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뉴스레터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임 리포터 이예진(21세, 연세대 경영학과)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재미있는 공군 소식을 많이많이 전해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처음이라 부족한 점이 많아도 예쁘게 봐주세요^^
낙하산 리얼 토크, 안전은 바람을 타고
좋아하는 숫자가 '17'이어서일까? 첫 취재지가 제17전투비행단이라는 소식을 듣고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부대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정훈실로 가기까지 도로 양쪽으로 나무들이 길게 펼쳐졌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나무 그림자들, 날카로운 전투기 소리에 소곤거리는 듯 잠시도 가만있지 못했지만 왠지 그 움직임이 젊어 보였다. 조종사의 생명은 내가 지킨다!
흔히들 실력 없는 사람들이 권력가들의 힘을 빌려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을 '낙하산'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17전투비행단 낙하산반에 단 하루라도 머물은 사람이라면 낙하산에 대한 편견은 아주 몹쓸 것이 된다. '조종사의 생명은 내가 지킨다'는 낙하산반의 슬로건은 그렇게 오늘 하루도 비행기 끝에서 움크린 몸을 활짝 편다. 전투기의 숨은 보석, 드래그슈트 낙하산의 현장을 보기 위해 활주로로 향했다. 입추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해변에는 피서객이 최고인파를 기록하는 요즘, 활주로는 실온보다 5~6도가 높다고 한다.
드래그슈트는 전투기의 기종에 따라 종류도 다르다고 하니 두 눈을 크게 뜨고 펼쳐지는 낙하산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매서운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전투기에 필요한 낙하산인 만큼 그 크기도 무척이나 거대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낙하산은 크지 않았다. 여기서부터 액션! 드디어 낙하산반에서의 훈련이 시작된다. 활주로에서의 한판! 낙하산 돌돌 말기
낙하산반의 아버지, 이기호 반장님의 지시에 따라 활주로의 낙하산을 돌돌 말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낙하산반으로 이동. 김민중 하사님의 도움을 받아 철로 만들어진 낙하산 전용 빨랫줄(?)에 낙하산을 걸고 먼지를 털었다. 이불 크기의 낙하산을 두 손으로 날개짓 하듯 털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색 스무고개, 낙하산 줄은 가지런히 다음으로 할 일은 낙하산 줄 가지런히 하기! 줄이 자그마치 스무개나 된다고 하니 단 두 줄뿐인 이어폰을 푸는 데도 한참 헤매는 리포터로서는 참으로 난감했다. 그런데 김 하사님은 마치 손으로 수타면을 만지시듯 내 키의 다섯 배를 훌쩍 넘는 스무 개의 줄을 어느새 가지런히 정돈해 놓으셨다.
무결함 5만개 돌파, 최후의 3초를 위하여 이제 마지막, 정돈된 낙하산을 가방에 넣는 일만이 남았다. 유종의 미라도 거두자는 일념아래 정말 열심히 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보통 체력 좋은 남자들이 드는 아령 무게의 막대기로 낙하산을 힘껏 쳐 부피를 줄여야 한다는 것. 온 몸을 실어 눌러도 줄어들지 않는 부피가 김 하사님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리고 완성된 낙하산을 항공기 꼬리 부분에 집어넣으면 임무완료!
낙하산이 펴지는 시간은 3초도 안걸리지만 정리하는 시간은 펴지는 시간의 수십 배인 셈이다. 낙하산반은 전투기의 마지막 3초, 대지로의 발돋움을 위해 하루에도 70여 개씩 그 힘든 과정을 순환하는 것이다. 게다가 9월이 되면 제17전투비행단 낙하산반은 2002년부터 이어온 '무결함 5만개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게 된다고 하니 정예요원의 산실인 듯 했다. 낙하산반 어록, 이 반장님과 김 하사님
31년을 낙하산반에 계셨다는 이기호 반장님. 이 반장님은 바다낚시를 좋아하신다고 한다. 그런데 낚싯줄이 엉키면 보통 줄을 그냥 자르기 마련인데 이 반장님은 오랫동안 낙하산 줄을 풀어오셨기 때문에 꼭 낚싯줄을 풀어서 고기를 잡으신다고.... 김민중 하사님은 5년동안 낙하반에 계셨다. '가장 보람있는 순간'을 물은 리포터에게 '낙하산을 다 접었을 때'라는 재치있는 답변을 해 주신 분. 조종사의 생명과 관련된 답변을 예상했던 리포터, 'Carpe Diem(라틴어로 '현재를 즐겨라'라는 뜻)'을 떠올리며 이 땅의 모든 공군 여러분들께 '필승'을 외쳐본다.
(취재협조 : 제17전투비행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