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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왕봉은 동쪽의 희양산(998m) 유명세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산이다. 희양산과 함께 동서로 나란히 위치한 구왕봉은 암산으로서 아직까지 등산인들이 많지 않아 깨끗하고 아기자기한 코스로서 찾는 이로 하여금 쾌적감을 느낄 수 있는 산이다. 백두대간이 천하의 절경 희양산을 높이 솟구친 후 그래도 아쉬운지 다시 희양산과 비슷한 산을 세우고 달려가다가 희양산과 구 왕봉 사이에 지름티재를, 구왕봉을 지나 은티재를 만들고 악휘봉·장성봉을 지나 대야산·청화산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회양산의 명성에 눌려 이름조차도 생소하게 느껴지나 그만큼 인적이 뜸해 깨끗한 산길과 아기자기한 능선길은 찾는 이로 하여 금 만족을 느끼게 한다. 봉암사 창건 설화에 신라 헌강왕 5년(879년) 지증대사가 심충이라는 사람의 권유로 봉암사 자리를 결정하고 그 자리에 있던 큰 못을 메울 때 용이 살고 있어서 지증대사는 신통력으로 그 용을 구룡봉으로 쫓았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 이 구룡봉이 구왕봉이라고 하고 봉암사에서는 날개봉이라고도 한다. 또, 이 날개봉에 매년 소금단지를 묻어 기를 눌러 둔다고 한다. 자료 출처 : 한국의 산하 |
2007년 송년이라 떠들썩하다.
어느 스님이 던가
'오늘 해나 어제의 해가 무에 다르랴, 가는 해 오는 해 해 봐도 그게 그게 아니던가. 무에 신년이다.
구년이다 할 게 무언가' 그래도 사람들은 난리다. 그 난리에 나도 송년의 의미를 희양산과 나란히
쌍둥이처럼 솟은 구왕봉으로 발길을
산행기점 은티 마을
안부 삼거리까지
제 때 눈이 와주어 눈을 밟는 기분을 마음껏 즐기면서 동행이 된 안성의 산꾼과 백두대간이 흘린
능선으로 안부 삼거리에는 눈에 덮인 무덤이 구왕봉과 장성봉으로 가는 길목의 수문장으로
앉았다. 여기부터 구왕봉까지는 백두대간의 능선을 밟는 게다.
대간길로
오르고 내리고 능선은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 여유를 부여한다.
가다가 바위 한켠에 내놓은 마른 자리에 걸터앉아 뜨거운 커피 한잔이면 참으로 넉넉하고.
부옇게 가린 시야너머 간혹 보이는 산줄기는 보일락 말락하여 멋진 산수화를
제공하기에 백과 흑의 단순한 색으로 충분한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세월이 가는 겐지 내가 세월에 실린 겐지 유일한 채색의 무리로
흑백 위에 사람으로 존재한다.
정상에는 표석이 사라지고
정상에 선다. 조용히 뒤돌아 보기 전에 몇년전 충청북도에서 세운 정상 표석이 사라진 게
의아스럽다. 나무에는 구왕봉을 알리는 코팅 비닐 종이가 스산한 바람에 펄렁인다.
정상이 아니면 정상을 비켜선 비탈에라도 둘 게지. 누군가 흔적없이 바위 봉우리 아래로
굴려버린 겐지 행방이 없다.
구왕봉의 정상석으로 한참을 눈밭에 선다.
아슬아슬한 하산
눈이 덮인 바윗길이라 지름티제로의 하산이 쉽지 않다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경사가 급한
바위 봉을 내려 오느라 온힘을 쏟는다.
미끄러운 눈길은 그러지 않아도 다리에 힘이 들어가 쉬 피로해지기 마련인데
절벽의 틈새를 이용하여 하산하려니 낡은 밧줄에 몸을 맡기기에
몸이 자꾸만 움츠러드는 게다.
지름티재를 앞두고 희양산 봉우리가 바로 앞에 다가와도 다시 능선을 오를 힘을 잃고 만다.
지름티재의 스님 막사
희양산 오름을 막는 봉암사 스님들의 임시 막사에서 식당을 차린다.
보기드문 멋진 식당에서 김치 찌개랑 푸짐한 점심을 먹는다.
희양산은 철저히 출입을 통제하는 산이기에 생각 같아서는 오름을 몇번이나 포기해야만 했던
지난 날을 회상하며 아무 간섭없이 오를 기회이것만 오름의 경사가 만만찮은 길이기에 돌아선다.
지름티재에서 남으로 가면 봉암사가 북으로 가면 은티마을 서로는 구왕봉으로 이어질
지리산까지의 대간, 동으로는 이만봉 백화산 조령산에서 향로봉 그 너머너머 백두산으로
오직 구왕봉에서 흐양산 들머리 희양성터까지 봉암사에서 산행로를 폐쇄한
구간이다. 그래서 희양산은 어느 산보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게고.
송년의 의미를 구왕봉과 희양산에 두고 싶은 마음이 불끈 솟은 것도 이유가 있는 게지만.
지름티재에서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 산행의 기점으로 회귀한다.
희양산의 아쉬움이 있으나 무리한 행군은 하지 않기로 한다.
삼거리
지름티재로 가거나 희양산성터를 지나 희양산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
백두대간 희양산의 정상 표석이 길가에 박혀 있다.
차라리 만년 길 안내내용으로 바꿔 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정상 표석으로 떡하니
가는 길목에 서 있으니.
허긴 오르지 말라는 산이니 입구에서 정상석을 만지고 돌아서라는 게지.
은티마을로
은티마을 주막은 주전자 막걸리가 기다린다.
동행했던 안성 팀과 조촐한 산행 후 행사를 가진다.
찌그러진 주전자와 알루미늄 술잔에 가득 채운 막걸리로 올해 산행을 마무리 한다.
돌아보면 눈깜짝할 산행들인데 힘겨운 여정이면서도 아름다운 오름들이
2007년에 담긴 게다.
두메에도 팬션들이
은티에도 외지인들의 팬션이 이곳저곳에 건립되고 있어 머지않아
산골이 아닌 팬션 마을이 되지 않으려나.
2007년에 올랐던 산들을 생각하면서
산이 내게 주는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오름이 있어 내림이 있고,
다시 오름을 생각하는 게다.
내가 산에서 만난 모든 사람과
산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산의 추억을 가슴에 새기면서 다가오는 새해에도
아름다운 삶 누리기를 소망한다.
2008/01/03
구미 야은의 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