. 배 타러 가는 길에 엘크떼를 보았고, 배 타고 구경하는 도중에 호수 안의 섬에서 큰사슴의 일종인 무스를 처음 보았습니다. 레인저의 말에 의하면 무스는 수영을 아주 잘한다고 합니다.
이제 옐로스톤과도 이별할 때가 되었습니다. 공원 동쪽 출구로 나갔는데, 이쪽도 시닉 드라이브입니다. 산을 어지간히 내려왔다 싶으면 코디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서부의 사나이로 유명한 버팔로 빌의 본명을 딴 도시입니다. 부근에 협곡을 막아 만든 버팔로빌 댐이 있는데 바로 옆이니 볼만합니다.
와이오밍주 질레트에서 잔 다음(30일째) 특이한 바위산인 데블스 타워를 보고 나서 마운트 러시모어로 향하였습니다. 데블스 타워 입구 쪽에는 프레리독의 서식지가 있는데 너무 귀여운 녀석들이니 놓치지 말기 바랍니다. 마운트 러시모어 가기 전에 인터넷 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베어컨트리(13820 south hwy 16, Rapidcity)를 들렀는데 이곳은 자기 차로 들어가는 야생동물 사파리(그리즐리, 바이슨, 비버, 밥캣 등이 있습니다)입니다. 동물을 너무나 좋아하는 애들 때문에 추가 편성한 곳입니다. 옐로스톤에서 보지 못했던 그리즐리를 비롯해 수많은 곰들을 실컷 보았습니다.
러시모어 마운틴은 딱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서 본 모습 그대로입니다. 별로 실감은 안 납니다. 아무튼 여기 오자고 노래 불렀던 둘째는 드디어 소원을 성취했습니다. 주변에 방목하고 있는 마운틴 고트도 인상적입니다. 시간관계상 인근의 크레이지 호스 기념상과 인디언 전적지인 리틀빅혼(인디언의 백인에 대한 최대승전지로 커스터 장군의 미 제7기병대는 수우족 - 영화 ‘늑대와 춤을’에 나오는 부족입니다 - 을 비롯한 인디언연합군에 전멸당합니다)을 들르지 못한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인디언의 백인에 대한 저항이 종료된 슬픈 역사가 서린 운디드 니(이정표만 보았습니다)도 이곳에서 멀지 않습니다. 차안에서 애들에게 인디언들의 영욕의 이야기만 들려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