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 있어 특별하고 조금은 생소했던 화정터미널.
고양터미널이 새로 생긴 후에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다시 한 번 찾아보았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번화가 속에 조그만 컨트리함은 여전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름대로 활기를 찾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그대로였다.
한 때 노선 조정으로 많은 잡음과 갈등을 내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때도 있었지만 현재는 지극히 평범하다.
일상과 일상을 이어주며 아무 일 없듯 영업하고 있는 화정터미널의 모습은 대담하리만치 '쿨한 그대'였다.
일산의 변두리에 자리잡은 고양터미널과는 달리 화정은 어엿한 덕양구의 중심지다.
일산 사람들이 약속을 잡을 때 라페스타나 웨스턴돔으로 자주 간다면 덕양구 사람들은 거의가 화정에서 모인다.
외지인들에게 인지도는 확실히 떨어지지만 로데오거리와 만남의 광장은 덕양구민의 약속의 장소요,
수없는 만남과 이별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의 거리이다.
마침 올해가 '고양'이란 지명이 만들어진지 600년이 된 해다.
고봉(일산)+덕양의 합성어로 출발한 고양은 해외로 가는 첫 길목이자 서울로 가는 마지막 쉼터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고,
분단 후에는 서울을 지키는 최전선이자 경기북부의 최대 도시로 번성하며 남다른 의미를 새긴 도시이기도 하다.
한 때 고양시 상징이었던 '꽃', 임금님과 농부의 해맑은 미소가 600주년을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화정의 한복판에 있는 화정버스터미널. 이 분야에 별 관심이 없었을 때는 사실 존재조차 희미했던 곳이다.
버스하면 시내버스부터 떠올렸던 시절인지라 '여기도 명성·서부터미널 같은 곳인가?'하며 지나치기도 했고,
한 때 화정에서 학원도 다니고 중학교 시절을 거치며 로데오거리를 수도 없이 오갔지만
나에게 화정버스터미널은 마치 다른 세계에 있는 존재였다.
이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점점 친근하게 다가오긴 했지만 약간은 먼 나라 얘기였던 것 같다.
비교적 적은 노선 수와 비싼 요금 때문에 서울로 나갔던게 허다했는데,
그래도 나름 시골스럽게 소소한 분위기가 좋은 곳이 또 여기인지라 생각날 때 가끔 찾곤 했었다.
일산터미널이 생긴 후 처음으로 발길을 옮겼는데 예나 지금이나 적당히 사람 많은 건 그대로다.
도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 아담하고 정겨운 분위기 또한 그대로다.
일산터미널 개장으로 노선도 많이 내주고 타격도 어느 정도 받긴 했겠지만 활기는 여전하다.
오히려 아담한 사이즈 덕에 사람 수는 비슷해도 더 활기 넘치고 생기가 있다.
중심가에서 어중간하게 떨어져 장사가 잘 안될 법한데도 단 한 곳도 문을 닫지 않고 영업중인 가게들만 봐도 답이 나온다.
고양터미널이 개장하면서 한 때 폐쇠까지 얘기가 나왔던 화정터미널.
존치 결정 직후 노선을 조정하면서 갈등도 보였었지만 화정 입장에선 꽤나 선방했던 줄당기기 였던 것 같다.
기존 터미널의 밥줄이었던 고속노선 세 개를 모두 그대로 남겨두었으니까.
배차가 점점 벌어지는 추세와는 다르게 운행 횟수는 여전히 그대로다. 오히려 광주는 더 늘어났다.
물론 시외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상당수의 노선이 일산으로 옮겨가서 시간표의 여백이 많이 생겨났다.
애초에 모든 노선을 옮기려다 덕양구민의 반발 + 시청의 중재로 겨우 남겨둔 게 이정도다.
노선 문제로 고양시 관련 매거진에서 비판기사가 한창 쏟아졌던 것도 이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미 한 번 홍역을 치루면서 그나마 남겨진 시외노선 대부분이 백석-화정 공동경유로 결정되었는데,
백석-화정 공동노선과 백석 단독 시외노선 그리고 고속선의 화정 유치가 확정이 되면서 많은 혼란이 생겼다.
이제 시간이 꽤 흘러 두 터미널간의 갈등 소식은 잘 들리지 않지만 여전히 많은 승객들이 헷갈려하는 경우가 많다.
화정 입장에선 시외노선 대부분을 빼앗긴 데 대한 불만이, 일산 입장에선 주요 고속노선을 타러 화정까지 가야한다는 불만도 여전하다.
하지만 서울역/용산역으로 이원화한 철도의 사례에서 보듯, 여기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다.
일단 두 터미널 모두 자기 위치에서 자리 잡는게 더 시급할 것이다.
나조차도 가끔 장거리 버스를 탈 일이 있을 때마다 고양/화정을 애용해야겠다라는 생각과 반성을 해본다.
존재 자체를 위협받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음에 화정의 일상은 제법 한가로워졌다.
그래도 아직은 생각보다 북적이는 화정이다. 버스도 은근히 자주 들어오는 편이다.
일부러 버스+사람사진이 안 나오게 하려고 한참을 기다려서 찍을 것도 전혀 생각지 못했다.
오피스텔 건물 바로 앞쪽에 매콤하게 생긴 KD 두 대가 나란히 서 있고 한 때 정비고로 쓰였던 공간은 공용주차장으로 변해버렸다.
모든 것이 그대로라 생각했던 내게 유일하게 '변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장면이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을 막으려 해도 절대 막을 수가 없듯이 고양터미널이 없었을 때와 존재하는 지금의 모습은 시나브로하게 달라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하게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지키는 모습에서 말 그대로 '쿨'함을 엿볼 수 있었다.
첫댓글 일산터미널 개장이 많이 지연되어서 그렇지 원래부터 화정터미널의 용도는 임시적인 성격이 강했죠. 게다가 박차장 부지도 좁아서 증회나 노선 신설도 어려웠었습니다.
탄생 자체부터 한계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화정에서의 노선 이용이 불편했고 타지 의존도가 높아진게 아닌가 싶네요. 일산터미널이 몇 년 일찍 개장했더라면 지금 화정터미널 자리에 다른 건물이 들어섰을 거라고 감히 추측해봅니다.
화정터미널 오래간만에 봅니다. 2002년~2003년 당시 9900번(고양-강남-장호원)이 다녔을 때 개통때 한번 폐지 하루전에 한번 화정터미널에서 타본 기억이 있어서.. 터미널 내부는 예나지금이나 크게 변한거 없는거 같습니다. 저도 고양백석터미널이 생기면서 화정터미널이 "사라"지지 않나 생각했는데, 용케 "살아" 있네요.^^
'사라'짐과 '살아'있음이 어감 한 끝 차이지만 너무도 다르지요. 제가 일산 쪽에 살아서 편의상으로 보면 통합하는게 제 입장에선 더 편하겠지만,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일산을 대신해 묵묵히 지켜줬던 덕양구쪽 주민들을 생각하면 남겨두는게 나았겠지요. 완전하진 않지만 지금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정터미널의 변하지 않는 모습도 정말 좋습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같은 경기도지만 서로 왔다갔다하기 너무 멀긴 하죠...; 저희 쪽에서도 분당, 수원만 넘어가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어버리니까요. ㅎㅎ 시간 날 때 들리시면 괜찮을 겁니다. :)
그런데 고양종합터미널이 왜 변두리 인지 그리고 고양종합터미널을 만들었으면 화정터미널은 폐쇄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고속버스 노선 원래는 일산에서 다녔던 노선인데 왜 화정터미널이 가져갔는지도 이해 안갑니다. 화정터미널은 고양시 발전을 위해 폐쇄 하는게 맞습니다.화정터미널의 상권은 고양종합터미널에 상권을 주고 장사하게 하면 됩니다. 그리고 화정주민은 무료서틀버스 운행으로 불편함이 없게 하면 됩니다. 저는 고양시에 두개의 터미널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반발하니까 화정터미널 존치하는것이지요..
김용상님의 의견에 저는 딱히 대답해드릴 말이 없군요. 무슨 뜻인지는 잘 알겠지만 민감한 사항이니만큼 자제해주셨으면 합니다. ^^;
고양시장도 맨처음엔 고양종합터미널에 고속버스노선을 놓으려고 했었지요.. 고양종합터미널도 맨처음 그렇게 운영하는줄로 알고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덕양구 국회의원의 반발로 고속버스노선을 화정에 존치했지요.. 그리고 다들 왜 고양시에 터미널이 두개가 있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고양시장도 언론에서 원래 통합하는게 맞다는 취지로 말씀하셨고요.. 제가 볼때는 어차피 통합하는거 빨리 하자는 의견 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산에 분양 받아서 처음 이사온 분들도 다 아는 사실이라 그렇게 민감했다면 죄송하다고 생각합니다.그리고 금호고속과 중앙고속이 고양종합터미널 노선이 들어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