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산
제천 수름산 (552.8m)대덕산 (570m)
알려지지 않은 목숨곳간산
영월과 단양을 두루 돌아온 남한강이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으로 흘러든 후 청풍나루와 청풍대교를 지나 멋들어지게 서쪽으로 굽어돈다. 그 넉넉한 강변에 한 폭의 그림으로 솟구친 수름산과 대덕산(570m)은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도는, 산꾼들의 구미에 딱 맞은 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치상의 빼어난 점에도 불구하고 들날머리로 접근하는 교통이 불편하고 등산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전국의 산꾼들에게는 덜 알려진 산이다.
대덕산성~대덕산~수름산 종주산행의 들머리는 청풍면 후산리에 있는 532번 비포장 지방도변의 삼방사지 입구다. 금성면에서 충주호반을 따라 서쪽으로 이어지는 532번 도로변에 금성,청풍면의 면계 팻말이 있는데 그곳에서 서쪽으로 40m쯤 가면 삼방사지 입구다. 이번 취재산행에는 최진무 우정산악회장, 김기영 등반대장, 김선화 회원이 함께 했고 산행안내를 위해 제천시청의 박준수씨가 특별히 동행했다.
표지기가 몇 개 달린 삼방사지 입구에서 북쪽으로 산길을 따르면 곧 희미한 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이 맞는 길로 굵은 돌이 깔린 산길이 이어진다. 금성면과 청풍면의 경계인 이 오름길을 자세히 살펴보면 허물어진 성벽이다. 조금 더 가면 성벽이 뚜렷이 남아있는 대덕산성에 올라선다.
대덕산 남쪽 줄기의 476봉을 중심으로 쌓은 둘레 275m의 산성은 서북쪽, 남서쪽, 동북쪽에 문터가 있다. 정확한 기록상은 없으나 황석리 출신의 유금열씨는 성이 부근의 비봉산성, 작성산성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어 그것들처럼 삼국시대에 축성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산성 중심부에는 오랜 세월 성을 지켰을 산벚나무 고목이 자리한다. 지금은 폐허가 되었지만 돌 하나하나에, 성을 쌓기 위해 땀 흘렸을 조상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것 같다.
대덕산성이 옛부터의 이름이라면 산이름은 대덕산이 아니었을 것 같다. 우리 조상들은 삼각산에 있는 성을 삼각산성이라 하지 않고 북한산성, 청량산에 있는 것을 남한산성으로 불렀기 때문이다.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돌아내려 북쪽으로 향하다보니 이윽고 대덕산 정수리에 올라선다. 아름드리 고사목과 살아있는 소나무가 나란한 정수리에 서니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보다 가까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
굵은 소나무 둥치에 걸린 팻말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사방을 둘러본다. 숲에 가려 발아래 충주호는 보이지 않지만 북녘으로 제천시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쉬다 수름산을 향해 서북녘으로 산길을 이어간다. 10분 남짓 가니 '정자터 7km 2시간, 월굴리 3km 1시간' 이라 적힌 이정표 삼거리가 나온다.
다시 이어가는 서녘산길에는 왼쪽(남쪽)으로 황석리 초막골과 충주호가 잘 보인다. 뒤이어 활산리로 내려가는 능선삼거리에 이른다. 이곳에서도 서쪽으로 능선을 이어가야 한다. 뚜렷한 길은 활산리의 윗살미로 내려서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정향나무의 진한 꽃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더니 곧 남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열린다. 굽어보는 한강이며, 손을 흔들며 다가드는 듯한 비봉산, 지나온 대덕산성과 금수산이며... 오, 오 기묘한 산세의 월악산과 더불어 환상의 조망을 빚어놓았다. 해발 440m쯤으로 여겨지는 이곳이 수름산~대덕산 산행 중 전망이 가장 빼어난 곳이다.
수름산을 지척에 두고 벼랑길이 시작된다. 해발 490m 지점부터 급경사를 이룬 바위가 능선을 가로막아 왼쪽으로 돌아간다.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은 자칫 실수라도 하면 왼쪽의 비탈로 굴러 떨어질 위험이 있어 조심조심 지난다. 안전산행을 위해 밧줄이라도 설치해야 할 위험지역이다.
비탈지역을 통과하면 곧 수름산 서봉에 이르고 겨우살이와 참꽃나무가 많이 자라는 능선을 이어 조금만 가면 수름산 정수리다. '438. 재설. 77년 6월. 건설부' 라고 표시된 삼각점과 수름산 팻말이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에워싼 참나무 사이로 간신히 충주호를 가늠해 볼 뿐 전망이 시원치 못하다.
지형도에 표기된 이 산의 이름이 참 특이하다. 목숨 수, 곳집 름, 목숨곳간으로 수 천을 헤아리는 우리나라 산 중 단 하나뿐인 산이름이다. 반면 이 고장에서 전하는 수름산의 또 다른 한자표기는 빼어날 수, 곳집 름이다.
수름산의 북쪽자락 활산리 살미마을에서 우러러보는 수름산은 두 개의 낟가리 형상이다. 대대로 가난한 삶을 살아온 산자락의 주민들은 그렇게도 부러운 벼 낟가리를 상상하며 빼어난 쌀곳간의 산세라고 수름산으로 불러왔다고 전해진다.
수름산은 활의 산이기도 하다. 북쪽자락에서 우러른 수름산은 산세가 활과 흡사하다 하여 고장이름이 활산리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청풍군 산천조에는 시산, 전산으로 나오고 '윗살미', '아랫살미' 라는 마을이름도 화살을 마을에서 기인했으리라 짐작된다.
하산은 서남녘능선을 이어야 한다. 6분쯤 내려가면 능선삼거리에 이르는데 여기서 정남쪽으로 꺾어 내리는 솔숲길을 따른다. 솔향기 진동하는 연초록의 느긋한 산길이다.
해발 380m 지점에서 묵무덤이 나오다가 얼마 안 가서 또 묵무덤을 만난다. 아래 묵무덤에서 굽어보는 남쪽 조망이 그대로 절경이다. 산길은 해발 180m 지점에서 532번 도로에 내려선다.
임도와 지방도가 만나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조금 떨어진 언덕에 학생야영장이 자리한다. 20여년 전 폐교된 황석초등학굥 문을 연 학생야영장은 너른 운동장에 초록색 잔디가 눈부시고 모란꽃이 활짝 피었다.
한강을 굽어보는 교정에서 오늘 오르고 내린 수름산을 올려다본다. 대자연을 사랑하는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 시민들의 긍지와 산자락 주민들의 정성이 어우러진 대덕산, 수름산이 전국의 산꾼들에게 널리 알려질 그날을 고대해 본다.
*산행길잡이
삼방사지 입구-(40분)-대덕산성-(40분)-대덕산 정수리-(1시간20분)-수름산 정수리-(40분)-후산리 학생야영장
대덕산~수름산을 잇는 산행들머리는 삼방사지 입구다. 532번 비포장 지방도의 면경계 팻말에서 서쪽으로 400m 지점에 표지기가 여럿 달린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산행을 시작하자 곧 갈림길을 만나는데 오른쪽이 대덕산으로 가는 능선이다. 옛 성벽길을 이어 대덕산성이 둘러친 476봉에 올라선다. 다시 북쪽으로 산길을 이어 40분 가면 큰 소나무 둥치에 팻말이 걸린 대덕산 정수리에 닿는다.
소나무 고사목이 자리한 이곳에서 북쪽으로 멀리 제천시가지가 조망된다. 서북쪽으로 이어진 능선은 곧 이정표 삼거리에 이르고 조금 더 가면 활산리 삼거리다.
활산리로 갈리는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뚜렷한 능선길은 북쪽의 활산리 살미마을로 내려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대덕산~수름산 산행에서는 대덕산성을 지나면서부터 만나는 모든 삼거리에서 왼쪽으로만 가면 다시 532번 지방도에 내려서게 된다.
수름산 동봉 바로 아래에 바위지대가 있는데 우회하는 길도 경사가 급한 비탈이어서 걸음을 조심해야 한다. 동봉에서 수름산 정수리는 지척이다.
나뭇가지에 팻말이 걸린 정수리에는 1977년에 재설한 삼각점이 있다.
하산은 서남쪽 능선을 따른다. 6분 가면 능선삼거리를 만나는데 여기서도 왼쪽으로 꺾어야 한다.
솔숲능선을 길게 내려서면 묵무덤이 연이어 나타나고 이후 제법 가파른 산길을 이어내리면 임도 삼거리를 만난다.
*교통
동서울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거나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열차로 제천까지 간다.
제천에서 산행들,날머리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택시를 이용하는게 좋다. 제천 시내에서 들머리인 삼방사지 입구(황석리)까지는 20,000원 받는다. 제천 개인택시 김범태 043-653-5524.
제천시 금영아파트 앞에서 출발하는 90번 시내버스 중에서 후산리를 경유하는 것은 하루 5회(05:30, 07:40, 11:35, 14:00, 18:30 금영아파트 출발기준) 있다. 제천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타면 되지만 90번 버스가 대부분은 후산리를 경유하지 않기에 타기 전에 반드시 행선지를 확인하도록 한다. 40분 걸리고 요금은 1,100원.
*잘 데와 먹을 데
들머리와 날머리에 식당과 숙박시설이 없다. 금성면이나 제천시내, 청풍문화재단지의 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금성면에 블루밍데이즈(642-4600)가 있다. 후산이 이장(011-491-2714)에게 예약시 민박이 가능하다.
금성면 구룡리에 나물밥을 잘하는 산마루(644-9119)가 있다.
*볼거리
청풍면 물태리에 자리한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 다목적댐 건설로 수몰된 지역 내에 있던 문화유산을 16,000평의 부지 위에 원형대로 이전, 복원해 놓은 곳이다. 보물인 한벽루와 석조여래입상 외에 2,000여 점의 생활유물이 전시된 역사교육의 현장으로 국제적인 관광명소다.
청풍호반은 뱃길로 130리에 달해 내륙의 바다라고 불리며, 풍경이 빼어난 곳이 산재한다. 2000년 4월15일에 개장한 수경분수는 162m까지 물줄기를 쏘아 올리며 탄성을 자아낸다.
글쓴이:김은남 1943년 포항에서 태어났다. 은행지점장을 지냈으며 92년 계간 <시세계>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시조집 <산음가1,2,3>, <시조시인산행기>, <일천탑의 시탑1,2>를 펴냈다. simsanmunhak@hanmail.net">simsanmunha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