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1년, ‘인간의 폐허’를 응시하다
1. 2023년 2월 24일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전 세계를 경악시켰던 러시아의 침공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장기전으로 돌입하고 있으며, 국제 질서의 축과 형태를 변화시키고 있다. KBS <세계는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쟁 특집을 통해 현재의 상황을 정리하였다. 전쟁은 지금 심각한 위기와 변곡점에 위치에 있다. 2월 말 러시아의 대침공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 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든, 전쟁의 시작은 양 쪽 모두에게 끔찍한 악몽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특히 공격을 받은 입장에서는 그 고통은 더하게 된다. 현재 방송에서 보도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비극은 앞으로의 세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상징일지 모른다. 그 이유는 이러한 장면이 끝이 아니라 다가올 인간의 아마겟돈적 갈등을 예견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를 지배하는 질서는 인류의 정의가 아니다. 힘과 욕망 그리고 권력과 야합된 이기심의 집결일 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떤 수사학적 표현을 사용하든 전적으로 자국의 이익이다. 그 이익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모든 국가를 지배하는 전형적 기준이다. 미국도, 중국도, 러시아도, 인도도, 중동국가들도, 유럽도, 이 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때 인류의 진정한 행복과 연대를 위해 제기되었던 인류애와 협력의 가치는 이제 실종되었다.
3.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쟁이 장기간의 소모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누구도 어떤 희생이 예상되더라도 결코 불리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현재 병합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우크라이나 또한 빼앗긴 영토가 회복되지 않는 한 전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전쟁은 한국전쟁처럼 지루한 소모전을 지속하다 한반도와 같은 분리된 형태의 비공식적 종전으로 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전쟁의 지속 속에서 각국의 이기심은 증대되고 전 세계적인 불평등은 확대될 것이며 힘없고 떠도는 난민들은 희생이 너무도 일상적인 방식으로 전락되고 확대될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추세가 개인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을 자극시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타인들에 대한 고통에 점점 무관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튀르키예의 대지진 속에서도 수많은 약탈과 범죄를 보면서, 나의 고통을 대신하는 어떤 중요한 가치도 없는 극단적인 이기심의 자기정당성을 관찰할 수 있다.
4. 고통의 일상화는 현재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고통에 대한 역치를 가져와서 고통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능력을 빼앗고 무관심으로 변환시킬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아픔에만 집중할 뿐 타인에 대한 고통에 대한 무력감을 느끼게 되면서, 고통에 바라보는 것에서 시선을 돌릴 것이다. 그 결과는 비정상적인 ‘쾌락’에 대한 몰입이 된다. 과거 멸망의 공포 속에서 사람들이 극단적인 쾌락에 몰두한 것처럼, 무력감은 오히려 욕망과 쾌락의 욕망만을 확산시킨다. 사람들의 행동과 실천을 결정짓는 중심은 이성적인 판단이나 미래에 대한 가치가 아니라 현재의 쾌락과 욕망의 실현이며, 그것을 위해 결집된 광기의 집단주의일 뿐이다.
5. 이때 개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최소한 문제를 악화시키는 결정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지 모른다. 그렇기 위해서는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의 ‘이성’을 회복해야 한다. 문제를 객관적,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중요한 것에 대한 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여야 한다. 비록 현실적인 힘을 소유하지는 못할지라도, 무엇이 더 중요한 것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현실을 이해하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자기를 보존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현재를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을 물리적인 자산과 함께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인식의 자유를 확보함으로써 세계를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후에 타인과의 연대 또는 시민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원칙은 ‘할 수 있는 것을 확대해야 한다’는 준비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최소한 나의 삶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가는 사회의 악에 동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첫댓글 - 정제되지 않은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큰 광기를 몰고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다. 원시로부터 이어진 국가의 성립은 '이기적 유전자'의 진화 과정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생태계 최상위라고 자처하는 인간들의 그릇된 인식을 고치기 참 어렵다. 전쟁에서의 정의는 단 하나 뿐이다. 승리! 이 말 앞에서 그 어떤 사상도 평등도 평화도 사랑도 배려도........ 모두 공허한 말장난에 그치고 만다.